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살 더글러스 스폴딩의 1928년 여름.
더글러스 스폴딩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깜찍하고 발랄하고 은근은은훈훈한 문장의 향연, 빛바랜 추억의 소환과 위안을 받기에 충분한1974년에 쓴 레이 브래드버리(1920.8.22~2012.6.5.)의 소설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글풍이 있다.
창작은 모방에서 비롯 되고 밑줄 긋는 문장을 반추할 때면 작가를 폄하하려는 것은 추호도 아니지만 혹시 ‘하루키도 여기서...‘, 음~ ‘김연수도 여기서...‘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밑줄긋었겠다 싶은
-김연수의 소설《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2007년- 제목만으로 김연수라는 소설가를 예사롭게(?) 보지 않고 그의 작품들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메리 올리버의 시《기러기》1992년- 의 한 구절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래 그랬어 역시 먼저 알았을 뿐이야 여기서 차용했어‘ 라고.
#원조 #발견 #차용 #표절 #모방

조용한 아침이었다. . . 바람은 완연한 여름 느낌이었다. 세상은 천천히 따뜻한 숨을 길게 내쉬고 있었다. . . 여름 아침이 열릴 것이다. 열두 살인 더글러스 스폴딩은 이제 막 잠에서깨어났다. 이른 아침에 흘러 들어온 여름이 그의 곁에 빈둥대고 있었다. - P17
‘와인을 병에 담을때마다 1928년을 몽땅 안전하게 모아 두는 것이다.‘ 이런 표현은 어때, 톰?" . . 아빠와 최초로 싸우고 혼남. 1928년 여름, 6월 24일 아침. 뒷면의 발견과 계시 칸에는 이렇게 썼어. 어른과 아이가 싸우는 이유는 서로 다른 종족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보라, 우리와 다르지 않은가? 우리를 보라, 그들과 다르지 않은가? 서로 다른 종족이며 ‘둘이 결코 일치할 수 없으리니.‘ 이 말들을 음미해 봐, 톰. - P55
완벽한 침묵이었다. 이런 침묵은 생전 처음이다. ㆍ ㆍ ㆍ 천만 개의 달팽이 촉수가 움츠러들듯이 별빛이 거두어졌다. 귀뚜라미들이 노래했다. 어둠은 놀라고 충격 받아 화를 내며 물러섰다. 막 잡아 먹으려는 찰나에 그렇게 무례하게 뛰어들자 식욕을 잃고 물러난 것이었다. - P77
"모든 걸 아는 것처럼 보이는 건 늙은이의 특권이야. 하지만 그것도 연기고 가면이야. 다른 연기나 가면과 마찬가지로 우리 늙은이들 사이에선 서로 윙크를 하고 웃으며 ‘내 가면, 내 연기, 내 확신이 어때?", "인생은 어차피 연극 아니야?‘, ‘내 연기가 썩 괜찮지 않았어?"라고 하지." - P230
그는 눈을 감았다. 6월의 새벽, 7월의 정오, 8월의 저녁이 끝나가고 끝났으며 영원히 사라졌다. 그의 머릿속에 느낌만 남긴 채. 이제 가을 전체가, 하얀 겨울이 시원한 초록빛 봄이 지난여름을 결산할 것이다. . . .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잠들었다. 그리고 그가 잠자는 동안1928년 여름이 끝났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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