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9.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샘터 7월호에서 이해인 수녀가 쓴 '사랑의 연금술사가 된 벗, 장영희에게'라는 제목의 칼럼이 뭉클함을 전한다. 고인이 된 장영희 교수의 책 <다시, 봄>와 영미시산책 <생일 그리고 축복>을 펴들고 마음을 추슬러본다는 이해인 수녀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메레 R. 하트만의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라는 시가 가까이 살아온다는 이해인 수녀의 마음이 시와 함께 전해진다.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미소와 위로의 말 한 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이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주리//

메레 R. 하트만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샘터 7월호에서 '사물에 깃든 이야기' 코너에 '기분 전환에 탁월한 텀블러'라는 이유미님의 칼럼이 인상적이다. 이유미님은 월요병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직장 생활을 할 때 책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바꾸는 것으로 기분전환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이유미님은 텀블러를 사용하며 기분전환과 함께 다양한 쓰임새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환경에도 좋고, 타인의 취향도 알게 해주며, 하루 물 권장량인 2리터 마시기를 실천하는 데에도 보탬이 되는 텀블러. 단순히 기분 전환용으로 산 물건이 꽤 많은 쓰임새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감정에 의한 소비를 충동구매로 나쁘게 평가할 일만은 아니다. 스트레스 해소와 실용성 모두 충족시켜주는 합리적인 소비가 될지도 모른다. 소비 생활에서도 이성보다 감정에 충실할 때 뜻밖의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샘터 7월호에서 '내 인생의 한 사람'이라는 코너에서는 '나를 믿어주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제목의 개그맨 이승윤의 글이 흥미롭다. 이승윤은 최근 몇 년 항상 물안감을 안고 지내다가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스케쥴이 바빠지자 인기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걱정이 자신을 더 지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승윤은 자신을 믿어준 아내의 편지를 받은 후로 일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났다고 말한다. 이승윤은 내게 소중한 사람이 나를 믿어주고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설사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해도 미리 걱정하지 말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면 된다는 인생 철학을 찾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날, 촬영장에서 밤늦게 귀가해 잠깐 뒤척이다가 새벽 4시에 일어나 <나는 자연인이다> 촬영을 가기 위해 짐을 챙기고 있을 때였다. 이른 새벽에 혼자 짐을 싼 적이 처음도 아니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쓸쓸하고 피곤했다. 그 순간 가방 속에 놓여 있는 편지 한 장이 보였다. 아내가 싸놓은 편지였다. 요즘 내가 일이 많아져 더없이 기쁘지만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는 내용이었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느끼며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다가 한 문장에 눈길이 머물렀을 때 난 그만 흐느끼고 말았다. "나는 오빠가 남편인 것만으로도 좋아. 그러니까 너무 많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

샘터 7월호에서 '예술로 출렁이는 열두 개의 섬'이라는 제목의 김선미님의 칼럼이 인상적이다. 가가오현 동쪽에 있는 나오시마 섬은 1980년 구리 제련소가 문을 닫으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1980년대 말 일본의 출판 교육 기업 베네세 그룹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이 선친의 뜻을 이어 나모시마를 세계적인 예술섬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땅속에 푹 파묻힌 지추 미술관을 만들었고 매표소를 제외한 모든 공간을 땅 아래에 두었다. 3년에 한 번씩 이곳을 중심으로 주변 열두 개의 섬에서 흥미로운 예술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가 열린다.

"나오시마 섬에는 지추미술관뿐 아니라 베네세미술과 이우환미술관이 몇 십년에 걸쳐 완공되었다. 자연을 침해하는 대신 그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드처럼 이곳에 초청된 예술가들 역시 지역과 괴리된 작품을 '진열'하는 대신 주민들 안에서 예술을 발견하고 함께 만들어 나가며 자신의 작품을 완성했다. 일상에 예술을 들이게 된 3천명 남짓한 이 섬의 주민들은 예술제가 열릴 때마다 행사를 안내하는 도슨트를 자처하며 새로운 활력과 생기를 얻었다. 무겁고 난해한 미술 담론이나 지역 재생의 표본이라는 요란한 공치사도 이곳엔 없다. 오롯이 자연과 그것에 푹 스며든 예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담백하게 항유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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