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냥 - 천천히 감상하고 조금씩 행복해지는 한글꽃 동심화
김문태 글.그림 / 라의눈 / 2015년 6월
평점 :
그림인 듯 글씨인 듯 그렇게 아름다운 사진들이 그냥 놓여있다. 넓게 번진 먹물 자국이 오히려 따스함을 느끼게 하고, 그림처럼 구부러진 획들은 글씨를 감싸고 의미를 담고 있다. 한글이 담은 아름다움이 아마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리고 서예라는 것의 힘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다른 붓의 움직임과 달리 농담으로 번짐으로 느낌을 표현하고 붓의 멈춤과 지나가는 빠르기로 그 질감을 표현하는 서예의 힘은 그렇게 글씨 같은 그림 속에 담겨 있었다.
동심화라 이름 지어진 그의 그림 같은 글씨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았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작품 옆의 시도 그리고 그림의 말도 구부러진 획의 부드러움과 강인함의 조화가 글과 그림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저자 김문태는 정통 서예를 그림으로 옮겨 대중과 대화하는 사람이다. 그림 속에 글을 담고 글 속에 그림을 담아 전하는 그의 말은 한 획이 전하는 의미와 무게 그리고 가볍게 보이는 그의 글자 같은 그림이 담은 고뇌가 담겨 있다. 한 번 획이 흐르면 지울 수 없는 먹의 특성과 화선지의 굴곡과 보풀에 의해 번지는 먹의 농담은 많은 세월 경험한 그의 마음의 수련이었을 것이다.
먹을 듬뿍 묻혀 내려 긋는다.
획은 그냥 획이 아니다.
쭈욱 한 번 그음으로 생겨나는
고도의 절제된 생명선이다.
부드럽고 유연한 선에
살과 뼈를 심고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Page 294 약속 中에서)
그가 한 획을 그을 때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인지를 보여주는 글귀가 있어 골라 보았다. 그냥 예쁘게 뽑아내는 글씨가 아님을 그는 알고 있다. 그는 한 획에 생명을 불어 넣고 삶을 만들어 가며 획마다의 다른 느낌과 질감과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서예를 조금 배운 나에게는 이 책이 매우 반갑다.
한 작품 한 작품을 붓의 움직임을 상상해 보고 먹의 농담과 화선지의 두께와 질감을 생각해 본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더 값있게 느껴진다. 내가 표현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에 그저 붓을 마음에 놓고 획만 따라 간다. 그렇게 마지막 장의 앞으로 쭉 까지 왔다. 아마도 멍석 김문태 선생은 이 길을 계속 걸어 갈 것이다. 그렇게 그림인양 글씨 인양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한 획 한 획에 담아 세상과 교통하면서 말이다.
좋은 시와 글과 그림 마음이 평안해 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