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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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은 진실의 눈을 가린 눈꺼풀이 벗겨져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 인간의 강렬한 선택의 순간을 보여주며, 할머니가 된 여성이 50년 전인 1964년 24살의 자신이 사라지기 전 경험한 일주일의 기록을 이야기한 책이다. 이 책은 혐오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 여인이 영혼을 흔들어 놓는 인물을 만나고, 인생의 탈출구를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다.

 

 "내 이름은 아일린 던롭이다. 이제 당신도 나를 안다. 나는 스물네 살이었고, 십대 소년들을 위한 민간 청소년 교정시설에서 주당 57달러를 받으며 비서 업무 같은 걸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곳의 실질적 정체는 미성년 교도소였다. 나는 그곳을 무어헤드라 부를 것이다. 델빈 무어헤드는 그뒤로 몇 년 후에 내가 살았던 집의 못된 주인이었으므로. 그런 곳에 그의 이름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느낌이 든다.
일주일 후, 나는 집을 나오게 되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매일 술을 마시며 정신적 학대의 고통을 주는 아버지, 열일곱살에 자신을 버리고 남자친구와 함께 도망가버린 언니, 죽음을 맞이할때까지 심술궂었던 어머니까지 아일린에게 소통할 수 있는 가족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일린은 자신의 외모를 숨기기 위해 돌아가신 어머니의 옷을 입었으며 타인에게 생기 없는 모습의 가면을 쓴 채로 격분한 감정을 숨기며 행동했다. 아일린은 자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고통스러워했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과 자신을 변호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아일린의 유일한 낙은 교도소에서 일하는 랜디라는 청년을 몰래 바라보며 그와의 연애를 꿈꾸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이지 지루하고 생기 없고 무엇에든 면역된 가식 없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실은 항상 격분했고 부글부글 끓었으며 내달리는 생각과 살인자 같은 정신으로 살았다. 심드렁하게 서성이며 칙칙한 표정 뒤로 숨는 일은 쉬웠다." 

 

"나는 외로움에 익숙했다. 언젠가는 도망칠 터였고, 나는 그걸 알았다. 그날이 올때까지는 갈망만 하리라는 걸."

 

어느 날 아일린 앞에 교도소 교육국장 리베카가 나타나면서 아일린의 세계는 탈바꿈한다. 리베카는 매우 총명하고 아름다웠고 아일린이 품었던 모든 환상이 구체화된 모습이었다. 외모에 혐오감을 느꼈던 아일린은 리베카를 알아갈수록 랜디의 외모와 몸만을 좋아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진정한 친구가 없던 아일린은 리베카를 만나 연대의식과 경외감을 느끼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리베카를 사랑하게 된다. 리베카는 아일린의 고통을 공감하고 아일린이 더 나은 삶을 살 자격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이야기해준 인물이며, 아일린은 리베카로 인해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며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고 여긴다.

 

"자길 보면 어떤 네덜란드 그림이 생각나요."
"참 이상한 얼굴이야. 흔하지 않고 평범하지만 매혹적이고 안에 아름다운 난기류가 숨겨져 있어. 정말 좋아요. 분명히 눈부신 꿈이 있겠죠. 분명히 다른 세상을 꿈꿀 거야."

 

아일린은 크리스마스에 자신을 집으로 초대한 리베카에게로 향한다. 하지만 리베카는 교도소 제소자인 '리 포크'의 어머니 '리타 포크' 집 지하에 '리타 포크'를 감금한 상태로 아일린을 부른 것이다. 리베카는 '리 포크'가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했지만 가족의 행복을 위해 침묵을 강요당한 것이라는 진실을 고백했음을 아일린에게 털어놓는다.

 

아일린은 교도소에서 자신의 고통이 가장 크다고 느꼈기 때문에 어린 제소자들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했다. 아일린은 갇혀 있고 고통받고 학대당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베카는 교도소의 제소자 '리 포크'의 고통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둠 안에 갇혀 있던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 아일린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약과 아버지의 총으로 '리타 포크'를 죽이고 자신이 싫어했던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계획을 세우고 리베카와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리베카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아일린은 아버지를 집에 남겨두고 '리타 포크'를 도로변의 차에 놔두고 고향을 떠나 사라진다. 아일린은 누더기를 쓴 삶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기 전에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올바른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정말로 듣고 싶어하는 이에겐 진실을 말해주는 법이죠."

"하지만 아무도 옳은 질문을 한 적은 없어.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사람이 나예요."       

 

리베카는 아일린이 가장 도망치고 싶었을 때 자신의 인생에 들어왔다. 아일린은 한때 리베카와 함께 다른 길로 들어서 대단한 인생을 살기를 꿈꾸었지만 X빌을 떠나는 길에 전혀 회한을 느끼지 않았다. 아일린은 틀에 갇혀있던 자신이라는 견고한 벽을 허물어 버리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일린이 X빌을 떠날 때 고드름에 맞아 얼굴에 새겨진 자국만이 그녀가 아일린이었다는 과거를 보여준다. 변화하는 삶의 진통을 겪은 인간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아일린은 사라짐으로써, 다시 인생을 시작할 기회를 얻었다.

 

<아일린>의 작가 오테라 모시페그는 인생의 모든 헛디딤과 뒤틀림을 경험하며 진실된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행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인간만이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며,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혐오를 탈피한 사람만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자격이 주어진다.

 

이 책의 주인공이 '리베카'가 아닌 '아일린'이라는 사실은 중요하다. 아일린이 리베카로 인해 자신이 갇혀 있던 알에서 깨어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면 인생의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현재를 받아들이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려는 태도가 아일린의 미래를 뒤바꾼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은 이렇다. 아름다운 곳에서 산다. 아름다운 침대에서 잔다. 아름다운 음식을 먹는다. 아름다운 곳을 따라 산책한다. 사람들을 마음 깊이 좋아한다. 밤에 내 침대는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 위에 나 혼자 누워 있으므로. 고통이나 기쁨으로 쉽게 울며 그걸로 누구에게나 사과하지 않는다. 아침이면 밖으로 나가 또 하루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런 삶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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