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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
양병호 외 지음 / 경진 / 2010년 3월
평점 :
시인을 만드는 마을이 있는 건 아닐 진데 풍광이 좋고 아름다운 곳을 고향으로 둔 시인이 많다. 강을 보며 바다를 보면 세상의 의미를 함축적인 단어에 담아내는 일을 하던 시인들의 고향은 시선을 접하는 또 다른 글을 담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 삶이 보이는 듯하다.
시험을 보기 위해 달달 외웠던 시들이 여기에 등장을 한다. 그렇게 외웠던 시인의 이름도 등장한다. 시험에는 이 시인들의 고향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 시가 의미하는 것에 대한 것을 외우는 것으로 시를 배운다. 시가 참 아프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시는 그렇게 우리에게 감성적 언어도 아니며, 함축적 의미를 담은 시인의 고뇌도 아니며 다만 점수 몇 점을 더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그렇게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아픈 이야기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대입 시험을 이후로 시를 읽는 일은 많지 않았을 듯하다.
진동면에 가까워지자 도착 5Km 전부터 주기별로 갈색 표지판에 ‘↘→←천상병 시인 생가’ 가는 길이 눈에 들어온다. 유턴, 언더패스, 좌회전 우회전 등 마산 시가지로부터 꽤나 숨어 들어간 촌마을이다. 우습게도 마을 입구에는 표지판이 없다. 더 우습게도 생가는 없고 생가터로 추정되는 공터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109쪽)
천상병시인의 생가를 찾아간 작가의 글처럼 우리는 시를 그렇게 접한 것 같다. ‘나 그 시 알아 외워볼까?’ 술술 잘 외운다. 이정표처럼 그렇게 잘 외운다. 하지만 꼬불꼬불 찾아야 하는 그 생가터처럼 시인이 담아놓은 그 골목골목의 정취를 놓치고 사연을 놓치고 그리고 정작 없어진 생가처럼 그 시의 알맹이는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시를 알기 위해서는 그 시인의 인생을 알아야하고 그 시인의 사상을 알아야하고 그에게 영감을 주었을 친구도 알아야하며 그 시인의 어린 시절 정서를 만들어 낸 고향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시인의 마음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고 한다.
박재삼, 김춘수, 유치환, 천상병, 이형기, 이육사, 구상, 박목월, 이호우, 이상화, 조지훈 이 시인들의 고향은 모두 경상도에 있다. 이 시인들의 생가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며 시를 생각하고 감상하며 경치와 주변의 여건과 같이 생각하는 글들이다. 더욱 공감이 갈 수 있게 그 사람의 인생도 곁들인다. 아쉽게도 나는 이곳을 몇 군데 방문하였지만 시인들이 고향임을 알지 못하였다. 그리고 문학관이 있었는지 그리고 시비가 있었는지 조차 알지 못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다며 일제 강점기 이육사의 시를 외우면서도 우리는 입으로만 외웠던 것은 아닐까? 지나는 길에 있었음을 알고는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시인들은 많이 배가 고픈 것 같다. 나도 시를 읽은 지 오래되었고 많은 책 중에 시집은 몇 권 되지 않는다. 그 것도 많이 팔린 책을 골라 사놓고 많이 읽지도 못한다.
답사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지만 이 답사여행은 좀 아늑하고 짠한 느낌이다. 치열하게 글과 전쟁을 치룬 이들의 고향의 아늑함 그리고 시인들의 암울한 시대에 그 숨은 뜻을 읽어야 했던 우리 선조들 그리고 몇 점 더 맞기 위해 외웠던 시 속에 담긴 치열함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짠하다. 이제라도 조금 느꼈으니 좀 용서가 되려나,
오늘 과연 무엇을 보고 왔는지, 이 모든 사고의 편린들이 글이라는 감옥 안으로 온전히 보존될 것인지 의문이다.(2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