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경계의 밖으로 뛰쳐나가는 들뢰즈의 탈주적 상상력이 연암과 만나서 탄생한 고전 평론의 걸작.
여전히 `고전 평론가` 고미숙씨의 최고 저작 중 하나로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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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꿈 2016-07-03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난 김에...
리뷰한 그린비판은 오래 전에 절판됐지만 다른 출판사에서 신판이 나와서 잘 나가는 중이다.
 

원래는 일주일에 한 권, 즉 한 달에 네 권 정도를 읽는 게 일반적인 패턴인데 어쩌다 보니 이번 달은 읽은 녀석이 7권이나 되버리는 바람에 좋지도 않은 두뇌의 처리 능력을 넘어버렸다.
(ㅡㅡ;)
한 번 정리하지 않으면 머리 속에서 날아갈 것 같기도 하고 느낌 정도는 남겨두고 싶어서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읽는 게 좀 느리다... 야근족이라 시간도 별로 없고... ㅜㅜ)
이번 달에 읽은 책들은 이렇다.

1. 고양이 대학살 - 로버트 단턴(종이책)

2. 퓨처 워커 4권 - 이영도(리디 페이퍼)

3. 그림자 자국 - 이영도(리디 페이퍼)

4. 世界の果てのこどもたち - 中脇初枝(킨들)
(세상 끝의 아이들 - 나카와키 하츠에)

5. 책과 혁명 - 로버트 단턴(리디 페이퍼)

6. 羊と鋼の森 - 宮下奈都(킨들)
(양과 강철의 숲 - 미야시타 나츠)

7.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리디 페이퍼)

7월에는 하반기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이 발표 되는 관계로 읽을 것도 늘고 바빠질 것 같다. 월말에는 박경리의 토지도 시작할 계획이라... ^^;

1. 고양이 대학살 - 로버트 단턴(종이책)
오래전부터 읽고 싶은 책이었지만 어쩌다보니 왜국(?)에 거주하게 돼버려서 오랫동안 읽지 못하고 있던 녀석. 이런 녀석들은 전자책으로는 잘 안나와 준다. 지난 골든 위크에 한국에 갔을 때 큰 맘 먹고 구입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종이책을 읽는 것 자체가 몇 년만이라 종이와 잉크 냄새에 취한 듯 행복하게 읽었다.

2. 퓨처 워커 4권 - 이영도
이제는 과수원 농부로 전직하신(ㅜㅜ) 그분의 소설. 그분의 나름 최신작인 그림자 자국을 읽으려하니 드래곤 라자와 퓨처 워커 둘 다 읽은지가 10년도 넘어서 가물가물했던 탓에 복습하러 달리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드래곤 라자의 속편을 기대했던 탓인지 많이 실망했던 작품인데 이번에 복습하면서 그분 최고의 걸작으로 지위가 격상되셨... ㅜㅜ
이참에 나머지 작품들도 복습하는 걸로.

3. 그림자 자국 - 이영도
출간 당시에 마침 워킹 홀리데이로 왜국(?)에 있었던 탓에 손에 넣지 못했던 녀석. 이후에도 계속 연이 닿지 않았는데 전자책으로 나와준 덕에 드래곤 라자부터 복습 개시.

다만 작품은 많이 아쉬웠... ㅜㅜ 좀 더 다듬어서 나중에 내주셨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됐을 것 같은데...

4. 世界の果てのこどもたち- 中脇初枝
원래는 계획에 없던 녀석. 본인이 서식하는 모 커뮤니티에서 일본인 학생이 추천하는 걸 보고 책 정보를 찾아봤다가 급 계획 변경! 지금은 그 학생에게 매우 감사하고 있는 중. 이 작품의 한국어 출간을 바라고 있기도 하다.

일본에서 이런 내용의 소설이 대중적인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히 놀랍다.(올해 서점대상 3위!)

일본 제국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세 명의 여자아이(조선인 1명, 일본인 2명)의 삶을 그리면서 일본 제국주의와 그들이 벌인 전쟁을 날서게 비판하고 있다. 황국신민서사, 교육칙어 등 일제의 치부를 거침 없이 까발리고 있기도 하다.

다만 한중일의 근현대사를 한곳에 아우르려 하다 보니 후반에서 힘에 부쳤다는 인상이다. 그점이 무척 아쉽다.

굵직굵직한 것만 들어도 다음과 같다...
태평양전쟁, 한국전쟁, 중국 국공 내전, 문화대혁명, 홍위병, 재일 교포 북송 사업, 중국 잔류 일본인 고아 귀환 사업, ....

저자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어렸을 적 이웃에 살던 재일 교포 아주머니가 그렇게 살갑게 대해줬고 그래서 일본에서 교육하는 역사에 의문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진실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아마도 주인공의 한 명인 조선인 美子(미자, 요시코)는 그 아주머니가 모델이 된 것으로 보인다.

5. 책과 혁명 - 로버트 단턴
프랑스 대혁명 전에 암암리에 나돌던 불온하고(?) 외설적인 책들이 어떻게 앙시엥 레짐을 허물어뜨리는 데 일조했는지를 추적하는 책.
사실 앞서 읽은 고양이 대학살은 이 책을 읽기 위한 밑공부였던 셈이다. ^^;
운 좋게도 몇 년 전에 재판이 되면서 전자책으로도 출간이 되었지만 고양이 대학살과 함께 읽으려고 오랫동안 대기열에서 기다리던 녀석이기도 하다.(학술 서적, 그것도 구간은 재판을 찍지 않는 이상 전자책만 따로 작업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6. 羊と鋼の森 - 宮下奈都
올해 일본 서점대상 1위를 차지한 녀석. 즉, 영화화될 가능성도 매우 높은 작품이라는 소리.
스토리는 사실 별 거 없다. 피아노에 매료된 소년이 조율사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다만 이렇게 술술 읽히는 일본어 문장은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 음악과 피아노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인데 쉬운 단어를 구사하면서도 음악과 피아노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리얼하게 묘사해내는 문장이 일품이다.

7.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개인적으로 올해 목표 중의 하나가 토지의 완독. (^^;) 아마 7월에 보너스를 타면 토지를 지를 예정.
선행 학습 겸 예행 연습으로 먼저 고른 녀석이지만 시대를 뛰어 넘을 고전의 반열에 오를만한 작품이었다.
통영 방언이나 옛말이 많이 등장하는 탓에 책 뒤에 어휘 풀이를 해두었는데 덕분에 전자책의 장점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단어 선택 -> 본문 검색 -> 확인 -> 되돌아가기 버튼으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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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채식주의자 : 한강 연작소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먼저 고백해둔다. 맨부커상, 채식주의자, 한강. 모두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래, 생업을 핑계로 몇 년 간 문학과는 데면데면 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이 작품을 읽고 주워 섬기는 것도 낯간지럽고 해서 나중에나 읽을 요량으로 있었으나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을 읽어보지도 않은 `무식한 녀석`이 되는 것 같은 분위기에 항복을 선언. 아무래도 나는 영혜처럼 자유로워지기는 불가능할 듯 싶다. 사람의 눈과 입은 천근보다 무겁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 작품은 `욕망`에 맞딱뜨린 3인(영혜, 그(인혜의 남편), 인혜)을 통해 욕망의 본질을 한 겹 한 겹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가 한 겹 한겹 포개 놓은 욕망의 모습과 의미들은 수없이 많은 결을 이루고 있어서, 마치 페스츄리나 양파를 마주한 것 같다.
그만큼 이 작품은 주제의식을 다각적이고 다층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의미의 결들은 중간 중간의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와 뒤엉키면서 생각지도 못한 울림을 자아낸다.

영혜는 욕망에 솔직하고 충실해지는 인물이다. 그녀에게 욕망은 자유이며 그밖의 인간사회의 모든 규범은 구속이고 억압일 뿐이다. 심지어 가족조차도. 그것은 브래지어를 입지 않게 되는 것으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몽고반점에 등장하는 `그`는 사실 대부분의 욕망을 성취한 자이다. 그것은 그의 아내 인혜로부터 비롯된 것들이다. 마치 어머니와도 같은 아내 인혜의 헌신 덕에 그는 경제적으로 가정적으로 심지어 원하던 직업에서 생리적인 욕정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욕망을 이미 성취한 것 같다.

그럼에도 그는 영혜의 그것과도 비슷하게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럼 도대체 이녀석의 정체-본질은 뭐라는 뜻일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것은 위험하다. 어둠 속에서 손짓하는 이 꽃잎을 잡았다가는 그의 모든 성취가 산산히 부서질 것이다.
벗겨지기 시작한 그의 머리와 불러온 그의 배, 즉 망가지고 흉물스러워진 그를 감추고 보호해주던 모자와 점퍼를 이녀석은 모조리 벗겨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를 파괴할 것이다. 영혜의 욕망이 종국에는 자기 파괴로 치달아 가듯이.

나무 불꽃의 인혜는 아마도 독자 대부분이 감정을 이입하게 되지 싶다. 그녀는 항상 자리를 지키는 나무이자 어머니이다. 아들에게뿐만이 아니라 남편인 그에게도 그녀는 어머니였고 동생 영혜에게도 어머니다. 보살피고 보둠어주는 그 모든 짐을 인혜는 기꺼이 떠맡는다.

인혜에게도 때로 욕망이 손짓해오는 것 같지만 그녀는 영혜가 한 것처럼 브래지어를 벗을 수 없다. 아들이 좋아하던 옷, 어머니로서의 옷으로 갈아입고 견뎌낼 뿐이다. 때로 죽음을 원하는 듯하면서도 그녀는 의사에게 간다. 죽음을 원하면 안되냐고 반문하는 영혜와는 다르게.

납득할 수 있는 이유조차 없이 자기 파괴로까지 치달아가는 영혜에게 끝까지 저항하는 인혜의 모성은 그래서 눈물겹다. 깊고 복잡한 울림이 있다.

항복을 선언하고 이제라도 이녀석을 들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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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서 읽었던 책들을 머리 속에서 정리하기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지...

예전에는 방 안에 들어앉아 있으면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읽은 책들을 금새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들은 방안 벽을 채우고 있는 책장 어딘가에 반드시 꽂혀 있어서 언제라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고 그것들을 쓱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내용이었는지 어디까지 읽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대부분을 되새김질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들은 이제 일년에 한두 번 한국집에 돌아갔을 때나 돌아볼 수 있게 됐고 대개의 책들은 전자책으로 읽게 됐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전자책 리더기나 어플리케이션을 작동시켜서 굳이 읽어봤던 책들을 찾아보지 않는 이상 되새김질을 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예전에는 잠자리에 들무렵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되새기고 정리가 돼서 몇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떠오르던 것이 이제는 채 일주일을 넘기기 어려워졌다.
이제는 일주일만 지나도 뭘 읽었었는지, 어떤 내용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전자책 덕분에 이제는 좁은 방구석에 궁리를 해가며 책 둘곳을 마련하지 않아도 마음껏 책을 사고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됐건만 그만큼 휘발성도 강해져서 부러 노력하지 않으면 기껏 읽고 머릿 속에 정리한 것들이 기화 되듯 사라져버린다. 편리함의 이면에는 그만큼의 대가가 따른다는 당연한 진리를 새삼 몸으로 깨닿게 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모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읽은 책들을 정리하고 감상을 적고 있다. 인공적인 되새김질의 수단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충격 고백! 스무 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읽어온 녀석들을 얼추 정리해보니 겨우 백여 권 남짓이다.
잘 기억나지 않는 녀석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니 그녀석들 빼고, 만화책들을 세는 건 사실 반칙이니 그것도 빼고 나면 정말 백 권을 간신히 넘는다.
무려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읽어낸 책이라는 게 고작 이것 뿐이라니... 심지어 태반은 최근 2~3년간 읽어낸 것들이라는 걸 알고 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ㅡㅡ;)

나 여지껏 뭐하고 산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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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2016-06-3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본격적으로 알라딘 서재를 이용한지 얼마안됬는데.. 누가 요즘 뭘읽나?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까치님의 충격고백! 도 볼수있어서 재밌네요 :) 최근 2-3년 동안 100권 가량 읽으셨다니... 정말 리스펙트합니다!!!

까치의 꿈 2016-06-30 23:25   좋아요 0 | URL
사실 스무 살 때부터 읽은 거 다 합쳐서 100여권이예요. (ㅜㅜ)
무려 15년도 더 넘는 동안 그거밖에 안된다는 거...
 
つまをめとらば (單行本)
靑山 文平 / 文藝春秋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환갑도 더 지나서야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노작가 아오야마 분페이는 에도 시대를 살아가는 군상들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그 속에 인생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담아냈다.
단편 한 작품 한 작품마다 느껴지는 삶과 운명에 대한 겸허함과 겸손함은 작가가 삶에서 얻은 깨달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솔직하게 담아낸 진정성이야말로 단편 `아내를 맞아들이며つまをめとらば`가 2016년 상반기 나오키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일 것이다.
함께 수록된 다른 단편들의 밀도 역시 `아내를 맞아들이며`에 전혀 뒤쳐지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나오키상은 이 노작가의 문필 활동에 대한 공로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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