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 엄마 ㅣ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고은.강은교 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월

“엄마”라는 단어는 푸근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고 때로는 미안하기도 하다. 어쩌다 불러보는 엄마는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기에 이제는 어머니가 더 익숙해진 나이지만 그래도 엄마가 더 좋은 건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기억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포근한 단어로 그려진 엄마에 대한 詩는 슬픔과 그리움이 가득하다. 시인들의 연배가 있어서 일까?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단어 하나하나에 담겨서 마음을 애잔하게 만든다.

49명의 시인이 엄마라는 테마를 가지고 만들어낸 시집이다. 첫 詩부터 정신없이 그립게 합니다. 어머니 무덤가에 누워 있는 시인 고은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인을 바라보는 할미산 할미꽃 서넛을 상상합니다. 시인은 돌아가셔서도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를 표현합니다. 어머니 산소 옆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백발의 시인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그 모습은 애잔합니다.

세상을 처음 열어주신 엄마, 세상을 업어주고 입혀주신 어머니, 세상을 깨닫게 하고 가르침을 주신 어머님, 우리는 엄마를 이렇게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합니다. 김종철 시인은 엄마에 대한 회상을 단어의 정의를 통해 그려냅니다. 거룩한 이름으로 말입니다.

저도 엄마를 생각할 때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엄마만의 향기입니다. 그 향기는 시인들에겐 특별한 모티브를 주나 봅니다. 들깨밭에 서계신 어머니의 향기 그 고소한 향기를 생각해 냅니다. 때로는 샴푸냄새 혹은 은은한 향기의 정체를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뱃속에서부터 익숙해진 그 냄새가 우리에게는 향기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가슴 아픈 시한편도 있습니다. 치매에 걸리신 시인의 엄마가 자꾸 까마귀를 도요새라 부르며 구워먹자 하십니다. 먹먹하게 그 상황을 상상하다가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좀 추접스럽게 말입니다. 강은교 시인은 엄마를 생각하면 물이 떠오르나 봅니다. 언제나 물을 주시고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엄마의 마지막 말이 시 속에서 세상을 품을 듯합니다. 아마도 모든 어머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품고 살아가고 계신 것 같습니다.

한편 한편의 시가 애절하고 그립습니다. 그렇게 상상하며 읽다보면 엄마는 참 많은 것으로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나에게 엄마는 무엇으로 상징되고 기억이 되었을까요? 저에게는 그냥 포근하고 따뜻함이었습니다. 칼날 같은 아버지의 그늘이 되어주시고 허물을 덮어주시고 웃어주시던 그런 어머니였습니다. 모든 분들의 어머니가 그러셨겠죠?

그리워하는 어머니를 노래하는 詩라 즐겁게 그려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엄마라는 단어가 가진 저만의 느낌이겠죠? 49명의 엄마를 만났습니다. 모두 다른 모습이셨지만 자식을 사랑하고 그들이 그리워하는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이름 엄마를 만났습니다. 생각해 보니 모두 50명이었습니다. 책장을 덮으며 제 어머니를 생각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