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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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역사>>에 대한 파고세운닥나무님의 서평을 읽고 이 책의 목차와 내용을 다시 살펴보았다. '책과 역사는 결국 권력을 지향하고 따라서 권력의 산물'이라는 진부하지만 언제나 강력한 목소리를 이 책 목차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들(서구 보수주의자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제3세계를 착취해서 확보한 잉여자본의 힘으로 그렇게 집중해서 책을 쓰고 그렇게 집중해서 자신들의 삶과 자신들의 세계를 정복했다고 생각하고 그걸 엄청 자랑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저자가  생각하는 세계와 역사 안에는 근대 아시아가 그들에게 짓밟히면서 겪은 트라우마와 상실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가 저널리스트인 건 유심히 볼 대목이다. 현재 전 지구의 보수화와 관련하여 이 책의 목차를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근대 아시아쪽에서 그나마 들어갈 수도 있었을 간디의 <힌두 스와라지>, <자서전>이나 카다피의 <그린북>은 제쳐두고라도, 독일인이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회피했다는 것은 극히 명확한 심증이자 물증이라 하겠다...  저자의 정신병적 징후인 것이다... 그러고는 바로 해리포터의 환상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사르코지가 자신을 반대하는 자국 농민에게 면전에서 욕을 했다지 않는가... 그들의 안중에는 자기보다 '힘 없는 남의 입장' 같은 건 없는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서구의 비판적 인문학 이론은 그나마 서구 정신의 전위라 할 몇몇 지식인들이 독일의  홀로코스트라는 '광란' 이후에 정신을 차리고 '성찰'을 시작한 것이고... 하지만 그 성찰의 절대량은 너무도 미미하다는 것!

이 체계를, 이 구도를 뒤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언제나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그리고 정말 걱정된다... 이런 책 읽으며 세계의 역사와 책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미지의 독자들이 곧이곧대로 믿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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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헨드릭스의 책읽기 #14] 독자를 바보 만드는 다이제스트, 난독증과 오독
    from Fly, Hendrix, Fly 2010-07-23 01:13 
    책 vs 역사 -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추수밭(청림출판) # 디트리히 슈바니츠의 그리고 다이제스트 독일에서는 근대사가 시작된 이래로 지속적으로 '교양'이라는 하나의 분과학문은 아니지만, 최소한 알아야 할 에티켓과 같은 '지식'의 카테고리가 있어왔고, 그 분야에서 분명 독보적인 저자들이 있긴 하다. 내가 보기에 '핵심 교양' 즉 다이제스트 시리즈를 만들 수 있는 논자의 실제적인 모범은 디트리히 슈바니츠 정도..
 
 
파고세운닥나무 2010-07-1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보다 더 격한 비판을 하셨네요^^;
저자들이 책을 이렇게 만들었대도 동양의 어떤 책이 들어가야할지 고민을 해봐야겠어요. 간디와 카다피의 책은 충분히 자리를 차지할 만한 책인 것 같구요.
근데, <간디 자서전>에서 한 부분이 서양과 관련해 마음에 걸리긴 해요. 간디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는 존 러스킨의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를 독해할 때 그 안에 숨은 제국주의의 시선을 간디는 못 보거든요. 러스킨의 다른 언행 속에도 물론 있지만, 그 책에도 인도를 무시하고 비아냥대는 구절이 있거든요. 그 점이 아쉬웠습니다.

2021-09-13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매개 - 뉴미디어의 계보학
제이 데이비드 볼터.리처드 그루신 지음, 이재현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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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미디어가 전 지구 지식인들의 초미의 현안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곧바로 무비판적 지지나 숭배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서구의 근대를 만든 인쇄술, 사진술에 의한 기술혁명이 기본적으로 자본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은 언제나 환기되어야 한다. 디지털기술의 경우는 자본이 주조하는 환상으로서의 세계상의 정점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그 정점에 떠밀려올라간 우리의 육체는 심한 현기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크게 봐서 현재 서양쪽 미디어이론계에는, 디지털 미디어에 의한 세계변화를 두고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는 입장-즉 디지털혁명론과, '뉴미디어'는 서구역사상 여러 번 있어왔다는 디지털역사주의 정도의 입장이 있다. 이 책은 뒤쪽 입장에 무게를 두며 혁명론도 수용하는, 어찌 보면 애매하지만 분명 디지털미디어가 여는 세계에 대해 명확한 신뢰를 보여주는 미국의 실용주의적 입장을 지닌 책이다. 요사이 애플과 구글의 디지털전쟁을 놓고 비판적인 기사들도 나오고 하지만, 사실 알 사람은 다 아는 얘기가 아닌가? 미국 IT거대기업들의 이익에 미국의 디지털미디어 이론이, 그리고 국내의 많은 디지털미디어 연구자들이 봉사하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라면, 자신이 디지털 미디어에 대해 좀 진지한 혼란에 빠져 있다면, 중간 정리를 위해 한번 비판적으로 읽어볼 만하다는 점이다. 두 저자는 세기말(1999년)의 혼란상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매개'. '재매개' 개념을 축으로 디지털미디어 시대로의 이행 문제를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2010년)와의 시간적 격차를 고려는 해야 한다. 

이 책을 번역 출간한 출판사는 미디어관련 이론서를 많이 내는데, 기대는 많이 하지 않는 게 좋다. 장정은 양장본이지만, 읽히지 않는 문장과 오류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결국 내 경우엔 믿을 수가 없어서 원서와 대조하며 보게 되었다. 번역서를 낼 때는 역자와 출판사의 성의 있는 태도가 정말 필요하다. 혼란에 빠져 헤매는 독자들의 고통을 생각해 보라! 

 예를 들면..... 

298쪽/'데카르트적 에고의 해체' 부분 첫째줄/"가상현실은 투명성의 재매개 욕망에 대한 강력한 표현이자...." //말이 안 되어 원문을 찾아 보니, 재매개remediation가 아니라 비매개성immediacy이다....  

302쪽/두 번째 문단/"노박, 래니어, 브리큰을 종합하면, 가상현실과 사이버스페이스가 일깨워주는 자아 개념을 인식할 수 있다. 핵심은 세계를 타자로 경험하는 것이지, 자신을 세계에서 떨어져 사고하는 주체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The key is to experience the world as others do, not to retire from the distractions of the world to discover oneself as a thinking agent...//세계를 타자들이 경험하는 것처럼(타자들의 입장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번역되어야 이 문단을 혼란에 빠지지 않고 읽어나갈 수가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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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ever: A Freudian Impression (Paperback) - A Freudian Impression
Derrida, Jacques / Univ of Chicago Pr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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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내가 읽을 수 있었던 건 로쟈의 서재 덕이다. 로쟈 서재에서 데리다에 관한 페이퍼를 읽고 데리다가 아카이브에 대해 매우 관심이 있을 거란 감이 와서 로쟈선생께 여쭈었더니 바로 알려주신 책. 바로 주문, 그러나 책을 받는 데 한 열흘 걸린 것 같다.  강연록이어서 데리다에 대한 선입견만큼 문장이 어렵지 않다. (영역본이어서 난해함이 영역자에 의해 걸러졌을 수도 있다.)  책은 아주 가볍고 얇은 문고본이다... 이 책은 데리다의 해체작업의 '인상'을  잘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우 정치적이다. 데리다는 이 책에서 아카이브를 권력과 부재의 맥락에서 논한다. 아르케라는 그리스어를 어원으로 하는 아카이브는 그 어원적 의미대로 시작이면서 지배하기를 동시에 뜻한다. 고향을 잃어버림으로부터, 원초의 기억을 잃어버림으로부터, 아카이브에의 욕망은 시작된다. 그래서 특히 근대 이후 아카이브벽의 창궐은 기억의 부재를 반어적으로 증명하는 프로이트적 징후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카이브는 그 보유 및 해석과 관련하여권력이 시작되는 곳이자 권력 자체라는 얘기... 천안함사건을 생각해 보면 바로 이해된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은 어려운 데리다를 이해가능하게 만든다. 좋은 번역본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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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7-08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영어가 짧아서 읽을 엄두가 안나네요.

정말 번역본이 나오면 싶네요 ^^

2021-09-13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래가 그랬어 78호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지음 / 고래가그랬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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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는 주로 구립 도서관에서 보다가, 김규항의 강연 동영상을 보고 돈주고 사서 아이와 함께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래>의 수익금이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쓰이고, '고래동무'라는 후원제도를 통해 전국 저소득층 아이들 공부방에 <고래>를 무상 배포하고 싶다는 김규항의 소망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개똥이네놀이터>가 아이들의 눈높이와 문화의 전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고래가 그랬어>는 아이와 어른의 대화, 문화의 창발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쪽 다 중요한 입장이다. 형편만 된다면 두 잡지를 같이 구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학교 쪽에서 제시하는 추천도서라는 것도 있고, '책은 내 친구'라는 숙제형 독서 프로그램도 있지만, 사실 아이들은 책읽기보다 놀기를 더 좋아하고 책보다 만화책을 더 좋아한다. 논술을 의식한 독서 강요는 아이와 어른 모두를 참 난감하게 만드는 일인데... 나도 가끔은 아이에게 숙제를 강요하며 괴로워하는 편이다.   

재미있고 다양한 읽고 볼 거리 중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코너를 골라 읽을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되고, 덜 엄숙한 형식 때문에 잘 만든 잡지는 아이들이 독서 문화를 익히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된다. 특히 어른이 아이 상대로 돈벌 욕심이 다분히 들어 있는 '무서운' 잡지들이 난무하는 요즈음, <고래가 그랬어>나 <개똥이네 놀이터>는  아이와 어른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무섭지 않은 괜찮은 잡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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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사진첩 - 기념사진으로 보는 18인의 삶과 기억의 공간, 5.18기념재단 아카이브기획전
5.18 기념재단 엮음 / 아카이브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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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의 천안함 사건은 기록과 해석의 문제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우리가 믿고 있는 많은 공식 사실들이 천안함 사건처럼 특권층의 이해관계 때문에 날조되거나 왜곡된 허위임은, 참 아찔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근대 이후 무수한 이들의 죽음이 사진에 의해 찍혀졌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의 이미지는 어떤 공적 의미로 역사화되었다. 사진의 공공성은  참혹한 전쟁터의 피를 먹으며 자라난 괴물과도 같다. 홀로코스트, 한국전쟁,...그리고 우리에겐 광주의 사진들이 있다.  광주항쟁을 표상하는 몇 개의 판에 박힌 사진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표상금지된 몇 개의 참혹한 사진들. 이 두 이미지 계열에 의해 광주항쟁은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다.   

그런데 <5월의사진첩>은 제3의 이미지 계열과 또다른 기억법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학살당한 자들로서의 광주시민이 아니라, 죽음이 닥치기 직전까지, 지금의 우리처럼 자신과 가족의 소중하고 자잘한 일상의 즐거움을 기념하는 사진들을 가족앨범 속에 고이 간직해 두며 하루하루 살아갔던 사람들의 광주항쟁 이전의 모습과 대면하기...  그러므로 죽은자로서라기보다 산자로서 그들을 기억하기...  그리고 그들의 평온한 일상을 엄습한 그 어느날의 공포가 바로 지금 우리 모두에게 찾아올 공통된 미래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그리고 광주시민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삶이 처한 공통 조건, 그 구조의 보편성에 대해 생각하기, 실천하기...

참혹하지도 격앙되지도 않은, 평온한 만족감에 찬,  반듯한 기념사진들을 바라보노라면,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슬픔이 밀려오는데, 그 슬픔은 한국 현대사뿐 아니라 언어와 이미지와 기억의 문제, 그리고 우리 삶의 윤리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까지 동반하는 그런 슬픔이다.  

나는 광주항쟁에 관한 이 한 권의 사진첩이 모든 한국인의 책꽂이에 꽂혀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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