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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 1 - 부익부 빈익빈 ㅣ 뱅크 1
김탁환 지음 / 살림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 인천,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 인천, 인천은 나에게는 고향이지만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곳은 없었다. 부두 하역 노동자들이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 졌다는 중국에는 없는 우리만의 짜장면, 국수공장 노동자가 면발을 잘 못 뽑아서 만들어 졌다는 쫄면, 그리고 성냥공장 노동자의 애환이 담겨 있고, 물자를 서울로 옮기기에 가장 적합한 항구, 인천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천을 떠나 서울에 살기를 소원하였고, 프로야구가 시작하던 시기에는 만년 꼴찌 팀의 연고지였으며, 야구가 시작하면 다른 구장과는 달리 원정팀 응원석이 먼저 좌석이 만석이 되는 이상한 고장 인천이었다. 그런 인천을 나는 애착을 가질 만 한 이유를 찾지 못했고 다만 고향, 내 어릴 적 추억이 있는 곳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탁환은 내가 찾지 못한 인천의 격동기를 찾아냈다. 130년 전쯤 우리의 선조들은 이곳에서 피 말리는 전쟁을 하고 있었다. 외세의 금융자본과 상권 그리고 우리의 자본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익숙한 지명, 만석동, 답동성당, 내리교회, 월미도.... 지금도 살아있는 지명들이 역사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야기는 개항이후 민족은행을 설립하기 위한 세 사람의 암투와 사랑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송상의 아들 장철호, 복수를 위해 돈을 위해 모든 것을 하는 박진태, 개화기 여성으로 경제계에 뛰어든 관리의 딸 최인향 이들은 초기 상권의 다툼과 돈의 형성 그리고 민족은행 설립을 위한 도전 속에 사랑과 돈 그리고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주인공 혹은 무던히도 미련하고 운이 없어 보이는 장철호는 여인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하고 자신의 재산을 어렸을 때부터 남에게 빼앗기는 일을 전문적으로 맡아서 한다. 사람을 잘 믿고 사람을 잘 모으며, 의심하지 않고 세상은 자신과 같은 사람만 있을 거라는 착각에 살지만 결국 ...
복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것 같은 박진태, 친구라 믿는 장철호를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권혁필의 밑에 들어가서 돈을 불리기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대는 이사람, 가장 불쌍해 보이면서 장철호에게 무한한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는 이 사람, 나쁜 짓은 도 맡아하고, 장철호의 여인까지 탐하는 무한의 극치를 보이는 사람...
관리인 아버지를 둔 최인향은 서양 문물에 일찍 눈을 뜨지만 무한한 사랑을 주었던 장철호의 실종으로 그를 죽이려 했던 박진태를 따라나서는 비운의 인물, 사업적 수단도 있고, 개화기 여성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만 장철호라는 굴레를 벗어나지는 못하는 인물..
이 세 사람이 인천을 무대로 이야기를 시작을 한다.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기도 하고 이들이 만들어 낸 하역 노동자의 삶에서 나는 짜장면을 생각하게 한다. 그 속에서 인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지금은 크레인에 옮겨서 하역하는 많은 물자들을 보면서 그 때나 지금이나 인천은 그렇게 외국의 문물이 서울로 옮겨지는 중간 역할을 하게 되었다.
답동 성당, 내리교회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다니던 그 앞 길, 지금은 오래된 도시의 냄새하 나는 이 곳은 추억을 찾는 사람들 이외의 젊음을 찾을 길은 없다. 가끔 그 앞의 시장에서 통닭을 사기위해 줄을 서있는 사람들의 시끄러움을 빼면 말이다.
인천이라는 배경 때문인지 여러 가지로 원하는 것이 많아서인지 우리 자본을 이야기하는 소설의 줄거리 보다는 인향, 철호, 진태 사이에서 얽히는 사건에 더 집중한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에 익숙해서 인지 그냥 드라마의 회를 넘기면서 발생하는 사건과 이벤트 그런 느낌도 좀 나고, 당하는 사람은 항상 당하고, 나쁜 짓을 해도 망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은 계속 그 짓을 하고, 세상이 돈이 다 인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사람이 있고, 드라마가 주는 교훈 같은 것, 충분하게 다가온다.
많은 장수의 이야기 임에도 술술 넘어 간다는 것은, 한 편으로는 읽기 편하다는 것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좀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배제 할 수 없다. 재미는 있는 이야기 속에 무언가 생각할 것을 찾는 다면 너무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