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수다 2 : 빅 데이터에서 투명 망토까지 - 누구나 듣고 싶고 말하고 싶은 7가지 첨단 과학 이야기 과학 수다 2
이명현.김상욱.강양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F 소설을 읽은 기억이 별로 없다. 하지만 SF 영화는 많이 본 것 같다. 국내 제작은 아니지만 외국 영화로 많이 보았다. 과학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SF는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공상 과학 소설로 분류한다. 공상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과학자들과 SF작가의 수다는 시작한다. 창조성을 강조하는 나라에서 실제 과학의 모티브를 줄 수 있는 SF에 대한 가벼움이 아쉽다는 말로 시작을 한다. 과학 수다 2권은 아톰의 이야기로 A.I의 이야기로 시작을 해서 그런지 술술 읽혀 나가는 재미가 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우리의 SF는 로봇에 한정되어 있다. 일본에 비하면 덜하지만 그나마 로봇이 과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야 하는 것은 태권브이와 마징가를 보고 큰 세대들이 지금 그 것을 연구하고 있는 것 아닌가? 과학의 모티브가 되어야 할 것 같은 SF 장르가 좀 발달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다음 장은 더 재미있다. 기생충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수다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있다 보니 기생충이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것 이외에 우리는 무언가 모르게 멀리하고 배척하려는 분위기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하겠다. 기생충의 박멸로 인하여 생긴 다른 현상들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이로운 점을 살리지 못하고, 현재의 기생충 약 때문에 변종된 기생충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이들의 수다 속에서 지금의 상식이 미래엔 독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본다.

 

빅 데이터와 빅브라더의 이야기는 삶의 개인적인 면이 없어지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담겨져 있다. 많은 사람들의 행동과 습관 그리고 내가 어딘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알아낼 수 있는 권력의 힘은 누군가를 통제하고 자신의 의도로 끌어 들이려는 사람들이 이 정보를 독점하게 된다면 하는 걱정도 든다. 그런 고민들이 과학자의 고민이 아니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담겨 있다.

 

빛보다 빠른 물질의 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우리가 관념적으로 맞춰진 빛의 속도에 대한 개념이 흔들릴 수 있는 이런 물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과학계는 많은 흥분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정작 일반인들에게는 그 것이 무엇인지 조차 가늠하기 힘든 일이겠지만. 이들의 수다를 읽고 있다 보면 중성미자라는 물질이 정말 빛보다 빠르다면 지구상의 모든 사물을 보는 관점과 기준 그리고 시간에 대한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 송두리째 무언가 바뀐다는 것은 어쩌면 흥분되는 일일 수도 있고, 부담스러운 일 일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몸 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작은 우주가 우리 몸 안에 있고 신경전달 물질이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곳으로 명령을 수행하는 구조 자체는 누가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닌데 정말 질서 정연하지 않은가? 그리고 이들 수다 속에 나오는 보톡스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가치가 어느 곳에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몸 안에 독을 넣어 신경전달 구조를 파괴하여 만들어내는 현상이라는 것에 놀라웠다. 독을 몸 안에 넣을 만큼 절대적 가 중요한가?

 

투명망토를 놓고 벌이는 과학자들의 수다는 굴절률과 빛에 대한 접근이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메타 물질이라는 것이 투과 가능하다면 아마도 굴절률 1인 상태에서 투명 망토가 가능할 것이라는 것은 어쩌면 과학자들의 새로운 도전일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회피하거나 완전히 투과하거나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될 것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핵융합에 관한 이야기다. 핵 에너지는 1권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인류가 선택해야 할 에너지 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묻어 두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다른 태양 즉 에너지를 찾아야 할 시기는 아닌지 신중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1권이 과학적 사실과 발견 이론에 중점이었다면 2권은 현실적 개인에 관한 문제와 추억에 대한 과학 수다라고 할 수 있다. 읽는 속도도 빠르고 재미도 있다. 그러면서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주제들에 대해서 우리는 과학이 우리 일상과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과학적 사고가 가져다주는 논리는 일상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연수의 말처럼 말이다.

 

언젠가 과학자가 아닌 소설가김연수는 한국 문학에 가장 필요한 것이 과학적인 사고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펴면서 과학적인 것을 이렇게 정의 했습니다. “가장 구체적인 것들을 상정하고 그것들이 합리적으로 서로 간섭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보편적 인식을 끌어내는 과정다시 말하면 과학적인 것의 실체는 과학 지식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바로 그 과정입니다. - Page 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 수다 1 : 뇌 과학에서 암흑 에너지까지 - 누구나 듣고 싶고 말하고 싶은 8가지 첨단 과학 이야기 과학 수다 1
이명현.김상욱.강양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 속에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모여서 수다를 떤다는 것이 가능할까? 몇 분쯤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냥 조용해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정말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밤을 새울 수도 있겠지? 그들은 그렇게 수다를 떤다. 자신의 이야기도 하면서 주제의 뒷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잘못 알려진 상식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정책과 사회 그리고 교육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과학이라는 주제로 그렇게 밤을 새울 기세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은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일이 아닐까? 그들의 수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첫 주제는 137억 년 전의 이야기이다. 우주가 생성이 되었다는 그 때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물질로 형성이 되었고 그리고 처음 들어 보는 암흑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우주에 73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이것을 왜 처음 들어 보는 거지? 하여간 우주는 137억 년 전부터 팽창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르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렇게 시작한 우주의 이야기는 지구로 들어와서는 근지구 천체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된다. 한마디로 지구 근방을 떠돌아다니는 행성에 관한이야기인데 그냥 읽고 있으면 아주 불안하다. 하지만 지구에 행성이 지구에 피해를 줄만큼 큰 행성이... 뭐 지금도 살고 있고 과거에도 그랬으니 문제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우주 개발에 관한 이야기로 전환이 되는데 우리나라가 달에 가겠다고 했다고 하는데 과학자나 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탐탁지 않은가 보다. 그런 상징적인 일보다는 소행성을 차지하는 것이 자원 확보 측면에서 더 유리하니까 말이다. 소행성 탐사가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수다로 마무리.

 

뇌 과학을 인지학적 측면이 아닌 물리학적 측면에서 설명하는 과학자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정말 항상 달고 다니는 것이긴 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이 뇌 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것을 조작 혹은 인위적으로 기억하게 만들어 집단의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하니 더 무서운 일 아닌가? 양자의 세계 줄기세포 이야기 힉스 입자 핵에 관한 이야기 3D 프린팅에 관한 이야기로 1권이 마무리되는데 각 장마다 그들의 수다는 문제의식과 현재 과학의 한계 그리고 그 것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에 대한이야기를 한다.

 

양자는 좀 어려워서 읽고 있는 동안 몇 번을 다시 읽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좀 깊이 읽어서 그런지 힉스 입자에 대한 설명은 그럴 듯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정확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힉스 입자를 이용한 암호체계를 연구하는 것이 어쩌면 과학을 군사용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의 욕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핵에너지를 처음 이용한 것이 역시 군사 목적이었으니 말이다. 핵폐기물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을 정도가 되려면 크로마뇽인에서부터 현생 인류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핵에 대한 거부감은 증기기관을 이용한 발전의 산물이니 이제는 대체 에너지를 찾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까지 전개가 된다. 황우석이라는 사람 때문에 줄기세포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그로 인하여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숨겨진 이야기와 방송 보도가 가져온 왜곡현상 때문에 황우석 사건을 세상에 알린 사람이 우리나라 매체가 아닌 외국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드러냈다는 말을 듯고는 왠지 씁쓸했다.

 

3D 프린터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 속에는 20년간 독점 되었던 특허 때문에 지금 에서야 활성화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장하석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생각이 났다.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는 특허는 과학 발전의 저해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니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과학의 특정 분야를 독점하여 발생할 수 있는 현상들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다음권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수다는 재미있다. 때로는 이해하기 쉬웠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로 수다에 가깝다. 과학을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면서 인문학적 소양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생각하는 풍토 때문에 과학이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한 패널의 말이 생각나는 시점이다. 공자, 역사, 철학은 이야기를 하면서 원자의 구조를 모른다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들은 학자이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과학이 미칠 사회적 고민과 관심에도 수다가 많다. 그들이 생각하고 끌어가기를 원하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정치나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과학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 문장이 매우 인상적이다.

 

과학 기술이 낳은 인공물을 가로지르는 온갖 권력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세심하게 따질 때, 우리는 비로소 미래를 제대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 Page 2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시간들 - 이보영의 마이 힐링 북
이보영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사람을 한 뼘쯤 성장하게 만듭니다. 때로는 이제까지의 삶을 돌아보게도 합니다. 그리곤 주변을 돌아보게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게 합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많이 시끄럽지 않고 조용한 성격으로 보이고, 예쁜 사랑을 만들어간 한 여인의 책은 그 사람을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책보다는 드라마가, 이야기를 하는 사람보다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어울릴 것 같은 이보영의 책 이야기입니다. 그가 성장하고, 살아오는 길에 자신과 함께 하였던 책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죠? 책 읽는 모습보다 더 사랑스러운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첫 이야기는 꾸베 씨의 행복 여행으로 시작합니다. 그녀가 한 방송에 출연하여 이 책을 소개하면서 꾸베시리즈를 일약 베스트셀러 덤에 올리게 되었는데, 이 기회로 책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어떨까 하는 제의가 들어 왔고 거의 2년에 걸친 책 고르기로 이 책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꾸베 씨의 행복 여행은 지금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고 이보영 역시 이 부분에 마음을 두고 책을 바라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행복을 기대하며 현재의 행복을 놓치고 살아가는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죠.

 

영원한 베스트셀러인 어린왕자가 그 다음을 이어갑니다. 저도 가끔 이 책을 손에 들고 뒤적이며 읽어 보고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 관점과 길들이기라는 부분은 저 역시 잊지 않고 다시 곱씹는 부분이라 많은 공감이 있습니다. 제제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부분의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녀의 어린 시절과 오버랩이 됩니다. 책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지만 감정이 이입되고 생각의 골이 깊어지면 나의 과거와 공감대를 형성하죠?

 

이렇게 그녀가 고른 책의 흐름은 그녀의 성장과정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미쳤던 책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찾아가야 하는 자신의 모습과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의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책과 오버랩 시켜줍니다. 책 이야기와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와 생각이 잘 어울려져 있는 부분입니다. 정채봉의 그대 뒷모습에서는 책에서 만난 어린 소녀를 친구로 만나 겪은 에피소드를 곁들입니다. 정채봉의 딸 리태와의 일화입니다. 지금도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겠죠?

 

사랑을 이야기하는 많은 책들 그리고 많은 재미와 감동을 준책들 자신의 직업에서 미리 만나고 감정선을 잡았으면 했던 책들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내 심장을 쏴라를 먼저 만나고 작품 활동을 하였으면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는 말에서 그녀의 욕심과 연기자라는 직업이 가져야 할 수많은 간접경험들의 넓이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곤 생각의 고리를 열어주는 책 이야기가 나옵니다. 반 고흐의 고집스러움을 보여주었던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으며 자신의 신념에 대한 고민을 해보고, 이슬람의 문화 속에서 여자의 모습을 생각하며 자신의 모습을 대비하여 고민해 봅니다. 그리곤 세상의 빈부에 대한 고민과 생각,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그녀의 군대에 대한 생각과 삶에 대한 회고를 마지막을 책 이야기를 마감합니다.

 

책장을 덮으면서 좋았던 점은 무겁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너무 어렵게 이야기를 꾸며내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또 그녀의 드라마를 보았기에 그녀의 연기속에 담겨 있었던 고민과 갈등의 요소를 이해가기 좋았습니다. 전문적인 책 칼럼리스트의 분석적 책읽기에서 느껴지는 예리함과 비판적 요소보다는 좋은 점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결국은 읽다 포기했음을 말하는 위키드는 저 역시 읽다 포기한 책이기에 공감과 안도가 같이 나왔습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는 안도 말입니다. 그리곤 가벼운 미소가 흘러 나왔습니다. 스물 세권의 책에 솔직함이 담겨 있겠구나 하는 믿음과 함께 말입니다. 무겁지 않은 중량감과 화보 같은 그녀의 책 읽는 모습, 책이 넘쳐나는 그녀의 서재 모두 부러움의 대상이 되네요. 가끔 책이 멀어진다고 느껴질 때 짧은 시간 이 책의 한 부분을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책을 읽을 힘이 생길 것 같아서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냥 - 천천히 감상하고 조금씩 행복해지는 한글꽃 동심화
김문태 글.그림 / 라의눈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인 듯 글씨인 듯 그렇게 아름다운 사진들이 그냥 놓여있다. 넓게 번진 먹물 자국이 오히려 따스함을 느끼게 하고, 그림처럼 구부러진 획들은 글씨를 감싸고 의미를 담고 있다. 한글이 담은 아름다움이 아마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리고 서예라는 것의 힘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다른 붓의 움직임과 달리 농담으로 번짐으로 느낌을 표현하고 붓의 멈춤과 지나가는 빠르기로 그 질감을 표현하는 서예의 힘은 그렇게 글씨 같은 그림 속에 담겨 있었다.

 

동심화라 이름 지어진 그의 그림 같은 글씨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았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작품 옆의 시도 그리고 그림의 말도 구부러진 획의 부드러움과 강인함의 조화가 글과 그림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저자 김문태는 정통 서예를 그림으로 옮겨 대중과 대화하는 사람이다. 그림 속에 글을 담고 글 속에 그림을 담아 전하는 그의 말은 한 획이 전하는 의미와 무게 그리고 가볍게 보이는 그의 글자 같은 그림이 담은 고뇌가 담겨 있다. 한 번 획이 흐르면 지울 수 없는 먹의 특성과 화선지의 굴곡과 보풀에 의해 번지는 먹의 농담은 많은 세월 경험한 그의 마음의 수련이었을 것이다.

 

먹을 듬뿍 묻혀 내려 긋는다.

획은 그냥 획이 아니다.

쭈욱 한 번 그음으로 생겨나는

고도의 절제된 생명선이다.

부드럽고 유연한 선에

살과 뼈를 심고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Page 294 약속 에서)

 

그가 한 획을 그을 때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인지를 보여주는 글귀가 있어 골라 보았다. 그냥 예쁘게 뽑아내는 글씨가 아님을 그는 알고 있다. 그는 한 획에 생명을 불어 넣고 삶을 만들어 가며 획마다의 다른 느낌과 질감과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서예를 조금 배운 나에게는 이 책이 매우 반갑다.

한 작품 한 작품을 붓의 움직임을 상상해 보고 먹의 농담과 화선지의 두께와 질감을 생각해 본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더 값있게 느껴진다. 내가 표현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에 그저 붓을 마음에 놓고 획만 따라 간다. 그렇게 마지막 장의 앞으로 쭉 까지 왔다. 아마도 멍석 김문태 선생은 이 길을 계속 걸어 갈 것이다. 그렇게 그림인양 글씨 인양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한 획 한 획에 담아 세상과 교통하면서 말이다.

 

좋은 시와 글과 그림 마음이 평안해 지는 시간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7-01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1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신분석 입문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우리글발전소 옮김 / 오늘의책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를 처음 만난 건 아마도 아주 어렸을 적이었던 것 같다. 한 참 혈기 왕성하던 시절 멋으로 읽어 보려고 시도했던 이 책은 아마도 젊은 시절 많은 시간을 나의 정신세계를 지배하였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저 읽고 또 읽어서 파악하려고 하였던 그의 이론은 이 책을 다시 읽기 전에 이렇게 내 머리 속에 정리 되어 있었다. “사람의 실수나 무심코 내던진 말속에는 그 사람의 무의식이 작동하고 있으며, 본인이 부정하려 하더라도 그 사람의 마음속에는 현재의 그 사람의 실수 혹은 행동이 숨겨져 있는 것이며, 모든 행동은 성적인 욕망의 발현이고 그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것은 도덕 혹은 교육에 의한 위장 전술 같은 것이라고 정리 되어 있었다. 많은 시간 이런 것으로 인지하고 살았던 나에게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약속시간에 늦는 것도, 때로는 예기치 않은 말실수도, 혹은 실수에 의한 상처마저도 그 사람의 무의식속에 나를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며, 의도적일 수 있다고 의심하게 만들었다. 너무 어린 시절 읽어 버린 프로이트의 이론은 편협하게 받아들여져 내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힘들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프로이트의 이론의 허점을 찾아내는 정신분석학자들의 이야기와 융의 이론에 대한 포괄적 사고 그리고 경험이 더해지면서 그의 이론은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일 수 없으며 사회적인 교육의 힘이 지배하는 사람이라는 윤리와 이성의 힘이 작용할 수 있으며, 사람이기 때문에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 다고 생각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한 번의 기회가 필요할 듯 했다. 그의 이론에 반하는 이론도 많이 읽었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한 승계를 하면서도 비판적 시각을 가지면서 그의 장점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읽으면서, 정말 어린 시절 내가 읽었던 책의 내용을 다시 한 번 받아들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아무의심 없이 읽었던 때와는 달리 또 다른 느낌으로 그의 정신분석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다.

 

다시 읽은 정신분석 입문은 내가 예전에 읽고 받아들였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말에서 조금은 부정하고 싶은 부분, 동물적 성욕에 의한 무의식 세계가 인지 활동의 모든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전제를 깔고 읽어서인지 조금 다른 시각에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시도한 정신분석이라는 학문적 혹은 신경학적 추론 방법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응용하고 근본적인 그 사람의 정신적 문제 혹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그 원인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하였다.

 

정신분석 입문은 크게 실수, , 노이로제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저술 되어있다. 강연을 기초로 만들어진 책이기에 설득조의 말과 증명 혹은 예시가 있어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는다. 먼저 실수 부분에서 핵심은 의도적이지 않았다고 하나 무의식의 의도라고 생각하는 것에 있다.

 

물건의 분실과 둔 곳 잊어버리기는 그 다의성, 즉 이 실수 행위를 일으키는 의향들의 복잡성으로 인해 특히나 흥미롭다. 모든 경우에 공통된 점은 어떤 물건을 잃어버리고 싶다는 소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Page 95

 

다음 파트인 꿈 부분에서부터 성에관한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기술되기 시작한다. 꿈의 상징성에 있어서 성적인 것을 상징하는 표시물, 그리고 의도적인 꿈과 무의식의 발현으로 발생한 꿈 이런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들여온 성적인 욕망과 그에 따른 설명 등이 지금은 이채롭기도 때로는 어이없게도 들리기도 한다. 비슷한 설명이 도착이라는 단어로 꿈 부분과 노이로제 부분에서 언급이 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도덕적 관습적 교육적 부분에서 억압당하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부분이다. 종의 장벽, 혐오감의 한계, 근친상간의 장벽, 동성의 한계 등에 대한 도착적 성생활의 엄격한 장벽을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인간과 동물 사이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는 설명이 노이로제 부분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 되어 있다.

 

노이로제 환자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이처럼 도착적이고 근친상간적이며 살인광적인 꿈을 꾸고 있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려도 좋을 것이다. 지금 정상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는 성적 도착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상 배비 시기를 경유하는 발달의 길을 걸어왔으며, 그것은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고, 노이로제 환자는 단지 건강한 사람의 꿈의 분석에서 발견되는 것을 크게 확대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 뿐이라고, - Page 436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면서 아무의심 없이 받아들이면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게 되는 위험한 생각이 아닐까 한다. 무의식에 잠재한 이상한 성의식이 가지는 콤플렉스와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알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한계가 가져온 받아들이기 힘든 본능 같은 무의식의 세계가 아닐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신경학적인 부분에서 지대한 공헌을 하였고 지금도 그의 이론은 많은 부분에서 적용된다고 알 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불편한 부분은 아마도 위에 언급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 사람인데, 어떻게 그럴수가?, 내가 혹시 무의식 속에? 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한다는 것이 좀 부담스러울 뿐이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받아들임에 있어 주관과 설명 그리고 관점의 차이를 가지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마도 이런 부분이 있어서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