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 정보가 없어서 이와나미판으로 등록했지만 사실은 치쿠마쇼보판으로 읽었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디킨스 생전 몇 번의 개정이 이루어졌는데 이 일본어판은 희귀하게도 초판본을 저본으로 삼아서 번역했다.
읽으면서도 일전에 읽은 한국어판과 비교해 감정 표현이나 문체가 상당히 생생한 편이라 일본어 특유의 느낌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1970년에 나온 판본(1970년판은 고단샤에서 간행)이라 외국어 표기법도 현대 일본어와는 다르고 상당히 옛스러운 표헌이 많지만 번역 자체는 대단히 훌륭하다.

아이러니한 사실 하나.
한국어판을 읽고서 시간이 좀 지난 덕에 정리된 것도 있겠지만 외국어로 된 글을 읽을 때는 아무래도 문장 하나하나를 더 꼼꼼하게 읽게 되는 관계로 오히려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일본어판으로 읽으면서 가장 가슴 절절히 들어와 박히는 장면은 역시 낸시와 로즈의 만남.

낸시가 로즈를 만난 장면에서 쏟아내는 절절한 토로는 빈민의 문제가 결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나타내는 디킨스 그 자신의 분노의 일갈이기도 하다.

お嬢さん、神様にお礼を言わなくちゃいけませんよ。子供の時から養って育ててくれた人に恵まれていたのですからね。飢えや寒さ、喧嘩や酔っぱらい――それから――それよりもっとひどいことを、知らないで済んだんですからねえ――このあたしはゆり籠の時から、そんなものに囲まれていたんだから。ゆり籠なんて言ったけど、あたしにとっては路地や溝がゆり籠だったの。そしてきっと死の床にもなるんだわ」
아가씨는 하느님께 감사해야 돼요. 어려서부터 유복한 사람들이 먹여주고 키워줬으니까요. 굶주림과 추위, 싸움질과 주정뱅이 --그리고-- 그보다 더 끔찍한 꼴을 보지 않아도 됐으니까요 -- 저는 요람에 있을 때부터 그런 것들에 둘러싸여 있었으니까요. 요람이라고 하지만 저에게는 길바닥이나 시궁창이 요람이었어요. 그리고 분명 그게 죽어서 눕는 자리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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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코 2018-02-05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짧은 인용 구절에서 다시 느껴지는 감동... 얼른 위대한 유산 마저 읽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

까치의 꿈 2018-02-05 10:50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역자해설이 제법 독자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 아주 흥미로운 관계루다 번역중이라능...
올리버를 피카레스크 소설의 일종으로 보더라구요.

위대한 유산은 확실히 원숙기의 작품이라는 느낌입니다.
여운이 남달라유.
 
[eBook]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문학동네 소설상 10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발동 걸기가 유난히 힘들었다.
무협지에서 나올 법한 후까시(?) 가득한 문체 때문일 것이다.
그러던 문체가 2부에 들어서면서 시장 한복판에서 능청스럽게 썰을 푸는 재담꾼처럼 은근슬쩍 바뀌더라.

마술적 리얼리즘을 펼쳐놓은 듯한 묘한 이야기와 사연들을 타고 굽이굽이 넘어가다 보니 마지막에는 결국 단전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무엇과 마주쳤다.

진작 좀 참고 읽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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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코 2018-02-03 0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전 예전에 이야기에 빠져들어 읽었지만 불편했어요. 그래서 다른 작품이 더 좋아요 ㅎㅎ

까치의 꿈 2018-02-03 08:56   좋아요 0 | URL
저도 결말부에 거의 가서야 속을 건드려대는 게 있어서 그랬지 중간중간 내던지고 싶은 걸 몇 번이나 참았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작품이 더 좋으시다니 그쪽도 손을 대보는 걸루다...

블랑코 2018-02-03 22:41   좋아요 1 | URL
고령화 가족 안 읽어보셨음 보세요. 고래 다음에 읽었나 그 전에 읽었나 기억 안 나는데 더 좋았어요. 물론 그때 제 상황이 더 공감하게 한 것 같긴 하지만요.
 
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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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는 여전히 빛나고 있자만...

작가에 대한 믿음이 깨지니 호라이즌에게 살해당한 악기의 연주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다.

3장은 마치 독자를 시험하는 듯한 장.
관대한 이해와 포용력을 내보이고 싶은 욕망과 (아마도 삶에 치여서 그렇게 되었을) 모순덩어리가 된 니나에 대한 반감이 뒤섞여 혼돈의 맛을 알게 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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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코 2018-01-13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뭔지 확 느낌이 옵니다. 어서 읽어봐야겠어요!!
 
[eBook] 알바생 자르기 Fired K-픽션 13
장강명 지음, 테레사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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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최규석의 웹툰 ‘송곳‘처럼 묘하고도 애매한 곳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고 망설임조차 없이 찔러들어오는 작품.
심지어 ‘송곳‘과 다르게 아주 싸늘하다.

이 싸늘한 송곳에 찔리고 나서야 불에 데인 것처럼 화들짝 하는 나의 알량한 속물근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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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겨우 읽어낼 용기를 냈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 품평을 할 만큼의 용기는 내지 못했다.
그것만큼은 아마 평생 불가능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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