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나는 이 시가 참 싫었다. 
내 삶은 수제비로 범벅이 되어 있는데 슬퍼하지도 말고 노하지도 말라니. 희망은 안 보이는데 견뎌내라니. 세상은 이른바 배웠다는 위선자들로 가득 차 있는데 기쁨의 날이 올 것을 믿으라니. - P26

나는 나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나는 5월의 찬란한 햇살 밑에서 향긋한 꽃 내음을 그대로 들이마시며 어깨를 펴고 살고 싶었다.

당신은 어떠한가?  - P27

이제라도 삶이 당신을 속인다고 생각되면 그 삶을 던져 버려라. 내동댕이쳐라. 삶은 한 번뿐이다.  삶에 비굴하게 질질 끌려가지 마라.  명심해라. 당신이 분노하여야 할 대상은 이 세상이 아니다. 당신의 현재 삶에 먼저 슬퍼하고 분노하면서 
‘No!‘라고 말하라. Say No! 
그리고 당신의 삶을 스스로 끌고 나가라. 당신이 주인이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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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자코 불을 보고 있었다. 장작과 장작 사이에 약간의 틈을 주고 늘어놓으면 그 틈새로 신나게 불길이 솟구친다. 사이를 떼어놓으면 그 순간 불길이 약해지고 빨갛던 장작이 하얀 연기를 내면서 까매진다. 장작을 가까이 갖다붙이면 다시 불꽃이 일어난다. 불꽃은 장작과 장작 사이에서 태어나는 덧없는 생물 같았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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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 가을이 되어 막다른 골목에 몰린 나는 거의 가능성이 없는, 그러나 가장 바라던 바를 향해 발을 내딛기로 했다.
추분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도쿄에서는 드물게도 잠자리 떼가 북서쪽에서 찾아와서 상공을 호버링하고, 전선이나 벽돌담에 앉아 날개를 쉬기도 했다.  이층 베란다에 나가서 빨래건조대와 난간에 앉아 있는 잠자리를 가까이에서 보았다. 얇은 금속 같은 정교한 날개와 깊은 붉은색을 띤 동체, 복안複眼의 번지는 듯한 광휘, 인간의 손으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창조물은 삼십 분도 되지 않아 모두 날아가버렸다.  바람이 없는 건조한 날이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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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낙엽보다 더 외로운 나는
나의 버려진 행복을 싣고
여름의 푸르른 물속에서
고요히 노를 젓는다
죽음의 땅까지
가을의 슬픔이 밀려오는 해안까지

어느 그늘 아래 나 자신을 풀어 놓는다
사랑의 믿음이 없는
행복도 달아난 그늘에
영원의 기약도 없는 그늘에


p 134
여름의 푸르른 물속에서 中

창문

보기 위한 하나의 창문
듣기 위한 하나의 창문
우물 같은 하나의 창문
그 깊은 곳에서 지구의 심장과 맞닿은 우물
지지 않는 푸른빛 광활한 친절을 향해 열려 있는 우물
고독한 작은 두 손을
자비로운 별들이 선물한 밤의 향기로
가득 채우는 하나의 창문
그곳에서는 가능하리라
제라늄 꽃의 고독한 축제에 태양을 초대하는 일이

나에게는 하나의 창문이면 충분하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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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삶이여 나는 여전히
당신이 없어도 당신으로 넘쳐 납니다 그대의 손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그대로부터 도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 P28

나는 사랑합니다. 새벽의 별을
정처 없이 방황하는 구름을
비 내리는 날들을
당신의 이름이 어디에 있든 그것을 사랑합니다

나 스스로를 목말라 하면서도
나는 마십니다
당신의 순간순간 불타는 피를
그렇게 당신으로부터 희망을 받아 마십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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