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 유인경 기자의 더 생생하게, 즐겁게,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책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은 경향신문사에서 펴내는 시사 주간지와 여성지의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는 경향신문 편집국 부국장 겸 선임기자인 유인경의 쓴 에세이이자 자기계발서이다. 50이 넘은 나이를 지혜롭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유인경 기자의 지혜와 유머를 놓치지 않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책이여서 추천하고 싶다.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살아간다는 것은 이기심이 아닌 진정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이 책은 꼭 50대의 여성이 아니더라도 행복한 50대를 꿈꾸는 청춘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늙어가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에게는 50세 이후의 시간이 인생에서 또 하나의 풍요로운 시기가 된다. 오십대에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인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깨닫고 실천한다면 남은 인생도 더 멋진 모험과 즐거움의 시기가 될 수 있다. 그 모험이 꼭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인 '버킷리스트'처럼 히말라야나 북극 탐험, 이십대처럼 팽팽한 몸매 되찾기 등이 아니다. 기말고사 끝나면 시험공부 하느라 미뤄두었던 소설책 읽기나 영화 관람을 하는 것처럼 마음속에서 정말 하고 싶었고 가슴 떨리게 하는 일을 찾는 것이다."

 

책은 1부 지금이 딱 좋다, 2부 나는 내가 자랑,아니 사랑스럽다, 3부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그렇게 계속되지, 4부 나는 나잇값 하지 않겠다라는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언론인이며 번역가인 김홍숙씨의 책 <우먼에서 휴먼으로>에서 인용된 갱년기에 관한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에게 위로를 주고, 좀 나태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열정의 불을 댕기고, 늘 타인을 향해 있던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는 시기가 갱년기가 아닐까라고 이야기한다.

 

"갱년기란 한자를 풀이하면 '해'를 바꾸는 시기입니다. 즉 이제껏 살아온 삶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시작한다는 것이지요. 갱년기는 그 한자어가 뜻하는 것처럼 평생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성 호르몬의 지배를 받으며 늙어가는 보통 여자와 남자에게 인생이 주는 선물입니다.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여자와 남자를 벗어나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갈 기회가 생기니까요."

 

오프라를 보내며라는 제목의 책 속 내용에 공감이 갔다. 내려와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는 아는 자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신의 부와 명예를 충분히 알고 즐겼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내적인 풍요와 만족에 더 비중을 둔 오프라에게 위로와 감사를 표하고 싶다.

 

"나는 시청자로서 <오프라 윈프리 쇼>를 계속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 누구도 오프라처럼 진솔하고 푸근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방송 진행은 못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여성 연예인들이 툭 하면 '오프리 윈프리 같은 방송인이 되고 싶다'고 밝히지만, 과연 오프라처럼 미혼모의 사생아로 태어나고, 삼촌과 사촌에게 강간당해 임신을 하고, 그 아이가 사산되고, 마약중독인 애인 때문에 마약도 하고, 살을 빼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온갖 구설수에 시달리고, 아직 결혼도 못 하는 삶을 똑같이 살라면 동의할까? 오프라는 '독서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할 만큼 엄청난 독서광이고 수시로 기부를 하고 좋은 일에 앞장서는데, 그저 오프라의 명성과 인기만 닮고 싶다는 이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저자는 비교가 과로를 만든다고 말했다. 내가 불행해서가 아니라 남들의 행복을 나를 불행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글을 읽고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과로는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나 또는 '~해야 한다'는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규율 사회'의 지표이다. 하지만 피로는 성과 사회, 즉 모두가 '할 수 있다!'라고 외치며 질주하는 긍정 과잉 사회에서 발생한다. 성과 사회는 불행한 사회가 아니라 오히려 지나치게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이다.

우리는 남에게 멋지고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보이느라 나를 피로하게 만들고, 남들이 나보다 더 멋지고 행복하고 잘사는 것 같아 상처 받고 우울해지고, 나에 대해 실망감을 느껴 심신이 피로한 것이다."

 

"인류의 삶을 바꾸었다는 스티브 잡스로 결국 강방증으로 병에 걸리고 말았고, 한국에서 돈이 제일 많다는 삼성가도 형제끼리 돈 싸움을 하고, 섹시 스타 이효리도 배꼽이 드러나는 춤을 출 떄는 이틀은 굶었다고 하고, 30년을 장수하며 웃음을 주는 개그맨 이경규도 자살 충동을 느끼는 공황장애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행복 전도사 최윤희 씨는 자신이 병에 걸리자 불행한 상태를 견딜 수 없어 남편과 동반 자살했고 '행복하소서!'라고 외치던 전문 강사는 추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어 남을 불행하게 만들기도 했다."

 

저자는 화려한 뷔페상 위 콩떡에 누구도 선뜻 손 내밀지 않지만, 그래도 콩떡을 좋아한다고 했다. 저자는 바로 50이라는 나이도 콩떡과 같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인 유인경 기자의 유머러스한 말들이 기분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펄펄 뛰는 생선회는 아니지만, 이미 소금 뿌려져 구워진 꽁치처럼 상에 올려도 손길은 잘 안 가지만, 그래도 남겨뒀다가 다시 찌개거리로도 쓰일 나이가 50세인것 같다. 지난 50년간, 남의 꽃밭에 무슨 꽃이 피었나, 어떤 꽃이 더 예쁜가 구경하느라 열등감에 시달리고 내 꽃밭을 못 가꾸다가 이제야 내 꽃밭에 눈을 돌리는 나이가 50세다. 이웃 꽃밭처럼 화려한 장미나 백합은 없어도 내 꽃받의 친근한 채송화나 맨드라미의 소박함에 행복해 하고, 내가 갖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에 더 감사하게 된다.

더 멀리, 더 많이는 욕심내지 말자. 그저 환갑에도 맛있는 음식을 음미할 수 있고, 노안이 오더라고 더 많은 책을 보고,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유니세프건 구세군 자선냄비건 흔쾌히 돈을 기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땐 말랑말랑한 콩떡이 아니라 말라비틀어진 곶감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곶감도 씹을수록 단맛이 나니 좋지 않을가!"

 

책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에서 특히 2부 나는 내가 자랑, 아니 사랑스럽다는 내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30년을 버틴 힘, 한 번에 하나씩, 나의 촌스러운 수첩들, 없어서 행복하다, 전화번호를 지우며, 감기는 내 사랑, 어른 노릇한다는 것, 용서한다, 질투심은 어디갔을까, 버텨야 산다라는 제목들의 소소한 내용에서 저자 특유의 지혜와 감성, 재치를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직장생활에서 30년을 버텨온 힘이 실수와 기대하지 않는 것, 자축이라고 꼽는다.

 

"가끔 어린 후배들이나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한 비결은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들이 보기엔 2,3년도 지긋지긋한데 오십이 넘어서도 씩씩하게 직장에 다니는 내가 신기한가보다. 기자 정신이 투철해서 버티는 게 아니라, 매일 받는 스트레스도 이미 익숙한 고통이고, 약간의 보람도 느끼고, 이젠 이 나이에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다 내가 버티는 진짜 힘이 뭘까 생각해봤다. 무엇보다 '실수' 덕분이다. 직장 생활의 경우 내가 실수를 저질렀다고 심하게 자책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실수를 통해 내공을 쌓은 덕분에 아직은 무사히 사회생활을 하는 것 같다. 얼굴에 숯불을 얹어놓은 듯한 실수를 했지만 다시 실수를 저지를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또다시 실수하더라도 뭔가 시도해본 덕분에 조금은 지혜로워진 것 같다. 각종 실수 퍼레이드를 통해 잔머리도 늘고 눈치도 생기고 맷집도 두둑해졌다.

'실수'와 더불어 나를 버티게 한 힘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막강 파워를 가진 이들에게 잘 보여 고속 출세를 하거나, 뭔가에 투자해 일확천금을 벌거나 하는 세속적 기대는 물론 가족이나 지인들에 대한 기대를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나는 너무나 넘치는 사랑과 대우를 받고 있지만, 평소에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사랑과 관심이 더욱 고맙다.

또 30여 년의 사회생활,경향신문사에서만 22년의 시간을 버틴힘은 '자죽'이다. 난 조그만 성취에도 내가 나를 축하해줬다. 엄청난 성공이나 대단한 성과를 거둘 때까지 아껴두지 않고 자죽의 시간과 선물을 줬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축하할 때는 반드시 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들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만큼이나 나와 만나는 시간도 소중하다."

 

저자는 스티브 코비 박사의 책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등장하는 우선순위를 정해 일하라는 말에서 생각을 바꾸어 실천했다고 한다. 생각을 바꾸어 자신이 만난 사람이나 하는 일에만 그 시간을 보내자라는 이야기다. 기자라는 직업의 저자였기에 무엇이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지는 알기 힘들다는 말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스티브 코비 박사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일을 하라고 했지만, 나는 시간애 별로 벌어진 일을 순서대로 처리했다. 오랜 경험으로 내가 결론 내린 하나는 '무엇이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지는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 당시엔 참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아니고, 그 무렵엔 정말 대단한 파워를 가진 인물이라 만났는데 잠시 후에 교도소에 가거나 파렴치범으로 밝혀진 이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서 명사보다 먼저 전화해 약속을 잡은 동창이 있으면 동창을 만나러 갔다. 물론, 그래서 출세를 못했는지는 모르지만 낭패를 안 본 것도 그 덕분인 것 같다."

 

저자는 없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괜한 허기증에 필요도 없는 물건을 잔뜩 사들이고 그걸 처치 못 해 스트레스를 받고 흉한 쓰레기를 만든다는 에듀머니 제윤경 이사의 책 속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많은 책을 읽은 경험을 통해 현자의 이야기를 인용한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이를 통해서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날 괴롭히는 것은 대부분 '부족함'이 아니라 '넘침'이다. 반면 내게 부족한 것들, 혹은 가지지 못한 것들은 오히려 나를 행복하게 한다. 우리 신문사의 행사 '알파레이디리더십'에서 2011년 에듀머니의 제윤경 이사가 강의를 했다. 제윤경 이사는 돈이나 재테크가 아니라 '인생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지극히 속물적인 나의 머리와 가슴을 두드렸다. 오십이 넘은 내게도 강한 충격을 준 메시지는 '욕구의 거품을 걷어내라'는 말이었다. 일단 돈을 벌면 부의 상징으로 큰 집, 커다란 냉장고, 대형자동차와 명품 핸드백을 사들이는데, 그걸 유지하고 자랑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 과시욕과 허기증 탓이다."

 

저자는 <인생수업>이라는 책을 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용서에 관한 글귀를 강조한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이들은, 그들이 우월하거나 권력을 가져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더 나약하고 약점이 많은 인간들이기 때문에 아닐까라고 말한다.

 

"용서는 마음에 집착하는 것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 자신을 위해 상처를 떨쳐버리는 것입니다. 용서를 미루는 사람들은 그들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을 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들이 알건 모르건 혹은 원하건 원치 않건 난 내게 실수하고 죄짓고 배신하고 치졸한 일을 한 사람들을 용서한다. 신께서 그들을 용서하는 것은 나와 별개 문제다. 난 무조건 용서한다. 내가 평화롭기 위해, 아니 내가 잘 살기 위해 말이다. 내가 부르르 떨고 상처 받고 펑펑 울며 괴로워할 줄 기대했던 이들에겐 정말 미안한데, 진심으로 그들을 용서해버렸다. 그리고 이제 평화롭다."

 

저자는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와 딸에 대한 사랑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버티는 이유는, 상을 받기 위해서나 대단한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신이나 우주로부터 부여받은 내 생명을 지켜내는 나 자신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날 버티게 한 힘은, 엄마의 사랑과 딸에 대한 책임감이다. 엄마는 항상 내게 "넌 잘 될 거야"라고 덕담을 해주셨다. 치매 말기에 나를 곁을 지키는 간병인으로 알았는지 "자네가 너무 고맙네, 정말 좋은 일이 있을 걸세"라고 말을 해주셨다. 그 덕담이 날 버티게 했다. 딸에 대해서는 생산자 책임 원칙에 의해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떄까지는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었다. 아무리 속상하고 암담한 일이 생겨도 딸아이가 "어 엄마아~"하고 달려와 안기면 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렸다."

 

저자는 동안은 동심이 만든다고 말한다. 동안의 비결은 아이다움을 잃지 않는 동심이다. 늘 아이같이 천진한 표정,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망울, 수시로 깔깔대며 웃는 사람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해도 동안으로 보이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동안의 핵심은 주름 없는 얼굴이 아니라 다양한 표정과 천진무구한 마음이다.

 

"아이다움이란 뭘까.

첫째는 단순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호기심이다. 셋째, 감탄사를 연발한다. 마지막 특징은 잘 웃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포장지만 바뀔 뿐, 몸과 정신 그리고 마음속에 어린아이가 남아있다. 상처 받기 쉬웠지만 치유도 그만큼 쉽던 내 마음속의 어린이를 꺼내 다시 만나고 싶다."

 

저자는 사랑은 시간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와 함께 내 시간을 추억으로 물들이는 것, 그게 사랑이다.

 

"내가 아무리 누굴 사랑한다고 해도 그게 단순한 열정이면 그건 집착일 뿐이다. 진짜 사랑은 마음만이 아니라 시간을 나누는 게 아닐까.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마음밭에 불이 나고 머리가 터질것 같아도 그와 함께 내 시간을 추억으로 물들여 가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저자는 선물이란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 받아서 기쁜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저자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신에게 시간을 선물했다. 1년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혼자 가만히 평화롭게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저자처럼 이번 한해가 가기전에 나만을 위한 시간을 꼭 선물해야겠다.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감사했다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정도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몇 년 전에 한 기업체에서 직원들에게 2,000원씩 나눠주고 그 돈으로 누군가를 기쁘게 만들어주고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한 적이 있다. 어떤 이는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게 호빵과 우유를 선물했고, 어떤 이는 차비가 없어 쩔쩔 매는 할머니에게 버스비를 드렸고, 어떤 이는 엽서를 사서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사연을 담아 보냈단다. 택시 기본료도 되지 않는 돈이지만, 다방 커피 한 잔, 짜장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돈이지만 얼마든지 사람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이런 말을 했다. 저자는 나이 들수록 자신이 선택한, 자신에게 허용한 자발적 고독을 즐기는 법을 익혀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고독한 상태란 텅 빈 방에 갇혀서 아무도 날 찾지 않고, 전화 연결도 안 되고 그 어떤 기쁨과 소통이 없는 것이 아니다. 혼자 산책을 한다거나, 걷다가 지치면 공원 벤치에 앉아 거리 풍경을 무심히 본다거나, 가족들이 없는 집에서 혼자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거나,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쓴다거나 하는 시간도, 절대 고독의 시간이다. 이처럼 내가 스스로 만든 고독은 소중한 선물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차분하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 기회를 주고 지금 내 문제가 무엇인지, 내 상태는 어떤지, 해결 방안은 무엇일지를 자문자답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와 해결의 시간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당신이 혼자 있으면 당신은 완전하게 당신에게 속한다. 당신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반밖에 자신에 속하지 못한다."

 

저자는 일상이 주는 기쁨과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고 제대로 누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는 직업이 신문기자라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기기묘묘한 일, 복잡하고 심란한 일, 형이상학적이며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사건 등을 귀동냥, 눈동냥으로 알게 된다. 때론 시국 사건을 그 중심에 서서 목격하기도 하고, 흔히 말하는 국가 지도층 인사들을 지근 거리에서 보기도 한다. 지금 내 앞엔 국가와 사회적으로 지구 온난화, 통일 문제, 경제 자본주의, 반값 등록금과 88만원 세대, FTA 협정, 통합진보당 사건, 그리고 개인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정년, 퇴직 후의 노후 대책 등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하고 성찰해야 할 일들이 가득하다.

하루 24시간을 치열하게 사는 것,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투쟁하는 것, 기꺼이 나 자신을 국가와 사회에 던지는 용기와 헌신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자신에게 기쁨을 주지 않고 남을 위해 살겠다는 것 역시 위선이 아닐까."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회사의 상속자인 존 로빈스의 책 <100세 혁명>에서 그는 장수의 가장 중요한 비결을 환경이 아니라 문화라고 봤다. 장수촌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는 어른들을 존중하고 아름답게 여린다. 흰머리와 주름살을 오랫동안 힘들게 수고한 표시이며 지혜와 성숙의 징표로 생각한다.

 

저자는 귀여움과 주책은 종이 한 장 차이라지만 나는 아잇값 하지 않고 계속 귀여워지겠다고 말한다. 니체는 인간의 생애를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어린아이로'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앞으로 최대 목표는 귀여운 할머니로 늙는 이라고 말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나오는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처럼 내공은 가득하지만 항상 수줍은 미소를 짓고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는 그런 할머니 말이다. 나도 귀여운 할머니로 나이들어갔으면 좋겠다.

 

"낙타는 사람들의 말에 무조건 순종적이다. 주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한다. 무더운 사막에서 낑낑거리며 짐을 메고 간다. 이처럼 주위의 지시에 따라 의무에 따라 살아가는 낙타의 시기를 지나고 나면 사자의 시기가 온다. 사자는 절대 낙타처럼 순종적이지 않고 사납다. 주관이 강하고 타협을 싫어한다. 하지만 낙타든 사자든 자기보다 힘이 강한 생명체와 맞섰을 때는 납작 엎드린다. 니체는 최고의 단계를 어린아이라고 했다. 어린아이는 매우 천진난만하다. 어린아이는 신체적으로는 약하지만 낙타와 사자가 이기지 못한 생명체도 이길 수 있을 만큼 유연하다. 남이 시키는 대로 하지도 않고, 사자처럼 성질이 사납지도 않으면서 유연하게 모든 것을 이겨버린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귀여움으로 말이다."

 

책속에는 저자가 가장 부러워하는 친구 관계인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작가 사강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여 인상적이었다. 사르트르가 사망하기 1년전에 사강은 그의 일흔네 번째 생일에 <에고이스트>라는 신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둘은 30년이나 나이 차이가 나지만 생일이 6월 21일로 같아 더욱 깊은 연대 의식을 느꼈다. 저자는 어린 친구와 잘 지내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나이 차이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꺼이 베풀 줄 안다. 지혜건 물건이건 뭔가 얻을 게 있어야 젊은이들이 찾아온다.

 

"당신은 판단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정의를 큰소리로 비난하지 않았고 칭송받기를 원치 않았기에 영광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당신 자신이 관대함 그 자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관대함을 환기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끊임없이 일하고 다른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었어요. 당신은 무관심해지는 것보다는 이용당하고 놀림당하는 것을 더 좋아했고,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보다는 낙담하는 것을 더 좋아했어요. 모범이 되기를 결코 원하지 않았던 한 인간에게는 얼마나 모범적인 삶인가요."

 

책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은 유인경 기자의 진솔한 삶의 철학과 지혜와 유머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값진 책이다. 당당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좋은 메시지가 풍만한 책이다. 50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위로와 치유를, 청춘에게는 친근한 언니나 이모가 들려주는 응원의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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