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재설계 - 예일대 의대에서 밝혀낸 신체나이를 되돌리는 방법
모건 레빈 지음, 이한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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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늙는다. 즉 노화 자체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늙는 방식까지 정해져 있지는 않다. 예일대학교 의대에서 노화를 연구해온 모건 레빈 박사는 우리가 노화의 어떤 경로에 있고 얼마의 속도로 가고 있는지를 알 때 늙는 방식을 재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자신의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때 자신에게 딱 맞는 재설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레빈 박사는 노화에 대한 객관화 방안 연구를 통해 찾아낸 '신체나이'를 바탕으로 노화에 대한 접근방식과 이에 대응하는 방법을 새롭게 제시한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첫 단계이자 노화를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완전히 바꿀 '재설계 전략'을 알려준다.

모건 레빈 박사는 책 <노화의 재설계>가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제프 베이조스, 유리 밀너 등이 30억 달러 투자한 알토스랩 창립 수석 연구원으로 자리를 바꿨다. 알토스랩에는 노화 관련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4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함께하고 있으며, 레빈 박사는 그곳에서 노화를 늦구거나 되돌리기 위한 신체나이 측정법의 개발을 계속하고, 후성유전학적 시계에 대해서도 연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알토스랩 연구의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1장 주름 너머: 건강과 노화의 연결 고리, 2장 진짜 나이를 추적하는 이유, 3장 생물학적 노화란 무엇인가?, 4장 신체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 5장 맞춤 노화라는 미래, 6장 덜 먹기, 7장 장수 식사법, 8장 운동과 노화, 9장 휴식과 이완, 10장 자신에게 '딱 맞는' 것을 찾아서'라는 10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진정으로 더 오래 숫자나이를 이어가는 최선의, 그리고 아마도 유일한 방법은 불운한 동반자인 신체나이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다행스럽게도 자연과 과학은 그런 일이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며, 여러 면에서 그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한다.

"시간은 우리의 몸, 마음, 더 나아가 아마 정체성에도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하지만 노화는 보편적인 것이긴 해도, 시간이 끊임없이 행군함에 따라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밀어닥치는 현상은 아니다.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은 누군가에겐 질병, 장애, 상실을 안겨주며 더 모질게 군다. 반면에 눈가에 주름이나 자주 지었던 웃음의 지워지지 않는 흔적만이 세월의 흐름을 알려주는 이들도 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저마다 다른 속도로, 또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나이를 먹는다. 생일케이크의 촛불 개수가 말해주듯 숫자나이는 일정하면서 보편적인 속도로 증가할지 모르지만 신체나이, 또는 내가 쓰고 싶은 표현인 '진짜 나이'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우리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 바로 이 나이다."

저자는 생물의 가장 놀라운 점 하나는 스스로를 조절하고 재생하고 수선하는 놀라운 능력을 몸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놀라운 특징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갖고 있으며, 어떤 면에선 그것이 바로 생명의 정의이기도 하다. 따라서 저자는 손상 외에 노화속도의 개인별 차이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주요요인은 '회복력'. 즉 몸이 스스로를 유지하고 수선하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생물은 본질적으로 자기조절 및 자기유지의 체계, 과학자들이 '열린계'라고 부르는 존재로, 주변환경에서 자원과 에너지를 받아 특정기능을 수행하는 데 쓸 수 있는 계이다.

저자는 노화를 '특이성의 상실'이라고 정의하고, 몸이 지닐 수 있으면서 건강에 최적인 상태-또는 소수의 상태들-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상태를 달성하고 유지하려면 몸은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 몸은 진화하면서 이 상태에 효율적으로, 또 믿음직하게 다다르는 법을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발달은 극도로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과정이며, 우리 대다수에게서 성공할 수 있게끔 단계적으로 진행되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저자는 바로 그것이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이며, 우리는 운 좋게 잘 진행된 발달 프로그램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훨씬 더 안 좋은 발달 프로그램을 지닌 종은 존솔할 수 없고, 살아남을 수 없기에 사라진다. 노화의 프로그램에 담긴 것은 맞서는 전략이며, 노화 자체는 기본 설정값이지 재촉해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세포의 적응도를 높이는 무언가가 정작 그 세포가 속한 개체에게 해로울 때 벌어지는 결과가 바로 암이라고 말한다. 암세포는 아주 빠른 속도로 증식하면서 몸 곳곳을 잠식하고 자원을 독차지하곤 한다. 암세포의 세계정복을 막지 못하면, 결국 자신이 속한 세계에 너무나 큰 부담이 가해져 그 세계 자체가 파괴되고 만다. 따라서 저자는 노화를 생각할 때는 각 세포의 건강함만을 따질 게 아니라 세포와 분자와 이루어진 체계가 얼마나 잘 조화롭게 협력하는지, 생물 전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물 자체는 각 세포가 더 큰 공공선을 위해 맡은 역할을 부지런히 수행할 때, 즉 세포들이 잘 협력할 때 성공한 시스템이 된다. '전체는 부분들의 합보다 크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젊고 건강한 조직과 기관은 이런 조화로운 공동체의 축소판이다. 그 안에는 각각 다른 일을 맡은 다양한 세포들이 있고, 그것들은 대체로 협력-상호 의사소통과 협조-을 하면서 전체(우리 자신)의 성공을 도모한다."

"그토록 아름답게 구성되고 경이로움을 불러일으켰던 신호전달 과정은 생물이 늙어감에 따라 망가진다. 세포들이 기능이상을 일으키거나 죽어가기 시작하면서 커다란 세포집단 전체에 변화가 일어나고, 이윽고 조직이나 기관 수준에서 손상이 드러난다. 어떤 면에서 이는 사회가 무너져가는 모습과 비슷하다. 세포와 마찬가지로, 잘 유지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고 각각의 일은 상보적인 경향이 있다. 사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직업을 바꾸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사람들은 특정전문 분야에 안주할 때가 많다.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는 필요한 모든 수요를 충족시키고, 개인들은 협력하면서 번영과 안정을 이룰 수 있다."

저자는 사회붕괴를 일으키는 요인들 중 상당수는 생물과 노화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인구과잉, 자원획득경로의 붕괴, 환경파괴가 그렇다. 저자는 노화가 시작될 무렵이면 우리 세포공동체의 환경과 기반시설은 크게 훼손된 상태라고 이야기한다. 손상되고 잘못 접힌 단백질들은 덩어리지고 세포기능을 방해한다. 세포들을 감싸고 이웃세포들 사이의 의사소통과 전달을 촉진하는 구조단백질도 해체된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세포 및 노화세포는 만성염증 환경을 조성하고, 그 결과 이웃세포들까지 손상시켜서 세포 스트레스와 노화, 죽음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

저자는 2004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탐험가 댄 뷰트너는 전 세계에서 장수마을로 유명한 곳들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노화 및 장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함께 세계를 돌아다녔다고 말한다. '블루존'이라 불리는 이런 곳들의 주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살 뿐 아니라 대부분 암, 심장병, 당뇨병 같은 질병도 없다. 저자는 그리스 이키리아,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캘리포니아 로마린다, 코스타리카 니코야반도로 이루어진 블루존 다섯 곳은 몇 가지 아주 중요한 특징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마을들이 대체로 채소와 콩이 풍부하고 육류와 유제품이 적지만,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식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저자는 장수는 유전자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이 놀라운 지역들의 생활습과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종합하자면 블루존의 식단은 지중해 식단과 꽤 비슷해 보이지만, 대부분이 식물성이라는 점이 다르다. 본질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건강한 자연식품으로 구성된 채식 식단 또는 비건 식단이면서, 이따금 육류와 유제품도 곁들인다. 따라서 이 식습관은 사실상 전 세계의 많은 이들도 택할 수 있을 것이다. 엄격한 제한 없이 대안을 제시하며, '양자택일'의 맥락에 갇히지 않는다."

저자는 단식의 핵심에 놓인 것은 '호르메시스'라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호르메시시는 해롭기보다는 사실상 몸에 유익한 반응을 일으키는 가벼운 스트레스 인자를 이야기한다. 운동과 매우 흡사하게, 단식도 몸을 수선과 유지에 치중하도록 만든다. 몸에 음식이 부족하다고 알림으로써 이 결핍의 시기에는 성장과 적응을 하는 대신에 생존을 도모하라는 화학적 명령을 내린다. 저자는 열량제한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몸은 본질적으로 덜 필수적인 과정들을 끄고 자원을 유지나 수선 족으로 돌린다고 말한다. 또 성장을 촉진하는 IGF-1 신호 같은 것들은 잦아들고, 염증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저자는 우리 뇌가 지속적인 단식에 반응하여 새로운 뇌세포와 연결을 도모하는 등의 변화를 겪는다는 연구결과까지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운동의 가장 강력한 효과는 질병 자체를 예방함으로써 건강수명을 늘리는 일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운동이 노화와 질병을 예방하거나 늦추는 강력한 전략인 이유는 우리 몸의 거의 모든 기관과 계통에 직접적인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신체활동이 일으키는 일시적인 스트레스는 튼튼함, 효율, 능력을 증진시키도록 다양한 생리적 적응형질들을 작동시킬 것이다. 이런 형질들의 목적은 몸이 앞으로 마주치게 될 비슷한 교란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몸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살아 있는 체계가 그토록 놀라운 이유도 적응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요구에 맞추어서 기능을 조정할 수가 없는 자동차와 달리, 우리 몸은 조정할 수 잇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 몸에 더 튼튼해지라고 신호를 보낸다면, 몸의 전반적인 복원도 필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평생에 걸쳐 꾸준히 신체활동을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노화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장기적으로 계속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내는 것이다. 저자는 각자는 방해가 될 수 있는 온갖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지속할수 있는 운동방식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운동은 지루한 일처럼 느껴져서는 안 된다. 즐기는 것이 되어야 한다. 농구를 하든, 개를 산책시키든, 친구와 필라테스를 배우든,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든 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밖에도 저자는 생물학적 노화를 다루는 이 책에서 정신건강을 논의하는 이유는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 몸의 다른 부위들의 생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면증후군, 일/생활에서 균형 잡기의 어려움, 너무나 많은 이들이 살아가면서 으레 겪는 끊임없는 압박 등과 연관된 스트레스와 불안은 정신건강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과학은 우리가 상면서 스트레스를 지각하는 방식이 스트레스 사건 자체보다 우리 건강과 노화에 더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부분은 스트레스가 HPA 축을 활성화하여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는 결과는 낳는다는 개념이다. 코르티솔은 몸의 주요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코르티솔은 싸움-도피 반응의 중요한 조절인자로 작용하는 등 몸에서 많은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코르티솔은 달아나거나 싸워야 할 때를 대비해서 즉시 에너지로 쓸 수 있도록 포도당을 혈액으로 분비하도록 촉진할수 있다. 또 소화, 성장, 번식, 면역 기능과 같이 필수적이지 않은 기능들을 차단할 것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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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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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도 사는게 힘든 사람들의 이유가 무엇인가를 깊이 이해할 수 있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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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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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멀쩡하고 사회생활도 무난하게 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 그런데 병원에 가면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주변 사람들과 스몰토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어려워하는 사람, 언어적,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취약해서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소외감과 불안감 같은 불안장애를 느끼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회피형 인간'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바로 이런 사람들을 '그레이존' 인간 유형이라고 설명한다. '그레이존(gray zone)'은 말 그대로 경계 영역에 해당된다는 뜻으로 자폐증이나 ADHD, 아스퍼거, HSP 등 발달장애와 비슷한 증세가 있지만 장애라고 진단 내리기는 힘든 사람들을 말한다. 그레이존의 유형은 매우 폭넓다. 성인 ADHA 증세를 겪거나, 항상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성공했으면서도 마음이 뻥 뚫린 것처럼 공허함이 강하거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거나, 조그마한 소리에도 움찔움찔 놀라거나, 운동신경이 너무 둔해서 사선으로 걷는다거나 하는 등 다양한 증세가 있다. 책 <나는 왜 사는게 힘들까?>는 바로 이런 사람들, 딱히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너무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 나이가 들수록 적응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사람들의 속마음과 인간관계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은 '1장 겉은 멀쩡한데 속은 너무 힘든 사람, 2장 같은 행동을 고집하는 사람, 3장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사람, 4장 상상력이 없는 사람, 5장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 6장 남들보다 몇 배 더 예민한 사람, 7장 주위가 산만하고 정리를 못하는 사람, 8장 몸의 움직임이 어색한 사람, 9장 공부를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는 9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장애 수준을 산에 비유해서 이야기한다면 그레이존은 산 중턱부터 밑부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팔부 능선 이상을 '장애 수준'이라고 하면 육부 능선이나 질부 능선인 경우에도 그레이존이라 진단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렇게 보면 그레이존에 해당하는 비율은 장애라고 진단받는 경우보다 훨씬 더 넓다고 말한다.

저자는 강박증에서 '고착'이라는 현상은 뇌가 민감한 특별한 시기에 뭔가 강한 흥분이나 인상을 받으면서 생겨나는 집착 현상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고착 현상은 쾌감이나 기분 좋은 경험에서 생기기도 하지만, 공포나 욕구불만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면 각인되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비교적 가벼운 사건이 계속 일어나면서 생기는 복잡성 트라우마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저자는 이중에서도 피하려고 해도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다거나 하는 플래시백으로 고통받는 경우와 트라우마 상태가 지속되어 정신적 에너지가 쇠약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전자가 일반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인데 애착 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후자의 패턴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애착 트라우마를 품고 있는데 이것이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고착 현상이 발달 단계에 깊게 관여하게 되면 '고착 유형'이 생겨난다. 이것은 어린 시절 충족되지 못했던 욕구에서 나온 결핌감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현상이다. 저자는 이들의 특징은 지나친 인정 욕구, 자기 과시, 아무리 뭔가를 성취해도 채울 수 없는 결핍감, 다른 뭔가에 대한 동경 등이라고 말한다.

"트라우마에서 생겨난 고착이든,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결핍감에서 생겨난 고착이든 둘 다 과거에 일어난 일에 집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의 안 좋은 경험이 자기 발목을 잡아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게 방해한다."

저자는 발달장애의 증상 중 하나인 고집증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데, 사춘기와 청년기 이후에 이것이 심각한 형태로 나타나면 강박성 장애(강박증)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증세는 할 필요가 없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못 견뎌하거나 터무니없는 생각에 계속 사로잡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증세가 심해서 뭔가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생활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강박성 완만'이라고 부른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반복적으로 손을 씻거나 열쇠가 있는지, 가스 밸브를 잠갔는지 몇 번이고 확인하는 사람, 혹은 정해진 순서대로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 등등이 대표 케이스이다. 결벽증, 청결에 대한 강박증도 상당히 많다. 또 매사에 불안해하는 것도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갓난아기나 반려동물을 실수로 죽이지나 않을까, 차로 사람을 치지나 않을까 걱정하거나 잘못된 주소로 이메일을 보낸 게 아닐까 하고 전전긍긍하면서 다시 확인하는 사람, 중요한 서류를 실수로 버린 게 아닐까 싶어 몇 번이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도 있다. 불결 공포증과 함께 남에게 해를 끼쳤을지 모른다는 공포증도 심하다. 이 모든 것이 뿌리에는 불안, 공포가 있기 때문인데 확인 절차를 반복하면서 안정감을 느끼려 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과 친해질 수 없는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비사회성 타입이고 다른 하나는 회피성 타입이라고 말한다. 비사회성 타입은 인간관계보다 고독을 더 좋아하는데, 이는 타인과 교류하면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크다. 대표적인 유형이 바로 스키조이드(분열성 인격 장애)로, 이들은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또 하나 회피형 인간 유형은 속으로는 친밀한 관계를 원하면서도 조롱당하거나 거절당할 게 두려워서 먼저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타입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스키조이드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회피형 애착 스타일은 양육 환경 때문에 고착된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회피형 애착 스타일은 점점 더 냉정하게 변해하는 자본주의 세계에 순응하기 위한 결과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스키조이드는 감정이 메마른 경우가 많아 타인에게 무관심하거나 차가운 사람들이지만, 회피형 애착 스타일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막상 타인과 있을 때는 사교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귀기 시작하면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본격적으로 관계를 맺는다고 해도 단숨에 친해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이들은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는 일에도 소극적이다.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는, 자기만의 생활 방식을 좋아한다."/

"회피형 애착 스타일은 어린 시절 양육자의 적절한 관심만 있어도 예방할 수 있다. 가능한 한 아이의 요구에 적극저긍로 반응해주기만 해도 안정형 애착 스타일을 가질 수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완전히 다른 유형으로 탈바꿈하기는 힘들지만 개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말에 공감해주고 응답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묻는 말에 답해주고, 관심 가져주는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과정에서 애착 스타일은 서서히 변할 수 있다."

저자는 공포회피형 애착 스타일은 자신이 어차피 미움받고 거절당할 거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대인관계에 소극적이고 어색하다고 말한다. 또한 이들은 인간관계뿐 아니라 도전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새로운 일이나 환경은 반드시 새로운 인간관계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 자신을 드러내야 하고 타인의 간섭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그런데 이렇게 일과 인간관계를 피하며 살다 보면 일정인 능력이나 사회성도 점점 퇴화한다는 게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도전을 피하다 보면 단조로운 생활이 반복되기 십상이다.

저자는 감각 과민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스트레스 지수도 높고 불안감이나 긴장감도 강하다고 말한다. 이와 더불어 어깨 뭉침이나 두통, 현기증, 복통과 설사 같은 증상도 자주 나타난다. 저자는 이런 특징은 자폐증, HSP, 공포회피형 애착스타일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심리적인 과민함은 트라우마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원인은 타인을 과도하게 의식하기 때문으로, 스스로를 타인의 시선에 묶어둠으로써 모든 것에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민증인 경우에는 오히려 일이나 가사 활동, 취미 생활 등으로 적당히 바쁜 것이 낫다.

"철학자 니체는 극히 과민하고 매사에 서툰, 자폐 성향의 인물이었는데 어린 시절부터 두통을 비롯해 온갖 몸의 질환으로 고통받았다. 나쓰메 소세키는 위궤양으로 고통받다가 결국 그 때문에 사망했다. 자폐 성향은 아토피나 천식 같은 알레르기 질환도 많이 앓는다. 이런 것들은 마음의 문제가 몸으로 드러나는 심신증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불안 장애, 수면 장애 역시 발생률이 높다. 공포회피형은 만성적인 우울증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고, 불안형 애착 스타일도 가벼운 우울증이 계속되면서 기분변조증을 동반하기 쉽다."

"감각 과민은 일종의 통증이다. 이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통증을 느낀다. 실제 몸이 아파서 느끼는 통증도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통증도 그것을 느끼는 뇌의 부위는 동일하다. 그러므로 감각 과민이 완화되면 몸의 통증까지 완화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이밖에도 저자는 장애도 아닌데 심리적으로 살기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애착 장애를 품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한다. 저자는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가인 제프 베이조스나 일론 머스크를 포함해서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까지 공통적으로 복잡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애착 장애를 안고 있었다는 사실은 굉장히 상징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애착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기 대문에 고통을 삶의 에너지로 바꿔서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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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필요한 시간 - 전시 디자이너 에세이
이세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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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디자이너인 저자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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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필요한 시간 - 전시 디자이너 에세이
이세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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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필요한 시간>은 우리와 같은 모양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눈을 사로잡는 전시 뒤에 감춰진 전시 디자이너의 기록이며, 인생의 대부분의 순간을 예술로 가득 채운 인물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인 전시 디자이너 이세영은 저드 재단,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서울시립미술관,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쾨니히 갤러리 등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며, 반복되는 일상 속 자신만의 길을 찾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술관 큐레이터이자 전시 디자이너로서 전문적으로 전시를 만들어온 지 이제 햇수로 10년이 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인생의 많은 시간을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보냈다. 미술관은 항상 좋은 놀이터이자 배움을 주는 학교, 도서관이었으며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특별한 이벤트와 즐거움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가끔 힘들거나 지칠 때 혼자서 찾을 수 있는 위로와 휴식의 공간이기도 했다. 나는 늘 예술이 필요했다. 내가 전시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것은 그저 예술에 대한 나의 흥미와 탐구를 바탕으로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예술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함이다. 누구나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자리에서 예술은 우리를 기다린다. 예술은 그 어떤 순간에도 멀리 있지 않다. 예술이 필요한 시간, 망설이지 않고 예술을 향해 다가갈 때 이미 예술은 당신의 삶을 의미 있는 행복으로 가득 채울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이 책은 '1장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에, 2장 전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3장 일상의 행복과 즐거움을 찾아, 4장 오늘도 나는 예술과 함께'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좋은 전시를 위해서는 예술가 혼자서 전체를 조율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전시야말로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의 작업은 전시란 모든 작품이 소외되지 않고 완벽한 환경에서 아티스트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너무 당연해서 모두가 쉽게 잊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고 이야기한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컬렉션 디렉터인 그라치아 콰로니는 당시 미술계를 향한 의심과 불신으로 가득했던 나를 매 순간 토닥이며 예술과 예술가를 다시 바라보고 또 바라보라고 조언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일단 모든 작품 각각을 적절한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선보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너무나 당연하고 단순한 깨달음이지만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지켜지기 어려운 기본이기도 하다. 특히 여러 작가가 함께하는 그룹전에서는 개별 작품에 대한 고려가 무시되기 쉬운데 어느 작가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모든 작품을 특별하고 중요하게 대하는 태도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전시는 미술계 안의 여러 활동 중에서도 중심이 되며 규모에 따라서는 미술계 대부분의 구성원이 참여하는 복합적인 활동이다. 개최하는 목적과 방법에 맞춰 각각의 담당자와 그들이 맡은 역할은 매번 다른 모습으로 전시에 드러난다."

저자는 전시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은 단순히 칸막이나 벽으로 공간을 구획하고 보기 좋게 작품을 배치라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전시에는 늘 타깃과 목적이 존재하고 이는 전시에 개입하는 다수의 참여자만큼이나 입체적이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저자는 디자이너는 관람객이 전시장에 오기 전, 여러 경로를 통해 공유되는 구체화되기 이전의 비물리적 전시 경험부터 실제 전시를 관람한 이들이 글이나 사진, 영상 등의 매체를 통해 재생산하는 결과물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국공립미술관으로, 체계적인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운영된다. 또한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전시를 기획한다. 우리가 미디어에서 접하는 미술관의 이미지이기도 한, 사립문화재단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미술관과는 다르게 국공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되고 평가받는다. 그래서 늘 더 세심하게 프로젝트에 신경 쓰고 집중하게 된다. 전시를 관람하는 데 기본이 되는 효율적인 관람 동선과 전시 환경,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누구나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상태를 가장 우선으로 고려한다. 당연해서 쉽게 놓치게 되는 것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미술관은 가치를 매기기조차 힘든 예술품들이 우리를 기다리는 특별한 장소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작품만을 감상하지 않으며 작품이 놓인 공간의 분위기까지 모두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전시실의 규모와 건축적 장식, 조도, 온도, 습도, 작품과의 거리,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 문과 창 너머로 보이는 겹겹의 풍경 등 전시실을 메우는 수많은 요소가 만들어내는 인상을 기억에 남긴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나는 루브르에서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만드는 요소들, 오래된 궁전을 현대적인 미술관으로 탈바꿈해나가며 변화시킨 여러 전략을 카메라 뷰파인더 너머로 세밀하게 찾아내는 일을 반복했다. 세계 최고의 박물관에서 일어나는 아주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장면들을 3인칭 관찰자로 지켜보며 기록하는 과정 대부분은, 최고의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세심하게 디자인된 압도적 규모의 공간과 그 안을 채우는 역동적인 에너지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공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의도를 생각하고 실제 그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동선과 움직임, 반응을 지켜보며 건축의 진정한 의미란 건물의 설계와 구축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분명 나는 사진을 배우기 위해 파리에 갔고, 전공인 건축과 공간을 주제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배우고 느낀 것은 그 안을 채우는, 매 순간을 특별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적 콘텐츠의 의미와 경험이었다."

저자는 전시 디자인을 하면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주드폼 국립미술관에서 전시를 감상한 기억을 떠올린다고 말한다. 저자는 디자이너가 아닌 관람객으로서 전시장을 걸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그 완벽한 느낌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절한 균형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되새긴다고 이야기한다.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역할은 나만의 디자인 언어를 전시에 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구성 요소들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일임을 재확인하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주드폼 국립미술관은 어떤 콘텐츠와 주제를 다루더라도 변함없이 높은 수준의 전시를 선보이고, 전시를 구헝하는 전체 요소도 실험적인 동시에 아름답다. 특히 내게 이곳은 '전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끝없는 질문에 늘 정확한 답을 주는 공간 중 하나다. 전시 자체를 관통하면서 의도와 맥락이 훌륭한 방식으로 드러나게 만드는 전시 디자인은 그 존재 이유에 대해 품었던 의문을 사라지게 한다. 과감한 구조와 색을 사용하면서도 작품과 완전하게 어우러지며 세련되게 마감된 디테일은 전시 구성에서 디자인이 하는 역할과 책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 어떤 것도 과하지 않게 작품은 작품의 자리를, 디자인은 디자인의 자리를 지키면서 관람객을 자연스럽게 예술의 세계로 이끈다. 동선은 한 순간의 얽힘도 없고 사진과 영상의 계획된 배치는 전시의 맥락을 강화시키며 디자인은 필요한 곳에서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전시 관람의 과정에 어떤 부자연스러운 끊김이나 머뭇거림 없이 관람객은 전시의 흐름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저자는 최근에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전시를 다시 이미지화해 공유하는 일이 일반화되면서 전시 디자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전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작품이 주인공이 되는 전시, 즉 전시장 내에서 작품이 가장 돋보이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너무 당연하지만, 이제는 관람객들이 만들고 공유할 이미지에 담길 추가적인 공간의 디자인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전시 경험이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문화 활동으로 진화하면서 작품이 직접 노출되는 전시장은 물론, 로비와 더불어 관객이 경험하게 되는 전시와 연계된 서비스 공간에도 전시 디자이너의 손길이 필요해졌다고 말한다.

저자는 국내에서 열리는 많은 기획 전시가 작품 외에 과도한 컬러와 장식을 사용해 관람객에게 추가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비싼 관람료를 내고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을 위해 좀 더 풍부하고 환상적인 기억을 선물하고자 한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휘트니 미술관의 전시들과 호퍼의 그림들, 그가 평생을 지낸 뉴욕과 작품 속에 등장하는 거리의 장면들을 함께 떠올리며, 한국의 서울에서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을 준비하는 동안 지금 우리 현실 속에서 관람객들을 만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했다고 이야기한다.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단순히 벽에 걸린 작품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맥락과 의미를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기를 바라고, 전시장의 어떤 유혹적인 요소들보다 그 안에 걸린 호퍼의 그림 속 판타지에 빠져들길 바란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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