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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CBS 라디오 피디 정혜윤의 에세이 <마술 라디오>는​ 프롤로그부터 그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길게 펼쳐놓아 신선했다. 저자는 '듣고 묻는 자'가 라디오 피디라고 말한다. 라디오 피디는 묻고 들으면서 끝없이 살 방법을 찾아 헤매는 사람, 수많은 삶의 형태를 전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힘없는 사람들을 만나서 '의견'이 아닌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마술 라디오를 통해서 여백에 새로운 주석을 달듯 자신들의 이야기를 채워나갈 수 있다. 깊은 대화를 나누는 순간, 마법처럼 사랑만이 남는다.

"이렇게 묻고 듣고 다니면서 제일 놀라운 것, 그것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려 한다는 바로 그 점이야.(...) 사람들은 왜 자신에게 큰 이득도 되지 않는 일을 할까? 왜 일개 라디오 피디인 내게 그 많은 시간을 쓸까? 왜 사람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할까? 그런데 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영리하지 않은 사람들이 세상을 세상답게 해. 세상을 마술적으로 바꿔."​

이 책에는 14개의 마술 라디오 사연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와 함께 어부와 사랑, 빠삐용의 아버지, 주먹맨, 두 갈래 길, 신은 나에게 그녀 대신 혓바닥을 주셨다, 사라진 라디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소원을 70퍼센트로 이룬 노인, 잘 듣는 할머니, 마지막 잎새 인간, 지상의 선물, 간월도의 달, 제일 부러운 사람, 야채 장수의 이중생활이라는 제목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4장 '두 갈래 길'이라는 제목에 등장하는 내용의 글귀가 인상적이다. 특히 실망에 관한 이야기가 공감갔다. 실망으로 움츠려드는 것이 아니라, 실망을 통해서 무언가를 기억해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또한 우리에게 만약 과거를 대하는 두 갈래 길이 있다고 할때, 하나는 과거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강화시키는 길, 또 하나는 과거를 해석하는 길, 전자​에선 순응이 나오고 후자에선 자유가 나온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실망을 감상적으로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어. 실망의 유일한 문제는 실망 때문에 어느 쪽으로도 가지 않으려 하는 것이겠지. 실망하지 않으려 애쓰지 마. 그 실망이 나에게서 왔든 바깥에서 왔든,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겠지. 나 스스로 뭔가를 기억하려는 거야. 내가 그렇게 전적으로 올바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연기할 수는 있겠지. 아주 기가 막히게 말이야. 그러나 어떤 역할을 기가 막히게 연기해낸다고 해서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지. 우리들은 사람들을 틀에 맞추고 분류하고 싶어서 안달이잖아. 그것이 다 자신을 위해서야. 편하게 이해하려고. 누구는 좋은 사람, 누구는 나쁜 놈.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 여러 면이 섞여 있을 뿐이야. 남도 마찬가지고 나도 마찬가지고. 타인의 삶은 다 비밀이야."​

5장 '신은 나에게 그녀 대신 혓바닥을 주셨다'라는 내용에 등장하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나는 행복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뿐이야.'라는 말은 '행복에 대한 강박관념'을 덜어놓는 글귀였기 때문이다.

"행복은 무엇에 대한 보상으로 오는 것이 아니더라. 행복은 내 영혼의 깨끗한에 대한 보상도 아니고 내 외로움에 대한 보상도 아니었어. 나는 행복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뿐이야. 행복에 대해서 나는 풋내기였어. 확실한 것은 나는 어떤 종류의 의지를 발휘하는 데도 게으르고 무능력하다는 거야."​

"신은 우리에게 허구를 상상하는 능력, 또 다른 현실,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보는 능력을 주셨어. 신은 우리에게 기억력을 주셨고 그것을 말하는 능력을 주셨고 결핍을 느끼는 능력, 욕망하는 능력을 주셨어. 자기 인생을 상상 속에서 정산해보는 능력을 주셨어. 우리는 이런 것들로 우리의 불안정함을 견뎌나가고 있는 것 아닐까? 이런 것들이 있어서 우리는 간신히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점에서 우리는 소설가고 시인이야. 우리는 소설과 시를 사랑해. 신은 우리에게 혓바닥과 함께 뇌를 주셨어."​

5장에서는 존 버거의 <아픔의 기록>에 나오는 <길 안내>라는 시가 등장한다.​ 시는 사실 앞에서 무력하지만 연민과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시는 사실 앞에서 무력하다. 무력하지만 인내력을 잃은 채 무력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시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시는 결과에 어울리는 이름을 찾지. 결정에 어울리는 이름을 찾지 않는다.

시를 쓰는 동안 우리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제외한 모든 것에 귀를 기울인다. 옷, 벗어 던진 신발, 그리고 머리 빗는 솔처럼, 시는 거기에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니, 더 적절하게 말하자면 우리 앞에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7장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저자는 자신에게 진짜 어두운 것은 심연이 아니고 표면이고 얕음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깊어질 수 있는가? 어떻게 사랑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이 인생의 질문 중 하나라고.​

"저한테는 참을 수 없는게 또 있어요. 저는 혼자 있을 때 드는 내 생각의 얕음에 가끔 어질어질해요. 사람들 속에 있을 때, 열심히 들을 때, 혹은 열심히 책을 읽을 때는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에 혼자 하는 제 생각은 가관이죠. 낮에 당한 모욕에 대한 반복적인 복수, 그때는 생각나지 않았는데 한참 뒤에야 생각나는 통쾌한 반박, 감상적인 소설에나 나올 법한 유치한 생각을, 그때는 내가 나를 할퀴죠.

오로지 나만이 나를 할퀼 수 있는 시간이 있지요. 내가 나의 적이죠. 그때는 무한히 표피적인, 무한히 얕은...... 그래서 저는 열심히 내가 들은 것, 내가 읽은 것을 생각해야 해요. 내 일상의 경험과 마음 속, 그 사이에 뭔가가 끼어들게 해야 해요."​

11장 '지상의 선물'에 등장하는 낚시꾼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거친 파도와 같은 인생에서 무게 제로 상태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낚시꾼의 답이였다. 낚시꾼의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는 우리가 인생에서 타인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시간을 나눠 갖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그 시간 속에서 고민과 이야기와 비밀과 눈물과 웃음을 나누다가 공동의 기억과 경험을 만들다가 그러다가 함께 변해가는 거지.'라는 의미에 공감한다.

"제 아내와 제가 사는 것, 혹은 제 친구들과 제가 사는 것이 그렇죠.​ 나무와 납이 균형을 이루어 무게 제로로 바다에 떠 있는 것이 가능하듯이 제 아내와 저도 서로 상대방이 지고 있는 무게를 압니다. 사람 사이의 조화란 게 서로의 무게를 아는 거예요. 그래야 가라앉지 않아요. 저는 낚시를 아무리 좋아해도 아내가 우울한 날은 가지 않아요.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요. 아내가 무거워지면 제가 가벼워지고 제가 무거워지면 아내가 가벼워지고."

"살다보니 알게 된 건 인생에 쓸데없는 것은 없다라는 거예요. 그걸 모아서 선물을 하려고 맘만 먹으면요. 다 소용이 있어요. 돈 없어도 폼 나게 사는 것 어렵지 않아요. 나는 가구들도 직접 만들어요. 거실 탁자, 아내의 서랍장. 다 버려진 나무 주워다가 내가 만들고 칠한 거예요. 이 거실 탁자에서 커피를 마시고 과일을 먹죠. 나한테 가장 소중한 것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줄 아니까 폼나게 살아요."​

 

13장 '제일 부러운 사람'에 등장하는 노점상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저자는 '슬픈데도 행복하니까 강한 인간이다'라며 노점상 할머니들이 자기 삶을 사랑하는 방식에 ​놀랐다고 말한다. 저자는 원래 책 읽는 것을 좋아했던 자신이 그걸로 뭘 하려는 이유도 없이 그것들을 좋아하기 시작했던 마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를 사로잡았던 것을 갈망하고 동경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직접 가든 우회로로 가든 길을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렇게 해서 계속 새로워질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강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단테는 연옥과 지옥을 거쳐서야 결국 천국에 도달했어. 이것을 우리 삶으로 바꿔 말할 수도 있을까? 우리는 수많은 일을 겪어내고야, 무수히 많은 노력을 하고 난 뒤에만 행복을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행복은 용기와 관련이 있을꺼야. 분명한 것은 행복은 사랑과 관련이 있다는 거야. 행복은 있어. 함께 있는 것에."​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많은 것들조차도 ​자신의 결핍을 메우려고, 기껏해야 자존감이나 경쟁력을 높이려고 수단시하는 우를 범하곤 해. 그렇게 해서 고작해야 성공이나 이득이나 인정, 안정에만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엔 쓸쓸해지고 마는 거지. 우리는 사랑할 때도 그런 실수를 해. 왜 사랑을 하지? 쓸쓸할까봐? 외로울까 봐? 그렇지만 기름 냄새가 존 버거에게 그림을 파는 걱정에서 벗어나게 해준 이 부분을 읽을 때 나도 덩달아 깨끗한 종이 냄새로 돌아가게 되고 내가 그저 책 읽기를 좋아했던 사람임을 기쁘게 기억해낼 수 있었어."

14장 '야채 장수의 이중생활'에서는 야채 장수 여인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녀가 우울증을 극복한 세 가지 방법이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그녀가 우울증을 이겨낸 첫번째 방법은 일기를 쓰기였고 두 번째 방법은 동화책을 읽기였으며 세번째 방법은 자신이 제일 아끼는 컵으로 커피나 차를 마시며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였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저자의 음악하는 친구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우리는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란 것도 소중한 사람이란 것도 모른 채로 살아간다.

"우리는 우리가 아주 작은 사람인 줄 알아요. 중요한 사람이란 것도 소중한 사람이란 것도 몰라요.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한 말이 지금 생각나요. 아무도 감히 모든 힘을 다해 제 운명을 살지 못한다고. 우리는 어중간한 데서 멈춘다고. 일평생 내내 사랑과 이데아를 속여 손바닥 위에 놓인 저울의 이익을 얻으려고 몸부림을 친다고. 우리는 너무나 몸을 사리기 때문에 시시한 사랑으로 상처받고 평범한 욕망으로 괴로워하고 우리 자신의 모험을 하지 못한다고. 그렇게 우리는 자신이 누구일 수 있었는지 알지 못하게 되죠. 우리가 거울을 봐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망가진 모습을 직기하기 위해서란 말도 있어요."​

저자가 '완벽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것이 아니라 '열려 있음과 받아들임'이라는 사실이다.​ 라디오 피디인 저자는 어떤 것을 알고 알리는 것이 필요하고 가치있는 일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입사한 첫해 전파 방정식을 종이에 베껴서 코트 주머니에 넣고 한강으로 갔어(...) 나는 그동안 무엇을 방송해야 하는지 몰랐었어. 완벽한 사람이어야 방송을 할 수 있는 줄만 알고 있었어. 완벽한 사람이 아니란 것이 들통 날까 봐 두려웠어.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완벽함도 확신도 자신감도 아니었어. 심지어 어떤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도 아니었어. 내가 중요해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어. 중요한 것은 열려 있음과 받아들임이었어. 나는 어느 날은 나라는 존재는 없다는 듯이 무언가를 반사하고 싶어 할 테고, 또 어느 날은 반대로 나를 통해 잘 비춰 보이고 싶어 하기도 할 테지만, 그 사이를 오락가락 하겠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타인들이 '빛'일 거란 것은 분명했어."

"모든 사건들이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세계가 존재할 수 있는 세계들 중 최선의 세계라면 그 세계 안에서 나의 행동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겠지. 방송을 하면서 쓰지 않는 단어가 생겼어. 나는 아이템이라는 말을 쓰지 않게 되었어. 쓰지 못하게 되었다가 맞겠지. 우리에게는 방송의 소재인 어떤 것이 누군가에게는 삶이기 때문이야. 우리에게는 몇 분짜리 아이템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 계속될 사건이야. 내가 아이템이란 말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은 세상 모든 일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나의 모든 행동도 세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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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영문학 최고 권위의 문학상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최신작품이다. 이 책은 그가 자신과 아내에 관해 쓴 유일무이한 회고록이자 개인적인 내면을 열어 보인 에세이이다. 또한 동시에 이 작품은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를 담은 소설이자 19세기 기구 개척자들의 모험담을 담은 짧은 역사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비상의 죄', '평지에서', '깊이의 상실'이라는 제목의 세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흥미롭다. 특히 책 뒷부분에 '깊이의 상실'이라는 줄리언 반스 자신이 아내를 잃은 사별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 앞부분의 '비상의 죄', '평지에서'를 함께 설명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기구의 이미지는 인간이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자유를 엿보이게 한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감각, 쾌락,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있어요'라고 말하는 인물 사랑의 모습은 마치 기구를 타고 올라가고 싶어하는 인간의 자유로움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기구는 자유를 대변했다. 그러나 그 자유는 바람과 날씨의 권력에 영합하는 자유였다. 조종사들은 그들이 움직이고 있는지, 정지해 있는지, 상승하고 있는지, 하강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이 진실과 마법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사진에서의 진실, 기구 비행에서의 마법처럼."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감각, 쾌락,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있어요. 난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감정을 찾아 헤매요. 삶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렇게 살아갈 거예요. 나의 마음은 어느 누구, 어느 한 사람이 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짜릿한 흥분을 원한답니다."

작가인 줄리언 반스가 아내 팻 캐바나가 세상을 떠남으로서 사별의 심리적 상태를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사별의 슬픔에 젖은 사람은 우울증에 걸린게 아니라 다만 적절하게, 합당하게,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슬픈 것이다.'라는 작가의 심정에 공감갔다. 물론 줄리언 반스가 아내의 사별 후에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르게 사별의 감정을 느끼지만, 그것은 작가 자신에게 아내가 인생의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었는지를 느끼게 한다.

"사별의 슬픔은 인간으로서의 상태이지 의학이 필요한 상태가 아니며, 그 고통과 더불어 다른 모든 것을 잊는 데 도움이 되는 약은 있어도 치유해주는 약은 없다. 사별의 슬픔에 젖은 사람은 우울증에 걸린게 아니라 다만 적절하게, 합당하게,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슬픈 것이다."

"사별의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동정을 요구하면서도, 자신이 차지한 아성에 대한 그 어떤 도전도 성가셔하며, 똑같은 상실감으로 괴로워하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얕본다."

"결국 우주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는 우주가 그렇게 끝낸 일의 부산물이다. 어떠면, 비탄 또한 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그 아픔과 싸웠고,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슬픔을 극복했고, 우리의 영혼에서 녹을 긁어냈다고 생각하지만, 그 모든 일이 일어난 때는 비탄이 다른 곳으로 떠났을 때, 자신의 관심사를 다른 데로 돌린 때이다."

애도에 관한 줄리언 반스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애도에 성공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를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한다. 나는 친적의 죽음은 경험해보았지만, 아주 가까운 가족의 죽음은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러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는 슬픔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줄리언 반스가 말하는 애도라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우주와 같은 사랑을 잃었을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애도에 '성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성공은 기억하는 데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잊어버리는 데 있는 것인가? 꼼짝 않고 가만있는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가? 아니면 이 둘 모두를 조합한 것인가? 잃어버린 사랑을 왜곡 없이 기억하면서 마음속에 굳건히 유지하는 능력인가? 아내가 당신에게 바랐을 법한 모습으로 계속 살아가는 능력인가?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마음은 어떤 상태가 되는가? 마음이 원하고 찾는 것은 무엇인가? 중립적인 태도와 무관심을 지양하는 일종의 자족적인 형태인가? 이후, 잃어버린 사람에 대한 기억에서 힘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는가? 이건 양쪽 세계에서 가장 좋은 것만 달라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제 막 한족 세게에서 가장 큰 시련을 견뎌낸 당신으 스스로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땅한 자격=우주(아니면, 심지어 동물계)에 보상체계가 있다는 믿음-이란 또 다른 망상이자 또 다른 허영이다. 하고많은 곳 가운데 유독 이곳에 패턴이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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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마케팅 - 고객 참여와 성과를 끌어내는 마케팅 로드맵
리사 아더 지음, 이흥섭 옮김 / 더난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빅데이터 마케팅>은 빅데이터 분석, 데이터웨어하우징 및 통합 마케팅 관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한 테라데이타 애플리케이션의 최고마케팅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리사 아더가 쓴 책이다. 저자는 오늘날 비즈니스 리더들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빅데이터의 도전 과제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그들 앞에 놓여 있는 과제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는 복잡한 수학적 모델이나 혼란스러운 통계 자료가 없다. 그 대신에 빅데이터 시대에서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마케터의 입장에서 경험하고, 발견한 사실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성공한 경험뿐만 아니라 실패의 경험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밝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빅데이터의 통찰을 잘 활용하여 필요한 변화를 추진하는 방법에 관한 실질적인 조언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1장 과거의 낡은 마케팅에서 벗어나라, 2장 빅데이터가 이끄는 마케팅 혁명, 3장 복잡하게 뒤엉킨 데이터 헤어볼을 풀어라, 4장 빅데이터 마케팅은 무엇인가, 5장 과학과 예술이 만난 빅데이터 마케팅, 6장 전략적으로 움직여라, 7장 사일로를 무너뜨려라, 8장 데이터 헤어볼을 풀어라, 9장 측정 지표를 개발하라, 10장 프로세스에 새롭게 주목하라, 11장 새로운 마케팅 기술, 12장 빅데이터를 넘어 새로운 고객 경험이 답이다라는 12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마케팅 기술, 프로세스, 문화의 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대의 마케팅은 최고 경영진, 고객, 협력사, 공급자를 포함하여 늘어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 사항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수동적인 과정과 일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요구 사항에 더 이상 맞출 수 없다. 또한 고객을 중심으로 모든 일을 수행하라고 조언한다. 고객 입장에서 당신의 회사를 하루 이틀 정도 경험해보라는 말에 인상적이다. 저자는 고객의 구매 여정을 이해하고, 고객 경험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에 대해 기업과 직원들을 고무시키라고 말한다.

 

저자는 마케팅 포인트 솔루션을 통합하라고 말한다. 이메일, 캠페인 관리, 실시간 상호작용, 제안 관리, 예산 관리, 분석 기능 등의 마케팅 포인트 솔루션을 통합하고 자동화하라. 통합된 마케팅 기술 플랫폼은 데이터 헤어볼을 푸는 데 가장 중요한 단계인 시스템 간소화 및 고객 정보 통합을 지원한다. 빅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마케팅 기술을 통한 총제적이고 통합된 접근법이 필요하다.

 

저자는 실패를 권장하는 문화를 조성하라고 말한다. 직원들이 빨리 그리고 비교적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변화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감 있고 실패를 받아들이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실행하면서 배워야 하는 것이다. 즉 실행하고, 평가하고, 발전해야 한다.

 

저자는 통합적인 전략을 세우라고 말한다. 고객 상호작용, 데이터, 기업을 위한 전략을 개발하고, 기술 접근법을 개발해야 한다. 한꺼번에 어려운 일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거시적인 비전과 모든 비즈니스 부문을 망라하는 전략이 있으면 성공에 더 가까워지게 마련이다. 전략에 맞게 중견 간부를 기용하고, 보다 포괄적인 비즈니스 목표를 가지고 모든 요소를 한데 엮어라. 이렇게 기초를 다져 놓으면 변화의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모두가 한 가지 비전을 가지고 함께 나아갈 수 있다. 또한 빠른 변화를 기대하면 안 된다. 빅데이터 마케팅은 문지르면 바로 응답하는 램프의 요정이 아니다. 데이터를 얼마큼 투입하고, 바로 다음 날 출근해서 원하던 결과물을 얻을 수는 없다. 빅데이터 통찰은 그것을 얻게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비슷한 과정이 계속될 수 있다.

 

저자는 크게 생강하되 작게 시작하라고 말한다. 당신에게 필요한 데이터 채널을 찾기 위해 미래의 비전을 그려 보라. 그리고 필요한 원동력과 지원을 유지하는 데에 그 비전을 이용하라. 이때 기업 전체가 모든 과정을 거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큰 프로젝트는 일이 복잡해지는 데다, 빅데이터 마케팅은 새로운 영역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프로젝트부터 작게 시작하라. 작은 프로젝트에서 큰 가치를 얻으려면 분석 전문가들을 일찍 참여시켜라. 그들의 전문 지식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당신이 배운 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라. 또한 문제가 알아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빅데이터는 그대로 있고, 데이터 주도적인 마케팅의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데이터를 당신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사용하기 시작해야 한다. 빅데이터는 계속 쌓이고, 헤어볼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어떤 데이터가 중요하고, 어떤 데이터가 중요하지 않은지에 대한 진실은 절대 알 수 없다.

 

저자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라고 말한다. 최고경영진은 홈페이지 방문자 수나, 트위터 팔로우 수, 페이스북의 '좋아요' 수에 큰 인상을 받지 못한다. 그들은 '결과'를 원한다. 지표를 위한 지표는 원하지 않는다. 최고경영진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사실을 마케팅 투자수익률이나, 수요가 예상되는 고객 수와 같은 지표를 사용하여 마케팅이 회사의 목표 달성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증명하라.

 

저자는  조직 내부와 외부를 함께 보라고 이야기한다. 최대 장애물과 병목 현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고객과 직원 양쪽 모두의 관점에서 프로세스를 분석하라. 마케팅을 통합하고, 전사적 빅데이터 통찰력을 동원하여 고객을 보다 효과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기억하라. 또한 저자는 우수 사례를 활용하라고 말한다. 마케팅 운영, 고객 상호작용 관리, 전체적인 시장 진출 전략을 강화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므로 우수 사례를 활용하여 한 번에 한 단계씩 점진적으로 시도하라. 미래 전망을 가시화하고, 검증된 전문가와 협업하여 보다 데이터 주도적인 마케팅 접근 방식을 채택하라.

 

저자는 마지막으로 빅데이터를 넘어 새로운 고객 경험이 답이라고 조언한다. 앞으로 일방향 통신은 사라질 것이다. 이메일은 한 때 강력한 통신 채널의 대표적인 예였지만, 결국 너무 많은 업체 및 브랜드가 발송하는 일방향 메시지가 넘쳐나는 탓에 소비자들에게 실망만 안겼다. 지각 있는 마케터라면 전통적인 마케팅 전술의 사용을 포기하고, 그 대신 고객과 신뢸르 구축하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그들은 빅데이터 통찰력을 사용하여 온라인 소비자를 스토킹 하는 것과 같은 불쾌한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경험을 풍성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빅데이터 통찰을 사용할 것이다. 오늘날 마케터들은 이런 전제에 대응하여 고객을 기쁘게 하고 생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마케팅 접근 방식을 재규정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소비자와 기업 양측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적용하려면, 데이터 헤어볼을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저자는 디지털 마케터들이 개인을 이해하는 능력인 디지털 마케팅 특성을, 한 사람의 시장을 향해 나아가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즉 개인의 행태, 선호도, 추가 자료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개인화된 소통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기업을 위한 다음 답계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생각해보자. 지금 당장 타깃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자신의 회사가 소비자의 생활과 구매 경험, 세상을 향상시키려면 기존에 제공하던 경험, 콘텐츠, 상호작용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역설적이게도 마케터들에게는 지금 자신의 일자리를 잃을 수 있을 정도로, 빅데이터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오늘날 데이터는 피할 수 없는 적수와 같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은 더 이상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부이면서 순간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인간 기능의 일부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 빅데이터 마케팅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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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요일은 회색말

 

온다 리쿠 작가의 에세이 꼭 읽고 싶다.

 

 

 

 

 

 

 

 

 

 

 

 

 

 

 

2. 너의 세계를 스칠때

 

정바비 산문집 궁금하고 기대된다.

 

 

 

 

 

 

 

 

 

 

 

 

 

3.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의 산문집으로 기대된다.

 

 

 

 

 

 

 

 

 

 

 

 

 

 

 

 

4. 아주 사적인 긴 만남

 

마종기님과 루시드폴의 사적이고 긴 만남의 이야기 기대된다.

 

 

 

 

 

 

 

 

 

 

 

 

 

 

 

 

 

 

 

5.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에린 그루웰 선생님의 일기에서 절망을 이기는 용기를 배우고 싶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으로 꼭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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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고요 산책길 - 나무 심는 남자가 들려주는 수목원의 사계
한상경 지음 / 샘터사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아침고요 산책길>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아침고요 수목원의 설립자 한상경이 쓴 자연 에세이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면서 드러나는 아름다운 나무, 꽃, 땅, 숲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봄부터 시작되는 꽃들의 축제, 여름 한낮 대자연의 향연, 가을날 온 산을 뒤덮은 단풍, 고즈넉한 겨울 아침 설경 등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아침고요수목원의 현재를 담은 100여 점의 새로운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아침고요수목원 안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변화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인생처럼 닮아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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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 U.C.Davis에 머무르면서 원예미학을 공부했고 선진국에는 국가나 그 도시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정원이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한국에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한국 정원이 있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정원의 정의를 내리자면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울타리 안으로 옮겨 온 것'을 말한다. 장엄함이 있는 중국이나 인위적이며 섬세한 일본의 정원과 차별화가 있는 정원으로 곡선과 비대칭의 균형인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이 담긴 정원을 만들기로 한다.이것이 중국과 일본 정원에 비하여 자연에 가까운 아침고요수목원 탄생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봄이 오면 생명의 기운이 서서히 온 세상을 가득 채우며 온갖 꽃들이 피어난다고 말한다. 기다림의 교훈을 개우치기 위해 해마다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온다. '견디어야 할 겨울, 삶의 힘든 시간들, 그것들을 지나면 반드시 봄은 오는 것'이라는 계절이 진리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철학적 사유가 담긴 지혜를 배운다. 꽃 피어 존재하는 순간이 소중한 것도 꽃은 시들어 사라지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꽃은 아름답다. 단지 몇 날 피어나 우리 마음을 휘저어놓고 가는 꽃은 우리 마음에 오래 남아 있게 된다.

​이 책에는 저자가 1996년 미완성의 수목원을 개장하고 재정적으로 무리한 투자를 하여 힘든 시기를 경험했던 내용도 소개된다.​ 우연히 모 신문사의 여기자 한명이 어머니와 함께 아침고요수목원을 찾았고, 한 신문에 '깊은 산속, 산속에 비밀의 정원이 있다'라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문구와 함께 아침고요수목원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그 일을 계기로 아침고요 수목원이 언론을 통해서 세상에 처음 소개되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자는 아침고요수목원을 자신에게 '비밀의 정원'이라고 말한다. 험한 골짜기를 지나 높은 산에 이르는, 신비롭고도 값진 인생의 묘미를 이상주의자에게 말없이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잡초라고 풀리는 풀들은 야생초라 불려야 마땅하며 풀들은 각기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각각의 야생화들에게 각자의 살아갈 땅을 마련해주고 그들만의 땅을 야생화 정원해 마련해준 저자의 마음이 자연을 닮은듯 아름답다.

"이제 아침고요수목원에는 '잡초'가 없다. 대신 야생의 신비를 간직한 여러 종류의 풀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사라진다는 것은 내가 만드는 그늘을 없애주는 것이며,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도록 보호하는 숭고한 자기희생의 행위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꽃이 시들어 사라지고 생명을 잉태하는 모습, 사라져야 할 때는 아는 것은 중요하다.

"사라지는 것은 생명의 미학이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함께 연출하는 예술이다. 내가 가린 태양으로 인한 그늘을 미안해하며 사는 사람,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사라져야 할 것과 그 때를 아는 사람은 아름답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사람, 더 많이 소유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그늘을 만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잠시 후면 모두가 그렇게 아름답게 사라져가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그래서 삶은 숭고한 것이고 죽음은 아름다운 것이다."

영악하게 살아가고 있는 세상, 내가 받은 대로 남에게 갚아주는 세상, 조금도 손해 보지 않고 살려는 사람들의 세상에서 땅은 진정한 용서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저자는 땅에서 절망을 배운 사람, 땅에서 기다림과 믿음을 배운 사람 그리고 땅에서 용서를 배운 사람은 온유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땅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품어준다. 사람은 땅에게 가장 더러운 것, 지독하게 냄새나는 것을 주지만 땅은 모든 것을 그냥 받아준다. 모두가 버린 것, 모두가 거부한 것, 그 모든 것을 말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생명이 싹트고 자라난다. 그 더러운 것이 양분이 되어 식물은 자라나고 드디어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탐스러운 열매를 우리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다. 인간이 땅에게 준 것과 땅이 인간에게 되돌려 준 것이 얼마나 대조적인가ㅏ. 이것이 바로 땅의 용서요, 땅의 기적이다."


사랑의 계절, 생명의 계절인 봄, 태양의 계절인 봄, 정직한 열매를 요구하는 계절인 가을, 무수히 많은 별리를 경험하면서 지나간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계절인 겨울. 나무와 마찬가지로 우리들 삶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있다. 나무를 심어야 할 시기에 뿌리는 내리지 못한 삶은 외롭다. 땀 흘려야 할 여름이 무료하며 풍성한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빈곤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안에서 자연의 섭리를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아침고요 수목원의 아름다운 자연의 사진을 보며 이 곳을 꼭 방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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