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꿈들
박기범 지음, 김종숙 그림 / 낮은산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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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것들이 있다. 매춘, 도둑, 사기 등등. 그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이며 가장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전쟁'이다.

전쟁은 왜 끔찍한가? 인간은 선악을 나누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건 평화를 전제로 해야 발휘 가능하다. 전쟁이 벌어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선과 악이 아니라 아군인가 적군이가 그 뿐이다. , 누구 편이냐가 문제이지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는 문제가 안되는 것이다. 이를 문제삼기에는 '생명'이라는 가장 고귀한 가치가 실시간으로 위협 받는다.

그렇기에 전쟁은 끔찍하다. 그 시간에는 정의가 없으며, 그 장소에는 생명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기가 쉽지 않다.

은하영웅전설에서 양 웬리가 그랬던가? 사람들은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면서 전쟁을 벌이고 나중에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며 전쟁을 멈춘다고. 그 와중에 이득을 보는 것은 소위 지배자들이라 불리는 최상류층이다.

물론 전쟁이라는 것이 오로지 물질적 욕구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시작은 그럴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처음에는 욕심 때문에 전쟁을 일으킨 자들조차 자신이 겉치장으로 내세운 명분을 신념으로 착각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 꿈들'이란 책은 미군에 의해 일어난 이라크 전쟁과 그 이후 이야기가 담겨있다. 먼 곳에서 숫자로만 접했던 그 곳의 참혹한 현장과 삶이란 그 어찌 말로 설명이 가능할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후 이라크에서 철군을 하려 하지만 치안 문제 때문에 철군을 쉽게 못한다니 이들의 삶이 언제 나아질지 의문이다.

나는 조지 부시가 확신범이라 생각한다.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모르겠지만 조지 부시는 정말 본인이 성전을 펼친다고 믿었다 본다. 그렇기에 더욱더 위험한 사람이고 그 결과는 앞뒤 잴 것 없는 이라크 전쟁으로 나타났다. 그 몰아낸다는 독재자와 그 집안이 나름의 커넥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부시 만이 아니다. 그 당시 전쟁을 지지하는 미국인들의 수는 과반수를 한참 넘었다고 한다. 그들 중에는 석유라는 이익을 쫓은 사람도 있었겠지만 정말 독재에 대한 증오로 자신을 정의라 생각한 미국인들도 꽤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전쟁의 원인을 볼 때 이 둘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북한과 대치한지 거의 반백년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미 실제적 이익은 사람들의 뇌리에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북한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으며 그렇기에 그들은 나쁜 국가라는 수사법이다. '국가'라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공동체가 이데올로기로서 지배하고 있기에 아무런 이익없이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야 어떤 이익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다수 민중들에게 현 대치는 아무런 이익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상당수 민중들은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명분이나 이데올로기는 중요하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강대국들이 아프리카에 대놓고 군을 파견해서 식민지로 지배하지 못하고 자본으로 공략하는 것은 대의명분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에 취해버리면 아무런 이익없이 전쟁을 하게 된다. 물욕에 의한 전쟁은 거래라도 가능하지 신념에 의한 전쟁은 많은 사람이 죽고 나서야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며 멈추게 된다.

전쟁이 일단 터지면 그 어떤 인간의 존엄한 가치도 밑바닥에 떨어지게 된다. 적과 아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차별하게 된다. 전경에서 복무하다 제대한 동생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시위 단체에 대한 적개심이 상당했다. 그런 것이다. 전쟁이란.

전쟁은 안 벌어지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기위해 필요한 것은 용기와 지혜다. 평화를 위해 용기있게 나서는 것과 슬기롭게 문제를 헤져나가는 것이 둘다 중요하다.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이 반드시 필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인류 역사상 반드시 필요한 전쟁이란 자유와 혁명을 위한 몇몇 외에는 없었다. 그것은 남북, 이라크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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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8-2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슬픈 만평이지만
바로 사회를 똑똑히 보여주는 만평이네요.

전쟁터에 나간 군인도
군인을 둔 부모도
우리 모두도
이를 하루 빨리 알아챌 수 있기를 빕니다..
 
우리 비밀 기지로 놀러 와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7
구세 사나에 글.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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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는 아이들의 놀이와 모험을 담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겉표지에 있는 그림도 그랬고 뒷표지의 그림도 그랬다. 그러나 이 책의 진가는 놀이와 모험이라는 아이들의 흔한 이야기에서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포착한 데 있다.

 

지금이야 천변에서 뛰어노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강가에서 노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거기서 가재도 잡고 물놀이도 하고 그랬다고 한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생태 체험장이었던 셈이다. 지금 갑갑한 공간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일본도 지금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우리나라처럼 강가에서 즐겁게 놀았던 모양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요시다는 오하시라는 형을 만나 오하시가 잡은 거북이와 같이 지낼 비밀기지를 만들고 그곳에서 거북이를 키운다. 이름도 지어주고 빵도 주고 놀이터도 만들어주며 지낸다. 아무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거북이가 사라져버린다. 어디로 간 걸까? 둘은 거북이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포기하려는 찰나 거북이가 비밀기지 근처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자세히 보니 옆에 다른 거북이도 있었다. 아마 친구를 만난 것이리라.

 

이 때 대다수의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행동할까? 다시 잡으려고 할까? 그냥 포기할까? 아마 대다수 아이들이 다시 잡으려고 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도 오하시 형에게 빨리 가서 잡자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거북이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오하시는 잡자고 말하는 주인공을 막으며 친구들한테 보내주자고 말한다. 그때 오하시는 울고 있었다. 흰 여백에 살짝 맺힌 눈물은 오하시의 심정을 절절하게 묘사해주고 있다. 정말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는 게 맞을 때 짓는 그런 얼굴이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둘이 거북이가 언제든 놀러 올 수 있게 비밀 기지 앞에 다리를 만든다. 아직까진 오지 않았다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거북이는 비밀기지로 가는 다리를 기어 올라간다. 어떤 의미로 봐야할까? 거북이와 요시다, 오하시 사이의 우정의 징표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 물음이다. 오하시는 왜 주인공을 막았을까? 아마 오하시가 거북이를 다시 잡는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인공만 해도 빨리 잡자고 오하시를 부추기지 않았나?

 

왜 그랬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요즘 나오는 이야기를 한 번 둘러보자. 요즘 반려동물이라고 해서 동물과 같이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동물권이라 해서 동물에 대한 권리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제돌이라는 돌고래를 자연으로 돌려보낸바 있다.

 

이렇게 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도 이미 지구의 주인이 된 인간이 다른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미 인간이 멸종시킨 동물이 얼마나 많은가? 인간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다른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관심이 순전히 인간적인 것 아닌가 하는 불편함이 있다. 반려동물과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볼 때 보기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과연 저게 동물 입장에서 좋은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동물은 그네들끼지 사는게 가장 자유롭고 좋은 것 아닐까?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물음에 답해보자. 오하시가 주인공을 막은 이유도 바로 동물의 생명을 존중해서 그런 것 아닐까? 그 거북이는 오하시가 잡은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 그 주인은 오하시가 된다. 오하시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야기 초반에서 내 거북이라고 주인공에게 소리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하시가 거북이를 풀어준 것은 그게 거북이를 위한 것이라는, 자신이 어떤 한 생명체의 주인이 될 수 없음을 자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진짜 자연을 존중한다면, 생명의 존엄을 존중한다면 바로 이러한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닐까?

 

주인공들은 거북이가 헤엄을 얼마나 잘 치는지 거북이가 친구와 같이 있던 그날 처음 알았다. 그 둘의 이름은 이제 거의 지워지고 없었다. 이 이야기의 핵심주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생명을 존중한다면 그 생명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 책 안에는 한 생명체에 대한 존중과 배려, 우정이 들어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훌륭한 생태교재다. 우리가 생명을 대하는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존엄한 태도가 이 책에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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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8-2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책 이야기처럼 한국에서도 냇가에서
아이들이 `우리 기지`를 만들어서
즐겁게 냇바람과 들바람을 쐬면서
하루 내내 신나게 놀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내일 수업 어떻게 하지? - 작지만 큰 변화를 일으킬 43가지 수업 비법
아이함께 지음 / 살림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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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책이다. 수업의 미시적인 영역에서 교사가 어떻게 해야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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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안중근의 마지막 이야기
박삼중.고수산나 지음, 이남구 그림 / 소담주니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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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이라고 하면 아마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독립운동가로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아는 것은 민족이 어떻게 독립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반드시 알아야할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매우 관념적으로밖에 안중근을 이해하게 된다. 이는 매우 아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안중근은 단순히 그런 2차원적으로 이해할만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고수산나는 안중근에 대해서라면 전문가에 가까운, 아니 전문가라 해도 무방할만큼 안중근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안중근에 대해 그 지인들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실어 그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안중근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인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어 그가 어떤 인물인지 더더욱 잘 알게 해준다.


적에게까지 존경을 받았던 안중근 장군. 그동안 의사로 불렸다가 장군이라 최근에 불리고 있는데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는 스스로를 독립군 장군이라 말했고 그러한 자격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다. 그리고 형무소에서 숱한 일본인들의 존경과 두려움을 받았다. 그에게 감화를 받은 어떤 이는 고국으로 돌아와 안중근 장군을 위해 평생 염을 올렸으니 놀라운 일이다. 세상에 영웅은 많고 위인도 많으나 적에게까지 존경을 받는 인물은 그중에서도 얼마 되지 않는다. 하물며 외부조건을 생각하면 안중근은 다른 위인들에 비하면 그 업적이 그다지 빛나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적에게까지 존경을 받았다는 것은 그의 인격과 의지, 신념의 빛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한 불굴의 의지는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존경의 대상이 되며 닮아가야할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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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세계사 창비청소년문고 5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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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서 박제된 역사가 아닌 우리 주변에 살아 숨쉬는 역사를 체험하게 해주는 책이다. 특히 음식이 우리 입에 오기까지 거대 국젝업들의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고발함으로써 우리가 왜 공정무역을 해야는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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