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71 | 172 | 173 | 174 | 17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새로운 중국을 말하다 - 위기론과 불패론 사이에서
랑셴핑 지음, 차혜정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책 <새로운 중국을 말하다>는 저자의 대담한 발언과 통찰력, 직관이 발휘된 책이었다.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물답게 중국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논하는 것이 아니라 큰 시각으로 중국경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국경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함께 중국경제가 왜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단계별로 쉽게 설명한 책이다. 경제에 많은 공부를 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게 쓰여진 책이다. 책 시작부분에는 중국경제에서 6대 악재가 몰고 온 시련으로 2009년 중국의 제조업이 악화된 원인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오늘날 중국이 투자환경의 악화와 과잉생산이라는 거대한 위기 속에서 이를 해결할 방법과 돌파구를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황금의 유로화의 시세가 연일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저자는 외화, 주식, 부동산, 자동차, 금시장과 여기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중국내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업종의 본질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다는 점을 말한다. 경기침체기에 목적에 따른 소비가 증가하는 이유, 가정에서 일상생활 중 사용할 제품을 많이 찾는 이유,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책을 읽으면서 업종의 본질의 가치를 깨닫는 내용이 상당히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중국의 경제위기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꼭 실천해야 하는 경제가치론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가 침체되어 있을때 오락산업이 더욱 발달한다는 사실을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IMF가 터질때 오히려 한류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는가. 경기침체기는 물질적인 기반이 부족하고 자금 회전이 어려우므로 투자자들이 영화 한편, 한편을 고르는 데 더욱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영화 감독들도 마찬가지로 투자를 지원받고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웠기에 모든 능력과 열정을 바쳐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자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이유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훌륭한 영화와 뛰어난 영화 감독들이 더 많이 배출되었던 것이다. 평소 영화에 무척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경기침체기때 오락산업이 부흥한다는 말에 특히 관심이 많이 생겼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이 문화 수출대국이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중국도 허세 가득한 예술을 버리고 미국의 헐리우드와 한국, 일본처럼 진정한 자국의 전통문화와 예술을 계승하는 우수한 문화산업이 발전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말한다. 책을 읽고있으면 저자는 진정으로 중국이라는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중국 청나라 말 만국의 학자이자 혁명가였던 장빙린 선생의 '시내전속성진 : '속'에서 시작되어 결국은 경지에 오른다'이라는 말을 빌려 서민들의 삶이야말로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비로소 진정한 문화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의미를 깨닫게 한다. '속'은 바로 속세, 우리들이 생활속에서 접하는 모든 것을 뜻한다. 경제학자이면서 서민의 삶을 고민하는 따뜻한 가슴이 느껴지는 저자의 생각을 되뇌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경제침체기 같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여우시간이 많아질수록 생존의 목적이 무엇이며 사람의 책임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런 변화는 또 다른 시장의 수요를 형성한다. 물질적인 조건이 악화될 때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기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영혼의 안식과 정신적 위안을 주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사람들의 정신적인 공허함과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까? 바로 오락산업이다."

 

경제불황 속에서 출현하는 립스틱 효과는 불경기로 지갑이 얇아진 여성들이 다른 화장품 살 돈은 아끼면서도 립스틱을 발라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저가의 립스틱을 구매하는 것은 바로 경기침체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립스틱 효과다. 저자는 가격, 외관, 성능이 같다는 전제 하에서 업종의 본질이 제품에 스며들어 있다면 그 제품의 가격 대비 성능이 상승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왜 사람들이 중국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것일까? 그것은 바로 중국에는 업종의 본질을 가진 제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의 솔직하면서도 손뼉을 치게 만드는 명석함에 놀라게 되었다. 책을 한장 한장 넘겨갈수록 저자는 왜라는 질문을 통해서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게 대한 명쾌한 해답을 이야기한다. 속이 시원해지면서 중국의 위기상황에서 경제지식과 혜안에 대한 답을 알게 된다. 중국이라는 커다란 나라에 불어닥친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고자 하는 저자의 명쾌한 답과 함께 한국에서도 이를 적용하여 제품을 만들고 경제활동에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SPA 브랜드인 ZARA의 예를 들어서 불경기에 어떻게 브랜드를 잘 유지해가는 비결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특히 ZARA 브랜드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은 읽고있는 동안 가슴속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 SPA 브랜드인 ZARA가 왜 그토록 인기가 있는지 궁금했지만 잘 몰랐었는데, 가려운 등을 긁어주듯이 자세하고 명쾌한 설명이 이어진다. 창의성을 포기하고 창의적인 길을 간 브랜드 ZARA! ZARA의 성공비결은 산업사슬을 신속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저렴하면서도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제품들을 빠른 속도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고 금융위기가 몰고 온 불황속에서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중국이 경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산업의 유형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사슬을 효과적으로 결합하고 관리하는 데 보다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이윤이 창출되어야 비로소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내수가 확보된다. 기업이 이윤추구 활동을 통해 수익을 얻으면 지속적인 투자와 경영활동이 가능하다. 이로써 더 많은 돈을 벌고 기업을 성장시켜나가며 보다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높은 임금과 좋은 근무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다. 이를 통해 국가 전체의 소비가 증가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 국가가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게 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좌절하지 않는 한 꿈은 이루어진다 - 열정의 승부사, 이나모리 가즈오의 삶과 경영 이야기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책 <좌절하지 않는 한 꿈은 이루어진다>는 수많은 좌절 끝에서 얻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삶의 철학과 자본금 300만 엔으로 시작한 벤처기업을 세계 100대 기업으로 만든 힘의 원동력인 경영철학까지 그가 살아온 발자취를 따라 서술되었다. 2010년, 78세의 나이에 일본항공(JAL)의 CEO로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한 살아 있는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의 깊고 진한 삶 속을 경험하다보면 끝없이 변화하고 그 속도조차 가늠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경영 현장에서 변치 않는 절대적 원칙으로 활용된 그의 인본주의 경영철학과 인생의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결핵으로 누워 있던 자신을 대신해 원서를 제출하고 시험장까지 데려다주었던 소학교 선생님, 공부는 그만두고 돈이나 벌라는 부모님을 설득해 단념했던 대학의 꿈을 실현시켜준 고등학교 선생님, 세상에 자신의 기술을 내놓고 사업화하기 위해 회사를 창업할 때 자신의 집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해준 회사의 임원을 비롯해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커다란 은혜를 베풀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잊지 않는다. 세상과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회사를 만들어고자 연구에 몰두했던 그는 마음의 상태를 다스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인생은 마음에 그리는 대로 이루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경천애인 사상을 사훈으로 삼아 세상과 사람을 위한 경영, 마음을 갈고닦는 경영, 사심없는 경영을 실천하고자 노력했던 그의 모습을 배울 수 있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직원 모두를 파트너이자 경영자로서 인식하라'고 강조한다. 이것은 바로 독립채산제를 바탕으로 한 '아베타 경영'이 탄생한 배경이다. 소집단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집단 하나하나가 환경 변화에 적응하여 자기 증식해가기 때문에 '아메바'라는 호칭을 붙였다.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이타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직원들에게 누누이 강조해 왔다. 철저한 독립채산에 의해 각 아메바는 성과를 올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되는데, 그것이 격화되면 자칫 '우리만 잘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아메바가 상대 조직을 배려하면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야만 '아메바 경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그런 이타적인 철학에 입각해 조직을 운영했기 때문에 아메바 경영은 실적을 올리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급여에 반영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공정한 보상 체계는 정립되어 있어야 하지만, 금전적인 보상만으로 인간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실적을 올렸다는 것은 자체로 모두를 위해 공헌한 것이며, 실적을 올린 아메바에게 주어지는 것은 명예와 긍지여야 한다. 모두를 위해 공헌했다는 만족감과 동료들로부터 받는 진심어린 감사와 칭찬이야말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이다. 오늘날 교세라가 이처럼 발전한 데에는 이타적인 경영철학과 그것을 기초로 성립된 아메바 경영이 일체가 되어 회사의 성장을 뒷받침해 준 덕분이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인공뼈와 인공 관절을 판매할때 약사법에 위반된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에 그는 니시가타 스님에게 큰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나모리 씨, 고뇌하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재난을 만나는 것은 과거에 쌓은 업이 사라지는 때입니다. 업이 사라지는 것이니 기뻐해야지요. 어떤 업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정도의 일로 업이 사라진다면 축복해야 할 일이 아닙니까."

절삭 공구와 의료용 세라믹 재료 사업의 성공과 시련이 그에게 가져다준 철학이었다. 시련은 신이 준 축복이라고 생각하라! 그 후 교세라의 전직원은 심기 일전해 우수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바이오세람의 보급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 덕분에 세라믹 인공 뼈와 인공 관절은 질병과 사고로 몸의 기능을 잃은 많은 환자들에게 다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기쁨을 주고 있다.

 

1984년에 이나모리재단이 발족되었고 재단 추최로 '교토상'을 창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교토상을 창설하게 된 데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는, '사람을 위해 세상을 위해 일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최고의 미덕'이라는 나의 인생관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둘째는 남모르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수여하는 의미 있는 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훌륭한 연구 업적을 세웠음에도 어디선가 묵묵하게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뛰어난 연구자들의 업적을 기리고 싶었다. "

교토상의 수상 자격은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진리 구명에 힘쓰고, 자신이 세운 연구 업적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갖춘 사람이다. 그리고 그 업적이 세계의 문명, 과학, 정신적 탐구를 위해 크게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한다. 과학기술과 정신적인 분야 양쪽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만 인류의 미래가 밝다는 것이 이나모리 가즈오의 생각이였다. 오늘날 과학의 급속한 발전에 비해 정신적인 연구는 크게 뒤처져 있다. 세상 만물에는 음과 양,명과 암, 플러스와 마이너스 등과 같이 반드시 양면의 세계가 공존한다. 이 양면의 세계가 균형적으로 발전해야만 사회가 전체적으로 안정을 이룰 수 있게 된다. 1985년 제1회 교토상을 수여한 이래 매년 시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사람과 세상을 위해서 일하는 가치관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인본주의적 경영철학에 입각한 행정개혁추진심의회에서의 활동, 지역사회와 세계에 공헌하기 위한 교세라의 사회사업 활동, 경험철학과 경험을 전수하기 위한 세이와주쿠의 설립, KDDI의 탄생이 있기까지의 도전 과정,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고 실천하기 위한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단지 기업의 이익을 위한 목표가 아닌 사람을 위해 세상을 위해 일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최고의 미덕이라고 여기는 그의 경영철학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세상에는 부자인 기업인들이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존경할 수 있는 기업인은 얼마나 될까? 책 <좌절하지 않는 한 꿈은 이루어진다>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인본주의 경영과 꿈을 이루기위한 도전정신을 통해 존경받는 기업인의 자세란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 음악과 함께 떠나는 유럽 문화 여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정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는 이탈리아에서 30년간 살면서 유럽 각 지역을 누비며 문화를 흠뻑 체험한 저자 정태남이 쓴 책이다. 유럽의 다양한 건축물, 아름다운 경과 소개와 함께 클래식 음악에 대한 깊은 조우를 할 수 있는 책이다. 유럽과 클래식의 만남이라는 주제가 다소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위트있는 문장들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책 속에 나오는 유럽에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곳에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유럽 여러 나라의 역사, 베토벤,모짜르트, 슈베르트 등 음악적 예술가와 위대한 명곡을 만날 수 있다. 항상 가고싶었던 유럽이지만 그것에 비해서 아는것이 얼마 없었는데, 음악과 예술, 나라에 대한 지식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유럽의 역사와 예술을 동시에 배우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유럽의 궁전과 성, 다리, 정원과 공원, 길, 성전 등을 소개하며 그야말로 아름다운 풍광과 음악을 소개한다. 유럽 10개국,20개 도시, 30개 명소를 눈앞에서 환히 들여다보는 기분을 만끽 할 수 있는 책이여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극락 컴퍼니 스토리콜렉터 3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1. '모조회사 놀이' 라는 독특한 소재

책 <극락 컴퍼니>는 '모조회사 놀이' 라는 독특한 소재가 등장한다. 정년퇴직 후 유유자적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 스고우치는 어느 날 도서관에서 우연히 기리미네를 만나서 직장생활을 추억한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동네 허름한 찻집을 본거지로 '회사놀이'를 시작하고, 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져나가게 된다. '모조'라는 의미는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본떠서 만듦'이다. 다시 회사를 다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제안한 기리미네의 제안에 스고우치가 동참하면서 일어라는 사건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책의 저자인 하라 고이치의 모조회사 놀이라는 독특한 발상과 상상력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애환이 있을 것이다.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비리와 회사의 목표와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년퇴직을 하기까지 일본의 고도경제성장에 이바지했던 샐러리맨들의 이야기를 모조회사놀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풍자한 요소들이 유머러스하게 전개되어 속도감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소설이다. 

  
2. 모조회사 놀이의 기업이념 -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라는 직장인들의 이상향
 

모조 회사놀이를 시작한 스고우치와 기리미네는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라는 기업이념을 만든다. 직장인들의 이상향을 그대로 실현하는 회사라는 출발점부터가 샐러리맨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누구나 꿈꾸지만 현실세계에서 일어날 수 없을것만 같은 기업이념을 통해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직장인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선사한다.

"기업 이념을 액면 그대로 실현하는 회사로 만드는 겁니다. 내세우는 명분을 명분으로 끝내지 않는, 오로지 꿈속의 이상을 끊임없이 추구해나가는 회사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거죠. 누군가를 앞지르거나 누군가를 슬프게 하거나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거나 누군가에게 경멸당할 짓은 결코 하지 않는다. 언제나 고지식하게 우리 고령자의 성실함을 소중히 여기는 회사. 채산도 효율도,야심도 욕망도, 승리도 영예도, 면목도 체면도, 온갖 번뇌와 얽매임을 일단 도외시한다." - 21p

연달아 폭로되고 있는 기업의 악행을 보면 회사를 키울 생각에만 급급했던 아버지들은 양심에 가책에 시달린다.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라는 직장인들의 이상향 기업이념으로 만든 이유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회사에만 몸바쳤던 아버지들의 소망이 아니었을까. 

"쇼와 30년대 초에 회사 근무를 시작한 아버지들을 무조건 매출을 늘려서 회사를 키울 생각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발각만 되지 않는다면 뭘 하든 상관없다. 상대의 허를 찌르고, 빈틈을 노리고, 발목을 잡아가면서까지 오로지 상대를  앞지를 생각만 하며 일했다. 그러나 그렇게 해온 결과가 지금의 이 시대다.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거대하게 성장한 기업은 어떻게 되었는가." - 192p 

3. 정년퇴직, 고령화라는 사회적 이슈를 풍자
  

모조회사 놀이의 공간을 대여해준 찻집 주인도 원래는 고도성장기를 질주해온 회사형 인간이었다. 마침내 부장으로 승진한 어느 날 모든 것에 염증이 나서 찻집으로 전업을 꾀했다. 스고우치는 찻집주인에게 묻는다. 찻집 주인과의 대화는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 남성들이 한번쯤 생각해보는 주제가 아니였을까. 회사는 꿈속의 이상도, 고지식함도, 도외시도 허락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오직 결과만을 중시하는 고도의 경제성장의 이익집단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그대로 반영된 회사라는 공간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찻집 주인의 심정은 어땠을까?

"왜 회사에 염증이 난 건가요?"

"회사라는 것에는 인간의 이기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법이거든요. 그 이기심에 구역질이 났기 때문이죠." - 234p

책 <극락 컴퍼니>에 등장하는 스고우치의 대사가 인상적이였다. 앞만보면서 달리는 경주마와 같이 회사를 위해서 살아온 스고우치가 회사놀이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무엇일까를 잘 설명해준 대목이다. 고도 경제성장을 위한 희생양이 아닌 회사에 있었던 가치를 찾아내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학교를 졸업하고 40년 가까이나 회사밖에 모르고 살아왔다. 회사를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했고, 회사 때문에 울고 웃었고, 회사를 위해 희생했고, 때로는 회사를 위해 법도 어겼다.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산 것이 정말로 잘한 짓인가. 모조 회사 생활을 즐기던 어느 날 문득, 무의식중에 그것을 검증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었다." - 123p

"왜 이런 놀이를 시작한 것일까. 하물며 왜 그것이 회사여야 했는가. 그런 의문이 이제야 풀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실은 제게는 회사를 그만둔 이래 줄곧 가슴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나는 회사에 이용당해온 것이 아닐까. 고도 경제성장을 위해 이용당한 끝에 휙 내버려진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언제까지고 지워지지 않은 채 불완전연소 상태로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다, 그건 아니다. 난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 내가 회사에 있었던 것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다. 그것을 확인하고 다시 납득하기 위해 무의식중에 만들어낸 장치, 그것이 모조회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 아니 우리는 그런 도구를 갖추지 않고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애처롭기까지 한 심정만은 세상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합니다." -246p

아들 신페이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버지의 모조 회사놀이를 이용해서 니타니 사장의 자금으로 독립을 시도하고자 했다.결국 처음 모조회사 놀이를 만들자고 제안했던 기리미네와 니타니 사장이 모조회사 놀이의 규모가 커지자 자금횡령을 하고 사라진다. 스고우치의 아들 신페이는 뒤늦게 모조회사 놀이를 시작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린다. 처음 모조회사 놀이를 시작했던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라는 회사이념을 버리고 자금횡령까지 하게된 기미네리는 모조회사를 통해 회사에 대한 공포를 떨쳐내려는 마음이 컸으리라. 

"겐조는 회사 인생의 시뮬레이션이라는 검증 행위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기리미네는 이상의 회사를 시물레이션하는 것으로 트라우마처럼 박혀버린 회사에 대한 공포를 떨쳐 내려고 했다."

여유가 있는 고령자와 파워가 있는 젊은 세대가 힘을 합쳐 나이 든 세대가 이끌고 젊은 세대가 뛰따르는 차세대형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고안해낸 스고우치의 아내의 아이디어를 통해서 가족이 단합하고 정열을 이끌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다.  

"사람들은 비즈니스가 사람, 물건, 돈, 정보로 움직인다고 하지만, 모조 회사는 그중에서 물건과 돈은 가상이고, 사람과 정보만으로 진짜처럼 움직이는 거야"-104p  


책 <극락 컴퍼니>는 정년퇴직, 고령화라는 사회적 이슈를 모조 회사놀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블랙 유머로 승화한다. 거침없이 직장인들의 애환과 고뇌를 이야기하는 내용을 통해서 희열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이해인 수녀님이 쓰신 책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일상의 나날들, 우정일기, 수도원일기, 기도일기, 성서묵상일기, 추모일기의 6개의 목차로 이루어져있다. 이해인 수녀님이 암투병 중에 나온 산문집이여서 수녀님의 글귀 하나하나가 더욱 진심으로 전해진다. 책 속에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30여년간 세계적인 판화 작가로 명성을 얻은 황규백님의 그림이 함께 실려있어서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더욱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님, 작가 박완서님, 이태석 신부님 등 이해인 수녀님이 쓰신 추모글들을 보며 그분들을 생각하는 수녀님의 따뜻한 마음씨를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 글귀를 적어주신다고 약속하셨다던 박완서님이 세상을 떠나셨다. 이해인 수녀님은 책 맨 앞장에 박완서님이 이해인 수녀님에게 쓴 필서를 넣으셨다. 

"사랑하는 이해인 수녀님, 그리던 고향에 다녀가는 것처럼 마음의 평화를 얻어가지고 돌아갑니다. 내년 이맘때도 이곳 식구들과 짜장면을(그때는 따뜻한) 같이 먹을 수 있기를, 눈에 밟히던 꽃과 나무들이 다 그 자리에 있어 다시 눈 맞출 수 있기를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당신은 고향의 당산나무입니다. 내 생전에 당산나무가 시드는 꼴을 보고싶지 않습니다. 나는 꼭 당신의 배웅을 받으며 이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더도 말도 덜도 말고 나보다는 오래 살아주십시요. 주여, 제 욕심을 불쌍히 여기소서. 2010.4.16. 박완서" 이 글을 읽는데 왜이리 마음이 아플까.  

2006년 펴낸 <풀꽃 단상> 이후 5년만에 나오는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또한 이해인 수녀님이 찾은 보물에 대한 작은 이야기들이다. 그동안 신문 잡지에 실렸던 1장과 4장, 6장의 일부 이외는 근래의 노트에서 새로 뽑아 넣은 것들이며, 오래전 1998~1999년에 복음성서 구절을 되새김하며 적었던 단상들도 들어 있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더 잘 보이듯이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 우리가 한세상을 살면서 수없이 경험하는 만남과 이별을 잘 관리하는 지혜만 있다면 삶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나하고는 같지 않은 다른 사람의 개성이 정말 힘들고 견디기 어려울수록 나는 고요한 평상심을 지니고 그 다름을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한다. 꽃이 진 자리에 환히 웃고 있는 싱싱한 잎사귀들을 보듯이. 아픔을 견디고 익어 가는 고운 열매들을 보듯이...."  

암투병 중에서도 사랑의 마음을 전해주시는 이해인 수녀님의 말씀을 읽고 있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이해인 수녀님이 전하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71 | 172 | 173 | 174 | 17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