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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 임은정 장편소설
임은정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뿔(?) 사람에게 달린 뿔을 생각해 본다. 어울리지 않는 물건, 그렇지만 사람의 눈에는 잘 띠겠지? 아마도 누군가의 시선을 사로잡는 사물임에는 틀림없는 것 아닌가 한다. 제목 그 제목이 뿔이다.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면서 사실과 픽션의 사이를 오간다. 주인공이 살아있는 것이기에 작가는 작가의 상상을 마음대로 펼치지는 못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분명 살아있는 주인공과의 대화가 이 소설을 끌어가는 힘이었을 것이니 말이다. 카피는 억울한 옥살이 그리고 그 것을 바로잡은 한 사람의 이야기로 주목을 받는다.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사회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기에 당사자의 아픈 기억을 생각하더라도 공감을 얻어내는 데 주력하여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사건의 당사자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아마도 이 이야기의 감정이입은 만들기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어린 여인과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남자가 가지기에는 자신을 그 주인공으로 생각하기에는 좀 과한 설정이 아니었을까 한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은 주장을 하는 글이 아니라 공감을 끌어내는 글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주인공의 생존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이 되나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 대로 표현하는 것은 자서전의 형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그리고 시대상에 대한 주제가 부각이 되었거나 아니면 한 여인과의 애절한 사랑이 주제가 되어 그 사실이 더 깊이 다가 왔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대적 흐름에서 생긴 모순된 개인의 역사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 속에서 공감을 얻으려면 어떤 재료들이 있어야 할까를 생각하게 만든 소설이다. 다른 여타의 소설에서 받은 공감과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얼까를 자꾸 생각하면서 글을 읽다 보니 정작 소설을 읽으면서 분석을 하고 앉아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참 우스웠다. 심혈을 기울여 쓴 작가의 역작에 공감을 못한 부분이 못내 아쉽지만 한 개인의 억울함을 이야기하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그리고 그런 판결과 번복은 어쩌면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적 도덕성과 규율에 관한 질문을 던질 만한 소재가 될 것 같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는 것이 아마도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