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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의 계보 - 2015년 제3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홍준성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0월
평점 :
작가의 경력을 보다 깜짝 놀랐다. 철학과 재학생이면서 이제 스물 중반의 나이다. 사실 책을 다 읽고 나서 경력을 보아서 조금 더 놀란 것은 있다. 그래서 작가에 대해 궁금하던 차에 인터넷을 뒤져 보다가 이런 제목을 발견했다. [<열등의 계보>가 출간되었습니다, 여러분!] 이 글을 읽고 작가가 글을 쓰게 된 사연을 알게 되니 더 흥미롭게 생각이 된다. 짧은 기간 그리고 우연한 기회, 상금에 대한 욕심, 멋진 멘토(교수님)을 만나게 돼서 이런 작품이 나왔다고 하니 읽는 사람으로서는 재미도 있었지만, 이렇게 작품이 만들어 지기도 하는 구나하는 생각에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책은 전반적으로 홍보 문구처럼 한 번 잡으면 끝을 보게 만드는 묘한 흡입력이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의 흐름을 빠른 호흡으로 잡아가면서 그 시대마다의 특징을 한 가계의 대표 인물들을 따라가면서 서술하고 작가가 개입하면서 시대상과 인물상을 같이 어우러져 표현하고 있다.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듯이 시대상에 표현된 인물들의 삶은 각 시대의 고통 받는 평범한 사람이다. 오히려 순진하기에 더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 때로는 시대적 상황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 속에서 소수자들에 대한 표현이었다고 해야 할까? 젊은 작가의 인물설정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의 김무는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형을 둔 둘째 아들 즉 가부장적 유교사회의 뿌리가 남아 있었던 이시기에 형을 공부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자신은 결국 공부를 하지 못하고 하와이로 불법 이민을 가서 사탕수수 밭에서 모진 노동과 착취를 견뎌내야 하는 그런 사람으로 표현이 된다. 다음 세대에 등장인물은 양공주의 딸, 한국전쟁의 희생자 전쟁으로 인해 다리를 잃은 사람, 그리고 다음 세대에서는 산업발전 속에서 임금 체불과 노동력 착취로 인한 불안에 빠진 세대, 그리고 정치와 폭력에 물든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저자의 인물 설정은 시대를 타고 내려오면서 시대의 아픔을 담고 있는 사람들을 표현하기에 한 번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시대별로 저자의 서술방식은 생판 모르는 등장인물의 죽음 혹은 기록을 먼저 서술하여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 후 그의 인생을 조명하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하여 읽는 사람의 의문을 해결해 가는 방식을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 놓는다. 완독율을 높이기에는 탁월한 방식이 아니었을까 한다.
인물의 아픔에 대한 저자의 감상은 없다. 그냥 사실을 전해주는 방식이다. 우연을 반복하였을 때 젊은 사람의 특유의 유머로 독자들의 비난을 피해가는 위트 있는 한 줄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소설의 우연은 필연을 가장한다고 하지만 인물의 연관관계를 가지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묘사가 아니었다면 때론 이런 위트도 독자들이 인정하고 넘어갈 여유를 준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 수 있었다. 내가 심사위원은 아니지만...
시대적 상황에서 이것은 옳고 저것은 아니다 라는 작가의 판단이 아니라 그냥 서술이어서 더 좋았던 부분도 있다. 그냥 읽는 사람이 판단하게 만드는 그런 역사적 사건을 아무렇지 않게 하나의 에피소드로 넘길 수 있는 것 또한 이 소설이 가진 재미가 아니었을까? 그 사건 속에 인물의 행적이 다 말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젊은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