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척
안보윤 지음 / 문예중앙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으면서 나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나는 어떤 경우에 모르는 척을 하였을까? 내가 모르는 척을 하면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것이 가족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상처가 너무나 큰 것이었음을 생각해 보곤 잠시 눈감아 버리는 마음이 이렇게 아픈 일이 될 수 있음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엄마와 어머니는 다르다. 생마를 우유에 갈아 먹이는 사람이 어머니라면 계란을 씌워 부쳐주는 사람이 엄마다 상처에 알코올을 붓고 반창고를 붙이는 사람이 어머니라면 안아주기부터 하는 사람이 엄마다 알람소리에 깨어나도록 훈련시키는 사람이 어머니라면 발가락을 간질여 깨워주는 사람이 엄마다 시간표와 성적표를 캐묻는 사람이 어머니라면 담임 선생과 친구들에 대해 물어봐주는 사람이 엄마다. -79-

(담임 선생 , 책 본문의 띄어쓰기 그대로 표현)

 

엄마와 어머니, 아빠와 아버지 그 의미를 이렇게 정의 합니다. 과연 나는 아빠일까요? 아버지 일까요? 아빠일 수도 있고 아버지 일 수도 있어야겠지만 아빠가 되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 아빠는 사랑을 느낄 수 있지만 아버지는 좀 딱딱한 교관 같은 느낌이 듭니다. 엄마가 아닌 어머니이기를 자청한 엄마는 인근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큰아들에게 엄마는 어머니였고 작은 아들에게 엄마는 엄마였습니다. 아버지의 부제가 가져온 가정의 불안함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근에게 어머니로써의 역할을 강요합니다. 이 일은 인근의 일생을 지배하면서 그를 망가트립니다. 결국 엄마의 모른 척이 이런 끔찍한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아무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인근의 행동은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그냥 인정하기 싫지만 묵언으로 동의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립니다. 아쉽지만 저는 이 상황이 가슴속 깊은 곳에 응어리 진 한 같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제일 나쁜 건 있지,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거야.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당장 나한테 이득이 생기면 마음이 흔들려, 못 이기는 척, 모르는 척 받아들이게 돼, 그게 좀더 지나면 당연하져버리는 거야. - 201-

(좀더 , 책 본문의 띄어쓰기 그대로 표현)

 

우리 일상이 사람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 지, 그리고 그 것이 만연하면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변하고 가치관이 어떻게 변하는 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절대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지금의 고통을 피하거나 달콤함이 부상으로 주어진다면 우리는 그 길을 선택하고 그게 누적되면 우리는 그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며 통상적인 가치관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그 사건이 벌어진 경위를 설명합니다. 가족, 생계, 그리고 우리 사회의 뒷면을 생각하게 합니다. 가족의 소중함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것. 그리고 그 것은 아빠와 엄마가 존재하는 가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 가족은 언제고 서로의 아픔을 모른 척 하면 안 된다는 것에 마음을 다지게 됩니다.

 

조금은 답답한 쉼표가 책을 읽는 속도를 느리게 합니다. 그 의미 없어보이던 쉼표에 한 숨 쉬고 읽어 보니 그냥 읽을 때 보다 더 마음에 무언가를 남기게 만듭니다. 의도적인 작가의 편법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대목에서 침 한번 삼키고 넘어가게 만드는 그런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이 쉼표 그리고 띄어쓰기 의도적이든 아니면 오탈자이든 그 번거로운 작업은 찹찹하고 우울한 소설의 전반을 더 무겁고 깊게 빠져들게 합니다. 흥미나 재미 위주의 글귀는 가독성을 유발하기 위해 쉼표를 자제하지만 우울한 이 소설은 쉼표와 의도적인 띄어쓰기 생략이 그 문장에서 주는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의도적인 것인지 오탈자인지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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