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인문학 - 위태로운 존재들을 위한 견고한 철학적 기초
마틴 하글런드 지음, 오세웅 옮김 / 생각의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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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인문학>은 인문학 분야에서 놀라운 정도로 담대하고 선명한 목소리를 내는 철학계의 스타이자 예일대학교 인문학과 교수인 마틴 하글런드가 쓴 책이다. 이 책은 우리 삶을 형성하는 죽음, 불안, 믿음, 자유, 존재 등의 실존적 문제에서 시작해 민주사회주의라는 새로운 정치비전에 이르기까지 인생철학, 정치철학의 전면적인 통합을 이루어내며 개인적 사회적. 정신적, 실천적 존재로써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명료한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이 책은 '1부 인생은 살 가치가 있다는, 통속적 믿음, 2부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이 중요한지를 이해하기 위한, 정신적 자유'라는 두 개의 개념으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통속적 믿음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인생은 살 가치가 있다는 믿음이고 그 믿음은 모든 형태의 헌신에 내재되어 있다고 말한다. 우리 자신의 삶, 타인의 삶을 배려함으로써 우리는 필연적으로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어떤 것이 중요하다는 감각은 통속적 믿음이라고 이야기한다. 유한하고 부서지기 쉬운 생명의 형태를 위해 헌신을 유지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사랑은 상처를 받으면 분노하고, 죽음이 찾아오면 비통해하고, 희망이 부서지면 절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그 취약성은 우리를 세상, 자기 자신, 그리고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도록 해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을 초월한 뭔가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비로소 우리는 무엇이 일어났을 때 감동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것에 헌신하는 것은 성공과 실패에 대해 취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어딘가에 헌신한다면, 그것을 실패로서 경험할 수 있기에 우리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셈이다. 그래도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즐기면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헌신한다는 위험을 무릅쓸 때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헌신할 때, 우리 삶에 다른 사람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경이로움에 자신을 활짝 여는 동시에 배반이나 상실의 위험에 노출시킨다. 엄숙한 평정심이 있다손 치더라도 자신을 완전히 지킬 수는 없다. 반대로 최상의 행복과 고통, 성공과 실패, 가능성과 위험의 관점에서 어떤 일이 생기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저자는 인생의 목적은 죽음의 예상에 달렸다고 말한다. 이는 죽음이 인생의 목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죽음은 목적도 아니고, 뭔가의 완성이나 성취도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생명의 상실이다. 저자는 다만 중요한 것은 죽음이라는 유한한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인생의 위기도 없고 중요한 목적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만일 우리의 생명이 영원히 상실된다는 예상이 없다면, 비록 죽음의 예상이 없어도 자연스러운 생활이나 정신적인 삶을 유지할 목적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삶에서 의미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유한한 인생뿐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삶은 죽음을 염두해 두었을 때 의미가 생긴다. 생명을 유지하려는 우리의 개인적 혹은 집단적 노력은 우리의 죽음과의 관계를 증명해준다."

저자는 영원한 구원은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의 시간으로 뭘 해야 할지라는 문제를 제거하기 때문에 정신적 자유의 어떤 고통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종교적 신앙의 목적은 영원한 구원을 지지하고 정신적 자유를 구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시간으로 뭘 해야 할지라는 질문을 열어놓지 않고, 영원한 구원이 질문을 완전히 봉쇄시킨다고 이야기한다.

"영원한 구원은 시대를 초월하던가 끝이 없는 것이다. 시대를 초월한 존재의 상태에서는 아무런 할 것도 노력할 것도 없기에 자유가 없다. 시간의 여유가 없으면 행동이나 의도, 희망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무한한 인생은 경험을 하기 위한 무한한 시간이 주어지기에 보다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끝이 없는 인생은 우리의 인생이 결코 될 수 없다. 우리의 인생이 결코 끝나지 않기에 우리 자신에게 삶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지 끝내 자문할 수도 없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존재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어떤 것을 위해 우리의 삶을 희생할 일도 결코 없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우리의 삶에 방향성을 줄 수 있는 것에 대한 죽음의 지평선을 결코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유의 영역에서는 우리의 관계의 변화는 서로의 헌신의 중요성과 우리가 공유하는 인생에 따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마찬가지로 우리가 자유의 영역에서 보내는 시간은 우리가 보상을 받아야 할 부정적인 '비용'으로서 인식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자유의 영역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 자체의 가치다.

저자는 기독교는 종종 각 개인의 이상이 평등하고 궁극적인 가치가 있다는 사고방식으로 신뢰받고 있지만, 이는 확실히 잘못된 특성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기독교에서 개인으로서의 우리의 무한한 가치는 우리가 불멸의 영혼을 갖고 있고 신의 사랑의 대상이라는 일방적인 생각에 의존한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으로서의 우리의 가치는 우리의 유한한 인생에 내재된 것이 아니지만 구원의 지평선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기독교신자의 말에 따르면 신의 사랑과 영원한 구원이 없으면 우리의 인생은 가치가 없고 일회성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완전히 유한하고 그래도 우리 자신이 궁극적 가치가 있는 목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기독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다는 저자의 글이 흥미롭다. 저자는 각 개인의 궁극적인 가치에 대한 헌신은 우리 영혼의 영원함과 우리의 본질적인 선함에 대한 어떤 가정에도 따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민주사회주의의 달성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자신이 보려주려고 한 것은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즉 민주사회주의의 원칙을 우리 자신의 약속으로서 인식할 수 있다는 것, 자본주의 너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우리가 유한한 시간 족에서 함께 무엇을 하느냐에 모든 것이 걸려 있다는 것을 파악해야만 민주사회주의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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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무원의 우울 - 오늘도 나는 상처받은 어린 나를 위로한다
정유라 지음 / 크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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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물리적, 정서적 폭력이 자녀에게 심각한 고통을 줄 수 있다는 내밀한 고백이 담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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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무원의 우울 - 오늘도 나는 상처받은 어린 나를 위로한다
정유라 지음 / 크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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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공무원의 우울>은 28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는 8년 차 공무원이 쓴 에세이다. 이 책은 부모의 폭력 속에서 상처받은 마음이 다 자라지 못한 채 커 버린 저자가 어린 시절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글이다. 아주 어릴 적부터 기억이 형성되기 훨씬 전부터 저자의 아빠의 폭력은 대상을 가리지 않았고, 저자의 엄마의 폭력은 저자를 향했다. 늘 폭력이 난무했던 집에서 시작된 저자의 우울은 지금도 진행중이며, 저자는 부모에게 당한 상처로 여러 차계 부모와 인연을 끊고 다시 인연을 이어나가는 등의 방황을 하면서도 아직 그들을 외사랑하고 있다. "하자 있는 인간입니다. 치유할 수 없는 하자죠.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깊은 흉터를 남깁니다. 흉터가 욱신거릴 때마다 저는 불안과 혼란에 빠집니다."라는 저자의 소개란은 가족이 남긴 상처로부터 고통 받는 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는 글로 눈길을 끈다.



저자는 2014년 1월부터 공무원으로 근무했고, 2019년 7월, 공무원이 된 지 6년 째 되던 해에 오래된 우울증과 함께 공황 장애 진단을 받고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오래된 우울이라니. 얼마나 오래된 우울일까? 초등학교 4학년 때 이유 없이 서럽게 울었던 그때부터 우울증이었을까? 아니면 중학교 2학년 때 엄마도 동생도 버리고 집을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그때부터였을까? 오래전부터 나 스스로도 우울증일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의사 선생님도 공황 장애보다는 우울함이 더 문제라고 했기에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저자는 자신이 엄마의 우울을 먹고 자랐고,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엄마의 불행은 폭력적이고 변변치 않은 아빠를 만나 시작되었고, 자신과 남동생을 뜻대로 키워 남편의 부재를 채워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결국 엄마는 한번 시작된 불행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엄마는 잘못된 방식의 과도한 사랑으로 엄마의 뜻대로 커야 했고, 엄마의 뜻대로 해야 했다고 이야기한다. 엄마가 자식에게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는 행위는 자식에게 불안과 우울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와 감정을 공유했다. 엄마는 집안 경제 사정, 아빠의 무능력함, 남동생에 대한 걱정 그리고 엄마 인생의 한탄까지 모든 것을 나에게 이야기했다. 처음엔 나도 엄마밖에 몰랐다.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고, 엄마가 울면 나도 울었고, 엄마가 아빠를 욕하면 나도 아빠를 원망했다. 엄마가 화를 내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고, 엄마가 기쁘면 나도 기뻤다. 엄마의 감정은 곧 나의 감정이었고, 엄마의 생각은 곧 나의 생각이었다. 엄마는 항상 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희생했다고 하지만, 나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저자는 8년차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일화들을 소개한다. 부모의 영향으로 자신이 성장하면서 정신병자가 아닐지에 대해 늘 고민했다는 저자의 글이 예민한 마음의 감각을 건드린다. 뿐만 아니라 집을 떠나 가장 힘들었던 공시생 시절을 떠올리며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도 지나고 나면 좋은 기억으로 남을까에 대한 질문을 남기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내가 정신병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상인지, 내가 느끼는 감정이 정상인지에 대해 늘 고민했다. 혹여나 별것 아닌 일로 내가 유난을 떠는 게 아닌 건지, 정말 엄마 말대로 다른 집 애들은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게만 자라는데 내가 유난인 건지 나는 언제나 헷갈렸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런 게 습관이 돼서 나는 좀 신중한 편이 되었는데, 그러나 보니 생각을 너무 많이 해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저자는 과거의 기억 조각 모음을 하면서 이상한 부분을 고치고 순서를 맞추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바다의 바위섬처럼 온몸으로 파도를 맞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러면서도 이 과정을 계속 하다 보면 과거의 자신을 보내줄 수 있을까 궁금했지만 확실해진 것 없었고,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었다고 고백하는 저자의 글은 가장 솔직한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점점 강해지는 자신을 희망한다는 저자의 마지막 글이 고통스럽지만 우울을 만들어낸 과거들을 직면하는 과정들이 삶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내 과거가 담긴 찢긴 일기장과 그 외 몇 권의 일기장은 안 보기로 결정했다. 그건 과거의 나라는 걸 받아들였다. 이제 현재의 나를 위해, 미래의 나를 위해 살아가 보기로 다짐했다. 언제 상처받은 어린 내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른다. 또 언젠가 다시 자살 충동이 슬며시 올라올 수도 있다. 그래도 내 옆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믿음직한 연인이 있다. 이제야 주변에 날 사랑해 주는 이들이 눈에 들어오고 이제 그들에게 내가 응답할 차례다. 꾸준히 심리 상담 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며 여느 보통 사람들처럼 사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때까지 버텨보려 한다. 점점 강해지는 나를 희망한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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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거는 영화들 - '조커'에서 '미나리'까지 생각을 넓히는 영화 읽기 생각하는 10대
라제기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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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넓힐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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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거는 영화들 - '조커'에서 '미나리'까지 생각을 넓히는 영화 읽기 생각하는 10대
라제기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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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을 거는 영화들>의 저자인 영화 전문 기자 라제기는 24편의 영화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통해 '영화 읽기'의 세계로 친절히 안내한다. 저자는 영화를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단편을 파고들어 예리하게 읽어내며 독자에게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자신이 본 영화로 생각의 영역을 조금 더 넓힐 수 있다면 영화 관람은 더 가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평생을 살아도 갈 수 없는 나라를 영화로 만나 볼 수 있다면 조금은 더 신나는 관람이 되지 않을까요? 영화 한 편으로 우리가 몰랐던 역사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의미 있는 관람이 되지 않을까요?

이 책이 조금이라도 의미 있게 영화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 친절한 안내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책은 1부 자아찾기에서 '아이 엠 우먼, 톰보이, 주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2부 갈등과 화해에서 '미나리, 우리 집,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어디 갔어 버나뎃, 리틀 큐, 포드 VS 페라리', 3부 고발에서 '글로리아를 위하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조커, 어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4부 한국사에서 '남산의 부장들, 나랏말싸미, 자산어보, 강철비 2: 정상회담', 5부 미래에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서복, 테넷, 승리호'라는 24편의 영화에 관한 저자의 깊이 있는 글을 주제별로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라는 영화에 대해 '삶을 연기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글이 흥미롭다. 저자는 영화를 통해 누군가에 대한 진실을 쉽게 알기 어려우며, 아무리 가까이에서 오래 지켜봐도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숨겨진 진심은 금방 알아채기 힘들다고 말한다. 저자는 누군가의 진심과 진실을 제대로 알기 전까지 우리는 때와 장소에 따라 생활 속의 '적절한 연기'를 하면 오해에서 비롯되는 충돌을 막을 수 있고, 서로 화해할 실마리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파비안느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닙니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사람이지요. 연기에만 집착하는 냉정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주변 사람을 무조건 품어 안는 천사도 아닙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욕심이 남다르고, 때로는 은근슬쩍 주변 사람 눈치를 보기도 하며, 표현은 안 하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 못지 않은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다만 오해와 왜곡된 기억이 한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증폭시킬 뿐이라고 영화는 말합니다."

저자는 영화 <조커>를 통해 '악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선보여 인상적이다. 저자는 영화 <조커>는 진정한 가치가 전복되고 약자만이 고통받는 사회라면 조커 같은 인물은 얼마든지 언제든지 실제로 나타나 영웅이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조커를 추앙하는 사회의 등장을 우리가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질문하는 영화<조커>의 의미에 대해 독자에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누구로부터 구원받을 수 없는 세계에서 약자는 또 다른 약자를 착취합니다. 아서는 동료의 농간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유명 코미디언 머레이는 아서를 자신의 코미디 쇼 시청률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취급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 예산이 삭감되는 바람에 아서는 무료 정신 상담을 받지 못하고, 우울증 관련 약고 처방받을 수 없게 됩니다.

광대 분장도 지우지 못한 아서는 지하철 안에서 자신에게 시비를 건 패거리에게 얻어맞다 그들을 총으로 쏘고 마는데, 이 사건 후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합니다. 광대 복장을 한 남성이 기득권층인 금융 회사 직원들을 죽였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대중은 그를 영웅시합니다. 아서는 자신이 코미디언으로 세상을 웃기려 할 땐 정작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광대 복장을 한 채 사람들을 죽이자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지요.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힘겹게 오르며 저 위 어딘가에 있는 삶의 가치를 좇기보다, 삶의 의미를 좀 더 쉽게 찾을 다른 방법을 그는 조금씩 인식합니다. 가볍게 계단을 내려가듯 악행을 저지르다 보면 사람들이 그의 존재 가치를 더 잘 알아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요. 아서는 점차 무차별적인 악인이 되어 가고, 시민들도 그를 따라 광대 가면을 쓴 채 거리에서 무분별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합니다."

저자는 '또 다른 내가 나타나다'라는 제목의 영화 <어스>의 글을 통해 도플갱어 가족이 무엇을 상징하며, 또 다른 내가 나를 집어삼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이야기하여 눈길을 끈다. 영화 <어스>가 주는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나'와 '우리'를 항상 돌아보라는 것, 그렇지 않으면 언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붕되될지 모른다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이 영화는 '인터넷 시대의 우화'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지하 세계는 인터넷 세상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온라인 속 우리의 모습이라 해석할 수 있지요. 즉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각종 커뮤니티가 생기고, 소셜 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은 그 안에 각자의 분신(아바타)을 하나씩 만듭니다. 그런데 이러한 분신은 결국 우리와 별개의 존재로 볼 수 없습니다. 온라인상의 분신이 현실 속 나와 구별된다 해도 사람들은 온라인 속 모습까지 모두 고려해 나를 판별하기 때문이지요. 어떤 사람이 오프라인상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막말을 온라인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던졌을 때, 사람들은 오프라인상에서의 행실만을 따져 그 사람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온라인상에서의 막말이 만들어 낸 파장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묻지요."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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