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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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스러운 오베라는 아저씨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의 모습이다.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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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정명공주 - 빛나는 다스림으로 혼란의 시대를 밝혀라
신명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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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를 돌아보면서 가장 암울한 시기라고 생각되는 선조, 광해군, 인조의 시대를 지나는 동안 한 공주가 있었다. 정명 공주 그는 선조의 딸이면서 광해군의 이복동생이었다. 그의 일생을 보면서 사람들은 많은 이야기를 하고 그가 살아온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시기는 정상적인 사람이 살아가기는 힘든 세상이었을 것이다. 전쟁이 나자마자 도성을 버리고 도망가면서 민심을 잃었던 군주인 아버지, 오직 자신의 안위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왕의 딸로 태어난 정명공주는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의 소용돌이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복 오빠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엄마보다 9살이 많은 광해군, 의심 많은 아버지 선조와 권력의 중심에서 자신을 항상 핍박하던 대신들,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한 사람으로서의 광해군 역시 정상적인 사고와 생각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 앞에 놓이다. 그리고 또 한사람 광해군을 몰아내기 위해 들어선 인조 그 역시 잘 못된 정책과 외교로 인하여 나라를 뒤흔들어 놓고 만다. 그 세월 속에 살아온 여인이 정명공주 이다. 시련과 혹은 영광의 시간을 살았을 것 같은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세상이 복잡하고 힘들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무능한 지도자, 혹은 통치자, 덕분에 필연적으로 영웅이 등장한다. 그 속에서 영웅은 두 가지의 길을 가게 된다. 살아남아 힘겨운 삶을 살던가, 영웅으로서 생을 마감하든가, 두 가지 중의 하나가 된다면 아마도 광해는 전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임진왜란 시기에 그가 보여주었던 영웅적인 행동은 마지막 전쟁과 함께 생을 마감한 이순신 장군과의 행적을 달리한다. 총기어린 세자에서 권력을 탐하는 왕으로 표현되기 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은 위대한(역설법임) 군주 선조 이다. 최 단시간 도성을 버리고 천도를 결정하고,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첫 승리를 거둔 장수를 참살하고, 명나라의 농간에 놀아나서 군주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조선 치욕으로 치면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군주이자 통치자의 의심병이 광해군을 사람을 믿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의 핍박은 정명공주의 어머니인 인목대비를 중심으로 영창대군과, 정명공주의 세력으로 집중하였고 그 주변세력의 아첨꾼인 이이첨과 김개시를 중심으로 광해군을 더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갔다. 그 희생의 중심에 정명 공주가 있었고, 그 이야기는 역사의 기록을 통해 전해진다.

 

저자는 이 책을 <계축일기>를 핵심 자료로 썼다고 한다. <계축일기>는 저자가 불분명하여 현재까지의 정설은 인목대비 본인이 썼거나, 인목대비의 측근이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이다. 그래서인지 광해군의 변명은 적다. 인목대비와 영창대군 그리고 정명공주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주로 되고 있어서 광해군이 이상하게 비쳐질 수 있다.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인조반정으로 인하여 정명공주는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인조 역시 소현세자를 대하는 방식이나 호란으로 발발로 인하여 조선이라는 역사로 보았을 때 환영 받을 만한 업적을 이룬 왕이라고 평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조선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등장한 왕들 속에서 살아온 공주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아쉬운 점은 <계축일기>가 핵심 사료로 쓰여서 양쪽의 입장을 같이 보기 보다는 한 쪽으로 조금 기울어 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어느 시선에서 바라보는 가에 따라 조금 다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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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다시 사랑하다 - 사랑의 거품이 빠진 사람들을 위한 관계 테라피
린다 캐럴 지음, 정미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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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수상하다. [부부, 다시 사랑하다]? 원 제목은 Love Cycles 이다. 그냥 원래 제목을 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책의 내용은 부부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변화되며 어떤 상태로 유지되고 그 것을 극복하여 완전한 단계의 사랑을 만들어 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는 조금 번역된 제목과는 조금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꼭 부부에게만 사랑의 사이클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저자인 린다 캐럴은 사랑의 순환을 결합’, ‘의심과 부정’, ‘환멸’, ‘결단’, ‘진실을 다하는 사랑이렇게 순환 사이클로 구분하였다. 단어가 주는 많은 의미를 사랑이라는 감정과 결부시켜 상상을 해보면 그렇게 다른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사랑이라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경우 결단의 단계에서 멈추고 다시 새로운 결합으로 찾아가는 경향이 있으니 그 부분에서 조금 주의 깊게 생각해 볼 의미가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결혼을 해서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탤런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전인화씨로 기억을 하는데 연예시절 강장 좋아 보이던 것이 결혼하면 가장 힘들게 한다.” 라고 말한 것이 생각이 난다. 아마도 결합의 단계에서 좋게 보이던 것이 의심과 부정의 단계를 지나 환멸에 접근하는 그 단계가 되는 사랑의 사이클이 아닐까? 수줍음 많고 부끄럼 많은 성격의 여인이 좋아 결혼을 했는데 막상 같이 살아보니, 모든 것을 내가 다 해줘야 하는 그런 불편함이 올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결합의 단계는 말 그대로 콩깍지의 단계이다.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이고 멋있어 보이며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조금 발전하면 어? 정말 우리는 결합이 된 건가? 정서적으로 공감을 하고 같은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들기 시작하면서 콩깍지가 벗겨지기 시작한다. 결국 환멸의 단계가 도래하고 상대의 실체를 파악하며 이제는 결정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네 번째 단계에서는 대다수의 커플이 다음의 네 가지 선택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1)헤어지기 (2) 계속 살되 아무것도 안 하면서 여전히 갈등이나 무관심 속에서 꼼짝 못하기 (3) 평행선을 달리며 살아가기 (4) 보다 가치 있는 새로운 파트너십 다시 쌓기. - Page 113

 

짐작하겠지만 저자의 중점적인 방향은 (4)번에 집중한다. 상대를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보다 안정적인 사랑의 사이클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심을 다하기이다. 진심을 다하는 것은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지 절대 상대를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즉 자신을 이해하고 만족하는 것에 전력을 다하게 되면 마음을 열고 파트너를 전적으로 사랑하게 되며 상대가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주기를 바라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조금 다른 의미로 생각을 하게 된다면 사랑의 사이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전적으로 사랑의 대응 보상을 바라는 심리가 삐뚤어지게 작동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상대를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한 하나의 심리적 행위와 행동적 행위인데 거기에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싹을 틔우면 가지가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는 뜻 아닐까?

 

마지막으로 저자는 진실한 사랑을 시작하려면 선택, 헌신, 칭송, 연민, 공동 창안, 용기를 실천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내 생활에 무엇을 실천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고민해 볼 문제다.

 

책은 진부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색다른 것을 전해 주지는 못했다. 다만 이야기의 흐름에서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전반적으로 사랑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라는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부부간의 사랑, 자녀에 대한 사랑, 부모에 대한 사랑이 삐뚤어지고 어긋나는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그를 사랑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행복한 감정은 무시하고 내가 이만큼 했는데 라는 서운함이 먼저 앞서다 보니 꼬이고 어긋났던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 그냥 주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스스로가 만족하면 그만인 것을 무언가를 바란다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결코 이런 질문에서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부끄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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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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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글은 삶을 고통에 많이 비유하고 있다. 이 고통을 안고 갈 것인가? 짊어지고 갈 것인가를 물어 보는 글들로 힘들고 어려워도 안고 품고 가기를 바란다. 그의 글에 담겨 있는 맥락은 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이 고통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조금 오래된 산문을 다시 발간한 책이다. 글의 소재 역시 조금 오래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그 시절의 생각도 다시하게 끔 한다. 성철 스님, 김수환 추기경님 의 이야기는 아마도 오래된 기억인 것 같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가 눅눅한 냄새가 나는 글이 아닌 것을 보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 공감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글 곳곳에서 혼자 서야하는 외로움 그리고 힘들게 살아가는 인생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것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시인 자신도 힘든 삶을 살았던 것인지 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을 고통에 비유하고 그 것을 안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글 중간 중간에 비치고 있다. 고통을 짊어지고 가는 것과 안고 가는 것이 어떻게 다른 것일까?

 

내가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손이어야 한다. - Page 59

 

우리는 고요함을 통해 우리의 삶을 성숙시킬 수 있다. 사랑에 있어서도 격정 다음에는 고요함이 그 사랑을 성숙시키고 지속시켜준다. 인생의 진정성은 시끄러운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고요한 데에 있다. - Page 79

 

누군가의 손을 잡고 격정 속에서도 고요함을 추구하며 지신의 진정성을 찾아 가는 것이 아마도 고통을 십자가를 안고 가는 삶의 방식이 아닐까? 소재가 다른 글에서 나는 그의 생각의 끝자락에 안겨 있는 삶을 대하는 방식을 찾아본다. 탄광의 막장에 따라들어가서 광부의 소원이 지상위의 직업이라는 말을 듣고 뭉클 했을 시인의 가슴 속에 담겨 있을 그런 마음 말이다. 지금도 힘들다고 투덜거리며 짊어지고 있는 짐을 내 던지고 싶었던 그런 마음에 대한 부끄러움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 있어서 그 중심에는 항상 라는 자아가 있다 이것을 만들어 가는 것은 나 자신이기에 그 것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고민 역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고민이 아닐까? 그 고민을 시인은 어떻게 풀어 나가고 있을까? 여러 곳의 글 중에 몇 자를 인용하여 시인의 생각을 들여다 보았다.

 

인생은 물리적 시간이다. 신이 우리에게 준 시간의 양과 질은 공평하다. 다만 신은 우리 각자에게 시간을 요리하는 재량권을 주었을 뿐이다. - Page 109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어떠한 삶을 살았느냐 하는 문제는 어떠한 작품을 썼느냐보다도 더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 Page 145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내 인생을 만들 것인가? 유용하게 그리고 알차게 만들어야겠지, 그리고 내가 남긴 흔적보다 내가 살아온 흔적이 더 아름답기를 바라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아마도 시인도 사회적인 고민에 많이 빠져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더 많은 세속적인 고민을 다짐 같은 글로 남겨 놓고 싶었던 것일까?

 

여러 편의 글들이 따뜻하거나 위안을 받기에는 너무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신에게 받은 고통이라는 선물을 어떻게 해쳐나갈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쓴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작가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것은 당연한 것이고 축복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을 전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책을 읽는 사람들은 위안 속에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절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소중하니까.

 

그 고통을 외면하거나 두려워하는 자는 고통 그 자체가 되고, 고통을 정면으로 맞서서 받아들이거나 싸워 극복하는 자는 그 사랑을 자신의 소중한 인생으로 만든다. - Page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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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편견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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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홍규의 글은 참 정갈하면서 깊다.

군더더기 없는 글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부모님 생각, 그리고 내 생각, 때로는 떠난 사람의 생각, 혹은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생각 등등을 하게 만들어서 생각보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지만 한 단락 한 단락이 많은 의미를 담게 해 주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아마도 글 쓰는 사람의 축약된 의미 전달 방식이 나에게 짧은 글에 많은 의미를 담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앞부분에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비오는 날 흙탕물을 건너서 우산을 들고 오신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한 페이지에서 나는 잠깐 멈췄다. 부모가 된 지금 나도 가끔 아이들의 우산을 들고 학교에 가면서 내가 받아 보지 못한 부모님의 마음을 아이들은 알아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넉넉지 못한 살림에 부모님 모두 일이 있었던 나에게는 우산을 들고 가지 않은 날은 비 맞는 날로만 여겼던 나에게는 내가 받지 못한 것을 줄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 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의 흐름이 갑자기 멈칫 해졌다. 우리 부모님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제 부모가 된 지금에야 느끼면서 갑자기 찡 해지는 것은 아직도 덜 큰 어른의 마음일까?

 

생트집을 잡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돌려서 말씀하지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작가가 라면을 끓일 때 지금도 계란을 넣어 먹듯이, 처음 운전 하는 날 옆자리에 앉은 아버지가 사이드를 꼭 움켜 잡의시면서 안전벨트 매라고 지청구를 늘어놓으시던 기억이 스쳐갔다. 브레이크가 조금이라도 늦는 것 같으면 말없이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기시며 한 소리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지는 건 아마도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비슷한 기억이 남아서 이지 않을까?

 

소소하고 짧은 문장 속에는 가족만 남아 있지는 않았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를 추모하는 자리에 참석한 그의 철없는 배고픔에 스스로를 책망하는 그의 글을 보면서 슬픔을 나누기 위해 참석한 자리에 차가 막혀서 끼니를 넘긴 시간에 도착하여 슬픔을 나누는 일 보다 내 위를 채우는 일에 급급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래서 같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작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어쩜 그렇게 같을까? 하는 질문도 같이 남았다.

 

어쩌면 우리는 마조히스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곧잘, 우리를 짓밟고 무시하는 자를 통치자로 뽑지 않던가. 그로 인해 고통을 겪으면서도 되풀이하지 않던가. 우리 시대가 진정으로 비극적인 이유는, 이 시대가 비극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데 있다. - Page 83

 

손홍규가 세상을 보는 눈은 이렇게 보인다. 잊기를 잘하고 그리고 나뉘고 다시 그 실수를 반복하고, 선조의 파천이 한강 다리를 잘라내었던 한국전쟁과 겹쳐지는 기억이듯 우리는 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아마도 그의 한 탄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것이다. 다만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이 더 비극이라는 것에 더 참담함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절망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누가 나의 동료인지 모를 때 나는 이 한 줄을 기억하고 싶다.

 

어쩌면 삶이란 누구에게나 점조직 같은 것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동료가 누구인지 영원히 알 수 없는, 그러기에 누구를 만나든 허리를 꼿꼿이 세워야 하는. Page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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