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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품이란 무엇일까? - 공동체에 대한 고민 ㅣ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6
윤구병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2월
평점 :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문명은 이전과 달리 급속도로 성장한다. 물질문명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근대 국가가 출현하게 되고 이전과 달리 민족주의가 심화되면서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서 인간이 아닌 '개인'이 출연하게 된다.
'개인'의 등장으로 인권의식이 더 높아지고 공동체는 해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라진 공동체를 '국가'가 메우게 된다. 오늘날 '국가'는 그 형태는 민주정이지만 이전의 왕정보다도 더 강하고 넓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성장한 인권의식과 '개인'의 탄생이 결코 온전한 자유의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푸코의 말처럼 근대의 인간은 겉으로 보기에는 자유로워보이지만 실상 감옥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가의 메세지를 받아들여 스스로 검열하는 개인의 모습은 공동체의 품에서 벗어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한지 잘 보여준다.
근대를 상징하는 것은 바로 시간표다. 이전까지 시간이란 자연이 정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시간은 자연이 아니라 자본가가 지정해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여파는 교육에도 밀려왔다. 물론 근대 공교육의 성립은 이전 엘리트 사교육을 극복하고 아이들의 교육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진보다. 그러나 근대 학교가 시간표를 정해 아이들의 리듬을 무시하고 통제한다는 점에서 많은 교육자들의 비판이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통제의 반대말은 자율이다. 자율이란 스스로 규칙을 정해 실천한다는 뜻이다. 학교에도 자율학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자율이란 것이 허울 뿐이라는 건 그 자율학습을 계획하는 교사들도 알고 있다. 진짜 자율학습이라면 왜 야자 폐지를 반대한단 말인가.
윤구병 님의 말처럼 자율은 교육이 추구해야할 궁극목표 중 하나다. 오늘날 한국 교육은 자율성을 길러주고 있는가? 이에 대답은 자율성에 대한 해석에 따라 다르겠고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이 질문에 아니라고 답하고 있다. 아이러니컬한 건 이런 자율성을 말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기존 체제의 승리자라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협동 역시 미래에 꼭 필요하다고 명사들이 말하는 능력이다. 협동을 위해서는 말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또 자유로운 분위기가 필요하다. 억제되고 통제된 분위기에서 겉핥기가 아닌 진정한 협동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령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협동능력을 길러주지는 못한다.
인간은 무리를 짓는 동물이다. 인간의 한자어에 사이를 뜻하는 한자가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무리를 짓고 인간은 협동을 한다. 언어의 경우 인간만큼은 아니지만 원숭이나 다른 똑똑한 동물도 어린아이 수준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몇 천만, 몇 억이 넘는 개체가 협력할 수 있는 종은 오로지 인간이다. 협동능력이 미래에 중요한 능력이 된다 했지만 생각해보면 과거에도 협동능력은 중요했다. 오늘날 개인이 중요시되어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이 능력을 길러주는 곳은 이제 학교 뿐이다.
이 책에는 가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공동체 중에 아직도 무너지지 않은 단위는 오로지 가족 뿐이다. 그러나 그 가족도 요즘은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4가구 중에 1가구가 단독가구라는 통계는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생산을 위한 힘을 재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쉼터라는 점에서 가족은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요즘 공동체란 말은 너무 흔해졌다. 그러나 진정한 공동체는 찾기 어렵다. 공동체는 그 구성원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엄마 품에 안기 듯 사람은 공동체의 품에 안길 수 있어야 한다. 성미산은 그런 점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동체다.
공동체가 공동체 답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공감이다. 공감은 연민의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다른 사람을 안타깝게 여길 때 비로소 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점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너무 쉽게 친구를 배제해버린다.
유창복 님의 말처럼 공동체에서 갈등은 당연한 것이다. 갈등이 없다면 그 공동체의 건강에 대해 의심해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있어도 헤어지지 않는 것이다.
학급은 운명공동체다. 미우나 고우나 1년간 떠날 수 없는 공간이자 품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서로에게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공감할 것인가. 이건 교사에게 필연으로 다가오는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