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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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은 진실의 눈을 가린 눈꺼풀이 벗겨져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 인간의 강렬한 선택의 순간을 보여주며, 할머니가 된 여성이 50년 전인 1964년 24살의 자신이 사라지기 전 경험한 일주일의 기록을 이야기한 책이다. 이 책은 혐오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 여인이 영혼을 흔들어 놓는 인물을 만나고, 인생의 탈출구를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다.

 

 "내 이름은 아일린 던롭이다. 이제 당신도 나를 안다. 나는 스물네 살이었고, 십대 소년들을 위한 민간 청소년 교정시설에서 주당 57달러를 받으며 비서 업무 같은 걸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곳의 실질적 정체는 미성년 교도소였다. 나는 그곳을 무어헤드라 부를 것이다. 델빈 무어헤드는 그뒤로 몇 년 후에 내가 살았던 집의 못된 주인이었으므로. 그런 곳에 그의 이름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느낌이 든다.
일주일 후, 나는 집을 나오게 되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매일 술을 마시며 정신적 학대의 고통을 주는 아버지, 열일곱살에 자신을 버리고 남자친구와 함께 도망가버린 언니, 죽음을 맞이할때까지 심술궂었던 어머니까지 아일린에게 소통할 수 있는 가족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일린은 자신의 외모를 숨기기 위해 돌아가신 어머니의 옷을 입었으며 타인에게 생기 없는 모습의 가면을 쓴 채로 격분한 감정을 숨기며 행동했다. 아일린은 자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고통스러워했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과 자신을 변호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아일린의 유일한 낙은 교도소에서 일하는 랜디라는 청년을 몰래 바라보며 그와의 연애를 꿈꾸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이지 지루하고 생기 없고 무엇에든 면역된 가식 없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실은 항상 격분했고 부글부글 끓었으며 내달리는 생각과 살인자 같은 정신으로 살았다. 심드렁하게 서성이며 칙칙한 표정 뒤로 숨는 일은 쉬웠다." 

 

"나는 외로움에 익숙했다. 언젠가는 도망칠 터였고, 나는 그걸 알았다. 그날이 올때까지는 갈망만 하리라는 걸."

 

어느 날 아일린 앞에 교도소 교육국장 리베카가 나타나면서 아일린의 세계는 탈바꿈한다. 리베카는 매우 총명하고 아름다웠고 아일린이 품었던 모든 환상이 구체화된 모습이었다. 외모에 혐오감을 느꼈던 아일린은 리베카를 알아갈수록 랜디의 외모와 몸만을 좋아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진정한 친구가 없던 아일린은 리베카를 만나 연대의식과 경외감을 느끼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리베카를 사랑하게 된다. 리베카는 아일린의 고통을 공감하고 아일린이 더 나은 삶을 살 자격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이야기해준 인물이며, 아일린은 리베카로 인해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며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고 여긴다.

 

"자길 보면 어떤 네덜란드 그림이 생각나요."
"참 이상한 얼굴이야. 흔하지 않고 평범하지만 매혹적이고 안에 아름다운 난기류가 숨겨져 있어. 정말 좋아요. 분명히 눈부신 꿈이 있겠죠. 분명히 다른 세상을 꿈꿀 거야."

 

아일린은 크리스마스에 자신을 집으로 초대한 리베카에게로 향한다. 하지만 리베카는 교도소 제소자인 '리 포크'의 어머니 '리타 포크' 집 지하에 '리타 포크'를 감금한 상태로 아일린을 부른 것이다. 리베카는 '리 포크'가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했지만 가족의 행복을 위해 침묵을 강요당한 것이라는 진실을 고백했음을 아일린에게 털어놓는다.

 

아일린은 교도소에서 자신의 고통이 가장 크다고 느꼈기 때문에 어린 제소자들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했다. 아일린은 갇혀 있고 고통받고 학대당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베카는 교도소의 제소자 '리 포크'의 고통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둠 안에 갇혀 있던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 아일린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약과 아버지의 총으로 '리타 포크'를 죽이고 자신이 싫어했던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계획을 세우고 리베카와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리베카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아일린은 아버지를 집에 남겨두고 '리타 포크'를 도로변의 차에 놔두고 고향을 떠나 사라진다. 아일린은 누더기를 쓴 삶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기 전에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올바른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정말로 듣고 싶어하는 이에겐 진실을 말해주는 법이죠."

"하지만 아무도 옳은 질문을 한 적은 없어.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사람이 나예요."       

 

리베카는 아일린이 가장 도망치고 싶었을 때 자신의 인생에 들어왔다. 아일린은 한때 리베카와 함께 다른 길로 들어서 대단한 인생을 살기를 꿈꾸었지만 X빌을 떠나는 길에 전혀 회한을 느끼지 않았다. 아일린은 틀에 갇혀있던 자신이라는 견고한 벽을 허물어 버리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일린이 X빌을 떠날 때 고드름에 맞아 얼굴에 새겨진 자국만이 그녀가 아일린이었다는 과거를 보여준다. 변화하는 삶의 진통을 겪은 인간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아일린은 사라짐으로써, 다시 인생을 시작할 기회를 얻었다.

 

<아일린>의 작가 오테라 모시페그는 인생의 모든 헛디딤과 뒤틀림을 경험하며 진실된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행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인간만이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며,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혐오를 탈피한 사람만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자격이 주어진다.

 

이 책의 주인공이 '리베카'가 아닌 '아일린'이라는 사실은 중요하다. 아일린이 리베카로 인해 자신이 갇혀 있던 알에서 깨어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면 인생의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현재를 받아들이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려는 태도가 아일린의 미래를 뒤바꾼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은 이렇다. 아름다운 곳에서 산다. 아름다운 침대에서 잔다. 아름다운 음식을 먹는다. 아름다운 곳을 따라 산책한다. 사람들을 마음 깊이 좋아한다. 밤에 내 침대는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 위에 나 혼자 누워 있으므로. 고통이나 기쁨으로 쉽게 울며 그걸로 누구에게나 사과하지 않는다. 아침이면 밖으로 나가 또 하루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런 삶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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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9.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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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7월호에서 이해인 수녀가 쓴 '사랑의 연금술사가 된 벗, 장영희에게'라는 제목의 칼럼이 뭉클함을 전한다. 고인이 된 장영희 교수의 책 <다시, 봄>와 영미시산책 <생일 그리고 축복>을 펴들고 마음을 추슬러본다는 이해인 수녀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메레 R. 하트만의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라는 시가 가까이 살아온다는 이해인 수녀의 마음이 시와 함께 전해진다.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미소와 위로의 말 한 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이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주리//

메레 R. 하트만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샘터 7월호에서 '사물에 깃든 이야기' 코너에 '기분 전환에 탁월한 텀블러'라는 이유미님의 칼럼이 인상적이다. 이유미님은 월요병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직장 생활을 할 때 책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바꾸는 것으로 기분전환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이유미님은 텀블러를 사용하며 기분전환과 함께 다양한 쓰임새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환경에도 좋고, 타인의 취향도 알게 해주며, 하루 물 권장량인 2리터 마시기를 실천하는 데에도 보탬이 되는 텀블러. 단순히 기분 전환용으로 산 물건이 꽤 많은 쓰임새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감정에 의한 소비를 충동구매로 나쁘게 평가할 일만은 아니다. 스트레스 해소와 실용성 모두 충족시켜주는 합리적인 소비가 될지도 모른다. 소비 생활에서도 이성보다 감정에 충실할 때 뜻밖의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샘터 7월호에서 '내 인생의 한 사람'이라는 코너에서는 '나를 믿어주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제목의 개그맨 이승윤의 글이 흥미롭다. 이승윤은 최근 몇 년 항상 물안감을 안고 지내다가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스케쥴이 바빠지자 인기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걱정이 자신을 더 지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승윤은 자신을 믿어준 아내의 편지를 받은 후로 일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났다고 말한다. 이승윤은 내게 소중한 사람이 나를 믿어주고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설사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해도 미리 걱정하지 말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면 된다는 인생 철학을 찾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날, 촬영장에서 밤늦게 귀가해 잠깐 뒤척이다가 새벽 4시에 일어나 <나는 자연인이다> 촬영을 가기 위해 짐을 챙기고 있을 때였다. 이른 새벽에 혼자 짐을 싼 적이 처음도 아니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쓸쓸하고 피곤했다. 그 순간 가방 속에 놓여 있는 편지 한 장이 보였다. 아내가 싸놓은 편지였다. 요즘 내가 일이 많아져 더없이 기쁘지만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는 내용이었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느끼며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다가 한 문장에 눈길이 머물렀을 때 난 그만 흐느끼고 말았다. "나는 오빠가 남편인 것만으로도 좋아. 그러니까 너무 많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

샘터 7월호에서 '예술로 출렁이는 열두 개의 섬'이라는 제목의 김선미님의 칼럼이 인상적이다. 가가오현 동쪽에 있는 나오시마 섬은 1980년 구리 제련소가 문을 닫으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1980년대 말 일본의 출판 교육 기업 베네세 그룹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이 선친의 뜻을 이어 나모시마를 세계적인 예술섬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땅속에 푹 파묻힌 지추 미술관을 만들었고 매표소를 제외한 모든 공간을 땅 아래에 두었다. 3년에 한 번씩 이곳을 중심으로 주변 열두 개의 섬에서 흥미로운 예술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가 열린다.

"나오시마 섬에는 지추미술관뿐 아니라 베네세미술과 이우환미술관이 몇 십년에 걸쳐 완공되었다. 자연을 침해하는 대신 그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드처럼 이곳에 초청된 예술가들 역시 지역과 괴리된 작품을 '진열'하는 대신 주민들 안에서 예술을 발견하고 함께 만들어 나가며 자신의 작품을 완성했다. 일상에 예술을 들이게 된 3천명 남짓한 이 섬의 주민들은 예술제가 열릴 때마다 행사를 안내하는 도슨트를 자처하며 새로운 활력과 생기를 얻었다. 무겁고 난해한 미술 담론이나 지역 재생의 표본이라는 요란한 공치사도 이곳엔 없다. 오롯이 자연과 그것에 푹 스며든 예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담백하게 항유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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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2018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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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별

 

벤치 앉아 있던 여자가 갑자기 눈사람으로 변했다. 하지만 여자가 눈사람이 된 것은 한순간의 일은 아니었다. 여자는 서서히 차가워진 몸이 녹아내리며 소멸되어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여자에게 가해진 직장 사장의 소리없는 차별이, 직장을 그만 둔 후 자신에게 멀어져가는 아이의 행동이, 어린 시절 폭군이었던 오빠가 죽은 후에 남겨진 트라우마가 여자를 서늘한 눈사람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여자가 남동생을 이해하는 말투로 담담하게 내뱉는 독백에서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다. 고통과 사랑의 한계를 짐작하기 힘들만큼의 시련을 맞이한 여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네가 날 원망할 거라고 생각해왔을지 모르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네가 윤이와 나에게서 멀어져가는 매 순간을 난 명백히 이해했어. 자신을 건설하기 위해 가깝고 어두운 이들에게서 등을 돌리는 사람의 용기를. 정말이야,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어. 같은 방식으로 윤이가 나를 떠났다 해도 난 서슴없이 이해했을 거야. 다만 분명히 알 수 없는 건 이것뿐이야. 먼지투성이 창을 내다보는 것처럼, 아니, 얼음 낀 더러운 물 아랠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가 인간인 건지."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여자의 심장이 녹아가고 몸의 장기가 사라진다. 여자는 하나뿐인 아이와 집과 가진 것 없는 남자 현수를 사랑했던 시간과 소중한 작별을 나눈다. 따뜻함이 전해질수록 여자의 몸은 으스러져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름다운 눈의 형상은 녹아내리면 다시 볼 수 없는 여자의 마지막 삶을 닮았다. 발가락의 경계가 사라질 정도에 이르러서도 여자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온기를 나누어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허공에서 흩어져 내려오는 것, 말할 수 없이 친근하고 아름다운 것, 수천 올의 속눈썹처럼 작고 가벼운 것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손 없는 날'은 흔히 악귀가 없는 날을 뜻하며 귀신이자 악귀가 돌아다니지 않아 인간에게 해를 끼치 않는 길한 날을 의미한다. <손>은 인간이 악귀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마음속에 자리잡은 '편견'과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초등학교로 부임한 여교사는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학생인 용권이가 대진이를 괴롭힌다고 여겼고, 용권이를 불러다 혼낸 여교사는 화장실 거울에 적힌 자신의 이름이 적힌 욕설을 보고 용권이의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여교사는 자신에게 해가 돌아오자 아이들을 추궁했고 여교사는 아이들이 책임을 물어야 할 아이가 필요했다 것을 당연히 알았다. 하지만 여교사는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침묵했다. 여교사는 악귀를 없애기 위해 약콩을 삶는 날, '손'이라고 여겼던 것이 바로 자신이 범한 '악'한 마음의 일부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에게 가해진 해코지를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야말로 인간에게 '악'을 선물하는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썩은 냄새가 어디서 흘러 들어오는 건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이 방구석의 냄새일까. 집 안 전체에 스며든 냄새일까. 마을 전체에 가라앉은 냄새일까. 아니면, 내 몸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일까. 문득 가만히 생각하니 그랬다. 손이 왜 매일같이 모두를 방해하는지, 전부를 망치고 싶어 하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나는 양손에 얼굴을 천천히 묻었다. 깊이 숨을 들어마시며 그 냄새를 맡았다. 이제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마땅한 일이었다."

 

희박한 마음

 

<희박한 마음>은 꿈과 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몽환적인 경계 속에서 자신이 저지른 진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인상적이다. 디엔과 30년 이상을 함께 살아온 데런의 곁에 이제 디엔은 존재하지 않는다. 데런은 디엔이 꾼 꿈 이야기를 회상하며 자신과 디엔이 경험한 일상을 되돌아본다.

 

"지금 데런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아 식당 문 앞에서 어깨를 늘어뜨리고 자신을 조용히 바라보던 디엔의 불안하고 겁에 질린 표정을 떠올리고 지독한 슬픔과 함께 코가 찌릿해지는 통증을 느낀다."

 

데런이 화가 나서 이성을 잃기 직전의 표정은 디엔은 얼음이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희박한 마음>의 후반부에서 데런이 20대 시절 디엔이 폭행을 당하는 광경을 목격하고도 아무 말과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던 진실이 밝혀지며 디엔의 꾼 꿈의 이야기가 반전을 맞이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억압된 심리가 얼음이 되어 사라질것만 같을 정도로 폭군이 되어버린 데런은 비로소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마주한다. <희박한 마음>은 낯선 꿈처럼 희박한 마음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과정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동네 사람

 

<동네 사람>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동네 사람의 시선을 통한 차별의 공포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새로운 동네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던 레즈비언 커플인 나와 너에게 어느 날 폐지를 줍는 할머니와 개의 사고가 발생하며 벌어지는 인간의 편견과 이기심을 보여준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동네 사람들이 만들어낸 그림자는 '너'를 뺑소니범으로 오해하고 진실을 덮어버린다.

 

"너와 나에 관한 말들이 사람들의 입을 타고 동네를 맴돌 거라는 생각. 모르는 사람들이 멀리서도 우리를 단번에 알아볼 거라는 생각. 기분 나쁜 추측과 짐작들이 너와 내 주변을 기웃거리고 고요한 일상을 넘겨다보고 결국엔 이 동네에서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동네사람>은 동네에 살지만 주민이 될 수 없고 그저 머무르는 자로 지내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레즈비언 커플의 현실적인 고통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인상적이다.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 내가 모르는 사람들.
그들 속에 섞여 있을 때 느꼈던 편안하고 자유로운 기분은 다 사라지고 없다. 길가에 멈춰 서 숨을 골라본다. 숨을 크게 들이켜고 내쉬어도 화끈거리는 열기가 가시지 않는다. 목덜미를 타고 뜨거운 기운이 치솟는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또렷해진다. 지금껏 수없이 오간 이 길에서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오싹함이다."

 

소돔의 하룻밤

 

<소돔의 하룻밤>은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기록되어 있는 악과 타락을 상징하는 두 도시 '소돔과 고모라'에 관한 이야기를 재창조한 작품으로 인상적이다. <소돔과 하룻밤>에서 두 천사들은 소돔에 사는 사람들을 살피기 위해 떠난다. 이 소설에서 롯을 제외하고 소돔의 남자들은 의식 없는, 반성을 모르는, 본능만이 남은 인물로 그려진다.

 

"대문 밖의 남자들을 하나로 묶어놓고 있던 폭력에 대한 기대는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폭력을 씀으로써 흥분을 폭발시키고, 서로에게 나그네, 낯선 사람이 되었다. 눈이 멀자 익숙하던 사람이 낯선 사람이 되었다. 눈이 멀 때 모든 사람은 낯선 사람,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이 된다. 낯섦을 정하는 것은 대상의 조건이 아니라 주체의 맹목이다. 이는 나와 다른 사람, 나그네, 외지인에 대한 차별과 적대감이 눈먼 행위임을 깨닫게 한다. 대문 밖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무슨 짓을 하거나 규범을 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울부짖게 하는 것이 악이다. 울부짖는 자는 울부짖는 것 말고는 다른 대응 수단이 없기 때문에 울부짖는다. 울부짖는 것 말고 다른 대응 수단을 갖고 있는 자는 그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다. 울부짖는 자는 사회적 제도적 보호로부터 제외된 자들이다. 천사는 직접 거명하지 않지만, 가령 가난한 자들, 병든 자들, 과부들, 고아들, 보호자가 없는 자들, 떠돌이들, 아무데도 소속되지 않는 자들, 소외된 자들, 외지인들을 떠올릴 수 있다. 이들의 울부짖음은 고발이고 증언이다."

 

두 천사는 롯에게 가족과 함께 소돔을 피하 수 있는 기회를 주자, 롯은 아직 도시에 대한 사랑이 존재했기 때문에 소돔 대신 작은 성으로 떠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작은 성의 사람들조차도 롯을 나그네로 인지하며 악의 기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소돔의 하룻밤>에서 결국 산으로 두 딸을 데리고 숨어 산 롯의 마지막 이야기가 여운에 남는다.  

 

언니

 

<언니>는 주인공인 '이영선'이라는 인물이 '인회 언니'를 대학에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다. 대학 학과장의 조교로 일하는 '인회 언니'는 지도교수가 시킨 원서를 번역하는 일을 맡게 되면서 '영선'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을 도와주기를 부탁한다.

 

<언니>에서 직책을 이용하여 부당한 사리사욕을 채우는 교수의 교만함과 이에 맞서 시위를 이어가는 '인회 언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인회 언니'에게 엄마가 만는 지하 벙커는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인회 언니'가 지하 벙커로 향한 모습은 때론 억울함으로 얼룩진 고통과 마주할 때 잠깐의 숨을 내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당한 일을 묵묵히 맞서기 위해 용기를 낸 '인회 언니'가 지하 벙커 안에서만이라도 작은 위안을 받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Light from Anywhere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

 

<Light from Anywhere 빛은 어디세어나 온다>는 2018년 베니스건축비엔날레 '스테이트 아방가르트의 유령' 전의 커미션으로 제작되었으며, 제목 'Light from Anywhere'는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당시 설립된 테마위원회의 논의에서 따온 것으로 국제 저널리스트인 마쓰모토 시게하루가 제출한 안이었다. <Light from Anywhere 빛은 어디세어나 온다> 일본과 한국의 인물들이 공존하며 전하는 이야기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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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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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31회 일본 SF 대상을 수상한 소설 <펭귄 하이웨이>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유정천 가족> 등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독특한 세계관을 표현한 일본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의 새로운 판타지 소설로 인상적이다. 이 책은 이례적으로 교토가 아닌 이름 없는 교외의 주택가를 배경으로 삼아, 호기심 많은 소년이 정체불명의 펭귄 떼와 짝사랑 누나를 통해 세계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인 초등학교 4학년생 아오야마는 어제의 자신보다 훌륭해지기 위해 매일같이 연구에 매진하는 진지한 소년이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에 돌연 펭귄이 떼거리로 나타나고, 곧이어 증발하는 기이한 사건이 벌어진다. 아오야마는 우연히 '펭귄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목격하고, 치과 누나로부터 이 수수께끼를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펭귄 하이웨이' 연구에 착수한다. 그런데 체스 판에서 박쥐가 피어오르고, 우산에서 망고가 열리고, 흰긴수염고래가 수로를 헤엄치고, 숲속에서 '바다'가 발견되는 등 사건이 꼬리를 물면서 평화롭던 마을은 판타지가 가득한 세계로 변한다.

"나는 침대 속에서 내가 이제 막 여울에서 태어난 생명체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사십억 년이나 먼 옛날에 바위 해변의 작은 물웅덩이에서 첫 생명이 홀로 태어나 물속을 흔들흔들 떠다녔다. 방금 태어난 생명은 아주 작았고, 그것이 크면서 점점 복잡해졌다. 어떤 생물은 멸종했고, 또 어떤 생물은 번영해서 지금 같은 세계가 되었다."

이 책에서 주인공인 초등학생 '아오야마'와 '우치다'가 죽음과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난 살아 있는 동안 여러 사건을 만날 거고, 그때마다 죽을지 살지 알 수 없어. 어떤 순간이든 그 어느 한쪽이겠지? 그때마다 세계는 이렇게 두 갈래로 나뉘게 돼. 그래서 난, 나라는 존재는 언제나 반드시 이쪽의 내가 아직 살아 있는 세계에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다른 한쪽 세계에 있는 너는 죽은 거잖아? 그쪽 세계에 내가 있는 거라면, 난 우치다는 죽었다고 생각할 거야."
"너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하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난 반드시 살아 있어. 가지가 갈라질 때마다 난 이쪽의 사는 쪽으로, 계속 사는 쪽으로 나아갈 거야."
"어떻게 단언할 수 있어?"
"이 사실을 생각하는 나 자신은 반드시 살아 있으니까. 내가 죽어버린 쪽의 세계에서는 이런 걸 생각할 수 없어. 이미 세계는 끝난 거니까."
"하지만......"
"너의 세계에서는 나는 죽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네가 내가 죽는 걸 밖에서 봤기 때문이야. 내가 나를 보고 있는 게 아니야. 난 이쪽 세계에 있어....... 알겠니?"

이 책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곳에도 세계의 끝은 존재하며 그것은 슬픈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인간을 성장하게 한다.

"나는 예전에 누나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면서 왜 누나의 얼굴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걸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왜 나는 여기에 있는 걸까. 왜 여기에 있는 나만이 여기에 있는 누나만을 특별히 생각하는 걸까. 왜 누나의 얼굴이며 뺨을 괴는 방식이며, 빛나는 머릿결이며, 내쉬는 한숨을 계속해서 보고 싶어지는 걸까. 태고의 바다에서 생명이 태어나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시간이 걸려서 인류가 나타나고, 그러고 나서 내가 태어났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가설을 세우고 싶은 것도 아니고, 이론을 만들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것만이, 내가 진정으로 알고 있는 유일한 것이다."

이 책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아오야마'가 누나를 그리워하며 세계의 끝으로 통하는 길은 펭귄 하이웨이라고 이야기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펭귄 떼와 짝사랑 누나를 만나면서 아오야마는 '탐험한 장소와 사람들, 눈으로 본 것들, 스스로 생각한 모든 것들'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한 것이 아닐까?

"나는 세계의 끝을 향해 매우 따르게 달려갈 작정이다. 사람들이 도저히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빨리. 세계의 끝으로 통하는 길은 펭귄 하이웨이다. 그 길을 따라가면 다시 한 번 누나를 만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것은 가설이 아니다. 나의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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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는 2013년 <당신의 파라다이스>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 임세희의 단편 소설집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는 '히어 앤 데어, 동국, 라스트 북스토어, 천천히 초록, 로사의 연못, 분홍에 대하여, 압시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로드'라는 9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단편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변과 경계의 틈 안에서 맴돌며 죽음이라는 테마 안에서 인간의 고독과 애도의 과정을 보여주어 인상적이다.

주민 센터 직원이 본 적이 어디냐고 묻는 동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하는 이 소설의 첫 번째 단편 소설 <히어 앤 데어>가 인상적이다. <히어 앤 데어>는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동희가 경험하는 외로움과 낯선 장소에서 마주하는 고독, 섞이지 못하는 감정들을 표현한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동희는 밤이 되면 오랫동안 창밖을 내다보곤 했다. 십 대 때 떠난 한국을 사십 대에 접어들면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불분명한 것들이 오히려 진실 같았다. 캔 맥주나 방금 내린 커피가 손에 들려 있는 날은 더 오래 창밖을 바라보았다.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 모를 밤안개가 자욱한 날들이 이어졌다. 도시의 불빛이 희미하게 깜박였다. 모든 것이 흐릿한 가운데 그녀의 의식만이 분명했다. 한국도 미국도 아닌 현재 서 있는 곳이 그녀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딱히 공간성도 시간성도 없는 원초적인 그리움 같은 게 뭉실뭉실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딸과 남편을 잃고 아들 세욱이와 함께 살아가는 작은 엄마 '최동국'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건네는 단편 소설 <동국>은 가족의 죽음이라는 터널을 지나가는 인간의 슬픔과 깊은 상실을 표현한 소설로 눈길을 끌었다.

"형님도 이제 나를 동국아, 그렇게 불러줘요. 이제 다 벗어버리고 싶어요. 세욱이 엄마라는 것도, 세미 엄마라는 것도. 나는 그냥 최동국. 예전에는 부끄럽고 남자 이름 같아서 안 썼는데, 동국, 최. 동. 국.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단편 소설 <라스트 북스토어>는 주인공이 동생네 가족을 보러 가기 위해 엘에이 다운타운 한복판에 있는 헌책방 'The last Bookstore'에 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올케의 우울증을 알게 되며 올케와의 어느날을 떠올리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주인공은 엘에이 다운타운의 복잡하고 바쁜 일상과는 달리 알 수 없는 곳에 다다른 듯이 올케가 경험하는 혼란과 두려움의 감정을 삶을 멈추어서 마주한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올케의 이름을 부르며 주저앉은 주인공은 슬픔을 비의한 자를 쓰다듬는 것이 전부라고 말하지만, 때로는 묵묵히 곁에 있어 주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는 순간이 되는 것은 아닐까?

"아들 녀석이......, 녀석이, 마치 세상을 오래 산 사람처럼 담담한 목소리로 내게 고백했어요. 자신은 친구들이랑 다르다고. 아주 많인 다르다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나는 내 귀를 틀어막고 싶었는데, 다 들어버리고 말았어요. 녀석은 담담한데 나는 혼란스럽고 많이 두려웠어요. 다르게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외로운 일이에요. 그걸 내 아들 녀석이 겪어야 하다니. 나는 녀석이 마주칠 세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워 몸이 떨려요. 시간이 지나면 세상은 좀 더 좋은 곳으로 가게 될까요?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이제 나는 그 누구에게도 더 힘든 일에 비하고 용기를 내고 견디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고 살 거예요. 그 말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아름다운 회피인지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녀석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모든 말이 위선 같아서 고개만 끄덕였어요."

임채의 작가의 단편 소설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는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곳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인가에 대한 실존을 질문하는 사람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고독한 사람들, 가까운 이의 죽음이라는 시간 안에서 애도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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