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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요
김서령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이별을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남겼는지 가슴이 저미게 평생을 안고 살아가는 이별도 있고, 내 기억 저편에 있는지 없는지 모를 이별을 담고 살아가기도 한다. 김서령은 그 이별을 담담하게 일상으로 담아낸다. 아홉 편의 이야기는 모두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다. 사물 속에 담겨있는 사람을 생각하기도 하고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흘린 이별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피아노에 얽힌 이별이야기는 그렇게 첫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다. 엄마와 아빠의 알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어린 시선의 이별과 성장한 지금의 자신의 이야기를 담기도 한다. 자신에게 그렇게 아픔을 주었던 남편의 기억을 떠나보내기 위한 그 여행 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은 그렇게 다른 사람과의 묵직한 주머니 속의 음료를 생각하며 그 사람의 잔상을 기억하게 하기도 하고, 아프기 그지없던 젊은 시절의 그 사람에 대한 기억도 남겨 놓기도 한다.
무엇이었을까? 그 것에 대한 결말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시작과 끝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듯이 그렇게 살아가듯이 살아가는 과정의 한 모습을 담아내는 그의 담담한 문체는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전하기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만나고 해어짐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내는 독자의 마음속에 나만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지 않음을 느끼게 해 줌으로서 그렇게 평범한 일상이려니 하고 넘기게 만들어 준다. 그 속에서 나만 왜? 라는 질문에 답을 해준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려니 모두가 그렇게 힘들게 이별하면서 그렇게 지금의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만들어 가는 것임을 느끼게 하여준다.
여성작가의 시선이라 여성적 감성을 담아내지만 그 속에서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하는 것 역시 이별에 상반된 감성을 담아내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한다. 기발한 사건을 소재로 하지 않으며 그 사건의 결말을 매듭 짖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역시, 작가가 만들어낸 편안한 마음 혹은 위로의 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자신에게 큰 상처와 흔적을 남기고 간 신원이의 표절 논란을 안고 살아가는 그에게도 어쩌면 그는 상처이기 이전에 그리움 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의 단초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 속에 사람의 마음을 담게 만들어 주는 김서령만의 특별한 위로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돌아오지 않는 ‘것’들도 있다. 버린 적 없는데 사라져버린 사진과 일기장, 학창시절 교지, 그런 것들. 물론 그것들은 어쩌면 고향집 보일러실 어두컴컴한 구석, 상자 속에 쌓여 슬그머니 숨어들어온 길고양이의 잠자리가 되었을 수도 있고 바닥에 고인 질척한 빗물에 반쯤 썩어버렸을 수도 있다. 그러니 그것들은 사라진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찾은 적이 없을 뿐이지. (201쪽 오프더레코드 중에서)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버려질 수도 그 사람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면서 이별을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버려진 모습에도 길고양이의 안식처처럼 언젠가는 다시 찾을 그 사람의 소중한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모습에 쌓여 살아가는 모습이 조금 어둡더라도 그 순간에 찾을 행복은 아니 길고양이의 따뜻한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그런 모습의 사람들이 될 수 있다는 그런 따뜻한 말을 담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이야기 들이다.
아마도 그렇게 살고 싶은 희망과 용기 그 흔한 일상에 숨어있는 그 이야기가 김서령의 이야기가 아닐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