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어린 왕자는 읽기 어려운 텍스트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지나치게 유명하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과 바오밥 나무를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정말 어려울 정도로. 그래서 거의 모두가 알지만 정작 읽지는 않는다. 이미 읽은 줄 알고 있거든. 아니면 내용 다 아니까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둘째,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린 왕자를 수식하는 이 문구 한 줄의 중력이 너무 강력하다. 이 한 줄이 어린 왕자의 해석과 감상을 거의 무조건 (읽기도 전에) 결정해버린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표현도 물론 부분적으로는 진실이다. 하지만 이 한 문구는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어린 왕자의 본질을 가리고 해석을 가로막는다.
내눈에 어린 왕자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가슴 절절한 사랑의 고백이다. 세파에 찌든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썩 어울린다는 소리를 듣기 어려운 상대였겠지. 그래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고.
다른 수많은 장미들을 모조리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리고, 수많은 별들이 떠있는 밤하늘을 아름답고 신비롭게 만드는 아가씨. 쿨하게 잘가라고 말하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결코 보이지 않을만큼 자존심 세고 도도한 아가씨.
그 도도함과 자존심에 치여서 떠나왔지만 결국 `나만의 장미`에게 돌아간 어린 왕자를 동화라는 틀 속에 가둬두는 것은 세파에 찌든 어른이 아님을 강변하고픈 욕망의 발현이 아니라면 허세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번역에 대해 한 마디. 이번에 읽은 열린책들 판본은 영어판의 중역이 아닌 원어인 프랑스어를 번역한 판본인데도 문장이 엉성한 곳이 많다. 영어 번역본과의 차별보다는 자연스럽고 문학적인 표현에 더 집중했어야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