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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다시 사랑하다 - 사랑의 거품이 빠진 사람들을 위한 관계 테라피
린다 캐럴 지음, 정미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좀 수상하다. [부부, 다시 사랑하다]? 원 제목은 Love Cycles 이다. 그냥 원래 제목을 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책의 내용은 부부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변화되며 어떤 상태로 유지되고 그 것을 극복하여 완전한 단계의 사랑을 만들어 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는 조금 번역된 제목과는 조금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꼭 부부에게만 사랑의 사이클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저자인 린다 캐럴은 사랑의 순환을 ‘결합’, ‘의심과 부정’, ‘환멸’, ‘결단’, ‘진실을 다하는 사랑’ 이렇게 순환 사이클로 구분하였다. 단어가 주는 많은 의미를 사랑이라는 감정과 결부시켜 상상을 해보면 그렇게 다른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사랑이라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경우 결단의 단계에서 멈추고 다시 새로운 결합으로 찾아가는 경향이 있으니 그 부분에서 조금 주의 깊게 생각해 볼 의미가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결혼을 해서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탤런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전인화씨로 기억을 하는데 “연예시절 강장 좋아 보이던 것이 결혼하면 가장 힘들게 한다.” 라고 말한 것이 생각이 난다. 아마도 결합의 단계에서 좋게 보이던 것이 의심과 부정의 단계를 지나 환멸에 접근하는 그 단계가 되는 사랑의 사이클이 아닐까? 수줍음 많고 부끄럼 많은 성격의 여인이 좋아 결혼을 했는데 막상 같이 살아보니, 모든 것을 내가 다 해줘야 하는 그런 불편함이 올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결합의 단계는 말 그대로 콩깍지의 단계이다.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이고 멋있어 보이며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조금 발전하면 어? 정말 우리는 결합이 된 건가? 정서적으로 공감을 하고 같은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들기 시작하면서 콩깍지가 벗겨지기 시작한다. 결국 환멸의 단계가 도래하고 상대의 실체를 파악하며 이제는 결정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네 번째 단계에서는 대다수의 커플이 다음의 네 가지 선택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1)헤어지기 (2) 계속 살되 아무것도 안 하면서 여전히 갈등이나 무관심 속에서 꼼짝 못하기 (3) 평행선을 달리며 살아가기 (4) 보다 가치 있는 새로운 파트너십 다시 쌓기. - Page 113
짐작하겠지만 저자의 중점적인 방향은 (4)번에 집중한다. 상대를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보다 안정적인 사랑의 사이클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심을 다하기’ 이다. 진심을 다하는 것은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지 절대 상대를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즉 자신을 이해하고 만족하는 것에 전력을 다하게 되면 마음을 열고 파트너를 전적으로 사랑하게 되며 상대가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주기를 바라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조금 다른 의미로 생각을 하게 된다면 사랑의 사이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전적으로 사랑의 대응 보상을 바라는 심리가 삐뚤어지게 작동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상대를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한 하나의 심리적 행위와 행동적 행위인데 거기에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싹을 틔우면 가지가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는 뜻 아닐까?
마지막으로 저자는 진실한 사랑을 시작하려면 선택, 헌신, 칭송, 연민, 공동 창안, 용기를 실천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내 생활에 무엇을 실천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고민해 볼 문제다.
책은 진부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색다른 것을 전해 주지는 못했다. 다만 이야기의 흐름에서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전반적으로 사랑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라는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부부간의 사랑, 자녀에 대한 사랑, 부모에 대한 사랑이 삐뚤어지고 어긋나는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그를 사랑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행복한 감정은 무시하고 내가 이만큼 했는데 라는 서운함이 먼저 앞서다 보니 꼬이고 어긋났던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 그냥 주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스스로가 만족하면 그만인 것을 무언가를 바란다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결코 이런 질문에서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부끄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