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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아도
사토 리에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편지를 주고받는 걸 꽤 좋아하는 편이다. 학창시절부터 모은 편지는 커다란 서랍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다. <들리지 않아도>의 주인공은 청각장애인으로 오로지 필담만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점에서, 문득 편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선택했다. 주인공 사토 리에가 만약 요즘 유행하는 태블릿 PC나 노트북으로 손님과 대화를 했어도, 그토록 성공할 수 있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깨끗한 종이 위에 정성스럽게 한 자 한 자 적는 행위는, 언어를 기입하는 것 이전에 이미 '마음이 당신을 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속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서 몸이 아픈 사람이거나 장애인이 나오는 다큐, 영화 같은 건 잘 안 보는 편이다. 내가 어찌해줄 수 없는 그들의 삶에 다만 구경하는 자가 되지 않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 책을 사놓고도 그런 우려를 했는데, 생각보다 저자는 매우 긍정적이었고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평범하고 참한 아가씨인 듯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때도 물론 있었지만, 풀꽃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귀가 들리지 않아도 괜찮은 직업에 최종 안착한다.
바로 호스티스. 약간의 결벽증이 있는 터라 솔직히 밤문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우연히 일본에 사는 친구한테 긴자의 호스티스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뜻밖이었다. 예약제로만 손님을 받고, 일본의 정치, 경제, 문화 등 각계의 거물들이 모여 회의나 접대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흔히 생각하는 윤락 업소가 전혀 아니라는 이야기다. 고급 사교 클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인공 사토 리에는 인텔리들을 상대하기 위한 지식과 지혜를 쌓으며 NO.1이 되고, 책도 내고, 이게 <필담 호스티스>라는 드라마화가 되기까지 했다니, 솔직히..인생역전이다.
직업의 귀천 같은 케케묵은 이야기 같은 건 하고 싶지 않고, 다만 마음을 다해 편지를 쓰는 한 여자의 성공기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