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 컴퍼니 스토리콜렉터 3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1. '모조회사 놀이' 라는 독특한 소재

책 <극락 컴퍼니>는 '모조회사 놀이' 라는 독특한 소재가 등장한다. 정년퇴직 후 유유자적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 스고우치는 어느 날 도서관에서 우연히 기리미네를 만나서 직장생활을 추억한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동네 허름한 찻집을 본거지로 '회사놀이'를 시작하고, 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져나가게 된다. '모조'라는 의미는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본떠서 만듦'이다. 다시 회사를 다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제안한 기리미네의 제안에 스고우치가 동참하면서 일어라는 사건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책의 저자인 하라 고이치의 모조회사 놀이라는 독특한 발상과 상상력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애환이 있을 것이다.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비리와 회사의 목표와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년퇴직을 하기까지 일본의 고도경제성장에 이바지했던 샐러리맨들의 이야기를 모조회사놀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풍자한 요소들이 유머러스하게 전개되어 속도감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소설이다. 

  
2. 모조회사 놀이의 기업이념 -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라는 직장인들의 이상향
 

모조 회사놀이를 시작한 스고우치와 기리미네는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라는 기업이념을 만든다. 직장인들의 이상향을 그대로 실현하는 회사라는 출발점부터가 샐러리맨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누구나 꿈꾸지만 현실세계에서 일어날 수 없을것만 같은 기업이념을 통해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직장인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선사한다.

"기업 이념을 액면 그대로 실현하는 회사로 만드는 겁니다. 내세우는 명분을 명분으로 끝내지 않는, 오로지 꿈속의 이상을 끊임없이 추구해나가는 회사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거죠. 누군가를 앞지르거나 누군가를 슬프게 하거나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거나 누군가에게 경멸당할 짓은 결코 하지 않는다. 언제나 고지식하게 우리 고령자의 성실함을 소중히 여기는 회사. 채산도 효율도,야심도 욕망도, 승리도 영예도, 면목도 체면도, 온갖 번뇌와 얽매임을 일단 도외시한다." - 21p

연달아 폭로되고 있는 기업의 악행을 보면 회사를 키울 생각에만 급급했던 아버지들은 양심에 가책에 시달린다.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라는 직장인들의 이상향 기업이념으로 만든 이유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회사에만 몸바쳤던 아버지들의 소망이 아니었을까. 

"쇼와 30년대 초에 회사 근무를 시작한 아버지들을 무조건 매출을 늘려서 회사를 키울 생각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발각만 되지 않는다면 뭘 하든 상관없다. 상대의 허를 찌르고, 빈틈을 노리고, 발목을 잡아가면서까지 오로지 상대를  앞지를 생각만 하며 일했다. 그러나 그렇게 해온 결과가 지금의 이 시대다.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거대하게 성장한 기업은 어떻게 되었는가." - 192p 

3. 정년퇴직, 고령화라는 사회적 이슈를 풍자
  

모조회사 놀이의 공간을 대여해준 찻집 주인도 원래는 고도성장기를 질주해온 회사형 인간이었다. 마침내 부장으로 승진한 어느 날 모든 것에 염증이 나서 찻집으로 전업을 꾀했다. 스고우치는 찻집주인에게 묻는다. 찻집 주인과의 대화는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 남성들이 한번쯤 생각해보는 주제가 아니였을까. 회사는 꿈속의 이상도, 고지식함도, 도외시도 허락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오직 결과만을 중시하는 고도의 경제성장의 이익집단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그대로 반영된 회사라는 공간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찻집 주인의 심정은 어땠을까?

"왜 회사에 염증이 난 건가요?"

"회사라는 것에는 인간의 이기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법이거든요. 그 이기심에 구역질이 났기 때문이죠." - 234p

책 <극락 컴퍼니>에 등장하는 스고우치의 대사가 인상적이였다. 앞만보면서 달리는 경주마와 같이 회사를 위해서 살아온 스고우치가 회사놀이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무엇일까를 잘 설명해준 대목이다. 고도 경제성장을 위한 희생양이 아닌 회사에 있었던 가치를 찾아내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학교를 졸업하고 40년 가까이나 회사밖에 모르고 살아왔다. 회사를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했고, 회사 때문에 울고 웃었고, 회사를 위해 희생했고, 때로는 회사를 위해 법도 어겼다.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산 것이 정말로 잘한 짓인가. 모조 회사 생활을 즐기던 어느 날 문득, 무의식중에 그것을 검증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었다." - 123p

"왜 이런 놀이를 시작한 것일까. 하물며 왜 그것이 회사여야 했는가. 그런 의문이 이제야 풀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실은 제게는 회사를 그만둔 이래 줄곧 가슴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나는 회사에 이용당해온 것이 아닐까. 고도 경제성장을 위해 이용당한 끝에 휙 내버려진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언제까지고 지워지지 않은 채 불완전연소 상태로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다, 그건 아니다. 난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 내가 회사에 있었던 것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다. 그것을 확인하고 다시 납득하기 위해 무의식중에 만들어낸 장치, 그것이 모조회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 아니 우리는 그런 도구를 갖추지 않고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애처롭기까지 한 심정만은 세상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합니다." -246p

아들 신페이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버지의 모조 회사놀이를 이용해서 니타니 사장의 자금으로 독립을 시도하고자 했다.결국 처음 모조회사 놀이를 만들자고 제안했던 기리미네와 니타니 사장이 모조회사 놀이의 규모가 커지자 자금횡령을 하고 사라진다. 스고우치의 아들 신페이는 뒤늦게 모조회사 놀이를 시작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린다. 처음 모조회사 놀이를 시작했던 꿈속의 이상, 고지식함, 도외시라는 회사이념을 버리고 자금횡령까지 하게된 기미네리는 모조회사를 통해 회사에 대한 공포를 떨쳐내려는 마음이 컸으리라. 

"겐조는 회사 인생의 시뮬레이션이라는 검증 행위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기리미네는 이상의 회사를 시물레이션하는 것으로 트라우마처럼 박혀버린 회사에 대한 공포를 떨쳐 내려고 했다."

여유가 있는 고령자와 파워가 있는 젊은 세대가 힘을 합쳐 나이 든 세대가 이끌고 젊은 세대가 뛰따르는 차세대형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고안해낸 스고우치의 아내의 아이디어를 통해서 가족이 단합하고 정열을 이끌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다.  

"사람들은 비즈니스가 사람, 물건, 돈, 정보로 움직인다고 하지만, 모조 회사는 그중에서 물건과 돈은 가상이고, 사람과 정보만으로 진짜처럼 움직이는 거야"-104p  


책 <극락 컴퍼니>는 정년퇴직, 고령화라는 사회적 이슈를 모조 회사놀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블랙 유머로 승화한다. 거침없이 직장인들의 애환과 고뇌를 이야기하는 내용을 통해서 희열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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