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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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는 예술평론과 문화비평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역사가이며, 1980년대부터 환경, 반핵, 인권운동에 열렬히 동참한 현장운동가 리베카 솔닛이 쓴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레비카 솔닛'은 특유의 재치 있는 글쓰기로 일부 남성들의 '맨스플레인' 현상을 통렬하게 비판해 전세계적인 공감과 화제를 몰고 왔다. '레비카 솔닛'의 책으로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어둠 속의 희망> <멀고도 가까운> <이 폐허를 응시하라> <걷기의 인문학> 등이 있다. 


책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는 1부 '침묵이 깨어지다', 2부 '이야기를 깨뜨리다'라는 2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침묵의 짧은 역사, 봉기의 해, 남자들 페니니즘에 합류하다, 일곱명의 죽음 그후 일년, 최근 강간 농담의 짧고 흐뭇한 역사, 2부에서는 500만년 된 교외에서 탈출하기, 비둘기들이 다 날아가버린 비둘기집, 여자가 읽지 말아야 할 책 80권, 남자들은 자꾸 내게 '롤리타'를 가르치려 든다, 사라진 범인, 거대한 여자라는 작은 소제목의 목차로 이어진다.


"이 책은 페미니즘 책이다. 하지만 여성의 경험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남자들, 여자들, 아이들, 그리고 젠더의 이분법과 한계에 도전하는 모든 사람들의 경험을."


여자에게 적합한 삶의 방식은 하나뿐이라는 질문들에 대해 리베카 솔닛은 '여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정답은 없다. 우리가 습득해야 할 기술은 오히려 어떻게 그 질문을 거부할 것인가인지도 모른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질문들은 여성이 자기자신에게도 잘못된 질문을 던지도록 배워온 것이 한 가지 원인일지 모른다. 


"사람들은 세상에는 답이 여러개일 수 있는 열린 질문이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닫힌 질문도 있다. 정답이 하나뿐인 질문, 최소한 질문자의 입장에서는 하나뿐인 질문이다. 우리를 무리 속으로 몰아넣고 우리가 무리로부터 벗어날라치면 물어뜯는 질문, 질문 속에 이미 답이 포함되어 있으며 실은 우리를 강제하고 처벌하는 것이 목적인 질문이다. 내 인생의 목표 중 하나는 진실로 랍비처럼 문답할 줄 아는 자가 되는 것, 닫힌 질문에 열린 질문으로 답할 줄 아는 것, 내 내면에 대한 권한을 스스로 가짐으로써 다가오는 침입자에 맞서서 훌륭한 문지기가 되는 것, 최소한 "왜 그런 걸 묻죠?"라고 재깍 되물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좋은 삶의 기준은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것이 더 중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를테면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혹은 만족, 명예, 의미, 깊이, 몰입, 희망을 얻는 것.

내가 그동안 작가로서 추구한 목표 중 하나는 어렴풋하게 간과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의미의 섬세한 뉘앙스와 색조를 묘사하는 것, 공적인 삶과 고독한 삶을 칭송하는 것, 그리고-존 버거의 문구를 빌리자면-"다른 방식으로 말하기"를 해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오래된 방식의 똑같은 말하기에 언제까지나 이렇게 얻어맞는게 더욱더 실망스럽다."


"그 순간 우리는 알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탄 처지라는 사실을, 자신의 괴로움을 말하되 그것으로 남들을 괴롭히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도 우리가 하려는 일의 일부라는 사실을. 사랑도 그렇다. 사랑도 더없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더없이 많은 것들에게 행해질 수 있다. 삶에는 물어볼 가치가 있는 질문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현명하다면, 모든 질문에 꼭 답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레비카 솔닛은 침묵의 역사는 여성의 역사에서 핵심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인간다움에서 목소리가 중요한 특징이라면, 목소리 없는 자가 되는 것은 인간다움을 상실하거나 자신의 인간다움으로부터 차단되는 것이다. 레비카 솔닛은 이 책의 주제는 바로 여성에게 고유하게 나타나는 침묵과 침묵시키기의 여러 종류라고 이야기한다.


"목소리라고 할 때 나는 말 그대로 목소리만을-성대가 낸 소리가 타인의 귀에 들리는 현상만을-뜻하는 게 아니다. 입을 여는 능력, 참여하는 능력, 자신의 권리를 지닌 자유로운 인간으로 여기고 남들에게도 그렇게 인식될 능력까지 다 뜻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말하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


"사랑은 끊임없는 타협, 끊임없는 대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거절당하고 버려질 위험에 자신을 여는 것이다. 사랑은 얻을 순 있지만 강탈당할 순 없다. 사랑은 내가 모조리 통제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 상대에게도 권리와 결정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협동하는 과정이고, 최선의 경우에 그 타협들이 즐거운 놀이가 되는 과정이다. 성폭력은 그런 나약함을 거부하는 행위인 경우가 많고, 남성을 가르치는 이런저런 지침들은 남자들로 하여금 선의로 흔쾌히 타협하는 기술을 잃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런 무능력과 권리의식이 악화되면, 상대를 통제하려는 분노, 쌍방의 대화를 일방적인 독백으로 바꾸려는 분노, 사랑이라는 협동행위를 상대를 폭행하여 자신의 통제력을 확인하는 행위로 바꾸려는 분노가 된다. 강간은 두 육체 사이에 사랑 대신 혐오와 분노가 자리하는 일이다. 남성의 육체를 무기로, (이성애적 강간의 경우) 여성의 육체를 적으로 여기는 시각이다."


"많은 가정폭력 살인은 떠나겠다고 선언한, 떠나려고 시도한, 실제로 떠난 여자에게 가하는 처벌이거나 그런 여자를 계속 통제하려는 시도다. 여자를 죽이는 것은 여자의자유, 자율성, 힘, 목소리를 죽이는 짓이다. 자신에게 폭력을 써서든 다른 수단을 써서든 여자를 통제할 권리와 필요가 있다고 믿는 남자가 많다는 사실은 남자들이 믿는 신념 체계와 우리가 몸담은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감정이입이란 우리가 타인을 진실되게 느끼기 위해서, 타인을 위해서 느끼거나 타인과 더불어 느끼기 위해서, 그럼으로써 자신을 넓히고 확장하고 개방하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와 같다. 감정이입을 못한다는 것은 자신의 인간성의 일부를 닫아두었거나 제거해버렸다는 것, 자신을 어떤 종류의 취약함으로부터 막아두었다는 것이다. 남을 침묵시키는 것, 혹은 남의 말을 듣기를 거부하는 것은 타인에게도 인간성이 있으며 우리는 모두 이어져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회적 계약을 깨뜨리는 것이다."


레비카 솔닛은 '수치심을 안기는 것은 훌륭한 침묵시키기 수단이며 공손함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공손함이라고 부르는 것은 종종 자신보다 남들의 안락을 더 중시하는 태도다. 어떤 상황에서도 남들의 안락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러면 잘못이라는 것이다. 몇십년 전 라디오에서 들었던 짧은 이야기 하나가 여태 기억에 남아 있다. 자신의 경험을 직접 들려주었던 이야기의 주인공은 뉴욕 지하철에서 누군가 자신을 더듬는 걸 느꼈지만 자신은 추행범에게 면박을 주거나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서 몸을 떼낼 방도를 궁리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항상 공손해야 하고, 위로해주어야 하고, 상냥해야 하고, 위협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지침이 여자들에게 얼마나 깊이 새겨져 있는지,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생존을 방해하는지 보여주는 씁쓸한 일화였다."


"침묵과 수치심은 전염된다. 그러나 용기와 발언도 전염된다. 요즘도 한 여자가 자신의 경험을 말하기 시작하면, 다른 여자들이 뒤따라 나서서 앞선 발언자의 말을 보강하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다. 벽돌 한장이 느슨해지고, 또 한장이 느슨해진다. 그러다 댐이 터지고, 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세상에는 늘 말해지지 않았지만 말해져야 할 것들이 있을 테고,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언어와 의지를 찾으려고 애쓰는 여자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매일 세상을 발명하고, 그 세상을 만나는 자아를 발명하고, 그 세상 속에서 타인을 위한 공간을 열어주거나 닫아버린다. 침묵은 늘 깨지고 있고, 찰랑찰랑 밀려온 파도가 발자국과 모래성과 물에 씻긴 조개껍데기와 해초를 덮는 것처럼 다시 차오르기도 한다.

우리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또 함께 씀으로써 자신의 일부를 만든다. 그동안 젠더에 대한 생각을 고쳐 쓰고 침묵을 깰 권리에 도전함으로써 세상을 다시 써온 페미니즘의 위대한 경험을 놀랍도록 성공적이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수천년 된 사회적 틀을 바로잡는 일은 한 세대나 몇 십년의 작업으로 될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기나긴 시간을 들여야 하고 종종 전투에도 휘말려야 하는 창조와 파괴의 과정이다. 그것은 참으로 사소한 일상의 몸짓과 대화뿐 아니라 국가적이고 세계적인 규모에서 법, 신념, 정치, 문화를 바꾸는 일까지 포함하는 작업이고, 가끔은 전자가 누적되어 후자가 이루어진다.

세상의 모든 것을 그 진정한 이름으로 부르는 일, 힘 닿는 데까지 진실을 말하는 일, 어떻게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지를 아는 일, 특히 과거에 침묵당했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일, 수많은 이야기가 서로 들어맞거나 갈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 혹시 우리가 가진 특권이 있다면 그것을 사용해서 특권을 없애거나 그 범위를 넓히는 일. 이 모든 일이 우리가 각자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그렇게 세상을 만든다."


레비카 솔닛은 '페미니즘은 법과 일상의 삶에서 모두가 평등하도록 만들려는 혁명, 모두에게 권리와 존중을 보장하려는 혁명의 한 부분으로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이야기한다. 대학 캠퍼스의, 소셜미디어의, 거리의 젊은이들로 인한 두드러진 변화는 합의, 힘, 권리, 젠더, 목소리, 표현에 대한 우리의 생각까지 바꾸고 있다. 책 <여자들은 같은 질문을 받는다>는 '학살의 아수라장을 통과하여 나아가는 여행이고, 해방과 연대, 통찰과 공감을 칭송하는 노래이며, 우리가 그런 것을 탐구할 때 써야 하 용어들과 도구들을 살펴보는 점검'이라는 레비카 솔닛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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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언제나 사랑
니콜라 바로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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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리는 언제나 사랑>은 독일을 넘어 유럽 전역을 매혹시키고 있는 감각적인 로맨스 소설의 대가 니콜라 바로의 로맨스 소설로 인상적이다. 이 책은 파리에 있는 그림처럼 예쁜 선물가게 여주인과 미국인 변호사가 의문의 원고를 둘러싸고 벌이는 이야기로, 독일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다.


파리에서 작은 선물가게 ‘루나루나’를 운영하는 로잘리 로랑.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파랑, 그녀의 특기는 손님들에게 예쁘고 독특한 ‘소원 카드’를 직접 그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소원엔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 생일이 되면 그녀는 마음속 소원을 카드에 담아 에펠탑에 오르지만, 지금까지 소원이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신사가 가게에 찾아와 우연히 카드 진열대를 쓰러뜨리면서 그녀의 소원 카드도 작동하기 시작한다. 노신사는 유명한 동화작가 막스 마르셰. 그는 로잘라에게 자신의 새 동화인 <파란 호랑이>를 위해 삽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책을 만들어가면서 아주 좋은 친구가 되고, 동화책은 출간되자마자 유명한 아동문학상 후보에 오르면서 로잘리도 인정받는 그림작가가 된다. 그런데 얼마 후 뉴욕의 잘생긴 변호사 로버트 셔먼이 파리로 여행을 왔다가 로잘리의 선물가게 ‘루나루나’에 진열된 <파란 호랑이>를 발견한다. 그는 급히 가게로 들어서다 실수로 카드 진열대를 넘어뜨리고, 로잘리는 그것이 운명의 신호임을 믿는다. 하지만 로버트는 <파란 호랑이>가 다른 작품을 그대로 베꼈다며 소송을 걸겠다고 경고한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손님들에게 소원 카드를 직접 그려주지만 정작 자신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 여인 로잘리 로랑, 아내와의 사별 이후 책 집필에 손을 놓고 집안에서 홀로 살아가던 동화책 작가 막스 마르셰, 어머니의 죽음 후 변호사가 아닌 다른 삶을 꿈꾸는 미국인 로버트 셔먼이라는 세 인물이 의문의 동화책 '파란 호랑이'로 얽히며 마법 같은 끌림의 순간이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이 가게에서 가장 특별한 건 뭐니 뭐니 해도 로잘리가 만든 소원 카드다. 출입문 오른쪽에 세워둔 회전진열대에 꽂혀 있는데, 루나루나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제품이다. 드라공 거리에서 여러 해 동안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소원 카드 덕분이었다. 루나루나의 소원 카드는 그 어떤 곳에서도 살 수 없는 유일무이한 제품으로, 손님들의 사연을 담아 주인이 직접 만들어준다는 소문이 금세 나기 시작했다." - 28


"더 이상 새 책을 쓰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서 안 된다. 더 이상 머릿속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안 된다. 선불 금액 때문은 아니다. 다행히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되니 돈 때문이 아니다. 돈이라면 충분히 있었다. 동화책을 쓰지 않은 지 오래였고, 4년 전 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 막스 마르셰는 파리의 삶과 영원히 이별했다. 대인관계도 거의 오래였다." - 40


"어머니는 몇 개월 전 세상을 떠났다. 여자친구는 그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그는 인생 선로의 갈림길에서 궤도를 돌려야 하는 시점이었고, 스스로도 어느 길로 가야 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뉴욕을 멀리 떠나 파리에 오면 조용히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92


동화책 <파란 호랑이>를 매개로 ​파리에서 만난 로잘리 로랑, 막스 마르셰, 로버트 셔먼의 인연은 그들이 알지 못했던 진실의 세계로 인도한다. 소설 <파리는 언제나 사랑>에서 로버트 셔먼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했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묻어둔 그리움을 잃지 않는 것, 자신의 소원을 믿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파리는 언제나 굿 아이디어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 사랑에 빠져 있거나 사랑을 잃었거나 상관없이 파리는 오히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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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으로 그린 그림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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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으로 그린 그림>은 김홍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사랑의 상처 때문에 더 이상의 사랑을 두려워하는 여인과 그 여인으로 인해 가톨릭 신부가 되려던 삶의 진로를 바꾼 남자의 운명적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제 1부 청조망 또는 성벽, 제2부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자유, 제3부 새끼손가락의 약속, 제4부 깊은 용서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충청남도 논산에서 손이 귀한 집안의 종손이자 외아들이면서도 가톨릭 사제가 되기를 꿈꾸었던 고등학생 리노는 성당에서 성가대 반주를 하는 모니카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집안 어른들의 성화에 무릅쓰고 아들을 큰집 양자로 보내지 않은 어머니는 아들이 의대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소문난 모범생이었던 모니카에게 공부 도움을 청하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7살의 나이차가 무색하게 연인처럼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모니카는 리노가 친구들과 어울리다 큰 싸움에 휘말리자 그를 공부에 전념시키기 위해 방학 동안 그녀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목장에서 지낼 것을 제안하고, 이로 인해 더 가까이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 리노와 모니카의 사랑은 커져만 간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모니카의 옛 약혼자가 목장에 나타나 모니카의 신변을 위협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아픈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을 보고 결혼까지 결심한다. 모니카의 갑작스러운 결혼 선언으로 인해 두 사람은 이제 상대의 행복을 기원하기로 결심하지만, 마음만큼은 서로에게 여전히 속해 있음을 확인한다.

<바람으로 그린 그림>은 리노와 모니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차례대로 이어가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고백하듯 말한다. 이 책에서 고등학생인 리노와 7살 연상의 여인 모니카가 서로를 위해 사랑하는 감정을 숨죽이며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모습이 그려져 흥미롭다.


"내가 리노에게 마음과 생각이 닿아 있는 것이 세상 윤리에 어긋난다면, 사랑은 어떤 면에서 부도덕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 27


"기도할 게 많거나 바라는 게 많으면 그 인생은 무겁다고 했는데, 지금 내 마음은 그냥 무거운 게 아니라 천근이나 되는 바위를 얹어놓은 것 같았다." - 35


"세상에서 최고의 가치가 뭔지 알아? 최고의 가치는 내 곁에 잇는 사람들을 나를 인정해 주는, 내 사람으로 만드는 거야. 손을 내밀어 상대를 내 사람으로 만들면 그걸 인연이라고 하고 그 인연을 잘 갈무리하여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걷다 보면 비로소 진실한 인생의 동지가 되는 거지. 나 혼자로는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내 인연과 함께하면 우주에서 가장 존귀한 최고의 가치를 갖게 되는 거야." - 68


"사랑이란 그 사람의 모든 것, 병들었거나 말 못 할 사연이 있거나 큰 죄를 지었거나 처절하게 몰락했거나 가진 게 하나도 없거나 배운 게 없거나 성격에 결함이 있더라도 덮어주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 202


모니카와 리노는 다른 인연을 만나지만 그들의 아이들은 서로의 연으로 묶이게 되며, 깊은 용서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를 글을 책상 앞에 써붙였다는 김홍신 작가의 말처럼 뜨거운 사랑 뒤에 순수한 인간애가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함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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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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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감정의 결을 표현하고 위로해주는 일본 만화작가 마스다미리의 신작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를 읽었습니다.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는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 시리즈> 두 번째 책입니다.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는 70세 아버지, 69세 어머니, 40세 딸이 함께 살면서 생기는 소소한 일상의 결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책은 부모님의 연세가 들어가는 만큼 자식도 나이들어 가는 모습이 그려져서 공감이 많이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아버지 사와무라 시로(70세)는 회사를 퇴직하고 정년 라이프를 즐기는 중으로 취미는 독서와 영화감상 입니다. 어머니 사와무라 노리에(69세)는 요리를 잘하고 손재주가 좋으며 사교적이어서 이웃에 친구도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딸 사와무라 히토미(40세)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독신여성으로 입사 18년차 베테랑 직장 여성이며 3인조의 친한 친구와 종종 친목모임을 갖는 인물입니다.​


이 책에는 '나이듦'에 대한 시선들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히토미가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치비가 죽음을 맞이하고, 치비와 닮은 개를 바라보던 사와무라 부부는 "언제까지 돌봐줄 수 있을지 모르니깐, 이제 개를 키울 일도 없겠네요"라고 말하면 장면이 뭉클했습니다.

"얼마 후 치비의 집은 없어지고,

치​비의 밥그릇도 치워지고,

하지만 그 후 15년 지난 지금도,

사와무라 씨 댁은, '치비'의 이름표를 소중히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히토미가 아플 때 어릴 때 먹고 싶다고 하던 음식을 사다 주시던 어머니 노리에, 통장과 생명 보험, 자서전 노트에 대해 히토미에게 말하는 사와무라 부부, 나이든 여성과 달리 언제라도 아이를 만들 수 있는 '남성'에 대해 생각하는 히토미 등 고령의 부모와 중년의 외동딸이 사는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는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네 번째 가족인 반려견 치비의 이야기와 함께 보통의 일상을 만날 수 있는 마스다 미리 신작 만화로 고령화 가족에 대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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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분 글쓰기 습관 -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드는 최적의 처방전
모니카 레오넬 지음, 홍주현 옮김 / 사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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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8분 글쓰기 습관>은 독일 작가이자 돌립출판업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니카 레오넬이 글쓰기를 일상의 습관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전작인 <더 빠르게 더 잘 쓰기>를 출간한 후 실은 글을 쓰는 자체 또는 지속적으로 글을 쓰는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 <8분 글쓰기 습관>에는 직장 생활 하느라, 돌봐야 할 가족이 있어서, 하루 종일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이라서 시간이 없는 이들을 위한 참신하고 새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은 1장 '글쓰기를 가로막는 작가 장벽 넘어서기', 2장 '매일 꾸준히 쓰게 해주는 전략 8가지'. 3장 '하루 8분 8일간 훈련으로 꾸준히 쓰는 습관 만들기'라는 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글쓰기와 관련해서 어딘가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겠다는 기분이 든 적이 있다면 그 원인은 감정적으로 글쓰기를 미루는 상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위한 해결책은 꾸준하게 글을 쓰지 못하게 방해하는 '작가 장벽(작가들이 글을 쓸 내용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는 상황)'을 없애면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의 1장에는 글쓰기를 방해하는 작가 장벽을 넘어서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글쓰기를 방해하는 심리적 장벽 5가지로 첫째, 글을 써봤자 아무 보상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 둘째, 작가가 되는 건 복권 당첨처럼 어려운 일이라는 것, 셋째, '난 작가가 되기에 부족하나는 것', 네번째,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서 집중이 안 된다는 것, 다섯번째, 글을 쓰려고 하면 어딘가에 갇힌 듯 가슴이 답답하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1장에서는 글을 쓰고자 할 때 마음 속에 일어나는 갈등을 줄여주어 꾸준히 글을 쓰는 자세에 대해 말하여 글쓰기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조언이 담겨 있어 인상적이다.


저자는 글쓰기 습관을 들이기 전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글쓰기 습관을 방해하는 난제 몇 가지에 대해 말한다. '1) 생활비 마련 등 먹고사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글쓰기를 지속하지 못한다. 재정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서 글쓰기를 고민하라, 2) 글을 잘 쓴다는 호평으로 자존감을 높이려고 할 때도 꾸준하게 쓰기 어렵다. 기고만장과 의기소침 사이를 격렬하게 왔다 갔다 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코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3) 신체가 건강하지 않으면 글을 꾸준하게 쓸 수 없다. 식생활, 스트레스 관리, 생활 습관은 전부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려이 없으면, 글쓰기도 없다.' 위와 같이 자신에게 글쓰기 습관을 방해하는 큰 장애물이 있는지 먼저 점검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이 진정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 글쓰기를 통해 무언가를 얻고 싶은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저자는 화려한 작가 데뷔를 꿈꾸기 전에 어떤 일을 시도하는 경험은 언제나 배움과 성장이라는 보상을 가져다준다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중요한 건 글쓰기를 언제나 가장 우선해야 하는 일로 고집하는 게 아니라 '매일 쓰기'를 잊지 않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아는 전업 작가들은 일이 자꾸 꼬이는 듯 느껴질 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 가족, 친구를 중심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이들은 자신에게 닥치는 여러 사건을 거부하려 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삶에서 부딪히는 여러 사건은 작가에게 소중한 자산이다. 중요한 건 글쓰기에 유리한 여건이나 환경이 아니라 '꾸준하게 쓰는' 태도이다."


저자는 글쓰기 자신감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량을 갈고 닦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대단한 작가라고 느끼지 않는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을 전부 읽으면서 공부하고 연습해야 한다. 다른 작가와 교류하면서 조언을 주고받고, 자신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지인에게 메일을 보내서 자신이 쓴 글을 읽고 평가를 받는다. 저자는 자기가 쓴 글을 세상에 내놓을 때 비로소 타인의 삶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쓴 글로 인하여 남을 돕는 일에 주력하는 시도를 해보는 것도 '작가 장벽'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저자는 글쓰기와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서로 다퉈야 하는 경쟁 상대로 여겨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한다. 꾸준하게 글 쓰는 습관을 가지려면 글쓰기를 일상의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새로운 습관을 익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글쓰기 방법에 대해 소개하여 인상적이다. 저자는 새로운 글쓰기 습관을 익힐 수 있는 특별한 방법으로 8가지 전략을 말한다. 이는 8분 동안 글쓰기, 아침에 글쓰기, 이동하면서 글쓰기, 플랜 C 활용하기, 전 단계로 후진하기, 다른 작가들과 협업하기, 가족 끌어들이기, 마감 기한 공표하기라는 전략이다. 저자가  '8분 동안 글쓰기' 방법에서 특정히 8분으로 정한 데는 첫째, 실속을 차리기에는 충분한 시간, 한 번 해보기에는 만만한 시간이고, 둘째 '8분 글쓰기 습관'은 아침, 오후, 저녁 스케줄에 덧붙이거나 밀어 넣을 수 있으며, 셋째, 하찮은 습관도 시간이 지나면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지막장에 저자는 하루  8분 8일간 훈련으로 꾸준히 쓰는 습관 만들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8일 도전하기를 끝내고 나면 앞으로도 쉽게 '8분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책 <8분 글쓰기 습관>은 바쁜 일상 속에서 즉각적으로 글쓰기 성과를 내고 글쓰기 작업을 꾸준히 지속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으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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