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마가 정수에게 명령한다. 정수가 초인종을 마구 누른다. 나는 더욱 꼼짝하지 않는다. 지쳤는지, 이윽고 악마와 아이들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나는 숨죽이고 움직이지 않는다. 가는 척하고 현관문 옆에서 몰래 서 있는 게 악마의 습성이니까. Page 148

 

우울하다. 어쩌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처참하게 만들 수 있을까? 외롭고 힘든 사람들은 같이 모여서 보듬고 살아야 한다는 인간다운 공식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나와 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세상이 아님은 알지만 그 것 때문에 한 인생이 망가지는 것을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 현재의 사회일까? 그리고 약육강식은 먹을 것이 풍족한 세상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 일이 벌어지는 곳에서 공양할게 없는 비천한 인생은 자존심 혹은 인격을 유린당하면서도 숨죽이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악마가 정수에게 명령한다. 정수가 초인종을 마구 누른다. 나는 더욱 꼼짝하지 않는다. 지쳤는지, 이윽고 악마와 아이들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나는 숨죽이고 움직이지 않는다. 가는 척하고 현관문 옆에서 몰래 서 있는 게 악마의 습성이니까. Page 148

 

우울하다. 어쩌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처참하게 만들 수 있을까? 외롭고 힘든 사람들은 같이 모여서 보듬고 살아야 한다는 인간다운 공식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나와 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세상이 아님은 알지만 그 것 때문에 한 인생이 망가지는 것을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 현재의 사회일까? 그리고 약육강식은 먹을 것이 풍족한 세상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 일이 벌어지는 곳에서 공양할게 없는 비천한 인생은 자존심 혹은 인격을 유린당하면서도 숨죽이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인우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보면 아랫배 언저리에서 뜨거운 무엇이 올라온다. 분노 일 것이다. 그의 삶이 모자라다는 분노, 그들 주변의 인물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의 부모에 대한 분노, 그리곤 좌절한다. 그리곤 순종한다. 그의 삶처럼. 그리고 좌절한다. 그가 선택한 최후처럼. 그래서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성소수자를 등장시키고, 성폭력을 등장시키고, 착취에 대한 개념을 다르게 잡게 하며, 직업 혹은 생계 수단에서 혐오성 일을 끌어들이는 작가의 선택은 일단 주목을 받는 일에는 성공하였다고 할 수 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일이고 상상이 잘 되지 않는 일이기에 그의 선택은 독자들에게 혐오감을 넘어선 단절된 세계 또는 내가 겪을 수 없는 상상의 세계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한다. 다만 그런 일이 벌어진 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질문에서 저자의 마지막 서술과 같은 결정을 하지 않을까? 방법은 좀 다르지만 결과는 같을 것 같은 공감을 자아낸다.

 

힘들게 사는 인생이라는 말이 허무가고 사치스럽게 들릴 때가 있다. 책은 아마도 그 것을 전달해 주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너무 바닥을 헤매고 돌아왔더니 정신없는 현실이 마치 천국으로 보일만큼 그래서 카타르시스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깜빡했네. 그래도 엄마한테 인사는 해야지.

엄마, 사랑해 Page 267

 

아빠 인지 엄마인지 모호한 경계이지만 마지막 이 문장은 그래도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힘들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인우의 삶 속에서 그래도 가족은 아니 엄마는 그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고 봐야지. 그게 가족이니까. 그렇게 마무리 지어지는 소설에서 허무함이 가득 밀려온다. 아니 무력함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다. 아무런 힘없이 당하고 굴욕감에 살아가는 인우의 삶이 어쩌면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