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을 만지작거리고 있자면....
가을하늘이 파란 사탕 껍질처럼 펼쳐진 날...

영화 속에 흔히 등장하는 장면 하나. 여자 두 명이 함께 길을 걸어간다. 남자 주인공은 천진하게 걸어오는 그녀들을 발견한다. 두 여자 중 더 알려진 배우가 맡게 되는 여성 캐릭터는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고, 다른 한 여자는 어딘가에 홀로 남는다. 연수와 다닐 때면 ‘다른 한 여자‘의 역할은 항상 내 차지였다. 사랑에 빠지는 여자와 혼자 남는 여자, 세상에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었던 것이다. - P47
그런 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라고.언젠가 자신이 신을 찾게 될 거라는 믿음이나 언젠가 예술을 하게 될 거라는 예감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하게 되는. 영혼에 새겨진 주름 같은 것이라고. (...) 믿음이란 상대가 자신을 해치거나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안심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 P98
나는 당신이 자라면서 겪어야 했던 일들에 책임 있게 나서준 적이 없었고, 아버지의 경우는 굳이 떠올리고 싶지도 않지만 쥐어짜려야 쥐어짜낼 기억조차 없다. 따라서, 당신이 아이를 위해 하는 모든 일은 어쩌면 아이를 위하는 그 이상으로 당신 자신을 위하는 길이기도 했다. (...) 타인에게서는 보상받을 수 없는 어린 시절의 당신을 위한 것. 당신은 그 사실을 정확하게 의식하며 아이를 사랑한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면서, 동시에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믿는 것이다. - P206
로그라인. 영화의 주제와 줄거리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말로 할 수 있었다면 말로 했지. 구태여 영화로 말하려고 하지 않았겠죠. 한마디로 될 일이었으면 그냥 한마디로 말하면 되잖아요"라고 말하고싶었으나, 늘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마디로 요약되기를 거부하는 말이었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어째서 이야기를 그렇게 써야 하냐고 반문하는 이야기였는데.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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