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HAKUNAMATATA > [마이리뷰] 비밀 (합본)

눈에 보이는 것만이 슬픔이 아니듯
비밀은 없다
존재만으로 이미 비밀일리 만무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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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인간


[당신은 모른다.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한 채

그 모든 것을 아직 알지 못한 채]

지금 당신은... 🤔




-에우로파

[마치 누군가가 암호를 걸어놓은 듯 수수께끼 같은 표정만은 인상적이었다] p75

[ 차가운 유리잔처럼 섬세한 그 목소리의 표면에, 기묘하게 처연한 슬픔 같은 것이 자잘한 물방울들처럼 완결되었다가 사라지곤 했다.] p76


커다란 창문으로 오전의 가을 햇빛이 눈부시게 들어오는 1층 카페다.


친하지 않은 누군가의 집에 갑작스럽게 초대돼 엉거주춤 부엌 식탁 앞에 앉아 있는 기분 이다. - P70

지나치게 뻑뻑하게 감은 오르골처럼 부서졌다. 자잘한 부속들이 사방으로 튀듯 더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취중 독백 같은 문장들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논리와 인과가 무의미해지는 지점을 통과해, 내가 모르는 어딘가로 넘어갔다가 우연히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을. 이상한 열기와 집요함을 그 와중에 얻어냈다는 것을. - P83

나 역시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


언젠가 그녀가 나를, 내가 그녀를 깊게 상처 입히리란 것을 알고 있다. 우리 산책이 영원하지 않으리란 것을 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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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아지기 전에

부질없는 심문과 대답 사이, 체념과 환멸과 적의를 담아, 서늘하게 서로의 얼굴을 응시하는 시간.
눈이 흔들리고 입술이 떨리는 시간.
내 죽음 속으로 그가 결코 들어올 수 없고, 내가 그의 생명속으로 결코 들어갈 수 없는 시간. - P28

어젯밤 편집자에게 부쳤어야 했던 원고를 다시 읽기로 한다. 그러나 첫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형편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형편없는 것을 쓰는 일에 긴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어젯밤 은희 언니의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이 원고를 의심 없이 넘기고 출국했을 것이다. 그녀의 소식이 내 의식을 꿰뚫으며 구멍을 만들었고, 그래서 별안간 눈이 밝아진 것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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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가와 마사야 즉 Lily Franky 의 자서전소설 《도쿄타워》

[ 60년에 한 번씩 찾아온다는 병오년. 그 해에 태어난 여자아이는 남자를 잡아먹는다는 속설이 그때만 해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것은 비과학적인 속설이었다. 



혹은 너무 드센 생명력을 가진 해라서 그랬다나.
아무튼 여러 가지 설이 있는 모양인데 요즘 시대라면 아무도 믿지 않을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태어나고 3년 뒤인 1966년은 60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그 병오년이었다.] p337

내가 1966년 그 병오丙午年 출생이다. 1945년 해방이후 외할머니와 엄마는 일본에서 나오신 이후 한국에서 사셨지만 일본 풍습과 문화의 영향이 컸는지 온전히 믿었는지 아무튼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나를 1967년 정미丁未年 양띠라고 말해야 하고 그 누구라도 감쪽같이, 후환(?)없도록 마침내 사위( 내 아버지)까지 설득을 시켰으니
출생신고도 그렇게 해를 넘겨 등록케 하셨다.
올해 구순이신 울엄니는 전화 통화할 때마다 ˝니가 올해 몇이냐? 호적상... 그럼 진짜는 +1 이제~˝ 라며 확인 하신다ㅋㅋㅋ
어쨌든 출생의 비밀 (1966년생이라고 밝히면 안되는) 을 간직한 채 지금까지 살고 있다.
밝힐 수 없는 들키면 안되는 내 출생의 비밀의 유래와 근거를 《도쿄타워》에서 찾다니!

˝아리가또 나카가와 마사야˝

머잖아 환갑을 맞을 나는 감쪽같은 금기를 슬금슬금 깨고 있다 .
지하에 계신 외할머니께서 벌떡 일어나 막으시고 싶으시겠지만
˝나...말했던가 병오🐎이야 ˝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그곳에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의 분위기가
환하게 밝아집니다
당신이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의 마음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그런 당신이
나도 되고 싶습니다
-아이다 미츠오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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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하루와 한 해는 농밀하다]

[어른의 하루와 한 해는 덤덤하다]

나카가와 마사야 즉, 릴리 프랭키

빙글빙글 구루구루 그 장엄한 추억속으로 들어가 본다.
울준비도 되어있다!

그것은 마치 팽이 심지처럼 꼭 한가운데 꽂혀 있다.
도쿄의 중심에, 일본의 중심에, 우리 모두가 가진 동경憧憬의 중심에. - P4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희곡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온갖 성실한 것 중에서도 결혼이라는 놈이 가장 장난을 많이 친다.‘ - P37

끔찍하게 귀찮고 무겁기 짝이 없는 그 ‘자각‘이라는 것.
그 자각이 빠져버린 부부가 쌓아올린 가정이라는 모래위의 누각은 비바람이 몰아치면 한 차례의 파도에도 허망하게 휩쓸려나가 모래사장에 가족의 사해만을 남겨놓은 채 사라져 버린다.
모래에 처박힌 조개껍질처럼 어린 아이들은 그곳에서 물결의 행방을 지켜본다. 그리 쓸쓸한 것도 슬픈 것도 아니다. 그저 엄청나게 냉정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 P38

형제가 똑같이 비겁하다고 생각했고, 형제라서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 P54

가난은 비교할 것이 있을 때 비로소 눈에 띈다. - P55

도쿄에서는 ‘필요한 것‘만 가진 자는 가난한 사람이 된다. 도쿄에서는 ‘필요 이상의 것‘을 가져야 비로소 일반적인 서민이고, ‘필요 과잉한 재물‘을 손에 넣고서야 비로소 부유한 사람 축에 낀다.
‘가난하더라도 만족하며 사는 사람은 부자, 그것도 대단한 부자이다. 하지만 부자라도 언제 가난해질지 모른다고 겁을 내며 사는 사람은 헐벗은 겨울 같은 법이다.‘
<오셀로>에 등장하는 이런 대사도 도쿄라는 무대에서 듣게 되면 관념적이고 진부하기 짝이 없는 말로 다가온다.  - P56

‘가난‘이란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결코 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도쿄의 ‘볼품없는 가난‘은 추함을 넘어 이미 ‘더러움‘에 속한다. - P57

하지만 당연히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당연한 일‘이 내게만은 일어나지 않는 일이 있다. 누구에게라도 일어나는 ‘당연한 일‘,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까지 저절로 찾아오는 ‘당연한 일‘이 나에게만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전혀 힘든 일이 아니었을 터였다. 이루어지지 못할 일이 아니었을 터였다.
남에게는 ‘당연한 일‘이 나에게만은 ‘당연한 일‘이 아니게 된다. 세상의 일상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평범한 현상이 나에게는 완전히 ‘기적‘으로 보인다..... - P82

도쿄에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발에 밟힐 만큼 자유가 굴러다닌다. 떨어진 잎사귀처럼 빈 깡통처럼 어디에나 굴러다닌다.



스스로를 훈계할 능력이 없는 자가 소유한 질 낮은 자유는 사고와 감정을 마비시키고 그 인간의 몸뚱이를 길가 진흙구덩이로 끌고 들어간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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