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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즐기고 보련다 - 75세 도보여행가의 유쾌한 삶의 방식
황안나 지음 / 예담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어느 날은 두부를 사러나가는데 저만치서 머리가 허연 노인네가 마주 걸어왔다. 나는 속으로 ‘저 노인네도 참 많이도 늙었다’하고 중얼거리며 지나치려는데 “어디 가는 거야?” 해서 돌아보니 우리 영감이었다! -Page78
75세의 나이다. 그냥 할머니라고 해야 하겠지? 중년부터 시작하는 건망증은 나이가 든다고 좋아지는 것 없이 더 나빠진다고 한다. 그리곤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가끔 자신에게 실망하는 일도 있지만 저자는 그렇게 많은 일에 도전하고 자신을 다그친다. 무엇을 위해서 라기 보다는 자신을 위해서 늦은 나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젊었을 때 사정이 좋지 않아서 자신이 실현하지 못했던 일을 해 나가기 위해서 언제라도 늦은 나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을 단련한다.
매일아침 두 시간 넘게 훈련을 한다. 한 시간에 1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달리는 연습을 한다. 지금은 80분 정도로 늘었다고 한다. 거기에 근력운동도 하시고 대략 아침에 두 시간 반 정도를 그렇게 운동을 하신다고 한다. 매일 아침. 왜? 예뻐지려고? 살을 빼려고 75세의 연세에? 아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래 사는 것 보다 건강하게 사고 싶어서라고 한다.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시기 때문인지 글에서 무언가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숨기고 싶지만 숨겨지지 않는 것이 있다. 하지만 그 것을 굳이 피하려 하지도 숨기려하지도 않는다. 그냥 즐겁게 오늘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리곤 건강하게 그리곤 재미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책 제목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즐겁게 그리곤 젊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언제나 상투적이기는 하지만 늦은 나이란 없다 이다.
자신의 일상과 여행의 기억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책의 구성이다. 중년을 지나 노년의 시간을 보내는 저자의 일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빠르게 지나가지는 않는다. 무엇을 하나 하더라도 더디고 시간이 더 걸리지만 그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나이 들어간다. 젊은 시절 철없던 시간부터 지금의 남편과 흐뭇하고 행복한 시간의 기억이 아직은 젊은 나에게 많은 흐뭇한 미소를 가지게 해 주신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아직은 먼 이야기겠지만 나의 노후는 어떨까? 여전히 책을 읽으며 그리고 아내와 농담을 하면서 여행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을까? 책 읽는 속도도 떨어질 것이고 여행의 고단함이 지금보다 더 할 것이지만 그래도 즐기고 있겠지 그 상황의 스피드에 맞게 말이다. 조금 느리게 간다고 그리고 조금 더디게 본다고 그 느낌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니 말이다. 늦은 나이에 책을 출간하고 그리고 작가로 그리고 여행가로 생활하시는 75세의 저자의 삶은 젊은 사람이나 중년이나 누구에게나 공감을 자아낸다. 자신에게 맞는 행복을 찾아가는 길 그 길을 찾아 나서는 방향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녀는 허름한 옷차림에다 낡은 단화를 신고 달팽이 걸음으로 느릿느릿 걸었다. 자기의 걸음이 너무 느려서 길을 함께 걸을 친구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할머니의 표정은 밝았다. 자기는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정말,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행복이란 누릴 줄 아는 사람의 몫이란 생각이 들었다. - Page 57
누가 곁에 없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은 좀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눈치 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고 다른 것에 신경 쓰는 시간은 좀 줄여야 겠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그리고 즐기면서 여유를 가지고 생활을 준비하면서 살아야 할 시간이 나에게도 조금씩 다가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