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처 스토리콜렉터 1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깊은 상처>는 독일 미스터리의 대표작가로 불리우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작나는 타우누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 <깊은 상처>라고 말한다. 타우누스 시리즈 작품들은 흡입력 있는 속도감과 긴장감 넘치는 사건 전개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소설이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책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사랑받지 못한 여자>, <너무 친한 친구들>, <바람을 뿌리는 자>를 읽고 그녀의 팬이 되었다. 책 <깊은 상처>도 넬레 노이하우스라는 작가를 좋아하게 된 또 하나의 책으로 남을 것이다. 

 

피아 형사와 보덴슈타인 반장은 여전히 함께 몇 가지의 사건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국 대통령 자문이었던 유대인 노인이 자택에서 마치 나치의 처형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총살당한 사건을 접하면서, 의문의 ‘16145’라는 숫자와 마주치게 된다. 사건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 잇는 가운데, 또 한 명의 노인이 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하고 의문의 숫자 ‘16145’가 발견된다. 골드베르크, 슈나이더, 프링스와 로버트 바트코비아크와 그의 내연내가 살해되는 과정과 과연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추리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책 <깊은 상처>는 독일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홀로코스트를 다루었다. 하지만 독일인으로서의 역사적 관점에서 소설을 파고든 것이 아니라, 인물들간의 얽힌 관계를 심도있게 그려내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피아 형사와 보덴슈타인 반장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밝혀지면서 소설은 점점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티아누스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피아 형사와 보덴슈타인 반장의 미스테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이다.

 

책 <깊은 상처>는 미스테리물로서의 매력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는 독일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홀로코스트를 소개하면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 동기에 인간의 욕심을 그려낸다. 작가는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를 파헤치면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오욕을 잘 표현하면서도 어둡지 않고 유쾌하게 작품을 써내려갔다.

 

"베라는 몸을 움찔하며 사념에서 깨어났다. 왜 갑자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오래된 일이 떠오른 걸까? 그녀는 다시 눈앞의 현실에 집중하려 애썼다. 근 60년간 이렇게 앞만 보며 달려왔다. 베라 칼텐제는 한가하게 앉아 과거를 미화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경멸했다. 그래서 실향민 단체나 향우회도 멀리했다. 차이들리츠-라우엔부르크 남작가의 아가씨는 오이겐 칼텐제와 결혼하면서 영원히 사라졌다. 옛 동프로이센에는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 시간은 이미 지나버린 시간이 아닌가."

 

"프랑크푸르트 미술계에서 한가락 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꼭 우리 집에서 모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부터 갑자기 그런 술자리가 지겹더라고요. 나를 가만 놔두지 않는 사람들고 딱 꼴 보기 싫고요. 보는 눈도 없으면서 있는 척하는 전문가들, 좀 뜬다 싶으면 돈 무서운 줄 모르고 무조건 사들이는 수집가들도 지겹지만 더 싫은 건 생활 능력도 없고 재능도 없으면서 혼자만 예술가인 척 하는 사람들이에요. 황당하게 부풀려진 자아, 혼란한 세계관, 모호한 예술관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와서 자기가 재단의 후원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면서 귀가 아프게 떠들어대는 걸 듣는 건 그야말로 고역이죠."

 

"엘라르트 칼텐제는 뛰어난 이론가이지만 실천하는 데 있어서는 게을렀다. 결정해야 할 일이 생기면 항상 남에게 미루고 정작 자신은 뒷전으로 물러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번 일은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 혼자만 관계된 일도 아니고, 그 말고도 행동에 옮길 만한 사람도 없었다. 힘들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결국은 해냈다. 64년 만에, 아니 65년 만에 처음으로 삶의 주인이 된 기분이었다."

 

책을 읽고나면 소설의 제목이 왜 '깊은 상처'였는지를 알 수 있다. 60년이 지났어도 아물지 않은 깊은 상처는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알아가면서 상처받은 인물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눈 앞에서 남편, 부모, 친구가 죽임을 당했고, 아이는 납치되었고, 러시아로 끌려갈 수 밖에 없었던 여인 아우구스테 노박은 강제 노동, 모욕과 멸시, 배고픔, 질병을 견뎌내고 살아남았다. 아우구스테 노박과 떨어져 살 수 밖에 없었던 아들의 비밀이 공개되면서 소설은 미스테리의 힘을 더하고 비밀의 열쇠를 풀어간다.  

 

"아우구스테 노박의 이야기는 피아의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자신이 경찰이고 전남편이 부검의이기 때문에 인간의 잔인성에 대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 네 명이 저지른 살인 생각에는 절로 혀가 내둘러졌다. 그것은 비상 사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인 사투가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그 만행을 저지르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릎쓰고 마을로 돌아갔다. 어떻게 그런 피비린내 나는 만행을 저지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하게 살 수 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