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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정명공주 - 빛나는 다스림으로 혼란의 시대를 밝혀라
신명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5년 6월
평점 :
조선 시대를 돌아보면서 가장 암울한 시기라고 생각되는 선조, 광해군, 인조의 시대를 지나는 동안 한 공주가 있었다. 정명 공주 그는 선조의 딸이면서 광해군의 이복동생이었다. 그의 일생을 보면서 사람들은 많은 이야기를 하고 그가 살아온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시기는 정상적인 사람이 살아가기는 힘든 세상이었을 것이다. 전쟁이 나자마자 도성을 버리고 도망가면서 민심을 잃었던 군주인 아버지, 오직 자신의 안위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왕의 딸로 태어난 정명공주는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의 소용돌이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복 오빠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엄마보다 9살이 많은 광해군, 의심 많은 아버지 선조와 권력의 중심에서 자신을 항상 핍박하던 대신들,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한 사람으로서의 광해군 역시 정상적인 사고와 생각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 앞에 놓이다. 그리고 또 한사람 광해군을 몰아내기 위해 들어선 인조 그 역시 잘 못된 정책과 외교로 인하여 나라를 뒤흔들어 놓고 만다. 그 세월 속에 살아온 여인이 정명공주 이다. 시련과 혹은 영광의 시간을 살았을 것 같은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세상이 복잡하고 힘들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무능한 지도자, 혹은 통치자, 덕분에 필연적으로 영웅이 등장한다. 그 속에서 영웅은 두 가지의 길을 가게 된다. 살아남아 힘겨운 삶을 살던가, 영웅으로서 생을 마감하든가, 두 가지 중의 하나가 된다면 아마도 광해는 전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임진왜란 시기에 그가 보여주었던 영웅적인 행동은 마지막 전쟁과 함께 생을 마감한 이순신 장군과의 행적을 달리한다. 총기어린 세자에서 권력을 탐하는 왕으로 표현되기 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은 위대한(역설법임) 군주 선조 이다. 최 단시간 도성을 버리고 천도를 결정하고,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첫 승리를 거둔 장수를 참살하고, 명나라의 농간에 놀아나서 군주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조선 치욕으로 치면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군주이자 통치자의 의심병이 광해군을 사람을 믿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의 핍박은 정명공주의 어머니인 인목대비를 중심으로 영창대군과, 정명공주의 세력으로 집중하였고 그 주변세력의 아첨꾼인 이이첨과 김개시를 중심으로 광해군을 더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갔다. 그 희생의 중심에 정명 공주가 있었고, 그 이야기는 역사의 기록을 통해 전해진다.
저자는 이 책을 <계축일기>를 핵심 자료로 썼다고 한다. <계축일기>는 저자가 불분명하여 현재까지의 정설은 인목대비 본인이 썼거나, 인목대비의 측근이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이다. 그래서인지 광해군의 변명은 적다. 인목대비와 영창대군 그리고 정명공주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주로 되고 있어서 광해군이 이상하게 비쳐질 수 있다.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인조반정으로 인하여 정명공주는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인조 역시 소현세자를 대하는 방식이나 호란으로 발발로 인하여 조선이라는 역사로 보았을 때 환영 받을 만한 업적을 이룬 왕이라고 평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조선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등장한 왕들 속에서 살아온 공주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아쉬운 점은 <계축일기>가 핵심 사료로 쓰여서 양쪽의 입장을 같이 보기 보다는 한 쪽으로 조금 기울어 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어느 시선에서 바라보는 가에 따라 조금 다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