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가게 -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53
이나영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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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절대 바꿀 수 없는 흐름중에 하나는 바로 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작품은 흥미롭습니다. 책 <시간가게>의 주인공인 12살 소녀 윤아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신만을 위해 살고 있는 엄마를 위해 전교1등을 목표로 공부합니다. 윤아는 자신이 국제중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꿈인 엄마를 위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학 온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는 수영이를 따라가는 것은 힘이 들기만 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들어간 시간가게에서 만난 할아버지에게 진심으로 행복했던 때의 기억을 주고 시간을 살 수 있는 시계를 갖게 됩니다. 그 시계는 하루에 한번 10분동안의 시간만 살 수 있는 규칙이 있습니다. 행복했던 기억을 하나씩 잃어버리고 10분이라는 시간을 사서 윤아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갑니다. 수영이의 시험답안을 훔쳐서 전교 1등을 하게 되고, 미워하던 친구인 수영이와 미라를 골탕먹이기도 합니다. 

 

책 <시간가게>의 주인공 윤아를 보고 있으면, 입시위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아이의 자화상이 그려집니다.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윤아의 엄마는 남편의 죽음후 오로지 아이만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윤아의 엄마는 윤아를 국제중학교에 입학시키려는 목표만을 가지며 보험설계사로 바쁘게 생활비를 벌고 있습니다. 과연 윤아의 행복은 미래에 오는 걸까요?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꿈도 모른채, 입시위주의 공부에만 매달리는 삶은 불행하지 않을까요? 학원이 끝나고 나면 깜깜한 집에 홀로 들어오는 윤아의 모습이 쓸쓸해 보입니다. 행복은 미래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현재가 행복해야 미래에 행복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리고 현재가 행복하다는 것은 과거의 아름다운 행복한 추억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 아닐까요?

 

윤아는 1등을 위해서 달렸습니다. 1등을 하면 행복해진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도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윤아는 엄마가 웃는 걸 보고 싶었고, 엄마에게 칭찬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샀고 과거에 행복한 기억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윤아는 시간을 산 댓가로 자신이 원하던 전교 1등을 했지만 더 외로워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과거의 행복한 시간 덕분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에 행복한 기억을 찾기 위해 시간가게 할아버지에게 시간을 팔아서 행복한 기억은 많아졌지만, 남의 기억일 뿐 나의 행복이 아니었습니다. 윤아는 이제 자신의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시간가게에 달려가서 시계를 내리밟아 산산조각나게 합니다. 이제 윤아는 시간가게의 시계가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책 <시간가게>는 진심으로 행복했던 기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시간을 인간이 바꾼다고 해도 우리의 삶이 행복해질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순간 순간이 모여서 운명을 만들고 빛나는 인생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누구나 평등하게 주어진 것이 있다면 바로 시간일 것입니다. 시간을 자신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 모든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은 저절로 흘러가는 구름과 같이 자연스러운 우주의 섭리안에 있어야 마땅합니다.

 

윤아는 행복은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윤아는 이제 자신이 주인이 되어 시간을 쓰기로 마음 먹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기억을 찾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나가게될 윤아의 삶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이 땅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원하는 꿈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을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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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자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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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마키아벨리>의 저자 김상근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진짜 마키아벨리를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원래 목적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마키아벨리를 권모술수의 대가로, 그의 역작인 <군주론>을 독재자를 위한 지침서로 평가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사실 본인 스스로가 철저한 약자였다. 그는 강자들이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니라 지배자들에 의해 억울하게 당하는 약자들에게 “더 이상 당하고 살지 말라”고 조언했다. 당시 강자들은 마키아벨리의 놀라운 통찰력을 독점하기 위해 그를 사악함의 대명사로 몰고 간 것이다. 책 <마키아벨리>에는 저자가 연구를 위해 마키아벨리가 500년전에 걸어갔을 그 길을 다시 걸었으며 이탈리아 반도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마키아벨리가 남긴 역사희 흔적을 찾았다는 점에서 노고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책 <마키아벨리는> 저자가 몬테출치아노, 오르바에토, 우르비노, 페루자, 이몰라, 루카, 포를리, 볼로냐 등 수많은 도시와 그곳에 남아있는 마키아벨리의 그림자를 관찰하고 마키아벨리와 연관된 다양한 사진들이 책 속에 수록되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마키아벨리는 지금 지하에서 슬피 울고 있을 것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 사람이다. 그의 진심을 몰라주는 세상 사람들이 그를 '악의 교사'라 몰아붙였고, 힘과 권력을 가진 강자에게 권모술수를 가르친 음흉한 참모라는 누명을 씌우고 있다. 또 처세에 대한 책이 인기를 끌면서, 마키아벨리와 그의 책 <군주론>을 그 본래의 깊은 의미와는 완전히 다른 얄팍한 처세술로 둔갑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마키아벨리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진짜 마키아벨리를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원래 목적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마키아벨리는 진짜가 아니다. 마키아벨리의 정수를 이해하지 못하던 신과학자들, 사회과학자들, 처세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제멋대로 그를 해석해왔고, 그의 심오한 사상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해 온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는 착한 심성을 가진 선량한 사람이었고, 르네상스 정신의 근간을 제공했던 인문학의 정수에 도달한 탁월한 인문학자였으며, 무엇보다 이 세상 모든 약자들을 품에 안으며 '울지 마라, 인생은 울보를 기억하지 않는다'고 위로하고 격려하던 약자들의 진정한 수호성자였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 <로마사 논고>, <전쟁과 기술> 등의 명저를 통해서 동시대와 후대의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은 마키아벨리의 가슴 아픈 개인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마키아벨리는 강자의 횡포에 맞서는 길을 고전으로 돌아가서 지혜를 얻는 것이었다. 마키아벨리는 철저한 약자로 살았다. 공직에서 쫓겨나 15년을 실업자로 살면서, 산골에서 가난한 농부들과 함께 곤고했던 시대를 견뎌내야만 했던 인물이다. 마키아벨리의 여러 저작들은 권모술수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일차적인 목적은 현실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고전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마키아벨리는 갈등과 분쟁이 일어나는 이유,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갈등과 분쟁을 피할 수 없는 우리들의 현실이다. 왜냐하면 언제가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욕구하는 것이 더 크기 떄문이며, 또한 서로 다투는 이해 당사자들은 각각 다른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힘보다 욕구하는 힘이 언제나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만을 느끼기 떄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것 외에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어떤 사람들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잃고 싶어 하지 않기 떄문에 서로 반목하여 싸움이 일어난다."

 

마키아벨리의 지혜에서 우리는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당신이 갈등 국면에 처해 있는 약자라면 시간을 끌어야 한다. 만약 반대로 당신이 판세를 쥐고 있는 강자라면 번개와 같은 단호함과 과감한 실행력으로 그 갈등을 종결시켜야 한다. 가장 나쁜 지도자는 어떤 지도자일까? 마키아벨리에 의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지도자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탁월한 지도자는 시간 끌기와 우유부단을 혼동하지 않는다. 어정쩡한 조치란 친구를 만드는 것도, 적을 섬멸하는 것도 아니다.

 

포르투나는 흔히 운명으로 번역되고 있지만 행운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포르투나는 예측할 수 없는 행운과 같다. 우리들의 운명도 이와 같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포르투나의 힘에 노출되어 잇는 것이 우리들의 운명이다. 마키아벨리는 어차피 포르투나의 힘에 의해서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면, 탁월함과 용기, 즉 비르투스를 발휘하여 한번 붙어보라고 이야기한다. 운명에 우리 자신의 미래를 무조건 맡기는 것이 아니라, 그 운명의 여신을 정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라는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운명과 맞서라는 것이다. 거칠고 대담하게 운명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과단성 있는 결단을 내리고, 절대로 뒤로 물러서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그 과단성 있는 행동은 비르투스(탁월함)를 동반해야 한다. 탁월함의 추구 없는 과단성 있는 행동은 용기가 아니라 만용일 뿐이다. 

 

"나는 용의주도하기보다는 오히려 과단성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운명의 신은 여신이기 때문에 그 신을 정복하려면 난폭하게 다루어야 한다. 운명은 냉정한 생활 태도를 지닌 자에게보다도, 이런 과단성 있는 사람에게 고분고분한 것 같다. 요컨대 운명은 여신이므로 이 여신은 언제나 젊은이에게 이끌린다. 젊은이는 신중함보다는 거칠고 대담하게 여자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바르젤로 감옥에 투옥된 마키아벨리는 고전을 통한 리더십의 통찰력을 얻게 된다. 탁월한 리더가 없다는 것은 그 리더의 품격이 문제가 아니라, 그 조직에 탁월한 팔로워가 없기 떄문이다.

 

"탁월한 리더가 부재한 우리 시대의 불행은 우리 모두가 탁월한 팔로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로 '어떤 황제에게든 거침없는 갈채와 무의미한 열정으로 아첨하던' 로마의 평민들이었다. 우리가 바로 개인적인 동기에 자극될 뿐, 공적인 영예를 생각하지 않았던 나쁜 팔로워였다. 우리들의 노예근성이 문제였던 것이다. 리더가 우리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것이라는 그 잘못된 오예근성이 우리를 나쁜 팔로워로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그들을 나쁜 리더로 만들게 된 것이다. 다음 세상을 이끌겠노라고 너도 나도 나서는 그들을 우리는 '애정도 없이, 그리고 분노도 없이' 냉정하게 지켜보아야 한다. 탁월한 리더를 만드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마키아벨리는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시련을 견디다 보면 새로운 희망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절망과 희망의 가느다란 경계선 위에서 <군주론>을 썼다. 그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희망은 해직당한 자신을 메디치 가문이 다시 불러주는 것이었다.

 

"여기서 모든 역사적 사실을 비추어 단언하고 싶은 것은, 인간이 운명의 파도를 타기는 쉽지만 거역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즉, 밑그림대로 일을 도모할 수는 있지만, 그 밑그림을 찢어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결코 자포자기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속뜻은 전혀 알 수 없고, 아무도 모르게 샛길로 빠져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제나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 희망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자신의 운명이 어떤 것이든, 닥쳐 오는 재난에 이리저리 시달리더라도 결코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사회과학서로 쓴 것이 아니다. 권력을 잡은 정치가들에게 권모술수를 가르치기 위해 쓴 책도 아니다. 자기계발서는 더더욱 아니다. <군주론>은 실직을 당한 전직 관료가 재취업을 바라면서 권력자에게 일자리를 호소하며 쓴 글이다. 그래서 위대한 책이 됐다. 살아남기 위해 쓴 책보다 더 위대한 책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한 글이나,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쥐어 주는 인세에 눈이 멀어 알량한 글로 혹세무민하는 잡스러운 글이나, 권력을 잡기 위해 국민의 마음을 떠보는 파렴치한 정치가들의 글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기만의 방책이나 권모술수릐 비법이 아니라, 눈물을 쏟으며 <군주론>을 써 내려갔던 마키아벨리의 애절함이다. 저자는 마키아벨리가 역사적 실체였던 체사레 보르자의 실패를 아쉬워하면서, 상상 속의 존재들을 군주의 이상적 모델로 추천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군주론>의 이상적인 모델이 될 수 있는 영웅은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군주란 실현 불가능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책 <로마사 논고>를 통해 약자가 강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길은 참된 교육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 주는 대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요약하고 정리하는 것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겉치레식 공부가 우리는 이렇게 나약하게 만든 것이다. 우리를 영원한 약자로, 우리 사회의 '을'로 만든 것은 강자의 힘이 아니라 우리가 공부를 잘못 해 왔기 때문이다. <군주론>이 갑자기 군주의 자리에 오르게 된 로렌초 데 메디치에서 바쳐진 책이었다면 <로마사 논고>는 군주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정한 군주가 될 만한 덕망이 높은 미래의 젊은이들에게 바쳐진 것이다.

 

"운세가 좋으면 거만해지고, 나쁘면 기가 죽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여러분의 생활이나 여러분이 받았던 교육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 방법이 연약하고 겉치레가 되면 여러분은 그러한 인간이 될 것이고, 이와는 다른 교율을 받으면 여러분 또한 다른 종류의 인간이 되어 세상사에 대해서 좀 더 풍부한 지식을 얻게 되고, 행운에 취하고 역경에 실망하는 일도 그다지 없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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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 - 잔혹한 여신의 속임수
마이클 에니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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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포르투나>의 저자 마이클 에니스는 버클리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텍사스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가르쳤으며, 큐레이터와 컨설턴트로 일하며 잡지와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마이클 에니스는 역사와 문화, 정치, 철학 전반에 걸쳐 방대한 지식을 쌓은 전문가다. 책 <포르투나>는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공존하며 학문과 예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시대,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두 거물, 다 빈치와 마키아벨리가 한 팀이 되어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을 다룬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모델인 체사레 보르자가 비밀에 쌓인 인물로 그리고 매혹적인 여성 다미아타가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로 등장하여 극의 긴장을 높인다.  

 

책의 처음에 등장하는 윌리엄 해리슨 애딩톤이 1903년에 쓴 저서 <체사레 보르자:르네상스 연구>에서 발췌한 글은 다음과 같다.

 

"16세기 초 이탈리아보다 더 심하게 역설적인 상황은 역사에 다시없을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탁월하고도 혁신적인 면이 극에 달했을 때 이탈리아는, 정치적인 배신과 혼돈의 늪 속으로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 대혼란 가운데에 놓인 이탈리아인들은 신과 교회에서 치유책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대신 자신들을 운명의 여신(고대 로마 문화에 존재했던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이 지배하는 백성이라고 여겼다. 그녀는 문학 작품은 물론 일상생활의 대화 가운데에서 변덕스럽고 악의에 가득 차 있으며 인간의 만사를 주관하는 지배자로 의인화되었다. 당시 가장 계몽적인 지식인들조차도 운명의 여신이 폭정을 휘두르고 있다는 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런 무정부상태적인 상황을 거부하고, 수학과 일반적 원리들에 의해 질서가 잡힌 자연계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비슷한 목적으로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고대사와 현대사를 분석하고 인간 행동의 근본적인 원리를 추론해 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는 이같이 새로운 과학을 통하여 이탈리아의 불운한 지도자들이 위기를 미리 예견하고 운명의 여신이 가할 맹공격에 대비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책 <포르투나>는 교황이 아들 후안의 살인사건을 추적하기 위해 아들의 연인이었던 고급 매춘부 다미아타를 바티칸으로 호출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두 거물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긴장감있게 그려진다. 책 <포르투나>는 초반에는 매혹적인 여성 다미아타가 화자가 되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후반에는 마키아벨리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 <포르투나>에서 마키아벨리가 자신의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날 난 명인에게 답을 하지 않았네. 대신 내 대답은 일생에 걸친 노동의 산물로 나타났다네. 내 저서인 <로마사논고>와 소논문인 <군주론>에 주로 담겨 있지.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내가 이 연구를 시작한 건 어떻게 악이 승리하는지 보여 주려고 했던 게 아니야. 선한 사람이 교훈을 받아 배우려고 애쓰지 않을 경우 왜 악이 이길 수밖에 없는지를 논증하려고 했던 것일세. 내 일생의 저서를 쓰면서 나는 미지의 바다를 건너 안전하고 평안한 가운데 살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할 길을 그려냈던 거라네."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던 마키아벨리는 발렌티노 공작이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범하게 설득력 있고 속임수를 쓰는 성격으로 극도의 정서적 차가움을 갖춘 것이라던가, 감정 이입이나 후회를 하지 않는 점, 자기애, 그리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을 감수하는 면, 당당한 자만심과 남을 모방하는 능력, 또한 어린 시절 무시를 당했다는 지각, 그리고 다른 모든 이를 탓하는 경향 등이다.

 

"우리의 공포, 고통, 그리고 우리가 영혼을 포기하게 되는 순간까지 끝까지 놓지 못하는 절망어린 희망, 이런 것들이 죽음과 직면하게 될 때 우리 얼굴에 나타난다는 걸 당신은 보셨고, 그 모든것들로부터 당신은 삶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육체 빼고는 전부 죽어버린 채로 태어난 당신은 우리가 죽는 그 순간에만 살 수 있는 겁니다. 당신이 만든 수수께끼와 당신이 그린 기하학적 도형들, 당신이 묻은 해골의 성소.... 이런 여흥거리들은 그저 당신이 살아 있고,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 때 역시 잠깐 동안 살게 될 거라는 사실을 떠올려 줄 뿐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새로운 도안을 갖게 될 겁니다. 사람의 육체로 이루어진 새로운 글자 맞추기, 새로운 학살들이 되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높이 해골을 쌓아올린다 해도 결코 당신 내면의 공허함을 채울 수는 없을 겁니다."

 

책 <포르투나>를 읽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싶어졌다. 발렌티노의 치명적인 결함 때문에 그를 본보기로 한 <군주론>에서 마케아벨리가 의도했던 뜻은 오랜 기간 퇴색되어 왔다. <군주론>은 그저 마키아벨리의 차선책에 불과했고 그것은 정치적인 신중함이 오랫동안 경시되고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효율적인 독재와 비효율적인 독재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지침이었다. 책 <포르투나>는 마키아벨리와 다 빈치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의 역사를 통찰력있게 이해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다.

 

"<군주론>에 담은 내 목적은 패배한 이탈리아에 구원자의 모델을 제시하려는 것이었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위대한 조각상인 <다비드>가 인간의 모습과 신성한 정신을 완벽하게 묘사해 놓은 것처럼, 나 역시 담대하게 권력을 얻을 수 있는 완벽한 인간을 서술한 게지. 미켈란젤로가 다비드를 살인과 간통을 저지른 인물로 표현하지 않았듯, 나 역시 내가 모델로 삼은 이 인물의 모든 면을 다 책에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네. 대신 발렌티노가 우리 모두에게 제시한 빈 페이지 위에, 나는 나만의 드문자를 불러들인 거지. 비범한 재능을 지니고 그릇되지 않은 결정을 내리며, 두려움 없는 야심에 차서 인간의 앞길에 대한 심오한 통찰력을 지닌 지도자 말일세. 이 발렌티노 공작은 이제 선한 목적을 위해 내가 만들어낸 예술적이고 정교한 속임수인 것이네. 바로 이탈이아의 구원을 위해.

내가 군주론에 선한 의도를 담고 있다 해도 그 책이 다른 이들이 저지를 악행의 뿌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예견하지 못했다 말한다면 나는 위선자가 되겠지. 하지만 악마의 집으로 가는 길은 선한 자에게나 악한 자에게나 모두 같은 법이고, 그 둘에게 모두 필요한 길이 된다는 게 내가 내세우고 싶은 이유라네. 시대는 변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 법이지. 발렌티노 같은 자들은 다가올 새 시대를 무한히 긍정할 테고,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은 앞으로의 시대에 꼭 필요한 거였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그들은 악마의 집에 머무르며 자신들의 유리한 위치를 음미하고 거기에 맛을 들이게 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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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묘묘 이야기 - 「어서와」 고아라 작가의 따뜻한 감성 만화
고아라 글 그림 / 북폴리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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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묘묘 이야기 초판한정 특별부록 2013 캘린더가 책과 함께 들어있어요~^^

 

 

 

<곰곰묘묘 이야기>는 고아라 작가의 다섯번째 만화 작품이며 두 번째 출판물이다. 사람 같은 곰과 고양이가 나오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편하게 그림을 그리고 시은 마음에 블로그에 몇 편의 낙서 만화를 올렸고 책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책 끝부분에 등장하는 작가의 말에서 동물들이 나오는 만화를 그릴 때 순수하게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작가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언제나 큰 각오를 하지 않으면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동물들의 힘을 빌려서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것이 제가 성장하지 못한 증거인 것인지 성향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제가 동물들이 나오는 만화를 그릴 때는 순수하게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몇 개월 동안 이십 대 후반 여자의 머릿속엔 곰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의 1년 만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작업하는 내내 동화 같은 세상 속에서 살 수 있었던 것, 그들과 함께 숨 쉴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곰곰묘묘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는 동안 무던한 성격의 붙임성 좋은 곰곰과 까칠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묘묘가 어우어지는 모습에서 웃음과 따스함이 묻어난다.

 

 

<곰곰묘묘 이야기>는 수채화 같은 만화의 심플한 스타일이 미소짓게 하는 만화이다. 전혀 다른 성격의 곰곰과 묘묘가 만나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즐거움을 준다.

 

 

<곰곰묘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성격으로 힘들어하는 이들, 사랑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곰과 고양이라는 동물을 마치 인간처럼 표현한 만화 <곰곰묘묘 이야기>로 유머와 이해의 감성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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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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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 <일곱명의 술래잡기>는 일본추리소설계의 대표작가인 미쓰다 신조의 호러 미스터리 소설이다.

 

'생명의 전화'에서 상담원으로 자원봉사를 하던 누마타 아에는 어느 날 이상한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중년의 남자로 그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 있는 벚나무에 밧줄을 묶어놓고 매일 옛 소꿉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고 한다. 그 중 한명이라도 전화를 받지 않으면 바로 목을 매고 자살하기 위해. 야에는 사람들을 동원해 황급히 남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지만 그곳에는 혈흔만 남아 있을 뿐 그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한편, 자살을 하려 했던 남자가 전화를 걸었던 소꿉친구 중 한 명인 호러 미스터리 작가 하야미 고이치는 옛 친구의 기묘한 증발에 의문을 느끼고 독자적으로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한밤중에 걸려온 이 기묘한 전화가 30년 전 함께 놀던 옛 친구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30년전 어린시절 술래잡기를 하면서 놀던 친구들이 한명씩 연쇄살인사건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이유와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를 추리해가는 과정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자살을 하려 했던 남자가 전화를 걸었던 소꿉친구 중 한 명인 호러 미스터리 작가 하야미 고이치가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과연 30년전에 표주박산에서 소꿉친구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하는 궁금증이 발생한다.

 

"고이치를 비롯한 다섯 아이들은 원래부터 낯을 가리거나 무리짓는 것을 싫어하거나 따돌림받고 있던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닌 고독의 정도나 그것에 대한 생각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지만, 적어도 서로의 처지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아이들에게 익숙해질 때까지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지금 고이치 주위에서 일어나는 친구들의 연속된 죽음은, 말하자면 일곱 명 중의 술래가 나머지 여섯 명을 한 명씩 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는 아닐까. 문자 그대로 일곱 명의 술래잡기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뭐든 그렇지. 쌓아올리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들어. 하지만 그것이 무너지는 것은 아주 작은 계기와 눈 깜짝할 정도의 시간만 있으면 충분하니까."

 

책 <일곱명의 술래잡기>는 연쇄살인의 범인이 밝혀지는 추리의 내용이 섬세하고 몰입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이였다. 호러 미스테리 장르의 책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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