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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자서전 -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 지음, 양은모 옮김 / 문학세계사 / 2010년 3월
평점 :
할일이 뒤꼭지를 당기지만 근래 밥 딜런에 대해 새롭게 느끼는 바가 있어 준비한 자서전과 평전 중 우선 자서전을 열었다. 밥 딜런이 직접 쓴 문장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번역문이지만, 소소한 사물이나 사건, 인물의 품성을 기억하고 묘파해 내는 감각이 특별해서 저절로 빠져들게 된다. (물론, 번역과 교정상의 소홀로 인한 것일 군데군데 비문, 의미불통의 구절들이 나오지만 ...) 결국 열대야를 지새며 독파하는 두번째 책이 되었다.
밥 딜런의 천재성과 문화적 영향력이 늘 회자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가 자신의 독보적인 음악을 열기 위해 얼마나 특별하고 집요하게 포크의 전통을 공부했는지가 소상히 나온다. 공공도서관에 가서 1800년대 혹은 그 이전 기록들과 신문 기사들을 읽고, 희귀한 포크 음반을 듣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수집가의 집을 찾아다니는 공부의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딜런은 스스로가 공부 체질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읽기로는 굉장한 '열공파'로 보인다. 단지, 제도가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열망과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이 만나는 지점에서 수행되는 그런 방식을 따라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천재, 라고 누군가 말을 자른다면, 침묵밖에는 반론의 방법이 없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밥 딜런이 '천재라고 단순화하기에는 매우 복잡하고 긴'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밤을 샌 것 같다.
밥 딜런의 공부에서 특별한 점은, 전통, 오래된 것, 구식에 대한 그의 존경심이다. 그는 새로운 것, 첨단인 것에 관심이 없었고 과거 민중들의 삶의 이야기와 위대한 포크 선배(특히 우드 거스리)들의 업적에 항상 매혹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사람들이 구식이라고 거들떠보지 않는 바로 거기에서 출발하여 '전혀 다른' 것을 창조하겠다는 예술적 열망을 자신이 가지고 있었다고 술회한다. 해리 벨라폰테, 제니스 조플린, 존 바에즈 등 내가 수백번도 더 들은 가수들에 대한 딜런의 언급도 특히 재밌는 부분이다. 듣다 보면 언제나 감격하게 되는 해리 벨라폰테의 음악적 인격적 위대함에 대한 딜런의 굉장한 상찬에는 적극 공감하면서... 그렇게 술술 밤을 새게 되는 책이다. 저자가 밥 딜런인 만큼, 미국 포크 뮤직의 본질과 역사, 60년대 당시 미국 신좌파 운동의 분위기에 대한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해를 쌓게되는 미덕도 지니고 있다.
음악적 위기에 갇혔을 때 그 문을 마침내 열고 나가는 과정, 써놓은 시와 멜로디를 가지고 다른 음악가들과 하나의 곡으로 완성하고 녹음하는 과정, 개인과 사회에 관한 예술가로서의 입장 등을 20세기 최상급 예술가의 최상급 문장 속에서 접하는 경험은 대단한 것이었다. (물론 번역과 교정은 재고되어야 한다.)
내 생각엔, 차분한 개정판이 나온다면, 예술에 관심 있는 십대들에게도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읽을거리가 될 것 같다.
http://www.youtube.com/watch?v=kLGKIO2587c&feature=fvsr
(미스터 탬버린 맨)
http://www.youtube.com/watch?v=a-DV-1t7B1M&feature=related
(뒹구는 돌처럼)
&feahttp://www.youtube.com/watch?v=NxM57MgxiRwture=related
(저 하늘로부터 어둠이 내려와 우리를 사로잡을 때...)
http://www.youtube.com/watch?v=eUaTBO_-k4A&feature=related
(사는 게 지옥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