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 가족만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한 당신을 위한 생존 심리학
유드 세메리아 지음, 이선민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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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는 가족 생각만 하면 숨이 막히고 꼼짝 못 하겠다는 이들을 위한 생존 심리학이다. 의존적인 가족에게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이자 프랑스의 유명 임상심리학자 겸 심리치료사인 저자 유드 세메리아는 오랫동안 이 문제를 연구해 왔으며, 실제 상담을 통해 비슷한 문제를 가진 성인과 그들 가족의 증언을 수집하고 분석해 왔다. 이를 통해 얻은 의존적 성인과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적 가족이 그렇게 된 원인부터 문제를 계속해서 일으키는 그들의 심리적 배경, 그들로 인해 다른 가족들이 겪게 되는 고통, 그리고 괴로움으로 점철된 그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과 다양한 심리치료법까지 이 책에 담아냈다.

이 책은 '1장 가족이라면 그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2장 그들은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3장 내 탓일지도 모른다고 믿었습니다, 4장 그런 책임감은 나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5장 아픔에 이름 붙이기: 의존을 진단하다, 6장 오래된 상처 속에 머물러 있다면, 7장 자꾸만 여기 아닌 어딘가를 찾고 있다면, 8장 나 혼자 아무리 잘해도 그는 제자리인 이유, 9장 숨 쉴 만큼의 거리를 만들려면, 10장 나도 그들을 필요로 했습니다, 11장 나부터 구했을 때 시작되는 변화'라는 11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의존적 괴롭힘의 근본적인 장치는 부모화와 가족의 충성심이라는 두 가지 핵심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40여 년 동안 가족심리치료에서 사용된 임상 개념인 가족에 대한 충성심은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일종의 암묵적 약속이 존재함을 말해준다. 가족에 대한 충성심으로 인해 가족을 위해 기꺼이 마음을 쓰고, 시련에 빠진 가족을 지지하며, 가족이 겪는 불안을 달래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심지어 경우에 따라 가족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일까지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자녀가 부모를 보살피는 현상인 '부모화'라고 부르는 개념은 의존적 괴롭힘의 상황 속에서 가장 중심적인 작용을 하는 개념이다. 충성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 개념은 자녀가 스스로 자기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책임을 짊어지려는 작용을 가리킨다. 즉, 원래는 부모나 어른들이 맡아야 할 책임을 짊어지려 한다는 것으로, 결국 부모화된 자녀는 대체로 어쩔 수 없이 '자기 부모의 부모'가 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자는 가족에게서의 독립을 거부하는, 정서적 의존이 심한 성인은 자신이 형편없고 쓸모없고 무의미한 인생을 사는 것 같은 느낌에 괴로울 때가 많기 때문에 정서적 의존의 대가는 매우 크다고 말한다. 누군가와의 정서적 의존관계는 결국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한 개인으로서의 모습을 보다 잘 숨기고,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에서 생겨나는 불안감을 보다 쉽게 쫓아내기 위해, 의존성이 심한 성인은 어떤 의견이나 욕구, 개인적인 계획을 지니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다.

저자는 정서적 의존이 심한 어른은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게다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든지 간에 또다시 새로운 문젯거리를 만들어낸다. 의존적 관계에 매달리는 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당신이 곁에 가까이 있는 것이지,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해결되면 당신이 다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의존적 어른은 갈등 상황 속에 상당히 장점이 있음을 직관적으로 안다고 말한다. 바로 갈등 상황이 그 안에서 대립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단히 붙들어 매우 준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인간의 불안과 심리적 고통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마주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는 실존주의 심리학에 대해 소개하여 눈길을 끈다. 실존주의 심리치료는 1960년대 펼쳐진 휴머니즘 운동의 일환으로, 특히 인간이 자신이 가진 개별성을 깊이 성찰하여,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며, 인생을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둔 사상이다. 사람은 누구라도 현재 처한 상황이 아무리 비참하고 절망적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건 적절히 대응할 수 있고, 성숙하게 자신의 삶의 이유를 찾아 뜻깊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발전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과 비존재, 실존적 고립, 삶의 무의미성, 자유와 책임이라는 네 자기 근본적인 문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인간의 심리적 발달 및 기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인간은 이러한 문제들이 불가피하게 야기하는 불안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고 애쓰고, 우리는 심리학에서 '방어기제'라 부르는 것을 작동시킨다. 저자는 의존적 성인이 자신이 느끼는 실존적 불안을 부정하기 위해 취하는 주요 행동 성향 네 가지는 성장 거부, 자기 제거, 행동 거부, 분리 거부라고 이야기한다.

"의존적 어른은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의 의존적 관계를 좇으며, 자신이 느끼는 실존적 불안감을 부정하려 합니다. 다시 말해 스스로 독립된 인격체가 되고, 타인에게서 분리된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을 포기합니다. 또한, 자신을 특별히 눈에 띄도록 만드는 모든 것을 거부합니다. 개인적인 '나'보다 집단적인 '우리'를 선호하지요. 자신의 존재가 '모호해지는' 느낌이 커질수록, 자신의 존재와 관련해 받아들여야만 하는 불안감이 줄어드니까요."

"성장 거부 : "성장하면 안 돼요" 어른다운 외양과 태도를 거부한 채, 유아기에서 이어진 습관과 태도를 고수하며,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고, 부모의 권위에 무조건 복종한다. 또한 자신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상황을 참기 어려워한다.

자기 제거 : "내 존재를 뚜렷이 드려내면 안 돼요." 어떻게든 타인에게 지배를 받으려 애쓰고, 매사에 한발 뒤로 물러나 있으려 하며, 자기를 폄하하는 행동을 취한다. 내면의 공허함과 우울감에 괴로워한다.

행동 거부 : "행동하면 안 돼요." 어떤 일을 스스로 결정해 행동에 옮기는 일을 회피하고, 자신의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며, 모든 일을 뒤로 미루려는 경향이 있다. 특정한 사건이나 생각을 끊임없이 다시 떠올리는 정신적 반추장애를 겪으며, 자해 행위를 한다.

분리 거부 : "헤어지면 안 돼요." 정서적 욕구불만과 주체하기 힘든 시기심에 고통받고, 타인에게 거절하기를 힘들어하며, 무조건 다른 사람의 말을 따른다. 이별을 거부하고, 애정과 우정을 혼동하며, 성욕과 성적 성향의 불안정성으로 괴로워한다."

저자는 의존적 어른은 물론, 조력자로 지목된 사람에 대한 치료의 목적은 정서적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스스로 책임져야함을 받아들여, 의존적인 자기방어에서 벗어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저자는 실존주의 치료 과정이 일반적인 관념들을 다루거나 이해하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고, 반드시 치료를 받는 내인의 내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존주의 치료요법에 있어 변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용감하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환자 스스로가 치료를 위한 마음 단련법 실행에 온전히 책임을 질 뿐만 아니라, 자기 존재의 나약함을 온전히 품어내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은 죽음과 비존재, 실존적 고립, 삶의 무의미성, 자유와 책임이라는 실존적인 문제들을 결코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겁니다."

저자는 성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부모의 말을 거역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주장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을 줄 아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하려면, 먼저 부모의 권위와 보호에서 자발적으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의존적 어른은 평소에는 현실에서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가 많지만 망상에 빠져 있을 때만큼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런데 또 막상 실제로 멀리 여행을 떠나려고 하거나 장소를 옮겨도 어김없이 지속해 있는 그 자리에서 도저히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만다. 저자는 이처럼 도망치려는 태도는 '삶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전한다. 저나는 오스트리아 정신분석가로서 프로이트의 초기 제자 중 한 사람이었던 오토 랑크가 언급한 "삶에 대한 두려움이란 고립된 상태로 스스로 삶을 이끌어야 한다는 두려움, 분리-개별화에 대한 두려움, 어떤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리킨다."라는 내용을 이야기한다. 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소멸, 개별성 상실, 모든 사람짐에 대한 두려움'을 가리킨다.

"자발적으로 뒤로 물러서려는 그들의 의지가 은연중에 삶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지요. 이들은 마치 자신이 그곳에 없는 것처럼 행동하려고 애쓰며, 어떻게 해서든지 현실에 참여하 모든 기회를 회피하려고 합니다. 이처럼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 있다 보면 당연히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겠지요."

저자는 의존적 어른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인생의 목표를 무엇으로 잡아야 하는지를 모른다고 말한다. 매사에 의욕도 없고, 심지어 친구들과 함께 있어도 금방 싫증을 낸다. 또한 다른 사람들은 앞서 나가는 반면, 자신의 인생은 제자리에서 헛돌고 지지부진하다는 느낌을 가진다.

"의존적 어른은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자리를 침범하게 됩니다. 의존적 어른은 자신은 영원한 '손님'으로 머물며 기다림과 규칙, 특히 타인의 의지에 순응해야 할 것만 같아 느낍니다. 자발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의 타인과 직접적인 관계 맺기는 항상 동일한 모습으로 전개됩니다. 불안함, 우유부단함, 만일에 대비해 이야깃거리와 취할 제스처를 미리 준비하기, 일을 그르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상대방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 수치심을 느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바로 그것이지요."

저자는 실존적 관점에서 보면 감정의 해상도를 높이는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가 자신이 누구인지 인식하게 하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책임을 지도록 이끌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치료적 관점에서 바라본 감정입자도 혹은 해상도 개념의 유용함은 강한 자아의식을 키우는데 있다고 이야기한다. 감각적 해상도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알고, 따라서 관계도 능숙하게 조절할 줄 안다. 자신의 감정을 생각하고 섬세하게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있으면, 삶의 여러 가지 긍정적인 상황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저자는 대부분의 의존적 어른들은 스스로를 항상 에너지가 낮고, 어떤 일을 자발적인 행동으로 옮기거나 새로운 일에 뛰어들지 못하는 피곤한 모습으로 그려낸다고 말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세상과 자아에 영향을 주는 것임에 틀림없지만, 의존적 어른은 이미 성장을 거부하고 자신의 존재를 분명히 드러내기를 거부하는 사람이기에, 실존적 불안와 마주하면 자신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일들을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결국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삶이 '잠시 멈추도록' 애쓴다. 모든 결정을 회피하고, 해야 할 일을 무조건 뒤로 미루며, 자신의 모든 자율성에 찬물을 끼얹는다.

저자는 의존적 어른이 자신의 가족들과 맺는 불완전한 관계는 그 대상이 주변인 중 상대적으로 낯선 사람들로 옮겨지면 훨씬 더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말한다. 의존적 어른이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기 어려워한다면, 이는 자기 자신과도 피상적으로 불완전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의존적 어른이 자기 자신을 되찾게 하기 위서는 자신을 그저 타인의 연장선상에 놓인 비개성적 존재가 아니라, 특별하고 유일한 존재로 만드는 자신만의 다양한 특징들을 떠올리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를 살펴보게 해야 한다. 저자는 의존적 어른이 겪고 있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스스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을 넘어서,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온전히 책임지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의 두려움과 제대로 맞선다는 것은 '충분히 의식을 연 채로, 자신이 취약한 부분을 느끼고 수용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인간은 형상 어느 정도의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명확하고도 두려운 사실을 직시한다는 것이며, 끝으로 이 세상에 모든 시련을 완벽하게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음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혼자 결정하고 선택하기, 아니라고 과감히 말하기, 자기 의견을 주장하기, 실수와 실패를 무릅쓰기 등이지요. 고립에 대한 두려움도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맞설 수 있습니다. 식당에서 혼자 점심 혹은 저녁 먹기, 혼자 영화관 가기와 같은 일들을 과감하게 시도해보는 것이지요. 평범하고 소소해 보이는 이러한 여러 훈련을 시도해보기만 해도 즉시 치료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는 의존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해답과 해결책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인상적이다. 각자가 이 세상에 처한 상황이 어떻든지 간에 언제든지 끊임없이 그 상황을 변화시키고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실존주의 심리학의 철학을 전하는 저자의 마지막 글은 삶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깊은 삶의 통찰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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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그 한마디가 부족해서
야마기시 가즈미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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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그 한마디가 부족해서>는 세일즈 프로모션 기획자, 경제지 기자, 기업 연수교육 강사로 오랫동안 일해온 저자 야마기시 가즈미가 인간관계를 바꾸는 말 한마디의 숨겨진 힘을 전하는 책이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온 저자는 단 한마디로 인간관계가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어떤 경우라도 '한마디'의 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사소한 한마디에 용기가 샘솟기도 하고 미소를 띠기도 하며 납득을 하기도 한다. 또 진지하게 생각하거나 감격하거나 결심하거나... 어떤 경우라도 '한마디'의 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은 '1장 마음을 붙잡는 한마디, 2장 상대의 마음을 녹이는 한마디, 3장 설득력이 있는 한마디, 4장 사람을 움직이는 한마디'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더 친해지고 싶을 때,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싶을 때, 좀 더 깊은 인연을 맺고 싶을 때, 전화를 걸어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을 뿐입니다."라는 한마디를 하라고 말한다. 특별한 볼일이 없더라도 사람은 자기에게 한 번 더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저자는 부탁을 들어주기 바랄 때에는 진심을 담아서 "당신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라는 말 한 마디를 전하라고 이야기한다. '이건 나만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이 들도록 부탁하면 일방적으로 지시를 하는 것보다 상대가 흔쾌히 수락해줄 확률이 높다.


저자는 결심을 하고 도전하기를 바랄 때, 용기를 주고 싶을 때, 상대가 시련에 부딪혀 머뭇거리고 있다면 "한 번이라고 뛰어넘으면 그것은 시련이 아닙니다."라는 말 한디를 건내라고 전한다. 이는 두 번 다시 같은 시련으로 고민하지 않는다는 점을 개닫게 하고 맞서 싸우도록 독려하는 말이다.


저자는 노력해주기를 바랄 때, 곤란한 상황을 이겨내기를 바랄 때는 "간단히 손에 넣을수록 쉽게 잃어버립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전하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편안한 방법이나 간단한 방법만을 찾는 사람에게 어떤 분야든 나름대로의 평가를 받으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말 한마디로 인상적이다.


저자는 자신감을 갖게 하고 싶을 때, 자신의 성장을 자각하게 하고 싶을 때 "일에서 결과를 내는 것만이 성장은 아닙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전하라고 이야기한다. 지속적으로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지 못하면 성장하고 있지 않다고 고민할 수도 있지만 그 사실에 계속 얽매여 있어서는 더욱 바라는 결과를 낼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변화하는 존재이며 지금까지의 자신을 돌이켜보면 분명히 변화한 자신을 깨닫게 되며, 그것이 바로 당신이 성장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하는 말 한마디의 힘은 크다.


저자는 자기혐오에 빠져있는 사람을 격려할 때 "자신을 정반대로 바꾸어보면 어떻습니까?"라는 말을 전하라고 이야기한다. 성과가 없는 방식을 고수하기보다 때로는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어정쩡하게 바꿔서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정보에 휘둘리고 있을 때, 냉정한 판단력을 갖추기를 바랄 때 "실제로 직접 확인해보셨습니까?"라는 말 한마디를 전하라고 이이기한다. 저자는 다양한 정보들이 범람하여 소문이나 거짓을 안일하게 믿어버리거나 정보에 휘둘리기 전에 그것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먼저 진위를 확인하는 자세를 갖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만약 진실이 아니라면?'이라는 자세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메스컴 업계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일상생활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인해 '뜻이 통하는 관계'가 된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도달해야 할 하나의 목표이자 관계가 성숙되었다는 증거이다. <인간관계, 그 한마디가 부족해서>는 충실한 인간관계를 확립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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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 - 식욕 뒤에 감춰진 여성의 상처와 욕망
애니타 존스턴 지음, 노진선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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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는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여성은 물론 몸무게, 몸매, 외모에 초연할 수 없는 여성들이 그동안 자신을 옭아매온 문제의 핵심을 깨닫고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이 아닌 개성과 욕망에 충실한 '나'로 살도록 돕는 책이다. 이 책에는 임상심리학 박사이자 섭식장애 치료 전문가인 저자 애니타 존스턴이 지난 40년간 섭식장애 치료에 활용해온 세계 각국의 신화, 전설 동화가 담겨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에게 현상 이면에 감춰진 숨은 진실을 포착해내는 지혜와 통찰력을 전수한다.

"이 책은 자신의 섭식 장애를 과감히 다른 시각에서 봄으로써 비전과 힘을 되찾고 싶어 하는 여성들을 위한 것이다. 내가 치료에 활용했던 옛 신화와 전설, 동화도 실려 있는데, 여러 세대에 걸친 많은 여성이 이 이야기를 통해 내면의 진실을 발견했다.

과감히 잠재력을 떨치고 내면에 있는 현명한 존재의 말에 귀 기울이는 여성들에게, 진실을 소리 내어 말하고 이 세상이 치유되도록 힘쓰는 용감한 여성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저자는 여성들 사이에 급속도로 번지는 섭식 장애는 분명 우리 사회와 내면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이 불균형을 이룬 결과라고 말한다. 저자는 많은 여성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여성성을 억압할 뿐 아니라 자기 내면의 여성성을 거부하면서 절망과 소회감을 경험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섭식 장애에서 벗어나려는 여성이 제일 먼저 거쳐야 하는 과정은 진정한 자아상을 재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섭식 장애는 그 사람이 어딘가 고쳐야 할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증거가 아니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자신을 물론 주위 세상을 향해 나는 결함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전한다.

"섭식 장애에서 벗어나려면 그것이 한때는 내가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런 후에야 단순히 살아남는 것만이 아닌,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 나아가 더 큰 번영을 누리게 해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이제는 생존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가 아니다. 풍요롭고 보람찬 인생을 사는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

저자는 음식, 몸무게,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사람은 섭식 장애를 핑계 삼아 자신이 고심하는 인생의 진짜 문제들을 외면한다고 말한다. 살찌는 게 끔찍하면 끔찍할수록, 그리고 살찐 몸과 씨름하는 것이 고통스러울수록 뚱뚱한 몸에 초점을 맞추면 문제가 구체화되고, 해답이 없어 보이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정의되는 듯하다. 저자는 섭식 장애에서 얻는 위안은 일시적이며, 감정적 스트레스를 아주 잠깐만 외면하게 해줄 뿐 스트레스 자체는 조금도 해소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음식에 매달리면 슬픔, 분노, 두려움을 잊을지는 몰라도 문제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하며, 오히려 문제가 악화될 뿐이다.

"진짜 문제는 음식이 아니다. 음식은 연막에 불과하다. 영어에서는 이를 '레드 헤링(red herring)'이라고 한다.

레드 헤링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다른 대상으로 주의를 돌리는 장치를 말한다.(...)

섭식 장애의 경우에도 음식은 레드 헤링일 뿐이다. 그것은 섭식 장애에 시달리는 본인은 물론 걱정하는 가족과 친구, 심리어는 도움을 주려는 전문가까지 혼동하게 만든다. 섭식 태도에만 중점을 두면 진범은 누구인지 볼 수 없고, 환영에 사로잡혀 회복의 여정에서 벗어나 헤매게 된다. 전혀 엉뚱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굶기면 우리의 머릿 속에는 오로지 음식 생각밖에 없다.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면 폭식을 계획하고 구토할 시간과 장소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강박적으로 먹다 보면 음식, 음식, 음식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리하며 집과 학교, 직장, 대인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는 마술처럼 사라진다."

저자는 모든 중독 과정은 감정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상징하며, 더 나아가 인생 자체의 흐름까지 통제하려는 노력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중독에 빠지면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감정에도, 친구와 연인에게도 혹은 관심을 끄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과 함께하는 순간에도 완전히 몰입하지 못한다. 대신 오늘 하루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섭취했는지 고민한다. 그렇게 현재에 있지 못하고, 의식을 미래로 밀어 넣으며 눈앞에서 펼쳐지는 인생을 놓쳐버린다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같은 중독이라고 해도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과 달리 섭식 장애는 일종의 '과정' 중독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먹는데 중독된 사람은 감정와 영혼의 허기를 느끼는 사람이다.

"섭식이나 다이어트에 중독된 여성들은 자기 몸을 두려워한다. 자기 몸을 사랑하지 않으며 방치하려고 애쓴다. 자신의 감정이 담겨 있는 곳이 바로 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과 접촉한다는 것은 감정과 접촉한다는 뜻이고, 이는 혼란스러우면서도 고통스럽다. 감정은 생각과 달리 쉽게 정리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행동과 달리 통제하기 불가능하다."

"섭식 장애에서 벗어나려면 반드시 음식 자체를 넘어서야 한다. 강박적으로 먹게 만드는 충동 이면에 존재하는 진짜 허기의 정체를 찾아내야 한다. 섭식 장애는 우리의 진정한 욕구와 간절한 바람을 단지 그것의 상징인 식탐으로 가려버린다. 먹는 데 중독되는 때야말로 우리가 진정 무엇에 허기를 느끼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진정한 허기가 상징적인 형태로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어떤 음식을 끊어버리거나 먹지 못하도록 굶기만 해서는 상징 뒤에 숨은 진정한 의미를 배울 기회를 스스로에게서 박탈하는 셈이 된다."

저자는 섭식 장애에 시달리는 여성은 일반 사람들에 비해 감정을 더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몸을 불신하고, 몸의 가장 친밀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감정의 언어를 무시한다. 하지만 저자는 감정을 억누른 채 통제권을 잃을까 봐 노심초사하면 인생의 중심이 삶의 즐거움이 아닌 음식으로 이동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생명의 흐름처럼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을 아이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고, 먹는 데 매달리고, 굶고, 음식과 몸무계에 집착하고 혹은 갑자기 뚱뚱해진 기분이 드는 원인은 감정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는 데 있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아이들은 감정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기는 데 훨씬 능숙하다. 자지러지게 웃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악을 쓰며 화내는 일이 아이들에게는 별로 어렵지 않다. 그들은 아직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몸을 불신하지 않으며, 남에게 잘 보이려는 데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다. 그들의 감정은 전혀 방해받지 않는다. 한참 슬퍼파고 화를 내다가도 어느새 금방 행복감에 젖어 깔깔거리는 일이 다반사이다."

"섭식 장애에서 벗어나려면 감정과 친근한 관계를 맺고, 판단이 아닌 호기심으로 감정에 반응하고, 감정이 주는 선물을 받아야 한다."

저자는 섭식 장애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사람들이 조용히 하라고 아무리 강요할지라도, 내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 침묵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날 버리거나 가두는 사람들과는 단호히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늘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에서 벗어나 부당하게 느껴지는 일에 거절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섭식 장애의 뿌리가 무력감이 아니라 힘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말한다. 내 감정(특히 분노)이 지닌 힘에 대한 두려움, 내 지각이 지닌 힘에 대한 두려움(특히 내가 남들과 상황을 다르게 볼 때), 내 지성과 재능에 대한 두려움(특히 남들이 질투할 때), 내 성적 매력에 대한 두려움(이로 인해 남자들이 접급하고 그걸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를 때), 여자가 된다는 것이 지닌 힘에 대한 두려움이다.

저자는 음식과 몸무게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생각과 감정, 욕망과 얽혀 있는 미궁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침내 자기 존재의 정중앙으로 빠져드는 길에 이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완전히 회복되려면 자기 존재의 깊은 곳으로 기꺼이 하강할 수 있는 의지, 어둠 속에 버려둔 자신의 어두운 측면들과 대면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가장 깊고 어두운 부분으로 들어갈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동안 의절하려고 했던 고통과 괴로움을 만나게 된다. 가부장적인 우리 문화는 고통을 꾹 참고, 보이지 않도록 묻어두라고 요구한다. 가슴에 느껴지는 고통을 쏟아낼라치면 '자기 연민'에 빠져 있다는 이유로 재차 꾸지람을 듣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의 고통을 부인하고, 그저 모든 것이 '괜찮다'라고 말한다. 온전함을 향해 가는 이 여정에서 자신의 중심을 찾아가다 보면 가장 깊이 묻어둔 고통과 마주친다. 버림받고 소외당한 고통, 스스로가 초라하고 무능력하게 느껴지는 고통, 이루지 못한 꿈과 놓쳐버린 기회에 따른 고통, 신체적 또는 감정적 학대로 인한 고통,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또는 결혼에 실패해서 생긴 고통, 여성성을 존중하지 않는 이 세상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데서 오는 고통."

"결국 우리를 구원해주는 것은 나 자신과 내 감정을 바라보고, 이해와 인정을 바라는 내 요구를 직시할 수 있는 능력, 즉 공감이다. 고통을 천천히 헤쳐나가며 진정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도 바로 자신의 고통과 '함께하는' 능력 덕분이다. 이런 공감에 힘입어 우리는 자신이나 남을 비난하지 않고 또한 자신의 상처를 부인하지 않고도 자신의 성장 과정과 섭식 장애 간의 연결 고리를 차악할 수 있다."

저자는 자기표현은 섭식 장애에서 해방되기 위해 여성들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자기표현을 시작한 여성은 살면서 겪는 스트레스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다루는 새로운 방법을 터득해나간다. 저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법을 배우면서 자신의 감정적 허기를 적절한 방법으로 규명하고 찾아내서 채워주며, 결과적으로 음식에만 매달리는 일이 적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히 직접적으로 표현할 때 그녀의 자긍심과 자신감은 올라간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중요하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자기 가치가 높아질수록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굶거나 과식하는 경향도 당연히 줄어든다."

행복은 이상적인 몸무게를 정할 때처럼 마음먹고 성취해낼 수 있는 목표가 아니며, 자신에게 진실하고, 자기 삶의 여정을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나의 진정한 생각, 감정, 욕구를 찾아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만이 섭식 장애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삶을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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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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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핀란드의 동화 작가이자 화가인 토베 얀손의 무민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첫 작품이며 2020년 무민 탄생 75주년을 맞이하여 스웨덴어 완역본으로 출간된 책으로 흥미롭다. 토베 얀손은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 초기, 소련의 핀란드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 때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의 집필을 시작했지만 중단되었다가 1944년, 당시 연인이자 선도적 좌파 지식인이었던 아토스 바르따낸이 출판을 재안하자, 수채 물감과 먹으로 삽화 50여 장면을 그려 원고를 완성했다. 이 책은 1945년 종전 직후에 스웨덴과 핀란드에 동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을 뿌리 삼아 토베 얀손은 <혜성이 다가온다>부터 <늦가을 무민 골짜기>까지 26년에 걸쳐 여덟 편의 연작소설을 세상에 내놓았으며, 6년에 걸친 코믹 스트립 연재와 그림책 네 권에 이르기까지 '무민의 세계'를 일구었다. 그렇기에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무민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책은 해티패티와 훌쩍 떠나 버린 무민파파를 찾는 과정을 그린 무민마마와 무민의 원정 이야기이며, 궁극적으로는 무민 가족이 무민 골짜기에 정착하게 되기까지 그 과정을 담고 있다.

무민과 무민의 엄마가 무민파파를 찾아 떠나며 작은 동물, 튤립 안에서 나온 파란 머리 소녀 툴리파, 노신사, 빨간 머리 소년, 대머리 황새 아저씨 등을 만나는 과정들이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무민파파가 길을 따라 떠난 작은 트롤 생명체인 해티패티에 대한 설명을 소개하는 무민의 엄마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일종의 작은 트롤 생명체야. 대개는 눈에 보이지 않지. 사람들 집 마루 밑에서 살기도 하는데, 저녁에 조용해지면 그 안에서 해티패티들이 살금살금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리곤 한단다. 하지만 해티패티들은 대부분 세상을 돌아다니고, 어디 머무르는 법도 없고, 아무것에도 신경쓰지 않아. 해티패티가 기쁨지 아니면 화났는지, 슬픈지 아니면 놀랐는지는 아무도 몰라. 엄마는 해티패티들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고 생각한단다."

"네 아빠는 비범한 무민이었단다. 네 아빠는 언제나 이 벽난로에서 저 벽난로로 옮겨 다니며 살고 싶어 했어. 전혀 잘 지내지 못했지. 그러다가 사라졌어. 패티패티들과 같이 떠났지. 그 작은 떠돌이들 말이야."

무민의 엄마는 자신이 어렸을 때, 무민 종족이 살아갈 곳을 찾기 위해 끔찍한 숲과 늪을 지날 필요가 없었을 때 세상이 어땠는지 이야기한다. 그 시절 무민 종족은 사람들의 집에서, 주로 벽난로 뒤에서 집을 지키는 트롤들과 함께 살았다.

"우리 무민들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거기 남아서 살고 있을 거란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아직도 벽난로가 있는 집에서 우리 무민들은 마음 편히 지내지 못했단다."



억수같이 퍼붓는 빗속을 걸어가던 무민과 무민의 엄마와 작은 동물은 조난을 당한 고양이 가족을 발견하고 구해준다. 물살에 떠내려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무민과 무민의 엄마와 작은 동물의 덕분으로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는 위험에서 벗어난다. 이후 무민의 엄마는 물 위에 떠다니던 낡은 유리병 속에서 무민파파의 편지를 발견한다.



대머리 황새 아저씨는 무민과 무민의 엄마와 작은 동물의 도움으로 자신의 안경을 되찾는다. 대머리 황새 아저씨의 등에 올라탄 무민과 무민의 엄마와 작은 동물은 하늘을 날라 무민파파를 찾게 된다. 무민가족은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무민파파가 지은 집에서 평생을 살았다.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도움을 주고 받으며 무민 아빠를 찾아 떠나는 무민 가족의 따스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으로 인상적이다.

"마침내 무민 가족은 그날 보았던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작은 골짜기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곳, 풀밭 한가운데에, 타일 벽난로와 다를 것 없는 모양새에 파란 칠이 된 무척 아름다운 집이 한 채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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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 -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른들을 위한 심리수업
다카하시 가즈미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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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는 더 이상의 성장을 거부하는 성인들의 생각과 마음의 능력을 뇌과학과 발달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심리전문가이자 정신의학자인 다카하시 가즈미가 세상과 자신에 대한 '고정된 해석'을 쉽게 바꾸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일련의 사건과 상황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우리의 인생을 얼마나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너무 열심히 노력만 하고 살아온 주부가 자신을 변화한 사연을 들여주어 인상적이다. 그녀 자신은 세상의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보다 깊은 자기 자신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저자는 보다 깊은 자기 자신은 세상의 변화를 알면서도 거기에 휩쓸리지 않는, 보다 확고한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 순간 그녀는 본래의 자신을 되찾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획득할 수 있었다. 자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고통스러운 현실적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킨다.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세상으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세상의 변동에 휩쓸리지 않고 늘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나'라는 존재가 보다 확실하게 확립되어가는 이 구조는 인격이 성장할 때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정신적 발달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사람의 마음에는 현재의 해석을 초월해 보다 깊은 해석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말한다. 항상 고루한 자신을 초월해 자신을 바꾸어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마음에 내재된 자신을 바꾸기 위한 첫 번째 능력은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며, 두 번째는 절망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세 번째는 순수성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첫 번째인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란 자신에게서 벗어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슬픈 사건 때문에 울고 있을 때 슬픔 속에서만 매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슬퍼하고 있는 자신에게서 벗어나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두 번째인 '절망할 수 있는 능력'이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방팔방이 꽉 막힌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다. 아이에게는 이러한 능력이 없다. 마음의 강인함을 갖춘 성인에게만 있는 능력이다. 마음의 강인함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을 정면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인 '순수성을 느끼는 능력'이란 믿음이나 과거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마음의 작용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저자는 감성보다 깊은 수준에 존재하는 것은 사람의 변하지 않는 주관성이라고 말한다. 이 주관성은 보다 세련된 생명의 가치이며 생활에서의 경험이다. 저자는 주관성은 느끼고 행동하고 바라고 생각하고 직감하고 마음에서 발생하는 모든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을 벗어날 수 있는 능력, 절망할 수 있는 능력, 순수성을 느끼는 능력은 마음이 최종적인 주관성을 획득하고 자아를 완성시키는 데 필요한 아주 중요한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사람은 자신의 마음속 깊은 부분에 도달해 이 주관성과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운명 전체를 볼 수 있다. 태어나고 활동하고 죽어가는 자신의 운명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이해를 통해서 완성되는 자신이 진정한 자신이다. 아무도 판단할 수 없는,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주관성이다."

저자는 고루한 해석 안에서의 나는 자신의 외부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에 의해 만들어지는 객관적인 존재였지만, 내가 마음의 보다 깊은 주관성을 만나고 마음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나 자신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외적인 사물이나 인간관계를 참조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한다. 사람은 주관성을 확립하면 정신적 발달을 이루고 새로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고루한 자신은 주변의 가치 있는 사람으로부터 기대를 받는 것에 의해 결정되는 자신이었지만 새로운 자신은 자신의 내적인 장소에서 발생하는 목적이나 나아가야 할 방향에 의해 정해지는 자신이다.

나는 사람들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확립되는 것이다. 나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이고 자기 참조적이다. 나는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는 존재가 아니다.

진정한 나는 아버지, 남편, 과장, 시민 등 모든 역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항상 변하지 않는 나의 주관성이다."

저자는 자신이 실시하고 있는 정신과의 그룹 치료에서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주관성을 접촉해 심리적 고민에서 회복한 사람은 "저는..."이라는 말로 시작하고,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거나 우리 가족은 이렇게 문제가 있다는 식의 객관적인 말 대신,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 "나는 우리 가족을 이런 식으로 느낀다."라고 말한다라고 전한다. 저자는 그룹 치료에서 이런 발언은 자신의 입장에서의 발언이라고 불리며, 주관성을 자극하고 치유력을 높이는 발언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객관적인 관찰 능력을 향상시킨 사람은 유머 감각이 풍부하다고 말한다.

"유머란 보통 무언가를 믿고 그 세계 안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외부에서 바라보았을 때 만들어진다. 무엇인가를 믿고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 자신의 모습과 그런 모습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실패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자신의 협소한 믿음과 그로부터 불거져 나온 자신의 폭넓은 사고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실패를 유머로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애석함과 포기를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유머 감각은 객관적인 관찰 능력과 표리일체의 관계다.

또 성숙한 사람의 따뜻한 유머는 듣고 있는 사람을 안심시키고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을 현실로부터 일단 분리시킬 줄 안다. 유머는 행동의 필연성을 분리시켜 관찰하는 여유와 포기의 입장에서 탄생한다. 즉, 주관성과 객관성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틈새를 이해하게 되었을 대 탄생하는 것이 바로 유머다."

저자는 자신의 주관성을 만나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타인과의 비교에 의해 탄생하는 자신감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주관성이 갖추어지면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 자신의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깨닫는다고 이야기한다. 이 가벼움은 마음뿐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신체적인 가벼움도 동반한다. 자신의 신체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감각이 깊어지면서 가벼움을 느끼는 것이다.

"자유는 자신이 얽매여 있던 무엇인가로부터 해방된 직후에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주관성을 확립했을 때 자신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유롭다는 확신을 가진다. 이 감각이야말로 진정한 해방감이다.

이때 사람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된 것일까? 그때까지 자신의 행동을 지배하고, 자신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강요하고, 자유로운 마음의 움직임을 억압하고 있던 사회의 상식이나 인간관계나 자신에게 부과된 의무와 같은 모든 객관성이다. 또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은 외부의 객관성이 정해주는 것이라고 믿고 있던 고루한 해석과 그것을 수용했던 자신, 고루한 해석에 의지하고 있던 자신일 수도 있다."

우리가 마음속으로 자신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해야 비로소 우리는 바뀌기 시작하고, 그때 내가 자신을 바꾸어가는 것 역시 운명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운명이란 처음에 나의 의지와는 동떨어진 객관성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이해했을 때 우리는 주관성을 만나고 이제는 그 주관성을 바타응로 살기 시작한다.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을 지침으로 삼는다. 주관성이 움직이는 대로, 마음의 순수성이 움직이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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