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인생을 바꾸기에 가장 좋은 날
후나타니 슈지 지음, 이수미 옮김 / 아비요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책 <오늘이 인생을 바꾸기에 가장 좋은 날>은  메일매거진 <헤이세이 진화론>의 발행자인 일본인 저자 후나타니 슈지가 쓴 책이다. 롤 모델을 가슴에 품고 만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인생의 변화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말한다. 오늘이 인생을 바꾸기에 가장 좋은 날이라는 책 제목처럼 내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 한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오랫동안 사람들을 만나오면서 한 가지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다. 나를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많은 사람을 만나 그 중에서 내 인생의 롤 모델이 될 만한 스승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의 문을 활짝 열어 많은 사람과의 만남을 도모하다 보면 닮고 싶고 따르고 싶은 사람과 인연이 닿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세계에서 활약하는 사람을 두루 만나는 건 매우 유용한 활동이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양한 변화를 경험해 왔는데, 그 변화의 공통점은 타인과 만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타인의 인생을 자기화하는 독서법'를 이야기하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관련성 없는 책을 손닿는 대로 100권 읽는 것보다 같은 저자의 작품이나 저자의 지인 관계에 주목하여 선택한 책을 100권 읽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자신이 읽으려는 저자의 강연이나 세미나에 참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식으로든 한번이라도 책의 저자와 접촉한 후 독서를 하게 되면, 그렇지 않을 때와 책에서 받는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과 행동을 직접 보고 들으면 활자가 입체감을 띄우듯, 마치 저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책을 선택할 때는 신문이나 잡지, 메일매거진, 블로그 등에 실린 서평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나와 공통된 지향점을 추구하는 친구나 지인의 소개도 큰 도움이 되고, 세미나나 강연회에서 강사사 추천하는 책을 읽는 것도 방법이다. 끌리는 책이 있으면 최대한 구해서 읽도록 하자. 꼭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할 필요는 없다. 책장을 훌훌 넘기다가 흥미로운 내용이 있으면 그 부분만 읽어도 좋다. 그리고 저자의 생각과 책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 저자에게만 초점을 맞춰 만남을 심화시켜가는 방법이 있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책을 읽어보라. 이 방법의 좋은 점은 그 저자의 '사고 체계'를 모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독서법을 그래프화하면, 그래프의 Y축으로는 그 저자가 살아온 발자취를 시간순으로 좇고, X축으로는 그에게 영향을 준 타인의 저작을 좇는 게 된다. 이렇게 책을 읽다 보면 글쓴이의 인생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따라가게 되는데, 마치 저자의 인생을 자신의 것처럼 체험할 수 있다.

1) 그 저자의 책을 최대한 모은다.

2) 책이 모였다면 과거에 쓴 책부터 현재까지 시간 순으로 읽는다.

3) 그중에서 누군가의 추천을 받았거나 어디엔가 소개된 것, 참고서적과 관련서적으로 언급된 것, 혹은 그 저자가 영향을 받은 책까지 모두 구입하여 읽어본다."

 

'만남은 나를 알리는데서 시작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 아무리 좋은 것이 있어도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나의 강점이나 제공할 수 있는 가치, 세계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친구 관계 등 나에 관한 정보가 주위에 알려져 있지 않으면 나는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면 누구와도 만날 수가 없다. 따라서 타인을 만나려면 나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여기서 알아둬야 할 것은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를 신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도 내가 친해지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여태까지 메일 매거진을 써왔다. 그러므로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의식하며 메시지를 작성하고 보내야 한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내가 원했던 사람과의 바람직한 만남을 이룰 수 있게 된다. 내가 발신하는 정보에 어떤 식으로든 공감을 표하는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생기고, 같은 길을 걷는 동료와도 쉽게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가치관이 정반대인 사람과의 만남을 줄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정보를 발신하면 좋을까요?' 라는 질문을 받는데,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자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면 된다."

 

저자는 '몰입하는 일에서 답을 구하라'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몰입했던 것을 서로 연결하여 독자적인 세계, 독자적인 시장을 창조해보자. 아무리 작은 세계라도 상관없다. 타인이 끼어들 수 없는 분야를 만들고 자기만의 강점을 활용하여 그 시장의 넘버원, 온리원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 인생의 이미지에 맞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몰입하여 얻은 기술이나 경험을 하나하나 소중한 마음으로 자기 안에 남기다 보면 그 조합에 의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고 이야기한다.

 

"그 때 지켜야 할 것은 자기감정에 솔직해지는 태도이다. OO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OO하고 싶다는 마음에 따르라. 그 분야가 돈이 될지 안 될지, 장래성이 있는지 없는지, 시장이 큰지 작은지, 출세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생각할 필요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성공한 시장이라고 해서 내가 반드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장이 크고 장래성이 있다 해도 애당초 하고자 하는 의욕이 없다면 어떤 일이든 잘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때는 '하는 발상'이 아니라 '되는 발상'에서 시작하라고 말한다. 늘 '되는 발상'으로 임한다면 무리하지 않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 저자는 독자로 등록한 사람이 자신의 존재나 자신이 소유하는 자원을 지속적으로 '인지'해주길 바란다고 한다. 인지해주었다면,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이해' 받고 싶고, 그 다음에는 '신뢰'와 공감을 얻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공감'해주는 사람과 '깊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기대감을 담아 메일매거진을 꾸준히 신신하고 있다는 저자의 자세를 본받고 싶다. 되는 발상 시스템을 통해 긴 안목으로 엄청난 재산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 '매출을 올리기'보다 '매출이 오르도록', '돈을 벌기' 보다 '돈이 들어오도록'. '사람을 모으기' 보다 '사람이 모이도록', '지혜를 모으기' 보다 '지혜가 모이도록' 이런 발상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OO를 하기' 보다 'OO 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유지하기도 쉽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하고자 하는 일에 부자연스러운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검토하곤 한다."

 

장자는 '무용지용'이라고 했다. 이 말은 '사람은 모두 유용의 용만 알고 무용의 용을 모른다는 말로, 얼핏 보면 아무 도움도 안 될 것 같은데 오히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말은 '지금 당장은 직접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것, 성과를 올리는 데 별로 도움도 안 되는 것에 사실은 큰 가치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것도 손쉽게 잘라버려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준다. 그래서 저자는 역사, 문화론, 문명론 공부, 업무와 관계없더라도 관심 있는 분야의 책 읽기, 다른 업계의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듣기, 가급적이면 해외에 자주 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항상 효율화, 합리화를 요구받는 현대인들은 단기간에 보다 많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애쓸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유용지용', 즉 자기 업무를 효율화, 합리화하기 위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습득하는 데 급급하여 무용지용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듯하다. 개인의 존재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만의 차별화 요인이다. 차별화 요인은 무용지용을 통해 넓어진 세계에서 장래의 비전이나 지향, 강점을 이끌어냈을 때 비로소 생성된다. 그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재료가 된다. 저자는 눈 앞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유용지용에 힘쓰는 것도 좋지만 내 존재 가치를 높여주는 무용지용의 필요성을 알아두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을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과 철학 중 철학을 추구하면 자신이 취해야 할 이상적인 세계에 의식을 집중하고 늘 자기 자신과 대화하게 된다. 타인이 끼어들 여지가 없으니 비교할 대상도 사라진다. 철학이나 이념은 매뉴얼로 만들 수도 없고 모방할 수도 없다. 자신의 철학을 매일 점검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핵심 부분이 확립되어 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저자는 '합리화한 시간으로 비합리적인 시간을 즐기라'라고 말한다. 저자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꼭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다'는 상담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인생은 1년생 화초가 아니라 다년생 나무와 같다. 그렇다면 단기적으로 쓸데없어 보이는 나뭇가지라도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매일 감동하고 매일 배우라'라고 이야기한다. 저자 자신이 그동안 메일매거진을 꾸준히 써오면서 중요하게 생각해 왔던 요소는 바로 '감동 체험'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감동하지 않으면 읽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메시지라도 읽는 사람이 감동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행동은 변하지 않는다. 행동이 변하지 않으면 인생도 바뀌지 않는다. 그런 정보다 대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중요한 것은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을 만나고, 낯선 장소에 가보는 것이다. 늘 자기 세계를 넓히려는 마음가짐으로 모르는 세계를 알아가고자 노력하면 감동이 끊이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감동을 얻으려면 지속도 갖춰야 한다. 왜냐하면 똑같은 것을 보아도 배경 지식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깊이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보고 들으면 더 잘 이해하고 깊이 느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정치경제학 - 경제와 정치의 은밀한 거래에 관한 보고서
박훈탁 지음 / 더난출판사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치권에서 금융위기를 가져올 만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데도 대중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저자는 더 오래 금융위기의 정치적인 원인이 묻히면, 새로운 금융위기가 터지고 또다시 대중이 큰 피해를 보리라는 두려움이 생겨 책 <위험한 정치경제학>을 썼다고 한다. 정치인은 공공의 목적을 추구하는 척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개인이나 당파의 사적인 동기를 추구하는데,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의 예산을 멋대로 분배한다. 이러한 정치인이 만드는 경제정책은 공공의 목적이 아니라, 개인이나 당파의 이해를 추구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책을 통해서 우리가 처절하게 경험한 1997년 11월 한국의 금융위기와 2007~2008년에 발생한 글로벌증시 대폭락과 경제위기의 이면을 들춰본다. 저자는 이 책의 주목적을 혼란의 한 가운데 있었던 한국과 미국의 정치인과 관료집단의 정치꼼수 그리고 이것의 여파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그동안 가려져 있던 숨겨진 비밀을 밝히고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정치는 원래 폭력적이고 대중을 속이고 공공의 목적에 사적인 이해를 덮어씌우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대중들이 이러한 정치의 특성을 간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인들이 멋대로 배분한 예산은 결국 자신들을 선출한 유권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정치는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과 관료집단의 꼼수는 단지 사람을 속이는데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글로벌증시 대폭락과 경제위기로 이어지게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1997년 11월에 한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단순이 경제적인 원인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인 원인에 의해서 발생했다고 말한다. 1997년 11월에 발생한 금융위기를 설명하던 정부가 금융감독기능이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그리고 보험감독원으로 분산되어 체계적 감독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동남아 금융위기의 전염을 막지 못했다며 1999년 1월 이 세 개의 감독기관과 신용보증기금을 통합하여 금융감독원을 만들었다. 금융감독원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사실상 감독을 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의 전직관료들이 관련 법률을 아예 무시하고 계속 피감기관의 간부로 취임하는데 문제가 크다. 그래서 지금도 저축은행의 부실경영과 부도사태, 개인과 가계의 과도한 부채, 사채없자의 전횡, 그리고 신용카드의 카드남발이 끊이지 않는다.  저축은행의 부도사태와 부실운영의 원인은 금융감독원의 부실한 감독에 있고, 이것은 불합리한 수수료제도를 매개로 하는 금융감독원과 피감기관들의 유착관계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기득권세력의 이해를 도모하고 그들의 이해와 균형을 제공하여 그들의 비호를 받아 생존하고 있다. 저자는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홈제도를 폐지하고 민간영역의 고객이 직접 은행을 감시하고 선택하게 하는 것이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도대체 왜 정부는 금융감독원을 만들었을까? 금융감독원은 금융위기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감추려고 만들어졌다."

 

저자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이야기한다. 첫째, 경기후퇴 또는 금융위기가 발생해서 미국이 느슨한 통화정책을 사용하여 발생하는 자산거품을 수수방관하지 말고 수익을 창출하는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 둘째, 자산거품이 진행되는 동안 고수익을 확정적으로 보장하는 다단계 금융사기에 걸려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셋째, 자산거품이 꺼질 조짐이 보이면 보유한 자산의 비중을 줄이거나 전량 매도해야 한다.

 

저자는 대중들은 주기적으로 금융위기를 일으켜 서민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털어내는 정치인들의 목적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고 중산층으로 도약하기 위해 주식투자, 토지에서 꾸준한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방정부가 예산을 정의롭게 분배하고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한다면, 도시 직장인들이 지방에서 토지구입과 영농으로 중산층으로 도약해서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인 직접민주주의를 제시한다. 저자는 정치인과 판검사를 오랜 세월에 걸쳐 실력과 인격이 충분히 검증된 인재풀에서 제비뽑기로 정치인의 임명한다면, 정치인의 거짓말과 꼼수 그리고 부정부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하고, 바로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 지금 당장 경제 시리즈
박유연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책 <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는 경제에 대해 일반인도 알기쉽게 설명한 점이 마음에 든다. 이 책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를 쉽게 이해하도록 돋는 것이 목표라는 경제전문기자 박유연의 저서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15년전 IMF 경제위기를 겪었다. 우리의 경제생활은 세계경제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저자는 국제 경제 뉴스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고, 결국 내 일과 재산이 어떻게 될지 전망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책을 쓴 목표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세계경제에 특화해 쓴 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책에서는 먼저 1장을 통해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기본 축인 무역과, 이를 둘러싼 최근 이슈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과정을 돌아본다. 또 신문지면과 방송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개념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국제 경제 뉴스에 대해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2장에서는 세계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개념인 환율과 경상수지에 대해 소개한다. 경제정책, 국제금융, 신용등급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함께 담았다. 세계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만드는 장이라 볼 수 있다. 3장에서는 현재 세계를 휩쓸고 있는 유럽발 재정위기의 본질을 소개하면서 지역별로 세계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지역별 예측을 담았다. 현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위기는 어떻게 전재되고 흘러갈 것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이슈별로 분석했다. 지금의 세계경제를 이해하고 앞으로를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장이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세계경제 위기 상황에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곳에서 기회를 찾을수 있을지를 이야기한다. 국제경제 체제 하에서 한국이 어떤 고리를 구성하고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이해할 수 있는 장이다.

 

아르헨티나와 그리스가 마치 평행이론을 연상시키듯 같은 재정위기를 겪은 점이 특색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복지의 크기와 양극화 해소는 정의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르헨티나는 막대한 복지지출로 정부지출이 확대되면서 물가상승을 초래하고 재정적자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스는 막대한 공무원 연금이 복지지출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리스의 복지는 기득권을 위한 것이었고 분배상황을 개선시키지 못한 채 재정만 악화시켰다. 포퓰리즘에 바지지 않고 양극화도 개선되는 효율적 복지를 하기 위해선 복지의 전달체계가 무척 중요하다. 돈이 비효율적인 곳으로 새지 않고 양극화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복지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인 것이다. 대표적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1990년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복지지출을 줄이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껏 경제 강국의 지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스웨덴 사례를 보면, 복지정책이 성공하려면 우선 지출과 세수입 간에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지출이 아무리 많아도 세수입으로 충당 가능하면 문제가 없고, 지출이 적어도 세수입을 넘어서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결국 어떤 정책이 포퓰리즘인지 아닌지 알려면 그 나라 상황에 맞는지를 봐야 한다. 또, 복지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다른 부분을 줄이는 희생을 감수하는지도 봐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는 다른 낭비지출을 줄이는 재정개혁을 했기 때문에 고부담 고복지 체제가 가능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경제성장도 한몫했다. 세수 기반이 뒷받침되면서 지속가능한 체계를 만든 것이다." 

 

책에서는 에너지냐 식량이냐하는 애그플레이션의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개도국 가운데는 식량부족으로 폭동이 벌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농산국 가격은 예민한 문제이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유가와 함께 지속적인 농산물 가격상승에 시달릴 위험이 크다.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이상기후다. 기상이변은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2011년 최대 쌀 생산국인 태국에서는 수도 방콕을 침수위기로 몰아넣은 대홍수가 발생하면서, 세계 쌀 가격이 치솟은 바 있다. 게다가 전 세계적인 사막화로 경작 가능한 지역은 오히려 줄고 있는 상태다. 둘째는 중국,인도,브라질 등 대형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발전이다. 인구가 많은 이들 국가에서 경제발전이 이뤄지면서 식료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식료품 수요증가는연쇄적으로 이뤄진다. 육류 소비가 늘면서 소 가격이 오르고, 이에 맞춰 소 사육을 늘리면 사료인 옥수수 소비가 늘어 옥수수 가격도 오르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결국엔 모든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셋째는 식료품의 전용이다. 석유 등 화학연료 고갈이 예상되면서 옥수수 같은 곡물로 에탄올을 만들어 기계연료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곡물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며, 지속적인 가격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의료지출 확대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나라다. 저자는 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비전은 서비스업이라고 말한다. '서비스업'하면 미용실, 음식숙박업 등을 떠올리지만 이것은 일부분일 뿐이다. 손에 쥘 수 없는 무형의 재화를 생산하는 모든 업종은 서비스업이고, 그 중에는 다양한 고부가가치 산업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은 아직 제조업 경쟁력이 더 강하지만 중국 제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경쟁의 우위를 가져가긴 어렵다. 따라서 금융, 의료, 법률,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업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이 커져가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 부실에 있다. 인테리어 업자 등 관련업계 종사자까지 합하면 부동산을 통해 먹고사는 사람이 200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이들의 소득이 계속 줄어들면 소비침체 등 여러 부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기본토양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앞으로 세계경제의 향방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계경제가 다시 호황을 맞으면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도 지속되면서 계속 경제가 성장할 것이고, 부동산 시장 침체와 가계대출 부실이 심각해지는 것도 막을수 있다. 결국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의 문제만 파고들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 변화에 면밀히 대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보다 넓은 안목만이 한국 경제의 위기와 기회를 정확히 꿰뚫어보게 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스토리콜렉터 11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북로드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해안가 절벽 아내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전당포가 있다. 그곳에는 아이들은 은발의 미녀 마법사에게 추억을 맡기고 돈을 받아간다. 20살이 되기 전까지 맡겼던 추억을 찾아가지 않으면 추억은 영원히 잊혀진다. 소설에서 추억과 전당포라는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엄마에게 매일 혼나면서 추억전당포에서 엄마와의 소소한 추억을 팔아 돈을 받는 하루토, 추억을 맡기는 것은 반칙이라고 말하면서도 추억전당포의 마녀를 찾게되는 중학생 리카 등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마법사는 어린 하루토에게 추억을 파는 방법을 설명한다. 추억과 기억은 다르다는 것, 추억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글귀였다. 어린시절에 맡겼던 소소한 추억을 아이들이 20살이 되어서 다시 찾으러 오지 않는다. 추억이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도 특별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마법사는 아이들의 책장에 보관하고 책장에서 흘러넘친 추억은 하나하나 불가사리 모양으로 바꿔서 해안에 잠재운다. 불가사리는 바닷속에서 잠을 자고 점점 작아져서 마지막에는 별모양을 한 모래가 된다.

 

"네 추억. 정말정말 즐거웠던 추억, 혼나서 억울했던 추억, 쓸쓸했던 추억. 너는 나한테 그런 추억들을 이야기해주는 거야.

그걸 듣고 그 추억에 얼마를 줄지, 값을 정하는 건 내 마음이야. 그러니까 내가 정말 재미있거나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 많은 돈을 주고 추억을 보관할 거야. 하지만 네가 비슷한 추억을 몇 개나 갖고 오거나 내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그 추억에는 많은 돈을 줄 수 없어."

"추억이라는 건 정말 즐거웠거나 분했거나 실망했거나, 이런 식으로 네 기분이 움직인 일을 말하는 거야. 엄마의 오므라이스를 만들어주시지 않는 엄마가 2년 만에 만들어주셔서 정말 맛있었고 기뻤다' 하고 말하면 추억이 되지만."

 

추억전당포의 마법사를 학교신문에 인터뷰하러 온 중학생 리카는 고정적으로 추억전당포는 찾기 시작한다. 리카는 얼굴이 예쁜 동급생 메이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서 자신의 추억을 매일 팔러 온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리카는 메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도와주고 둘은 친구가 된다. 우정이라는건 결과이고, 결의가 아니라고 이야기했던 리카의 말에는 감정이라는 것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내 현재의 감정이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다면 그건 자신의 진짜 감정이리라. 우정이든, 사랑이든....

 

엄마에게 매일 혼나던 하루토가 엄마와 싸우다 엄마가 뺑소니를 당해 죽게된다. 그때서야 엄마와의 소소한 추억을 팔았던 하루토는 다시 추억전당포로 가서 엄마의 추억을 되찾는다. 추억을 잃는다는 건 내가 살아온 흔적을 지운다는 것은 아닐까.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으로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상대를 찾는법을 마법사가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좋아했어'가 되지 않는 사람, 그 시절에는 좋았는데 하고 여겨지지 않는 상대. 몇 년이 지나도 좋아. 줄곧 현재진행형. 그게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이라고 마법하는 리카에게 말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그 사람이 운명인지 아는 방법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와의 과거를 추억으로 안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줄곧 현재진행형처럼 그와 함께하고 싶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상대가 아닐까.

 

"추억이 되지 않는 사람. 그가 운명의 상대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지 않는다는 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김연수 작가는 책 머릿말에 지지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김연수 산문집 <지지않는다는 말>에서는 작가 김연수의 어린시절, 청춘에 있었던 다양한 일들, 그만의 깊은 사색의 글을 만날 수 있다.

"그중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책을 읽으면서 김연수 작가가 달리기와 비유하며 삶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달리기를 끝낼 때마나 나는 어떤 어마어마한 만족감을 느끼는데 그건 단지 계획대로 달렸기 때문이 아니다. 달리는 동안에는 나를 둘러싼 세계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그 사실 때문이다. 희로애락과 같은 인간의 감정에서 초월한, 더없이 편안한 상태에서 달리는 사람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건 잠을 자면서 달린다는 소리다. 마찬가지로 잠을 자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베트남의 속담은 다음과 같다. '공통체를 떠난 수행자는 파괴될 것이다. 산을 떠난 호랑이가 인간에게 잡히듯이.' 내 식대로 고치자면, 삶의 수많은 일들을 무감각하게 여기는 사람은 순식간에 노인이 될 것이다. 기뻐하고, 슬퍼하라. 울고 웃으라. 행복해하고 괴로워하라."

 

책 속에서 가장 건강한 마음이란 쉽게  상처받는 마음이다라고 말하는 글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김연수 작가 자신또한 여리고, 쉽게 상처받고, 금방 지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가장 건강한 마음이란 쉽게 상처받는 마음이다. 세상의 기쁨과 고통에 민감할 때, 우리는 가장 건강하다. 때로 즐거운 마음으로 조간신문을 펼쳤다가도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물론 마음이 약해졌을 때다. 하지만 그 약한 마음을 통해 우리는 서로 하나가 된다. 마찬가지로 가장 건강한 몸은 금방 지치는 몸이다. 자신은 지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약한 것들은 서로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안다."

 

도시를 살아가는 나이기에 에세이 속의 '도시에 공급하는 고독의 가격을 낮춰 주기를'이라는 제목이 공감갔다. 건물들이 하루아침에 허물고 다시 세워지는 도시의 하루는 스쳐 지나가는 것들로 가득하다.

 

"도시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것들로 가득하다. 5백 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이 다닌 골목도 한순간에 부숴 버린다. 도시에는 나보다 늦게 태어나서는 나보다 일찍 사라지는 것들로 가득하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작가는 글을 쓴다. 그들은 모두 개별적인 한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쓸 것이다. 여기까지가 마흔이 되기 전에 내가 이해한 예술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그 개별적인 존재의 슬픔이란 그 존재 역시 거대한 자연의 일부라는 점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부터 나는 모든 화가와 작가는 보편적인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들은 모두 나에 대해서 그리고 썼던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보거나 읽은 대가들의 작품은 예외 없이 나를, 나 자신의 삶을 다루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처럼 개인적이고 사적인 감동이 가능할 수 있었겠는가."

 

에세이 속 제목중에 '한 번 더 읽기를 바라며 쓴 글'을 처음에는 그대로 읽어내려갔는데 다시 보니 끝에서부터 다시 읽어내려가보라는 작가의 권유라는 뜻을 알았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재미있고 신기하기도 하다. 왜냐면 처음부터 읽었을때도 부자연스러운점을 특별히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질문만이 영혼을 깨울 수 있을 뿐이라는 글귀를 읽으니 정신이 확 드는 느낌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수많은 일들은 과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들일까? 한계를 깨달을 수 있는 인간만이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으리라.

 

" "이것이 지금 네가 읽고 싶은 책이냐?" 그런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영혼은 깨어 있는 셈이다. "이것이 지금 네가 쓰고 싶은 글이냐?" 이건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인데 좀 생각해봐야 겠다. "이것이 지금 네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냐?" 이건 영혼이 대답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어쨌던 질문만이, 오직 근본적인 질문만이 영혼을 깨울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질문은 우리에게 한계가 존재할 때만 가능하다. 자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 누구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영혼이 깃든 대답을 하듯이 말이다. 그 반대의 세계는 무제한을 장려하는 사회다. 무한한 소비, 무한한 정보, 무한한 인맥..... 무한이란 아마도 죽고 난 뒤의 세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무한한 소비와 정보에 둘러싸인 사람이란 아무리 뭐라고 물어도 대답이 없는 사람, 그러니까 지금 죽은 사람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혼자에겐 추억, 둘에겐 기억이라는 책 속 제목이 인상적이다. 김연수 작가는 20대만해도 세상에 둘도 없는 염세주의자인 것처럼 다녔다고 한다. 20대의 김연수가 혼자 글을 쓰는 행위에는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김연수 작가는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내가 사 온 보석바를 보더니 친구도 "어, 보석바가 아직도 나오네."라며 반색했다. 사실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만나는 친구였다. 둘이서 어렸을 때 먹었던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한참 떠들었다. 물론 보석바를 먹던 시절의 이야기도. 그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요즘 들어서 자꾸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점점 더 소중해지는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물론 우리는 언젠가 헤어질 것이다. 영영. 누군가 우리 곁을 떠나고 난 뒤에 우리가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기댈 곳은 오직 추억뿐이다. 추억으로 우리는 죽음과 맞설 수도 있다.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내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사람은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오면 자신의 삶을 통제한다고 생각하고, 그때 제대로 산다고 본다. 우리가 자꾸만 어떤 결과를 원하는 건 그 때문이다. 회사원은 사장을 원하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결혼을 원한다. 정말 멋진 사람,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사람,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자기계발서에 써 놓은 것처럼,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우리는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원하지 않고 20대를 보내는 사람도 있을까? 그럼에도 20대가 끝날 무렵에 우리 대부분은 알게 된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지질하며, 자주 남들에게 무시당하며, 돌아보면 사랑하는 사람조차 없다는 사실을. 그건 아마도 20대란 씨 뿌리는 시기이지 거두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청춘이라는 단어에 '봄'의 뜻이 들어가는 건 그 때문이겠지. 20대에 우리가 원할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원인뿐이니까."

 

"어떨 때 나는 소설을 쓰는 일보다 달리기를 더 좋아한다. 소설을 쓰는 일은 끊임없이 나를 긴장시킨다. '정말 여기까지가 다냐?'고 항상 물어보지 않으면 마음은 곧 '그래, 그 정도면 됐어'라고 말하기 일쑤다. 하지만 달리기는 다르다. 마라톤은 언제나 내게 최고의 능력만을 요구한다. 나 자신을 좀 속이고 대충해서 결승점까지 들어간다, 이런게 마라톤에는 없다. 결승점에 들어가는 그 순간이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점이다. 그러므로 그 순간만은 나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 그 누구의 말에도 상처받지 않는다.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무적의 인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