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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스스로가 감정을 잡아서 듣는 사람에게 표정과 말로 사람을 애잔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반면 덤덤하게 이야기하지만 듣는 사람이 감정에 푹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슬픔에 빠지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두 가지 경우를 비교해 본다면 이상운은 후자에 가깝다. 가장 아프고 자신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슬픔을 담을 만한 내용을 덤덤하게 묘사하고 제 삼자처럼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담아낸다. 슬프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아버지의 작아짐 보다 그의 글이 담아내는 속마음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상상하게 만들어 더 아프게 만들어 내는 묘한 문장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읽는 것을 멈출 수도 더 읽어 나가기도 힘들다. 모두가 경험해야 하고 누군가는 지금 그 순간을 보내고 있을 아버지의 작아지고 또 작아진 그 강한 모습이 무너져 가는 모습을 그렇게 이상운은 덤덤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열병으로 죽음을 준비해 가야하는 아버지, 그 아버지를 지켜보아야 하는 아들의 모습, 그 둘의 일상과 심리 그리고 존경해야 마땅할 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을 이해해야 하는 작가의 모습은 나의 모습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늙었다고 죽음이 두렵지 않을까? 라는 질문에서는 쉽게 답을 하지 못한다. 섬망이라는 말의 뜻을 알지 못했던 나의 무지함과 간병이라는 제도가 가진 모순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인권과 자존심에 대한 생각도 하지 못했다. 흔히 말하는 요양병원이라는 곳이 당연하게 즐비하게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의미도 깨닫지 못했고 그리곤 나 자신이 맞이할 상황에 대해서도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한 사람의 기록이지만 누구나 맞이할 미래이기에 같이 고민해 보아야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본다. 죽음이라는 것 누구나 처음 맞이하고 경험하며 당황해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생각 말이다.
삶의 긴 여로에서 이제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아버지를 통해 드러난 죽음은 너무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생생하고 직접적인 고통의 현장이다. 어떤 웅장한 사상으로도, 어떤 창의적인 관념으로도, 어떤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으로도 그 슬프고 추한 몰락의 모습은 가려지지 않는다. - Page 115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리고 얼마나 마음 아플까? 라는 공감이 무색하게 만드는 구절이었다. 너무 생생하게 표현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작가의 말에 한 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이 몇 줄에 시선을 빼앗긴 채 갖은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경험한 어른들의 죽음과 장례식 그리고 그 기억 속에 남아있던 아픔을 나눈 사람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실체하고 공감하고 같이 슬퍼했다는 그 어렴풋한 너머에 가족이 그리고 자식이 바라보는 아버지의 죽음의 실체는 그렇게 힘들고 아픔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현실이었던 것 이다.
몇 번을 덮었다가 읽었다가를 반복하느라 책의 진도는 쉽게 나가지 않았다. 문장의 힘이 없었거나 구성이 이상했던 것은 아니다. 혼자서 복받치고 슬퍼하고 상상하고 멍해진 상태로 그렇게 책을 읽었다. 끝까지 읽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잠자리가 뒤숭숭해 지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그의 글을 읽고 생각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무슨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내가아닌 그 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이라고.
작가도 이 글을 쓰면서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