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매개 - 뉴미디어의 계보학
제이 데이비드 볼터.리처드 그루신 지음, 이재현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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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미디어가 전 지구 지식인들의 초미의 현안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곧바로 무비판적 지지나 숭배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서구의 근대를 만든 인쇄술, 사진술에 의한 기술혁명이 기본적으로 자본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은 언제나 환기되어야 한다. 디지털기술의 경우는 자본이 주조하는 환상으로서의 세계상의 정점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그 정점에 떠밀려올라간 우리의 육체는 심한 현기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크게 봐서 현재 서양쪽 미디어이론계에는, 디지털 미디어에 의한 세계변화를 두고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는 입장-즉 디지털혁명론과, '뉴미디어'는 서구역사상 여러 번 있어왔다는 디지털역사주의 정도의 입장이 있다. 이 책은 뒤쪽 입장에 무게를 두며 혁명론도 수용하는, 어찌 보면 애매하지만 분명 디지털미디어가 여는 세계에 대해 명확한 신뢰를 보여주는 미국의 실용주의적 입장을 지닌 책이다. 요사이 애플과 구글의 디지털전쟁을 놓고 비판적인 기사들도 나오고 하지만, 사실 알 사람은 다 아는 얘기가 아닌가? 미국 IT거대기업들의 이익에 미국의 디지털미디어 이론이, 그리고 국내의 많은 디지털미디어 연구자들이 봉사하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라면, 자신이 디지털 미디어에 대해 좀 진지한 혼란에 빠져 있다면, 중간 정리를 위해 한번 비판적으로 읽어볼 만하다는 점이다. 두 저자는 세기말(1999년)의 혼란상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매개'. '재매개' 개념을 축으로 디지털미디어 시대로의 이행 문제를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2010년)와의 시간적 격차를 고려는 해야 한다. 

이 책을 번역 출간한 출판사는 미디어관련 이론서를 많이 내는데, 기대는 많이 하지 않는 게 좋다. 장정은 양장본이지만, 읽히지 않는 문장과 오류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결국 내 경우엔 믿을 수가 없어서 원서와 대조하며 보게 되었다. 번역서를 낼 때는 역자와 출판사의 성의 있는 태도가 정말 필요하다. 혼란에 빠져 헤매는 독자들의 고통을 생각해 보라! 

 예를 들면..... 

298쪽/'데카르트적 에고의 해체' 부분 첫째줄/"가상현실은 투명성의 재매개 욕망에 대한 강력한 표현이자...." //말이 안 되어 원문을 찾아 보니, 재매개remediation가 아니라 비매개성immediacy이다....  

302쪽/두 번째 문단/"노박, 래니어, 브리큰을 종합하면, 가상현실과 사이버스페이스가 일깨워주는 자아 개념을 인식할 수 있다. 핵심은 세계를 타자로 경험하는 것이지, 자신을 세계에서 떨어져 사고하는 주체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The key is to experience the world as others do, not to retire from the distractions of the world to discover oneself as a thinking agent...//세계를 타자들이 경험하는 것처럼(타자들의 입장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번역되어야 이 문단을 혼란에 빠지지 않고 읽어나갈 수가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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