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 유인경 기자의 더 생생하게, 즐겁게,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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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은 경향신문사에서 펴내는 시사 주간지와 여성지의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는 경향신문 편집국 부국장 겸 선임기자인 유인경의 쓴 에세이이자 자기계발서이다. 50이 넘은 나이를 지혜롭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유인경 기자의 지혜와 유머를 놓치지 않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책이여서 추천하고 싶다.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살아간다는 것은 이기심이 아닌 진정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이 책은 꼭 50대의 여성이 아니더라도 행복한 50대를 꿈꾸는 청춘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늙어가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에게는 50세 이후의 시간이 인생에서 또 하나의 풍요로운 시기가 된다. 오십대에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인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깨닫고 실천한다면 남은 인생도 더 멋진 모험과 즐거움의 시기가 될 수 있다. 그 모험이 꼭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인 '버킷리스트'처럼 히말라야나 북극 탐험, 이십대처럼 팽팽한 몸매 되찾기 등이 아니다. 기말고사 끝나면 시험공부 하느라 미뤄두었던 소설책 읽기나 영화 관람을 하는 것처럼 마음속에서 정말 하고 싶었고 가슴 떨리게 하는 일을 찾는 것이다."

 

책은 1부 지금이 딱 좋다, 2부 나는 내가 자랑,아니 사랑스럽다, 3부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그렇게 계속되지, 4부 나는 나잇값 하지 않겠다라는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언론인이며 번역가인 김홍숙씨의 책 <우먼에서 휴먼으로>에서 인용된 갱년기에 관한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에게 위로를 주고, 좀 나태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열정의 불을 댕기고, 늘 타인을 향해 있던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는 시기가 갱년기가 아닐까라고 이야기한다.

 

"갱년기란 한자를 풀이하면 '해'를 바꾸는 시기입니다. 즉 이제껏 살아온 삶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시작한다는 것이지요. 갱년기는 그 한자어가 뜻하는 것처럼 평생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성 호르몬의 지배를 받으며 늙어가는 보통 여자와 남자에게 인생이 주는 선물입니다.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여자와 남자를 벗어나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갈 기회가 생기니까요."

 

오프라를 보내며라는 제목의 책 속 내용에 공감이 갔다. 내려와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는 아는 자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신의 부와 명예를 충분히 알고 즐겼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내적인 풍요와 만족에 더 비중을 둔 오프라에게 위로와 감사를 표하고 싶다.

 

"나는 시청자로서 <오프라 윈프리 쇼>를 계속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 누구도 오프라처럼 진솔하고 푸근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방송 진행은 못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여성 연예인들이 툭 하면 '오프리 윈프리 같은 방송인이 되고 싶다'고 밝히지만, 과연 오프라처럼 미혼모의 사생아로 태어나고, 삼촌과 사촌에게 강간당해 임신을 하고, 그 아이가 사산되고, 마약중독인 애인 때문에 마약도 하고, 살을 빼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온갖 구설수에 시달리고, 아직 결혼도 못 하는 삶을 똑같이 살라면 동의할까? 오프라는 '독서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할 만큼 엄청난 독서광이고 수시로 기부를 하고 좋은 일에 앞장서는데, 그저 오프라의 명성과 인기만 닮고 싶다는 이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저자는 비교가 과로를 만든다고 말했다. 내가 불행해서가 아니라 남들의 행복을 나를 불행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글을 읽고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과로는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나 또는 '~해야 한다'는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규율 사회'의 지표이다. 하지만 피로는 성과 사회, 즉 모두가 '할 수 있다!'라고 외치며 질주하는 긍정 과잉 사회에서 발생한다. 성과 사회는 불행한 사회가 아니라 오히려 지나치게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이다.

우리는 남에게 멋지고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보이느라 나를 피로하게 만들고, 남들이 나보다 더 멋지고 행복하고 잘사는 것 같아 상처 받고 우울해지고, 나에 대해 실망감을 느껴 심신이 피로한 것이다."

 

"인류의 삶을 바꾸었다는 스티브 잡스로 결국 강방증으로 병에 걸리고 말았고, 한국에서 돈이 제일 많다는 삼성가도 형제끼리 돈 싸움을 하고, 섹시 스타 이효리도 배꼽이 드러나는 춤을 출 떄는 이틀은 굶었다고 하고, 30년을 장수하며 웃음을 주는 개그맨 이경규도 자살 충동을 느끼는 공황장애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행복 전도사 최윤희 씨는 자신이 병에 걸리자 불행한 상태를 견딜 수 없어 남편과 동반 자살했고 '행복하소서!'라고 외치던 전문 강사는 추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어 남을 불행하게 만들기도 했다."

 

저자는 화려한 뷔페상 위 콩떡에 누구도 선뜻 손 내밀지 않지만, 그래도 콩떡을 좋아한다고 했다. 저자는 바로 50이라는 나이도 콩떡과 같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인 유인경 기자의 유머러스한 말들이 기분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펄펄 뛰는 생선회는 아니지만, 이미 소금 뿌려져 구워진 꽁치처럼 상에 올려도 손길은 잘 안 가지만, 그래도 남겨뒀다가 다시 찌개거리로도 쓰일 나이가 50세인것 같다. 지난 50년간, 남의 꽃밭에 무슨 꽃이 피었나, 어떤 꽃이 더 예쁜가 구경하느라 열등감에 시달리고 내 꽃밭을 못 가꾸다가 이제야 내 꽃밭에 눈을 돌리는 나이가 50세다. 이웃 꽃밭처럼 화려한 장미나 백합은 없어도 내 꽃받의 친근한 채송화나 맨드라미의 소박함에 행복해 하고, 내가 갖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에 더 감사하게 된다.

더 멀리, 더 많이는 욕심내지 말자. 그저 환갑에도 맛있는 음식을 음미할 수 있고, 노안이 오더라고 더 많은 책을 보고,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유니세프건 구세군 자선냄비건 흔쾌히 돈을 기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땐 말랑말랑한 콩떡이 아니라 말라비틀어진 곶감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곶감도 씹을수록 단맛이 나니 좋지 않을가!"

 

책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에서 특히 2부 나는 내가 자랑, 아니 사랑스럽다는 내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30년을 버틴 힘, 한 번에 하나씩, 나의 촌스러운 수첩들, 없어서 행복하다, 전화번호를 지우며, 감기는 내 사랑, 어른 노릇한다는 것, 용서한다, 질투심은 어디갔을까, 버텨야 산다라는 제목들의 소소한 내용에서 저자 특유의 지혜와 감성, 재치를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직장생활에서 30년을 버텨온 힘이 실수와 기대하지 않는 것, 자축이라고 꼽는다.

 

"가끔 어린 후배들이나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한 비결은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들이 보기엔 2,3년도 지긋지긋한데 오십이 넘어서도 씩씩하게 직장에 다니는 내가 신기한가보다. 기자 정신이 투철해서 버티는 게 아니라, 매일 받는 스트레스도 이미 익숙한 고통이고, 약간의 보람도 느끼고, 이젠 이 나이에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다 내가 버티는 진짜 힘이 뭘까 생각해봤다. 무엇보다 '실수' 덕분이다. 직장 생활의 경우 내가 실수를 저질렀다고 심하게 자책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실수를 통해 내공을 쌓은 덕분에 아직은 무사히 사회생활을 하는 것 같다. 얼굴에 숯불을 얹어놓은 듯한 실수를 했지만 다시 실수를 저지를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또다시 실수하더라도 뭔가 시도해본 덕분에 조금은 지혜로워진 것 같다. 각종 실수 퍼레이드를 통해 잔머리도 늘고 눈치도 생기고 맷집도 두둑해졌다.

'실수'와 더불어 나를 버티게 한 힘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막강 파워를 가진 이들에게 잘 보여 고속 출세를 하거나, 뭔가에 투자해 일확천금을 벌거나 하는 세속적 기대는 물론 가족이나 지인들에 대한 기대를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나는 너무나 넘치는 사랑과 대우를 받고 있지만, 평소에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사랑과 관심이 더욱 고맙다.

또 30여 년의 사회생활,경향신문사에서만 22년의 시간을 버틴힘은 '자죽'이다. 난 조그만 성취에도 내가 나를 축하해줬다. 엄청난 성공이나 대단한 성과를 거둘 때까지 아껴두지 않고 자죽의 시간과 선물을 줬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축하할 때는 반드시 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들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만큼이나 나와 만나는 시간도 소중하다."

 

저자는 스티브 코비 박사의 책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등장하는 우선순위를 정해 일하라는 말에서 생각을 바꾸어 실천했다고 한다. 생각을 바꾸어 자신이 만난 사람이나 하는 일에만 그 시간을 보내자라는 이야기다. 기자라는 직업의 저자였기에 무엇이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지는 알기 힘들다는 말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스티브 코비 박사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일을 하라고 했지만, 나는 시간애 별로 벌어진 일을 순서대로 처리했다. 오랜 경험으로 내가 결론 내린 하나는 '무엇이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지는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 당시엔 참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아니고, 그 무렵엔 정말 대단한 파워를 가진 인물이라 만났는데 잠시 후에 교도소에 가거나 파렴치범으로 밝혀진 이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서 명사보다 먼저 전화해 약속을 잡은 동창이 있으면 동창을 만나러 갔다. 물론, 그래서 출세를 못했는지는 모르지만 낭패를 안 본 것도 그 덕분인 것 같다."

 

저자는 없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괜한 허기증에 필요도 없는 물건을 잔뜩 사들이고 그걸 처치 못 해 스트레스를 받고 흉한 쓰레기를 만든다는 에듀머니 제윤경 이사의 책 속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많은 책을 읽은 경험을 통해 현자의 이야기를 인용한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이를 통해서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날 괴롭히는 것은 대부분 '부족함'이 아니라 '넘침'이다. 반면 내게 부족한 것들, 혹은 가지지 못한 것들은 오히려 나를 행복하게 한다. 우리 신문사의 행사 '알파레이디리더십'에서 2011년 에듀머니의 제윤경 이사가 강의를 했다. 제윤경 이사는 돈이나 재테크가 아니라 '인생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지극히 속물적인 나의 머리와 가슴을 두드렸다. 오십이 넘은 내게도 강한 충격을 준 메시지는 '욕구의 거품을 걷어내라'는 말이었다. 일단 돈을 벌면 부의 상징으로 큰 집, 커다란 냉장고, 대형자동차와 명품 핸드백을 사들이는데, 그걸 유지하고 자랑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 과시욕과 허기증 탓이다."

 

저자는 <인생수업>이라는 책을 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용서에 관한 글귀를 강조한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이들은, 그들이 우월하거나 권력을 가져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더 나약하고 약점이 많은 인간들이기 때문에 아닐까라고 말한다.

 

"용서는 마음에 집착하는 것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 자신을 위해 상처를 떨쳐버리는 것입니다. 용서를 미루는 사람들은 그들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을 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들이 알건 모르건 혹은 원하건 원치 않건 난 내게 실수하고 죄짓고 배신하고 치졸한 일을 한 사람들을 용서한다. 신께서 그들을 용서하는 것은 나와 별개 문제다. 난 무조건 용서한다. 내가 평화롭기 위해, 아니 내가 잘 살기 위해 말이다. 내가 부르르 떨고 상처 받고 펑펑 울며 괴로워할 줄 기대했던 이들에겐 정말 미안한데, 진심으로 그들을 용서해버렸다. 그리고 이제 평화롭다."

 

저자는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와 딸에 대한 사랑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버티는 이유는, 상을 받기 위해서나 대단한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신이나 우주로부터 부여받은 내 생명을 지켜내는 나 자신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날 버티게 한 힘은, 엄마의 사랑과 딸에 대한 책임감이다. 엄마는 항상 내게 "넌 잘 될 거야"라고 덕담을 해주셨다. 치매 말기에 나를 곁을 지키는 간병인으로 알았는지 "자네가 너무 고맙네, 정말 좋은 일이 있을 걸세"라고 말을 해주셨다. 그 덕담이 날 버티게 했다. 딸에 대해서는 생산자 책임 원칙에 의해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떄까지는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었다. 아무리 속상하고 암담한 일이 생겨도 딸아이가 "어 엄마아~"하고 달려와 안기면 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렸다."

 

저자는 동안은 동심이 만든다고 말한다. 동안의 비결은 아이다움을 잃지 않는 동심이다. 늘 아이같이 천진한 표정,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망울, 수시로 깔깔대며 웃는 사람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해도 동안으로 보이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동안의 핵심은 주름 없는 얼굴이 아니라 다양한 표정과 천진무구한 마음이다.

 

"아이다움이란 뭘까.

첫째는 단순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호기심이다. 셋째, 감탄사를 연발한다. 마지막 특징은 잘 웃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포장지만 바뀔 뿐, 몸과 정신 그리고 마음속에 어린아이가 남아있다. 상처 받기 쉬웠지만 치유도 그만큼 쉽던 내 마음속의 어린이를 꺼내 다시 만나고 싶다."

 

저자는 사랑은 시간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와 함께 내 시간을 추억으로 물들이는 것, 그게 사랑이다.

 

"내가 아무리 누굴 사랑한다고 해도 그게 단순한 열정이면 그건 집착일 뿐이다. 진짜 사랑은 마음만이 아니라 시간을 나누는 게 아닐까.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마음밭에 불이 나고 머리가 터질것 같아도 그와 함께 내 시간을 추억으로 물들여 가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저자는 선물이란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 받아서 기쁜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저자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신에게 시간을 선물했다. 1년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혼자 가만히 평화롭게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저자처럼 이번 한해가 가기전에 나만을 위한 시간을 꼭 선물해야겠다.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감사했다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정도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몇 년 전에 한 기업체에서 직원들에게 2,000원씩 나눠주고 그 돈으로 누군가를 기쁘게 만들어주고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한 적이 있다. 어떤 이는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게 호빵과 우유를 선물했고, 어떤 이는 차비가 없어 쩔쩔 매는 할머니에게 버스비를 드렸고, 어떤 이는 엽서를 사서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사연을 담아 보냈단다. 택시 기본료도 되지 않는 돈이지만, 다방 커피 한 잔, 짜장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돈이지만 얼마든지 사람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이런 말을 했다. 저자는 나이 들수록 자신이 선택한, 자신에게 허용한 자발적 고독을 즐기는 법을 익혀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고독한 상태란 텅 빈 방에 갇혀서 아무도 날 찾지 않고, 전화 연결도 안 되고 그 어떤 기쁨과 소통이 없는 것이 아니다. 혼자 산책을 한다거나, 걷다가 지치면 공원 벤치에 앉아 거리 풍경을 무심히 본다거나, 가족들이 없는 집에서 혼자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거나,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쓴다거나 하는 시간도, 절대 고독의 시간이다. 이처럼 내가 스스로 만든 고독은 소중한 선물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차분하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 기회를 주고 지금 내 문제가 무엇인지, 내 상태는 어떤지, 해결 방안은 무엇일지를 자문자답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와 해결의 시간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당신이 혼자 있으면 당신은 완전하게 당신에게 속한다. 당신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반밖에 자신에 속하지 못한다."

 

저자는 일상이 주는 기쁨과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고 제대로 누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는 직업이 신문기자라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기기묘묘한 일, 복잡하고 심란한 일, 형이상학적이며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사건 등을 귀동냥, 눈동냥으로 알게 된다. 때론 시국 사건을 그 중심에 서서 목격하기도 하고, 흔히 말하는 국가 지도층 인사들을 지근 거리에서 보기도 한다. 지금 내 앞엔 국가와 사회적으로 지구 온난화, 통일 문제, 경제 자본주의, 반값 등록금과 88만원 세대, FTA 협정, 통합진보당 사건, 그리고 개인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정년, 퇴직 후의 노후 대책 등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하고 성찰해야 할 일들이 가득하다.

하루 24시간을 치열하게 사는 것,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투쟁하는 것, 기꺼이 나 자신을 국가와 사회에 던지는 용기와 헌신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자신에게 기쁨을 주지 않고 남을 위해 살겠다는 것 역시 위선이 아닐까."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회사의 상속자인 존 로빈스의 책 <100세 혁명>에서 그는 장수의 가장 중요한 비결을 환경이 아니라 문화라고 봤다. 장수촌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는 어른들을 존중하고 아름답게 여린다. 흰머리와 주름살을 오랫동안 힘들게 수고한 표시이며 지혜와 성숙의 징표로 생각한다.

 

저자는 귀여움과 주책은 종이 한 장 차이라지만 나는 아잇값 하지 않고 계속 귀여워지겠다고 말한다. 니체는 인간의 생애를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어린아이로'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앞으로 최대 목표는 귀여운 할머니로 늙는 이라고 말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나오는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처럼 내공은 가득하지만 항상 수줍은 미소를 짓고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는 그런 할머니 말이다. 나도 귀여운 할머니로 나이들어갔으면 좋겠다.

 

"낙타는 사람들의 말에 무조건 순종적이다. 주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한다. 무더운 사막에서 낑낑거리며 짐을 메고 간다. 이처럼 주위의 지시에 따라 의무에 따라 살아가는 낙타의 시기를 지나고 나면 사자의 시기가 온다. 사자는 절대 낙타처럼 순종적이지 않고 사납다. 주관이 강하고 타협을 싫어한다. 하지만 낙타든 사자든 자기보다 힘이 강한 생명체와 맞섰을 때는 납작 엎드린다. 니체는 최고의 단계를 어린아이라고 했다. 어린아이는 매우 천진난만하다. 어린아이는 신체적으로는 약하지만 낙타와 사자가 이기지 못한 생명체도 이길 수 있을 만큼 유연하다. 남이 시키는 대로 하지도 않고, 사자처럼 성질이 사납지도 않으면서 유연하게 모든 것을 이겨버린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귀여움으로 말이다."

 

책속에는 저자가 가장 부러워하는 친구 관계인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작가 사강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여 인상적이었다. 사르트르가 사망하기 1년전에 사강은 그의 일흔네 번째 생일에 <에고이스트>라는 신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둘은 30년이나 나이 차이가 나지만 생일이 6월 21일로 같아 더욱 깊은 연대 의식을 느꼈다. 저자는 어린 친구와 잘 지내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나이 차이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꺼이 베풀 줄 안다. 지혜건 물건이건 뭔가 얻을 게 있어야 젊은이들이 찾아온다.

 

"당신은 판단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정의를 큰소리로 비난하지 않았고 칭송받기를 원치 않았기에 영광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당신 자신이 관대함 그 자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관대함을 환기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끊임없이 일하고 다른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었어요. 당신은 무관심해지는 것보다는 이용당하고 놀림당하는 것을 더 좋아했고,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보다는 낙담하는 것을 더 좋아했어요. 모범이 되기를 결코 원하지 않았던 한 인간에게는 얼마나 모범적인 삶인가요."

 

책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은 유인경 기자의 진솔한 삶의 철학과 지혜와 유머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값진 책이다. 당당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좋은 메시지가 풍만한 책이다. 50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위로와 치유를, 청춘에게는 친근한 언니나 이모가 들려주는 응원의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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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시대 - 시대를 초월하는 욕망의 코드, 럭셔리 브랜드의 탄생
왕얼쑹 지음, 이예원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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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명품시대>의 저자 왕얼쑹은<샹그릴라>의 편집장을 거쳐 <신주간>에 연제한 칼럼 '럭셔리 애티튜드'가 큰 호평을 받았다.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GQ>, <엔트러프러너>등의 잡지에 주로 럭셔리 브랜드와 경제 관련 분야의 글을 기고하고 있다.

"이 책은 '명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현재 유행하는 명품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 역사,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관련 현상을 두루 살펴보고자 한다. 명품이 명품인 이유는 명품이 담고 있는 풍부한 가치 때문이다. 이는 '호화'나 '사치'라는 두 글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명품은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위안이 되어 주기도 한다."

책 <명품시대>는 명품 전통과 만나다, 머니게임과 혼란의 명품사, 명품의 불편한 진실, 명품에 사로잡힌 사람들 시대를 욕망하는 명품, 명품의 탄생, 대중을 사로잡는 사치의 재발견이라는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계란 볶음밥을 먹고 바로 이디오피아 원두로 내린 커피를 질색하는 사람은 최고급 양모나 멜톤 원단에 안어울리게 롤러로열을 가해 부직포를 안감으로 덧댄 양복에 질색할 것이다. 이렇게 '질색할 수 있는' 사람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줄 알고 완벽을 추구하게 된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좋은 물건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도 많아져 좋은 물건을 사용할 기회도 덩달아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탐정 매튜 스커더처럼 고급 셔츠를 실제 입어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게 될 것이다."

저자는 전통은 특별한 힘을 가졌다는 이야기로 혼란의 생활사를 말한다. 아일랜드는 세계가 인정하는 유럽의 가난한 나라다. 아일랜드가 가난한 나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일랜드에 명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는 전 세계적으로 최고급 린넬 제품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같은 영예는 단지 '아일랜드'라는 이름만 빌렸을 뿐 사실 아일랜드 린넨은 아일랜드 것이 아니다. 아일랜드 린넨의 거대한 상업적 시회와 천문학적 수익 창출은 더더군다나 아일랜드와 상관이 없다.

"전통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전통은 사람을 순종하게 만들고 굴복하게 만든다. 이런 절대적인 힘이 있기에 오랫동안 전통은 이어진다. 전통은 무형의 힘으로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전통은 역사의 기억과 함께 현실 속의 삶에 투영되고 다양하게 녹아들어 언제나 우리 삶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전통의 역사는 생활의 역사이며 명품은 생활의 역사의 주류를 이룬다. 모든 민족은 역사적으로 자신들만의 명품을 만들어냈다. 이는 그 민족이 얼마나 잘살고 못살고가 아닌 오직 전통하고만 관계가 있다."

세계경제와 명품의 시련이었던 반 토막 난 루이비통의 주가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에르메스의 고공행진인 머니게임과 명품의 성장 이야기가 흥미롭다. 책을 읽으면서 루이비통와 구찌의 대결에서 톰 포드가 구찌를 기회회생시킨 이야기, 포르쉐가 폭스바겐을 인수한 배경 등의 명품의 불편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명품 산업의 비밀코드인 욕망을 이야기한다. 가지고 싶은 욕망이든,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든 아니면 누리고 싶은 욕망이든 보이지 않는 손처럼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함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어쩌면 '욕망'이라는 두 글자는 명품 산업이 생존하고 발전하는 비밀 코드일지도 모른다.

"현재 중국에서 명품 브랜드는 이제 자신의 가치와 위치를 상징하는 확실한 잣대가 되었다. 특히 비즈니스에서 특정 브랜드는 그 사람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상질물이며 때로는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한다. 물론 얼핏 듣기에는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지만 비즈니스를 위해 명품을 선택하는 것 또한 명품이 단순한 착용의 의미를 넘어섰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즉, 명품은 이제 소유가 아닌 자신감을 상징하는 것이다."

저자는 염가 경제의 순환과 글로벌의 본질인 과유불급의 순환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중국인들도 원래는 명품을 좋아하고 우수한 품질과 정교한 제작,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저렴한 제품은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이며, 명품은 돈을 벌기 위한 목표다. 명품은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고 유행을 타지 않으며 고급스럽고 우아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누구나 명품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이런 경제 구조 때문에 우리는 '저렴한 원가, 저렴한 이윤, 다량 판매와 많은 소비'라는 명품에 역행하는 심리로 명품을 추구할 수 있다.

"우리가 걱정하는 건 오직 한 가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구매하도록 하느냐다. 더 많이 사게 하려면 더 많이 소비하도록 해야 한다. 더 많이 소비하려면 제품의 회전률을 높여야 한다. 제품의 회전율을 높이려면 굳이 오래 쓸 수 있게 잘 만들 필요가 없다. 품질도 좋을 필요가 없고 꼼꼼하게 만들 필요도 없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아까워서 버리겠는가?"

저자는 명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심리적인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서 사람들은 마음을 의지할 곳을 끝없이 찾아 헤맨다. 물질적인 풍요를 추구하는 사람의 경우 명품 소비를 하고 정신적 세계를 추구하는 사람은 종교와 신앙으로 내면의 평화를 찾는다.

"명품이 명품인 이유는 명품이 담고 있는 풍부한 가치들 때문이다. 이는 '호화'와 '사치'라는 두 글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낭비벽이 있는 사람들에게 명품은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위안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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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보이는 25가지 트렌드 - 10년 후 세상을 읽는 기술
크리스토퍼 바넷 지음, 손진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책 <미래가 보이는 25가지 트렌드>의 저자 크리스토퍼 바넷은 노팅엄 대학교 경영대학원 컴퓨팅 및 미래학과 부교수로서 20여 년 이상을 미래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저자는 이 책은 '앞날에 대한 사고와 감정을 품을 수 있는 인간 능력'인 미래의식을 고취시킬 의도로 쓰였다고 말한다. 이 책은 미래사회의 가능성과 급격한 변화가 몰고 올 역동성을 폭넓게 접할 수 있게끔 우리를 돕는 데 있다.

 

책에서는 전기자동차, 태양에너지, 클라우드 컴퓨팅 등 불과 수년 뒤면 실용화가 확실한 사항들을 이야기한다. 그 이외에도 우주여행이라든지, 인공지능, 양자전산, 트랜스휴머니즘 등의 내용을 다루면서 미래 가능성의 한계를 타진해보는 역할을 한다.

 

책은 1부 풍요의 시대는 끝났다, 2부 주목받는 새로운 산업, 3부 미래의 에너지를 찾아서, 4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다, 5부 신인류가 나타났다라는 주제를 이야기한다. 1부에서는 피크오일, 기후변화, 피크워터, 식량부족, 자원고갈을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입체 프린팅, 나노기술, 유전자 변형, 합성생물학, 수직농업을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전기자동차, 풍력,파력,운동에너지, 태양에너지, 행융합, 우주여행을 이야기한다. 4부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증강현실, 양자 컴퓨터, 로봇을 이야기한다. 5부에서는 유전의학, 바이오프린팅, 사이버네틱 강화, 수명 연장, 트랜스 휴머니즘을 이야기한다.

 

특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다라는 4부 주제와 신인류가 나타났다라는 5부 주제가 인상적이었다. 클라우딩 컴퓨팅은 이미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이 가상세계에 중독되어 디지털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실정이라 이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클라우드가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는 클라우드를 이용해 사람들의 활동을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거의 모든 인터넷 사용자는 온라인상으로 무엇을 구입하거나 페이스북에 어떤 내용을 게재할 경우는 물론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이메일을 발송할 때마다 지우기 불가능한 흔적을 남긴다.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들 역시 자신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클라우드에 넘겨주기 시작했다. 더욱이 가까운 미래에는 대부분의 CCTV와 기타 감시카메라마저 클라우드와 연결되어 정교한 영상인식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을 감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클라우드는 표면상으로 볼 때 다분히 개인적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은 크라우드 소싱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인터넷의 활용을 통해 여러 사람의 활동으로부터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크라우드 소싱은 전 세계 일반인 신분의 석학이 저력을 한데 모아 문제를 해결하거나, 한 개인의 능력을 능가하는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로봇의 수가 860만대에 이른다고 한다. 로봇 반려자는 혼자 사는 이들의 고독을 덜어줄 것이다. 저자는 미래의 로봇 중 일부는 업무상 인간사회에 잘 어우러질 필요가 있지만, 사람들을 투입시키기에는 너무 위험하거나 외딴 지역에서 대신 작업을 해야 하는 로봇들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로봇은 주로 군사적 목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미 지난3년간 상당수의 로봇이 군대에 편입하였다. 군사적 목적 외에도 로봇은 지하 깊숙한 곳을 탐사하거나 심해 또는 우주에도 진출하게 될 것이다. 로봇은 다른 행성을 방문하기 위해 지구에서 파견한 첫 탐험가이기도 했다. 로봇은 미래의 태양발전 기지 건설에 투입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저자는 미래에 일부 로봇은 얼굴과 휴머노이드 몸체를 지니고 신체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인간과 섞여 거리를 활보할 것이라고 말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사 도우미 또는 공장 근로직의 적임자로 판명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 세계가 오직 인간 전용 영역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사이의 경계선이 지속적으로 허물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인류는 진화 과정에 있어 혁신적인 단계에 들어설 태세다. 이미 인간은 유전자의 결함을 수정하기 위해 자신의 DNA 코드를 풀어내고, 육신에 인공적인 과학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5부에서는 신인류 2.0을 둘러싼 폭넓은 윤리 및 철학적 쟁점을 함께 다루었다. 신생 의료기술들이 적용됨에 따라 기존에 정립된 인간과 우주만물간의 관계를 근복적으로 뒤흔들어놓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신의 영역을 침범하려든다는 일각의 비판도 무리가 아니다. 책 속에서 수명연장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문제점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고령인구의 팽창은 감내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부담이 되어 인류 문명을 짓누를 것이다. 생명체는 본질적으로 그 무엇보다도 생명 유지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잠재적 수명 연장 도구들이 비윤리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런 것들이 빠른 시일 안에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충격적일 수 있다. 인류는 집단을 이루고 사는 종으로 진화하면서, 이미 자연적인 주기를 넘어서 평균 기대수명을 인위적으로 수십 년씩이나 늘려놓았다. 이러한 진행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이다.

 

책을 읽으면서 미래를 움직이는 힘은 바로 현재의 우리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피크오일을 비롯한 기후변화, 피크워터, 식량 부족 등의 광범위한 자원 부족 상황이 아직까지는 인간 문명을 본격적으로 압박해 영향력을 행사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특히 선진국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생활양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으며 광범위한 과학기술과 무한한 가능성의 실현이 인류를 쇠퇴보다는 특이점으로 안도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전기자동차, 태양열발전, 핵융합, 나노기술, 유전자 변형기술 등으로 식량 부족이나 자원 고갈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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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처 스토리콜렉터 1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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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깊은 상처>는 독일 미스터리의 대표작가로 불리우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작나는 타우누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 <깊은 상처>라고 말한다. 타우누스 시리즈 작품들은 흡입력 있는 속도감과 긴장감 넘치는 사건 전개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소설이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책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사랑받지 못한 여자>, <너무 친한 친구들>, <바람을 뿌리는 자>를 읽고 그녀의 팬이 되었다. 책 <깊은 상처>도 넬레 노이하우스라는 작가를 좋아하게 된 또 하나의 책으로 남을 것이다. 

 

피아 형사와 보덴슈타인 반장은 여전히 함께 몇 가지의 사건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국 대통령 자문이었던 유대인 노인이 자택에서 마치 나치의 처형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총살당한 사건을 접하면서, 의문의 ‘16145’라는 숫자와 마주치게 된다. 사건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 잇는 가운데, 또 한 명의 노인이 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하고 의문의 숫자 ‘16145’가 발견된다. 골드베르크, 슈나이더, 프링스와 로버트 바트코비아크와 그의 내연내가 살해되는 과정과 과연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추리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책 <깊은 상처>는 독일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홀로코스트를 다루었다. 하지만 독일인으로서의 역사적 관점에서 소설을 파고든 것이 아니라, 인물들간의 얽힌 관계를 심도있게 그려내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피아 형사와 보덴슈타인 반장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밝혀지면서 소설은 점점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티아누스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피아 형사와 보덴슈타인 반장의 미스테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이다.

 

책 <깊은 상처>는 미스테리물로서의 매력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는 독일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홀로코스트를 소개하면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 동기에 인간의 욕심을 그려낸다. 작가는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를 파헤치면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오욕을 잘 표현하면서도 어둡지 않고 유쾌하게 작품을 써내려갔다.

 

"베라는 몸을 움찔하며 사념에서 깨어났다. 왜 갑자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오래된 일이 떠오른 걸까? 그녀는 다시 눈앞의 현실에 집중하려 애썼다. 근 60년간 이렇게 앞만 보며 달려왔다. 베라 칼텐제는 한가하게 앉아 과거를 미화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경멸했다. 그래서 실향민 단체나 향우회도 멀리했다. 차이들리츠-라우엔부르크 남작가의 아가씨는 오이겐 칼텐제와 결혼하면서 영원히 사라졌다. 옛 동프로이센에는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 시간은 이미 지나버린 시간이 아닌가."

 

"프랑크푸르트 미술계에서 한가락 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꼭 우리 집에서 모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부터 갑자기 그런 술자리가 지겹더라고요. 나를 가만 놔두지 않는 사람들고 딱 꼴 보기 싫고요. 보는 눈도 없으면서 있는 척하는 전문가들, 좀 뜬다 싶으면 돈 무서운 줄 모르고 무조건 사들이는 수집가들도 지겹지만 더 싫은 건 생활 능력도 없고 재능도 없으면서 혼자만 예술가인 척 하는 사람들이에요. 황당하게 부풀려진 자아, 혼란한 세계관, 모호한 예술관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와서 자기가 재단의 후원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면서 귀가 아프게 떠들어대는 걸 듣는 건 그야말로 고역이죠."

 

"엘라르트 칼텐제는 뛰어난 이론가이지만 실천하는 데 있어서는 게을렀다. 결정해야 할 일이 생기면 항상 남에게 미루고 정작 자신은 뒷전으로 물러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번 일은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 혼자만 관계된 일도 아니고, 그 말고도 행동에 옮길 만한 사람도 없었다. 힘들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결국은 해냈다. 64년 만에, 아니 65년 만에 처음으로 삶의 주인이 된 기분이었다."

 

책을 읽고나면 소설의 제목이 왜 '깊은 상처'였는지를 알 수 있다. 60년이 지났어도 아물지 않은 깊은 상처는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알아가면서 상처받은 인물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눈 앞에서 남편, 부모, 친구가 죽임을 당했고, 아이는 납치되었고, 러시아로 끌려갈 수 밖에 없었던 여인 아우구스테 노박은 강제 노동, 모욕과 멸시, 배고픔, 질병을 견뎌내고 살아남았다. 아우구스테 노박과 떨어져 살 수 밖에 없었던 아들의 비밀이 공개되면서 소설은 미스테리의 힘을 더하고 비밀의 열쇠를 풀어간다.  

 

"아우구스테 노박의 이야기는 피아의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자신이 경찰이고 전남편이 부검의이기 때문에 인간의 잔인성에 대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 네 명이 저지른 살인 생각에는 절로 혀가 내둘러졌다. 그것은 비상 사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인 사투가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그 만행을 저지르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릎쓰고 마을로 돌아갔다. 어떻게 그런 피비린내 나는 만행을 저지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하게 살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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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정진홍의 900킬로미터
정진홍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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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한다>는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정진홍의 사람공부>, <사람이 기적이 되는 순간> 등의 깊이와 통찰이 있는 글로 감동을 주는 저자 정진홍의 에세이이다. 그는 2012년 봄 산티아고 가는 길 900킬로미터 걷기를 결행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안의 진짜 나를 찾으려는 지독한 절실함이 없다면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한 길이 아닐까... 저자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50일간의 산티아고 여정을 떠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제와 다른 나, 오늘과 다른 내일의 나를 발견하고 싶은 뜨거운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의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살아 있는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바로 산티에고 순례길이다.  

 

저자가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겠다고 나선 것은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정면으로 서는 일이었다. 삶의 과정만큼 내게 소중한 이들은 나를 기억할 것이다. 내가 살아온 만큼 기억되는 것이기에, 삶을 진정으로 제대로 사는 일은 중요하다.

 

산티아고를 순례하다 보면 죽은 이들의 무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순례자들의 무덤을 보면서 삶과 죽음은 나란히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순례자에게는 이 길을 걷다 죽었다고 기억되는 것이야말로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이란 생각이 들지 모른다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우린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자기 인생길을 걷다 죽는다. 우리는 죽음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 인간에게 공평한 두 가지가 있다면 바로 태어남과 죽음일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건 학식이 풍부한 사람이간 인간은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한다. 저자는 죽음은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선생이라고 이야기한다. 책 속의 등장하는 산티에고 순례길에서의 무덤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떠오르게 한다.

 

저자는 삶의 기로에서 어디로 갈 지 모를 때는 먼저 나쁜 자석들을 치우라고 말한다. 내 안의 나쁜 자석이란 곧 내 안의 오만, 교만, 불평, 불만 그리도 괜한 거두름과 거들먹거리는 게으름 같은 것들이다. 인생의 방향을 잃어버렸을때 나쁜 자석들을 치우고 제대로 된 나침반을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라고 말했던 돈키호테처럼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산티아고를 순례하는 일도 진정한 자신을 찾고 싶은 용기와 희망, 꿈에 미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싶은 꿈을 위해 무조건 달려나갔던 돈키호테의 호기를 배우고 싶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꿈을 찾아 떠나고 싶다.

 

저자는 스스로를 용서한다는 것은 지나온 나날 속의 모든 회한과 후회로부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래 묵은 자책에서 스스로를 사면하고 해방시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고 싶었던 것도 나를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서른 후반의 삶을 살아오면서 이루지 못한 꿈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소중한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질까라는 고민을 한다. 내가 꿈꾸었던 작가라는 꿈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며 살아왔던가? 사람들과 얼마나 소통하며 지내려고 했던가?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내 안의 나를 가두어놓기만 하고 나를 자책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나를 만나고 나를 진심으로 용서하고 싶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한 시간을 만난다. 자신을 가장 사랑한 시간, 생각만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지금 이 길을 걷는 나는 내 인생에서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한 번 자기 자신을 돌아본 적이 있었던가. 언제 한 번 자기 속이 우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언제 한번 자기가 지금 왜 이러고 있는지 자기 자신을 돌봐줘본 적이 있었던가. 산티아고로 가는 이 길 위에서 난 그래서 나를 가장 사랑한 시간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산티아고 가는 길은 그저 걷기를 위한 길, 극기훈련의 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길은 진정으로 나 되기 위해 걷는 길이다. 그러니 빨리 걷는 길이기보다 느리게 걷는 길이고 여럿이 더불어 걷는 길이기보다 홀로 고독하게 걷는 길이다. 물론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고독하지만 쓸쓸하지 않게 말이다. 그래서 걸을수록 비워지고 걸을수록 채워지는 묘한 길이다.

 

인생의 정지통인 사투기를 겪는 이들이라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기분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삶이란 어차피 홀로 가는 외로운 길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외롭다, 슬프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이 인생이니깐. 이것을 알면 정지통으로서의 사추기도 사라진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누구와 경쟁하며 가는 길이 아니다. 여럿이 함게 가든 혼자 가든 결국에는 자아를 찾아가는 고독한 길이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 마음의 가장 밑바닥이 드러난다. 저자는 그런 가운에 가족의 소중함과 기본의 절실함을 그 어느때보다 절감했다고 말한다. 진짜 소중한 것은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이라고... 산티아고 가는 길은 높고 높은 교회의 첨탑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낮고 낮은 바닥으로, 그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길이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 가장 소중한 것이 있음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삶을 끝까지 나아가야한다. 끝이라 시작한 곳에 새로운 길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눈물을 흘릴 수 있을만큼 절실함이 찾아올 때 떠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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