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4년 11월
평점 :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는 글을 통해서 자신을 설명하고 표현하고 화가는 그림을 통해서 스스로를 표현합니다. 그래서 작가와 화가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이라고 합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직접 만나서 물어보고 공유하며 생각을 들어보며 그림을 정리합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은 시대상을 그려보고 유추합니다. 그리곤 화가의 생활과 그림 그리고 사상을 공감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림은 그렇게 감상하고 느끼면서 또 다른 해석을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을 바라보며 한국을 느끼고 살았지만 한국에 대한 문화보다는 일본의 문화에 더 익숙한 저자는 꽤 유명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처음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분이지만 말입니다. 서양미술 순례라는 책을 찾아보아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기도 하구요. 모든 일이 그렇지만 숲의 한 가운데 있다 보면 숲의 모양을 그리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근현대사 역시 그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객관화 시켜 보기기 쉽지 않습니다. 재일 한국인인 저자는 그런 면에서 우리의 역사적 시각을 바라보는 측면에서 좀 자유로웠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첫 단락을 읽으면서 매우 강렬하였거든요. 저에게는 걸개그림이 생각나는 민중미술 작가를 첫 단락에 배치합니다. 우리 최근 역사에서 가장 강렬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한 작가와의 인터뷰와 작품세계를 이야기합니다.
민중미술은 수탈을 당연시했던 당시 사회의 기득권층에 맞서 기층 민중의 삶을 전면에 내세운 미술이고 과거의 형식적 미학 위주의 담론을 뛰어넘어 현실적 삶에 정착한 미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 Page 54
글을 쓰는 사람은 그 시대의 아픈 곳을 담아내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 시대의 아픈 곳을 떠나 따른 가상의 공간을 표현하기도 하지요. 화가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시대적 상황을 담아내는 그림 때문에 시대의 고통을 같이하기도 하구요. 그 것을 담아내는 것에 부족함을 알기에 실망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무엇이 정말 미술일까? 하는 질문이 남게 되는 데요. 저자의 의도는 시대의 상황과 같이하고 그 시대를 반영했던 화가들에 더 많은 무게를 두는 것 같습니다. 전혀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아도 그들이 담아내는 작품 속에는 자신만의 메시지를 꼭 담아두는 것을 빼놓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예술이란 어떤 면에서는 ‘중립적’이라 할까요? 균형감각을 가지고 관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다양한 해석을 만들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Page 86
정연두의 말입니다. 탈고를 한 원고가 독자의 손에 들려졌을 때 또 다른 작품이 탄생한다고 합니다. 역시 예술도 마찬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담아내려고 해도 작가의 의도 화가의 의도를 다르게 해석한다면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들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윤석남에게 들은 이야기 인데 재미있어서 발췌해 봅니다.
‘그렇겠지요. 남자인 당신으로서는 알 수 없겠지요. 딱하지만·······.’ Page 177
아무리 노력해도 여자들의 마음은 작품 속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모양입니다. 작품을 보는 눈을 가지고 살아가는 저자도 그렇게 힘든 일인가 보면 말입니다.
조선 미술 순례라고 해서 조금 오래된 화가를 연상하였다면 많은 오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바라본 조선은 지금의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그 시대에 맞는 표현을 그림으로 표현한 사람들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이야기 합니다. 화가와 혹은 시대와 그리고 그림과 이야기합니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그림의 가치가 시대상을 받아들이는 예술가의 눈에 비친 모습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즐거움을 주고 우리의 모습을 담아내는 화가의 모습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다른 책과는 다르게 깊이 있게 느껴졌고 시대상을 생각하게 하였으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을 그림과 같이 하였던 것 같습니다. 북쪽을 선택한 화가 이쾌대를 읽으면서는 백석이 떠오르는 것 역시 아마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느낌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