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아지기 전에

부질없는 심문과 대답 사이, 체념과 환멸과 적의를 담아, 서늘하게 서로의 얼굴을 응시하는 시간.
눈이 흔들리고 입술이 떨리는 시간.
내 죽음 속으로 그가 결코 들어올 수 없고, 내가 그의 생명속으로 결코 들어갈 수 없는 시간. - P28

어젯밤 편집자에게 부쳤어야 했던 원고를 다시 읽기로 한다. 그러나 첫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형편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형편없는 것을 쓰는 일에 긴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어젯밤 은희 언니의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이 원고를 의심 없이 넘기고 출국했을 것이다. 그녀의 소식이 내 의식을 꿰뚫으며 구멍을 만들었고, 그래서 별안간 눈이 밝아진 것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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