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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ㅣ 꿈결 클래식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백정국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9월
평점 :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작품을 읽을 때면
항상 부담감이 있다.
대중이 느끼고
있는 공감을 내가 느낄 수 있을까?
몇 년 만에
잡은 햄릿이지만 내용의 부담감 보다는 대사와 느낌의 변화가 새롭게 다가온다.
명작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을 말하는 읽는 나이와 환경 그리고 처한 입장에 따라서 그 느낌이 다르다고 하지 않던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 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던
햄릿에서 이제는 많은 대사가 눈에 들어온다.
주옥같은
대사와 그 속에 담긴 함축적 의미를 생각할 나이가 된 것인가?
생각에 혀를 달지
말고,
무절제한
생각이 소행이 되게 말아라.
귀는 만인에게
기울이고 말은 소수에게 하라.
Page 45
욕정은 빛나는 천사와 관계를 해도
천상의 잠자리를 만끽하고 나서 쓰레기를 뒤져 먹기 마련이다.
Page 62
안심해라.
말이 호흡에서
오고 호흡이 생명에서 온다면,
네가 한 말을
호흡할 생명이 내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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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밑줄 긋기를 시도하고
있다.
길지 않은
짧은 단어의 조합이 많은 생각을 던져주며,
햄릿의
고뇌와,
악인처럼
느껴지던 왕의 고뇌도 보이기 시작한다.
왕비의 교태로
얼룩진 형상의 대사만을 생각했던 마음에서 아들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모성애도 찾을 수 있었고,
간사한 말로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던 헛된 신하의 모습도 느낄 수 있었다.
비극이라고
말하는 이유 뒤에 숨어 있던 사람들의 고뇌와 갈등의 골을 단순한 스토리 밑에서 숨어 있던 섹스피어의 천재라는 단어의 수식도 조금은 알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인가?
사실 섹스피어를 접하는 일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멋모를 나이에
한참 반항기 가득한 나이에 접한 햄릿은 그냥 치정에 얽힌 권력에 얽힌 살인극으로 이해하는 정도였다.
혹시 시험에
나올지 모른다는 압박감에 그냥 읽어 보고 외우는 수준이었다면,
책을 좀 읽어
봐야지 하는 마음에 다시 잡은 햄릿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선 보다는 그냥 힘들 겠구나 정도의 공감을 자아내는 그런 정도의 내용으로 기억이
되었다.
점점 세상을
살면서 고민거리가 늘고 생각이 많아진 지금의 내 모습에서는 사람의 고민을 읽어 보아야 할 것 같은 나이인 가 보다.
나만 바라보다
이제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공감하고 느낄 나이가 된 것인가?
책은 점점 읽기
쉬워진다.
어렵게
읽었다는 느낌 때문인지 이제는 청소년용을 읽어 본다.
청소년용이라고
뭐 별반 다르진 않지만 친절한 주석과 일러스트는 이해를 돕는 도구 역할을 한다.
그래서 더
편한 사색을 만들어 준다.
누군가는 읽고
많은 감명을 받겠지만 자극적인 글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는 아이들에게 싱거운 치정극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글이 쓰여 진 시대를 생각하고 섹스피어가 이후 문학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본다면 이런 류의 글들의 기저에는 햄릿이 담겨 있지
않을까?
그저 우리는
현대의 작가들을 통해 햄릿의 현대 글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간만에 편하게 읽으면서 대사를
음미하고 고민하면서 읽었다.
언제 읽어도
그 대사의 한 줄 한 줄이 주는 의미는 변함이 없겠지만 받아들이는 지금의 상황이 그 대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주는 명작임에는
틀림없는 작품이다.
일러스트와 구성 그리고 해설 및
친절한 각주가 마음에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