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웅 : 돌아온 우리의 친구 Our Friend's Homecoming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9
신상웅 지음, 손석주 & 캐서린 로즈 토레스 옮김, K. E. 더핀 & 전승희 감수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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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에서 시간을 35년쯤 되돌리면 나올 법한 이야기.
70~80년대의 압축 성장을 위해 바쳐진 제물들의 비극이 21세기에도 여전해서 더 아프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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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옥화 Ok-hwa K-픽션 9
금희 지음, 전승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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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박완서의 소설이 지금 이 조선족 작가의 작품 안에서 되살아났다.

조선족과 탈북자.
한국인과 조선족.

그 관계가 과거 박완서가 보았던 ‘가진 자‘, ‘덜 가진 자‘의 관계와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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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 봄밤 Spring Night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55
권여선 지음, 전승희 옮김, 데이비드 윌리엄 홍 감수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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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어지간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마음의 벽이 두텁고 또 단단하다.
덕분에 어설픈 최루성 이야기로는 비웃음만 사기 딱 좋다.
어지간한 이야기들은 이제 쌔고 쌨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벽을 통과해 들어오는 작품이 있다.
이 소설도 그렇다.

마흔이 넘어서 만난 연인.
한 사람은 알콜중독의 이혼녀.
또 한 사람은 장기 신용불량자인 이혼남.
시작부터 막다른 골목에서 펼쳐지는 사연이 담담하고 건조한데 종국에는 눈시울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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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명절이었지만 왜국은 그딴 거 없었...
한 술 더 떠서 몸뚱이가 고장났는지 심하게 뜨끈뜨끈 해져서 골골...
그게 좀 가라앉고 보니 이번에는 멘탈이 바사삭 해서 의욕이라는 녀석이 가출...
(본인은 심한 둔팅이라 종종 의욕이 가출하고나서야 멘탈에 금이 간 걸 깨닫고는 한다. 물론 원인도 잘 모를 때가 태반.)

별 수 없이 이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원인을 모르니 이렇게라도 마음을 위로해서 풀어야 하니까.

20살 무렵부터 수없이 읽었고 인생의 고비고비에서 몇 번이고 버팀목이 되어준 책이다.
내가 문학의 힘을 믿는 데는 이 작품이 정말 커다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혹시라도 읽어보신 분이 계시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실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 방심하고 읽었다가는 멘붕을 선사하거든.

멘붕이라는 게 내용이 충격적이라거나 지루하다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다.
그야말로 검은 건 글씨요 흰 것은 종이로다 수준으로 못 알아먹을 소리만 가득하거든.

어렵냐고?
아니.

그럼 무슨 내용이길래 그러냐고?
별 거 없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라는 두 늙다리 부랑자가 고도를 기다리는 내용이다.
그게 다다.
시작할 때도 고도를 기다리고 마지막에도 고도를 기다리며 끝난다.
중간에는?
물론 고도를 기다린다. ㅋ

그럼 고도가 누구냐?
모른다.

제목에도 나오고 작품 안에서도 수없이 언급되지만 고도는 정작 작품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고도가 오기는 하는지 정말로 고도가 존재하는지조차 불확실하다.
작품을 쓴 베케트 역시 모른다고 말했다.

정말 이런 이상한 내용을 읽고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걸까?

이런 일화가 해답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예전에 교도소 안에서 재소자들에게 이 공연을 올려준 적이 있다고 한다.
내 생각에도 제정신일까 싶을 정도로 이상한 결정이지만 의외로 재소자들은 열광적인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고 한다.
재소자들은 고도를 ‘자유‘로 받아들이고 두 주인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처지에 공감해서 함께 웃고 울었다고 한다.

이 일화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딱히 대단한 지식이나 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보기에도 딱히 분석하려고 머리를 굴릴 필요는 없다.

스토리나 개연성 같은 전통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주된 등장인물인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놓인 상황 그 자체를 그저 느끼면(just feel) 된다.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가 보여주는 상황을 보는 것이 내가 주로 추천하는 희곡을 즐기는 방법이다.

이 작품은 ‘부조리극‘이라는 사조의 희곡이다.
부조리극의 특장을 대강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자면 이렇다.

도입부의 상황이 끝에서 다시 반복된다.(부조리한 상황의 탈출 불가능성)
스토리의 논리적 개연성이 없다.
말은 의미를 갖지 못하고 인물들은 서로 소통하지 못 한다.(의사소통 불가능)


정말 이렇게 부조리하고 허무한 상황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사실 모든 존재 자체는 부조리하다.
양자역학식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매순간 존재조차 불확실하니까.
우리의 탄생은 축복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이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것이기도 하다.
아주 약간이나마 나이를 먹으면서 깨달은 인생의 비밀은 그렇다.

존재 자체가 부조리하기에 우리의 삶은 풀어낼 길 없는 깊은 허무로 둘러싸여 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 한다고 할지라도 이 허무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아무 결핍도 없이 만족스러운 인생을 보내는 이에게도 예외는 없다.
이 허무는 절대로 피할 수도 풀어낼 수도 없기에 누군가는 종교에 기대기도 하고 일이나 취미에 몰두하기도 한다.
본인이 아주 약간이나마 깨달은 인생의 또 하나의 비밀이 이거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이 풀어낼 길 없는 부조리와 허무 앞에서 몸부림치며 저항하는 인간의 눈물겨운 분투이다.
내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으며 위로를 받는 건 부조리와 허무 앞에서 저항하는 인간의 모습이 처절하면서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의 첫대사처럼 넌 아직 최후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위로해 주고 희망을 놓지 말라고 응원해주기 때문이다.

내가 역사가 에드워드 핼릿 카의 역사서 ‘역사란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카 역시 고도처럼 과연 오기는 하는지 알 수 없는 ‘역사의 진보‘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야 한다고 처절하게 외쳤으니까.
증명할 수 없는 것을 믿으라는 것이 학자로서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발언인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거론하자면 꼭 짚어야 할 작품이 있다.
극작가 김명화의 희곡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
이 작품은 고도를 기다리며의 아주 훌륭한 해설서이다.
물론 고도를 기다리며와는 다르게 아주 친절하고 재미도 있다.

대학교 연극반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80년대 학번의 선배에게 연출을 부탁하면서 생기는 이야기.
물론 이 작품 안에서 연극반 학생들이 올리려고 하는 작품은 고도를 기다리며.

1998년에 이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의 공연을 보았다.
극단 목화에서 공연을 올렸지.
이 작품에서 네 명의 배우와 만났다.
에스트라공 역할을 맡은 학생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유해진씨가 분했습니다.
그리고 블라디미르 역할은 역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박희순씨.
연출은 맡은 80년대 학번 선배는 역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성지루씨.
목화 출신 연기자 황정민씨 역시 출연했다.

이 중 유해진, 박희순, 황정민의 세 배우는 최근 영화 1987에도 함께 출연해 눈물나게 반갑더라.

이 작품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건 박희순씨가 맡은 희수라는 역할.

소심하고 심한 말더듬이에다 동성애자인 그는 원치 않게 블라디미르역을 맡게 되면서 그야말로 처절하게 울부짖는다.
오지도 않는 고도를 도대체 왜 어떻게 기다릴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처절하게 울면서도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 했지만 어느 순간 희수는 느낀다.
블라디미르처럼 자신도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가 수록된 책이 전자책으로 나왔 있더라.

한국 희곡이 전자책으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정말 희귀한데 하필 이 작품이라니... ㄷㄷㄷ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에서 발췌한 문장 몇을 적어본다.



지환 : 대답만 해. 너흰 물을 자격 없어. 다른 사람은? 야, 거기 키 작은 동성애자. 넌 무슨 연극이 하고 싶니?
희수 : …마, 마이너리티를 위한 연극이요. 세상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는 사람들이 잘 못됐지, 비,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말하는 연극이요.



희수 : (쉬지 않고 주루룩 읽는다) 넌 아직 최후의 노력을 다하진 않았어. ‘침착해야지‘라고 말하고는 다시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안 된다는 생각을 물리치려고…



희수 : (역시 고함이다) 고도를 기다리려구!

지환 : 소리만 지른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희수 : 소리지르는 건 형도 마찬가지잖아요! 아, 안된다고 소, 소리만 무조건 지, 지르면 어 떡해요?

지환 : …내 말은… 마음속으로 기다리란 말이야. 기다림이 느껴지지 않는데, 어떻게 관객이 그걸 느끼겠어.

희수 : 어떻게요?

지환 : 내가 좀 전에 그랬지. 네가 원하는 것으로 고도를 설정하라구 네 기다림을 보여주란 말이야.

희수 : 고, 고도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어떻게 느, 느, 느껴요. 여, 여태까지 한 번도 안 온 작자인데 어, 어떻게 믿으란 말이야. 형이라면 그런 작잘 미, 믿겠어요?

지환 : 한 번도 안 왔으니까 더 간절히 기다릴 수도 있잖아.

희수 : 무, 무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걸요… 저, 정말이에요. 아무 것도 모, 모르겠어요. 내, 내가 무얼 원하는지, 누구와 싸, 싸우고 싶은지, 그냥 끝, 끝이 안 보이는 터널 속에 들어온 것처럼 다, 다, 답답해!

지환 : 그럼 그걸 고도로 삼자. 재미없고 답답한 이 상태에서 벗어나는 걸로. 됐지? 이제 고 도가 결정이 났으니 그 장면 처음부터 죽 달려보자.

희수 : 가, 가망 없어요. 여태까지 하, 한 번도 그 상태에서 버, 버, 벗어나지 못했는걸요… 저, 저, 전 안돼요.




희수 : 아, 안 되는걸 어쩌란 말이야, 나, 난 이 자, 작품을 이해할 수 없어요. 도대체 무, 무 얼 기다리는지, 어, 어째서 오, 오지도 않는 사람을 이, 이렇게 여, 여, 여, 열심히 기 다리는지 이, 이, 이, 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고함을 지르며 분에 못 이겨 자 신을 주먹으로 친다) 이해할 수, 수, 수가 없다구요.

재호 : 희수야! (희수를 뒤에서 잡는다) 그러지 마- 그러지 마-

지환 :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사람들이 오지도 않는 고도를 왜 이렇게 기다리는지, 나는 또 무얼 기다리고 있는지, 기다리고 있기나 한 건지…

미선 : 지환이형!

지환 : 자식아,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순 없는 거잖아. 우린 아직 끝까지 가보지도 않았어. 절망은 거기서 하자구. 지금은 연습에 매달려 보잔 말이야. 알아듣겠어, 이 얼간아?




희수 : …내, 내가 기, 기다리는 걸로 고, 고도를 저, 정하라 그랬죠. 내, 내가 저, 정말로, 기, 기, 기, 기다리는 게… 뭔지 아세요? 어, 언젠가 아, 아버지를 무, 무서워하지 아, 않는 거요. …아, 아버지가 무, 무서웠어요. 아, 아버지 아, 앞에만 서, 서면 오, 오금이 저려서… 뭘 하든 제,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어요. 하, 한 번도 아, 아버지를 마, 만족시킬 수가 없었어요. 사, 사내답지도 모, 못하고, 서, 성적도 그, 그저 그렇고, 마, 마, 말까지 더듬으니까… 주, 중학교 때는요. 바, 반항도 해 보, 보았는데… (웃는다) 시, 심하게 맞았어요. 고, 골프채로… 사,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웃는다) 사, 사실은 죽이고 싶었어요. 아, 아버지에게 달려들어 숨통을 조, 조르고 싶어 주, 주먹이 프, 프, 프, 푸들푸들 (사력을 다해 주먹으로 손바닥을 격하게 친다) …그, 그럴 수 있을까? …나, 나는 이렇게 생겨 먹은 놈이라고, 더 이상 가, 강요하지 말라고… 사, 사내답지도 아, 않고, 자, 장남의 역할도 시, 싫고, 그리고… 나, 남자이기도 시, 싫다고 이야기할 수 이, 있을까요?… 어, 언제까지 이렇게 수, 숨기면서, 부, 불편해 하면서 사, 살아야 하죠? …거, 거기서 벗어날 수 이, 있을까? 나, 나를 이, 인정해주는 세상이 올까요?… 기, 기다리면, 츠, 츠, 최선을 다하면 고도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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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초록물고기!
(ㅜ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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