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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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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나서 

 은희경 작가의 <생각의 일요일들>을 읽어나가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   

작가님이 나와 사고방식이 아주 흡사하다는 점. 그래서 글을 읽어나가면서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는 점. 글귀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 산문집이었다.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은 글귀들이 많아서 책을 읽고 또 읽고 싶어진다.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이 글들을 써내려갔다. 나는 소설가의 삶을 엿볼 수 있었고, 작가의 꿈이 샘솟기 시작한다. 

이 책은 작가 은희경이 『소년을 위로해줘』를 연재하면서 틈틈이 썼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작품을 쓰는 장소, 작품을 쓰는 내내의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은희경작가가 트위터에서 쓴 글들까지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은희경 작가의 산문집니다. 

"'독자와의 만남'같은 행사를 마친 뒤에는 늘 같은 생각을 해요. 왜 이렇게 나는 진지한 것일까. 게다가 그런 진지한 분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던진 어색한 농담들은 또 뭐고...
그래서 쓴 짧은 글.
사소한 나쁜 짓을 해야 삶을 책임지는 억울함이 약간 가신다.
하다못해 폭음이라도.
근데 남을 끌어들이면 대가를 치러야 하고
또 너무 일찍 깨치면 나쁜 일을 할 시간이 많아서 곤란하다.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악의를 해소하는 일...... 간단치 않다."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나는 반드시 새 노트를 산답니다.
거기에다 전체 테마, 인물, 플롯, 분위기, 장소, 상징, 톤, 디테일, 대화.... 이런 것들의 틀을 일단 세워놓고요.
연습장에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적어가면서 소설과 병행하는 거죠.
'소년을 위로해줘'를 쓰면서 벌써 연습장을 세 권이나 썼군요.
또 달력을 찢어 벽에 붙여놓고 거기에 매일의 시간 관리 내용과 일한 매수 등을 적어요.
포스트잇, 이것 역시 잊어버리지 않아야 할 것들, 새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환기시키기 위해 필수.
수첩도 필요해요. 전체 틀을 흐트러지지 않게 꿰어주는 끈이라고 할까요.
매회 무슨 내용을 썼으며 앞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전체 흐름과 매수를 조절하는 또 하나의 노트도.
그리고 필요한 자료를 조사해 옮겨 적어놓을 다른 노트 한 권.
그리하여 지금 내 책상 위에는 랩탑, 노트 세 권, 연습장, 달력, 두 종류의 수첩(갖고 다니는 것과 놓고 다니는 것), 각종 포스트잇(인물과 사건과 장소별로 색깔을 달리해보려고 하죠.).
형광펜과 볼펜과 연필들, 또 지금까지 연재한 원고를 챕터별로 묶어 놓은 프린트 뭉치들이 있다니다.
커피와 알람시계와 핸드폰과 귀이개와 스탠드 등과 CD와 내게 용기를 주는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진도.
어휴, 그러니 항상 어지럽게 늘어져 있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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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사람살이의 슬픔, 상처, 고통을 이야기하는데도 글을 읽는 이의 마음은 온기와 희망으로 차오르게 하는 작가 정호승. 작가생활 40여 년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시와 산문을 발표하며 사람들에게 삶의 상처마저도 희망의 씨앗으로 키우는 지혜를 선물해 온 그가 우리가 인생에서 마지막까지 붙들어야 하는 화두는 무엇인가를 다시 묻고 답한다.

동화와 우화를 통한 정호승 작가가 전해주는 인생 이야기, 읽어보고 싶다. 

 

 

 매일매일 쉼 없이 이야기를 길어올리며 15년 동안 40편 이상의 장편소설을 펴낸 이야기꾼 김탁환. 그는 한 편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낼까?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를 생각하고,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를 구상하고, 어떤 자세로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어떤 각오로 이야기를 완성시킬까? <김탁환의 쉐이크>는 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그의 이야기 창작 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다. 

<불멸의 이순신>의 작가 김탁환이 펼쳐내는 창작 이야기, 정말 기다려지는 책이다. 

 

 

개그맨 김병만의 자전 에세이이다. 남보다 많이 배운 것도, 가진 것도, 특별한 것도 없는 개그맨 김병만이 코미디의 한 장면을 위해서 어떻게 참고, 극복하고, 노력해 왔는지 그 과정이 가감없이 그려져 있다. 김병만은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얘기도 있지만 삶에 지친 분들에게 작은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고 말한다. 

개그맨 김병만은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한다. 김병만의 자전에세이를 통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일하는 김병만의 삶을 배우고 싶다. 

 

 

 

여기 한 신부가 있다. 어느 날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 [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를 접하게 된다. 꿈꾸는 법을 잊어버린 줄 알았던 사창가의 아이들이 카메라를 잡으면서 희망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 그는 이 영화를 보면서, 카메라와 사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음을 확신한다. 그리고 아프리카 잠비아의 아이들을 떠올렸다. 27컷, 필름에 담긴 아프리카 아이들이 직접 찍은 아프리카. 그 사진들 속에는 우리가 몰랐던 아프리카의 모습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꿈이 있다.  

 

 

 

MBC 라디오 [푸른밤 정엽입니다]의 ‘사랑이, 그래’의 작가 신경민의 첫 번째 에세이. 그녀의 글은 늘 사랑과 이별의 언저리를 오간다. 그러나 가수 정엽의 말처럼 “섣불리 그립다거나, 힘들다거나,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넌지시 그때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하느냐고 물을 뿐이다. 사랑과 추억과 사람을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청춘이자 지친 몸과 마음을 눕히고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우리의 뜨거운 청춘. 신경민의 글은 바로 우리를 위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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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스토리콜렉터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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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R.P.G>는 일본 최고의 미스테리 작가 중 한명이라고 불리어지는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이다.  책 제목인 R.P.G는 'Role-Playing Game'의 약자이다. 롤플레잉이란 실제 상황을 상정하여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면서 문제 해결법을 터득하도록 하는 학습법, 실제 역할연기법이다. 

 

도쿄 도내에 있는 식품회사 과장이었던 48세인 도코로다 료스케라는 남자와 나오코라는 여자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두 살인사건의 연관성을 의심하면서 범인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도코로다 료스케와  시부야에서 살해당한 이마이 나오코 사이에 개인적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나오코는 도코로다의 식품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도코로다와 나오코가 만나왔던 사실이 밝혀진다. 자신의 남자친구를 가로챈 경험이 있는 나오코로 인해 살인사건을 의심받는 'A코'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 와중에 경찰은 도코로다가 인터넷상에서 '아버지'라는 닉네임으로 역할놀이를 한 사실이 발견한다.

 

"도코로다 료스케가 소지했던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조사한 결과 그가 회사와 가정의 인간관계 외에 인터넷상에서 친구들을 사귀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코로다 료스케에게는 인터넷상에 또 다른 '가족'이 있었던 것이다. 아내와 딸과 아들, 도코로다 료스케를 포함해 4인 가족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아버지', '어머니','가즈미','미노루'라고 부르며 빈번히 메일을 주고받았고 채팅으로 대화를 했다. 또한 그들의 관계는 인터넷상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적어도 한 번은 얼굴을 마주한 듯도 했다. 도코로다 료스케가 가즈미에게 또 만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던 것이다. 가장 먼저 확인했지만 닉네임 어머니는 도코로다 하루에가 아니었고, 가즈미도 도코로다 가즈미가 아니였다. 그녀들은 도코로다 료스케가 인터넷상에서 '아버지' 역할을 연기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이구동성으로 진술했다."

 

소설 <R.P.G>를 읽어나가는 중간 중간에 인터넷상에서 도코로다 료스케를 중심으로 '가족' 역할 놀이를 한 이메일을 볼 수 있었다. 가즈미가 미노루에게 썼다는 이메일, 아버지가 가즈미에게 쓴 이메일 등 가족 역할 놀이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가즈미(딸), 미노루(아들) 이라는 가족 구성원이 등장한다. 

 

"알 수 없는 일들뿐이라 생각하는 데도 질렸어. 어째서 난 이모양일까? 미노루는 불안하지 않아?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불안해. 나는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일까?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때때로 내가 있을 자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야. 내가 사라져도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을지 몰라. 미노루도 그렇지? 또 새 친구를 찾으면 그만이잖아. 부모도 그래.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게 부모라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야. 변변치 못한 아이라면 없는 편이 나아. 나는 부모님 기대에 아무 보답도 못 하고 있어. 어재서 우리 딸은 이 모양일까, 부모님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실걸."


"미노루가 걱정 많은 가즈미에게 한마디 해주라고 부탁하더구나. 아버지도 어머니도 너를 사랑한단다. 너는 착한 아이야."

 


살해된 도코로다의 친딸 가즈미는 몇달 전부터 스토커에게 미행당한 사실과 아버지와 관련된 수상한 사람의 이야기를 경찰에게 전한다. 가즈미는 성적이 우수하고 똑똑한 학생이었다. 가즈미는 경찰서에서 아버지 도코로다가 인터넷에서 '아버지'라는 닉네임으로 역할놀이를 하며 교류가 있었던 세 사람인 닉네임 '가즈미', '미노루', '어머니'를 만난다. 가즈미가 취소실밖에서 세 사람을 보고있는 동안 경찰은세 사람을 순서대로 불러 심문을 시작한다.

 

"리쓰코(가즈미)는 시네마 아일랜드 게시판과 채팅방에서 속내를 털어놓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없다는 이야기. 학교도 시시하고, 친구와는 표면적으로밖에 사귀지 못하고, 진정한 친구가 없다는 이야기. 남자친구도 없다. 이대로는 앞날이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 내 인생은 텅 빈 상태로 지나가버리는 것 아닐까? 그런 불안을 의논할 상대도 없다. 부모님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질 뿐이다. 아버지는 가정에 무관심하고, 어머니도 냉담하다. 어머니는 나를 친구처럼 대하지만 그건 그냥 그러는 편이 어머니도 적당히 편하지 때문이다. 결코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지는 않는다. 그 누구도."

 

"자기 생각을 말하고, 누가 그 생각에 대해 이것저것 말해주는 게 굉장히 즐거운 일이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어머, 그래? 마음대로 해.' 이게 아니라 제가 열심히 생각한 걸 열심히 받아주고 대답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기뻤어요. 집에서는 부모님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까지 잔뜩 써버렸어요. 그 글에도 역시 반응이 많았어요. 그것 말고도 이런 영화를 보면 좋다는 추천도 받았고, 쓸쓸해도 지면 안 된다는 위로도 받았고, 정말 즐거워서.... 어렸을 때 친했던 친구 이름이에요. 가즈미. 초등학교 4학년 때 오사카로 전학 가버렸어요. 동경이랄까? 전 어렸을 때 가즈미가 되고 싶었거든요. 굉장히 착한 아이였어요. 상냥하고 귀엽고, 게다가 똑똑해서 모두들 그 애를 좋아했어요. 집에 놀러가면 가즈미네 어머니도 굉장히 상냥하셨고요."

"나는 이 세상에 있을 자리가 없고, 늘 그렇게 느꼈다고 썼어요. 그랬더니 많은 사람들이 위로도 해주고, 설교도 해주고, 조언도 해줬어요."

 

리쓰코에게는 고민을 들어주고, 진지하게 의논해주고, 이해심 많고 상냥하고, 딸의 행복을 첫 번째로 생각한다고 말로 아름답게 표현해주는 '아버지'가 생긴 것이다.

 

"'가즈미, 아버지란다.' 첫머리가 그랬어요. "네가 이 사이트에 드나드는 줄 이제야 알았구나. 글을 읽고 놀랐다. 아버지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그래서 너를 몹시 쓸쓸하게 만들었구나, 미안하다."그런 글이었어요. 전..... 기뻐서 눈물이 날 뻤했어요. 아버지하고 가즈미는 부녀지간. 인터넷 속에서 아버지가 생긴 거에요. 늘 원했던 타입의 아버지 말이에요."

 

"우리는 다들 외로워. 현실 생활 속에서는 그 누구도 도저히 진정한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도 진정한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고독한 거야. 마음을 이어줄 끈이 필요해."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잖아요? 하지만 인간은 얼굴을 마주하면 얼굴밖에 안봐요. 외면만 본다고요. 마음을 이어주는 진정한 끈은 그런 외면을 초월한 곳에만 있는데, 친구도, 부모도, 제가 웃으면 즐거우니까 웃는다고만 생각해요. 저는 진정한 나를 감추고 남들한테 맞추는 건데 말예요.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시늉을 하고, 제가 그렇게 힘겹게 따라하는 줄 알아차리지도 못해요. 아무도 저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지 않아요. 그냥 풍경인 거예요. 하지만 인터넷 속에서라면 마음을 터놓을 수 있고, 진정한 내 모습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도코로다 료스케와 도코로다 하루에, 도코로다 가즈미의 불행의 원천, 크게 떠들만한 소리를 아니지만 그곳에는 엄연한 사실이 있다. 부모자식 간에도 궁합이 있어, 인간적으로 서로 맞지 않는다면 혈연도 저주스러운 속박이 될 뿐이라는 사실이다. 시간만 있다면 그 속박을 길들여 적당히 거리를 재며 서로 상처 주는 일 없이 생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도코로다 가정은 그럴 시간을 잃었다.  

 

소설 <R.P.G>의 마지막 부분에 반전에 놀랐다. 도코로다 료스케의 친딸 가즈미는 자신만의 정의를 쫓다가 스스로에게 무너져버렸다. 누구든 나를 배반하고 상처 입히는 존재는 결코 용서치 않겠다는 가즈미,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른 일이라고 말하는 가즈미였다. 가즈미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자신을 믿고, 자신에게 강하게 의지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불사한다.  

 

"치카코 형사님, 나 말이죠. 어렸을때는  아버지가 정말 귀여워해 주셨어요. 어화둥둥, 보물처럼 대해주었죠. 그래서 난 아버지를 정말 좋아했어요. 아버지에게도 저는 자랑스럽고 귀여운 딸이었고요. 너무나 아름다운 관계죠? 아버지는 나라는 딸이 아니라 아름다운 관계를 사랑했어요. 그러니까 내가 어려서 자기 의사가 없이 아버지의 깜찍한 인형으로 있는 동안에는 한없는 애정을 쏟아주셨던 거에요. 아버지의 바람기도 제가 어리고 귀여운 가즈미였을 무렵에는 조금 잠잠했을 거에요."

 

"정의요. 누구든 이기심 때문에 남을 상처 입히면 그에 응당한 대가를 받는 거야. 그뿐이에요. 당연한 일이죠.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에요."

 

도코로다 요스케는 그가 구축한 인간관계는 어디까지나 그를 둘러싼 인간관계일 뿐이었다. 중심은 도코로다 료스케였다. 그는 그의 위성으로 움직여주는 인간만을 원했다. 하지만 가즈미는 처음으로, 더군다가 그의 피를 이어받은 자식이면서 자기 의사로 그것을 부정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는 아내를 길들인 것처럼 딸도 길들이려 했다.

 

"만일 도코로다 가즈미가 인터넷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어땠을까? 허망한 상상이지만 다케가미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가즈미가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목소리도 들려주지 않고, 닉네임의 그늘에 온전히 몸을 숨기고 그 속내를 누군가에게 말할 기회를 얻었더라면? 분노로 어둡게 그늘진 눈동자나, 상심으로 완고하게 일그러진 입매는 숨긴 채, 그저 언어로 그런 감정을 누군가에게 쏟아낼 수 있었다면? 어쩌면 그 인터넷 속의 누군가는, 피와 살을 갖추고 행동력이 있었던 탓에 어설프게 가즈미에게 휘둘린 이시구로 다쓰야가 하지 못했던 역할을 해주었을지도 모른다. 가즈미에게 사로잡히지 않고, 가즈미에게 휘말리지 않는 거리에게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그녀를 보듬으며, 그녀의 분노를 이해하는 역할을." 

 

소설 <R.P.G> 끝부분에 도쿠가나가 읊었던 사이조 야소의 '나비'라는 시가 인상적이었다.

" - 나비 -

 

이윽고 지옥에 내려갈 때,

그곳에서 기다릴 부모와

친구에게 나는 무엇을 가지고 가랴.

 

아마도 나는 호주머니에서

창백하게, 부서진

나비의 잔해를 꺼내리라.

그리하여 건네면서 말하리라.

 

일생을

아이처럼, 쓸쓸하게

이것을 쫓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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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 가디언이 심층취재한 줄리언 어산지의 모든 것
데이비드 리.루크 하딩 지음, 이종훈.이은혜 옮김, 채인택 감수 / 북폴리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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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위키리크스 : 더 무비>의 원작으로 유명하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만든 줄리언 어산지는 무명의 인물로 출발했다. 위키리크스는 익명의 정보 제공자가 제공하거나, 자체적으로 수집한 사적 정보 또는 미공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웹사이트다. 주로 정부의 비밀을 폭로하는 일을 한다. 위키피디아가 집단 지성을 바탕으로 한 공개 백과사전 사이트라면, 위키리스트는 익명 집단의 제보를 바탕으로 하는 비밀 폭로 전문 사이트다. 이 책의 내용은 무명의 한 해커에서 갑자기 세계적 유명 인사로 떠오른 줄리언 어산지란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어산지와 위키리크스가 어떻게 하나의 세포에서 하나의 개체로 성장했는지를 가장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와 처음 접촉하고 전 세계에 비밀을 폭로할 계획을 함게 세웠던 영국 일간이 <가디언>의 기자들이 썼기 때문이다. 특히, 컴퓨터를 전공하거나 해커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39세 호주인 줄리언 어산지. 그는 비상한 재주를 지닌 컴퓨터 해커였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유머와 위트를 구사하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대론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냈으며, 간혹 상대의 말을 대받아치기도 잘했다. 어산지, 그는 정보 메시아인가, 사이버 테러리스트인가! 자유의 전사인가, 반사회적 인물인가! 양심적인 십자군인가, 자아도취에 빠진 정보 사기꾼인가!"

 

줄리언 어산지는 추종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지만 기소되면 감옥에 갇혀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닌 인물이다. 해커중에서는 힘든 가정사가 과거를 가진 인물들이 많다고 한다. 어산지가 더욱 컴퓨터의 세계 안으로 빠져든 이유도 그의 불우한 과거가 한몫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산지가 열여덟 살 되던 해 여자친구가 임신을 하자 두 사람은 결혼했고 아들 대니얼이 태어났다. 그러나 어산지의 불안 증세가 점점 심해지고 경찰이 마침내 불법 채커 동아리를 압박해오자 어산지의 아내는 20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그를 떠났다. 이 무렵 어산지는 우울증으로 한동안 입원했다. 이후 어산지는 단데농 산맥 국립공원의 유칼립투스 숲속을 배회하며 한동안 노숙생활을 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버림을 받고 혼란과 급작스러운 변화를 겪어야 했던 10대 후반의 어산지는, 이 시절 인간관계란 분명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반면 컴퓨터의 세계는 예측이 가능했고, 그가 훗날 암호 해독가로 기술을 익히는 데 핵심 요소였던 알고리즘만큼은 믿어도 될 것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위키리크스라는 이름은 사용자가 편집할 수 있는 사이트라는 의미의 '위키'로 시작한다. 그래서 사용자가 편집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나 어산지와 그의 동료들은 위험하거나 불법적인 정보를 제거할 필요성과 콘텐츠 때문에 그런 모형이 실용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우리의 초기 개념은 이러했다. '위키피디아를 편집하는 그 모든 사람들을 지켜보라. 그들이 수행하고 있는 실속 없는 그 모든 일을 지켜보라. 역사와 수학 등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들과 인권 참사에 대해 그럴듯하게 설명하기에 여념이 없는 그 모든 블로거들. 그런 사람들이 분명 새로운 정보를 얻고 한 걸음 더 나가가 무언가를 이루지 않을까?' 당치 않은 말이다. 그건 전부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무언가에 대해 글을 쓴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지 않아도 말이다. 이미 같은 집단에 속해 있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과시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 그들은 그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다."

 

책 <위키리크스,비밀의 종말>에서는 어산지 외에도 위키리크스의 정보원으로 알려진 23세의 미군 병사 브래들리 매닝에 대해서도 자세히 등장한다. 미국의 기밀을 빼내 위키리크스에 전한 브래들리 매닝. 그는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들으면서 컴퓨터로 기밀들을 빼냈다. 보안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도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스웨덴 여성 성폭행 혐의로 체포되었던 줄리언 어산지가 보석금을 내는 조건으로 풀려나기까지의 과정도 상세하게 다루어진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일지, 이라크 전쟁일지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기밀을 누설하는 위키리크스. 위키리크스의 줄리안 어산지라는 인물을 상세하게 알 수 있는 책이여서 무척 흥미롭다. 기밀 속에는 인류의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행태가 드러나는 것 또한 안타깝다.

 

"외교 문서에 관한 이 방대한 자료를 면밀히 조사해보면 인간 본성에 대한 비관적 시각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인류는 세계 곳곳에서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행동을 보이고 있었는데, 특히 수많은 정치 지도자들은 놀랄 만한 탐욕에 사로잡힌 채 돈에 좌우되는 작태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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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ain Grammar - 딱! 미국 중고등학생만큼만
레베카 앨리엇 지음, 한민정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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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NO PAIN NO GRAMMAR>는 저자 레베카 엘리엇은 아들이 중학생이었을때 아들의 작문 선생님을 도와 학생들의 글을 검토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글을 읽으면서 지겨운 글쓰기가 아닌 영문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비결, 글쓰기를 좋아하는 방법, 올바른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 책을 쓴 계기라고 한다.

 

책은 크게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어를 구성하는 요소들, 문장 만들기와 문장부호, 일치, 단어, 검토하기, 이메일 쓰기에 대해 알려준다.

1장에 등장하는 영어를 구성하는 요소들에는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와 부사, 접속사, 전치사, 감탄사가 무엇이고 주의할점, 틀린 문장에 대한 설명이 쉽게 나온다. 2장에서는 문장 만들기에 대한 표현을 배울 수 있다. 문장 만드는 방법은 상당히 중요하다.저자는 단어는 마치 블록가 같고, 우리는 다양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단어를 이리저리 쌓아올린다고 말한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완전한 문장을 만드는 것이지만,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는 바로 문장을 완전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2장에서는 완전한 문장과 불완전 문장을 구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물음표, 느낌표와 같은 문장부호, 문장을 분리시키는 쉼표, 콜론, 세미콜론, 괄호, 줄표 등을 언제 어떤 것을 써야할지에 대한 설명을 배울 수 있다. 3장에서는 일치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동사는 주어에 일치하고, 대명사와 선행사가 일치한다면 분명히 멋진 글이 탄생한다. 3장에서는 언제 동사와 주어가 어떻게 일치해야 하는지 헷갈릴때 문법적 일치와 불일치 사이의 차이점을 배울 수 있다. 4장에서는 잘못 쓰기 쉬운 단어들, 헷갈리는 단어들을 설명한다. 5장에서는 최악의 영작 실수들, 첨삭하기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다듬기의 기술을 배우는 것은 작문의 기술을 배우는 것만큼 중요하다. 5장에서는 문법 규칙이 아닌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6장에서는 이메일 쓰기에 대한 방법을 서술한다. 작문을 제대로 하기 위해 규칙이 존재하듯이, 읽기 편한 이메일 작성을 위한 가이드라인 역시 존재한다. 특히 6장에서는 이메일을 읽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도록 이메일 쓰는 것에 대한 조언을 다양하게 배울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미국 내의 <Barron’s>는 각 분야 기본 교육서 제작사로서의 명성이 더욱 높다. 특히 이 책의 근간이 된 『Painless Grammar』는 2006년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아마존 학습자료 분야에서는 1위, 영문법 분야에서는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초장기 베스트셀러이다. 실제 미국의 중고등학생들이 정확한 단어와 문장부호의 사용, 그리고 올바른 작문을 위해 읽고 공부하는 영문법 책이여서 효율성이 상당히 높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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