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매 - 머리를 쓰지 않는 똑똑한 바보들
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김세나 옮김 / 북로드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디지털 치매>는 독일의 유명 뇌의학자가 방대한 분량의 자료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의료인과 교육자,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인이 이 병의 실체를 정확히 이해하고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쓴 책이다.  '디지털 치매'란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뇌 기능이 손상되어 어느 순간부터 인지 기능을 상실하는 치매의 일종을 일컫는 말이다.


"치매는 정신적인 추락이다. 다른 추락과 마찬가지로 정신적 추락도 높은 곳에서 떨어질수록 추락하는 시간이 오래걸린다. 이 높이, 즉 정신적 능력은 훈련에 따라 달라지는 근육의 능력과 흡사하다. 정신적인 학습은 근육과 마찬가지로 정신적, 육체적 노력을 통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세상과 맞닥뜨리면서 정신적인 노력을 쏟아 붓게 된다." 

 

저자는 디지털 미디어는 정보처리의 깊이를 얕게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한 가지 사실정보를 보다 피상적으로 다룰수록, 뇌에서는 보다 적은수의 시냅스가 활성화되고, 이로써 학습이 보다 더 이루어지는 결과가 빚어진다. 디지털 미디어와 인터넷이 바로 이러한 이유로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미디어와 인터넷은 어느덧 일상용품으로 자리하게 되었지만, 피상적인 활동에 주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가령 텍스트는 예전에는 읽었지만, 이제는 스치듯 지나치고 있다. 다시 말해, 표면적으로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예전에는 깊이 있게 파고들었지만, 이제는 온라인상에서 서핑을 하고 있다. 마우스를 이용해 '복사하기'와 '붙이기'를 하는 것은 더욱 더 적은 움직임이 요구되는 더욱 피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단어를 읽거나 베껴 쓰는 일은 이 단어와 관련해 생각을 하게 된다는 뜻이므로, 깊은 정보처리 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머릿속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정보처리는 디지털 미디어로는 많이 할 수 없거나,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인터넷 사용은 기억력의 악화로 이어지고, 디지털 네이티브의 능력에 대한 수많은 상반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보 검색 능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인터넷 중독까지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따라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일종의 마약을 투여하는 것과 같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교육기관에서의 디지털 미디어의 부작용은 직접적인 악용에 의해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실제 세상에서보다 더 많은 거짓말과 사기가 난무한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에 자주 들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마우스 클릭으로 가상 세계와 접촉하면, 실제 세상과 부대끼는 사람들보다 세상을 훨씬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배운 것을 실제로 3인조 집단 속에서 논의하는 사람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두 사람과 화면이나 키보드를 이용해 채팅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내용을 잘 파악하고 간직할 수 있다."

 

저자는 자기 통제력의 상실, 고독 그리고 우울증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이것들은 신경세포를 죽이고, 장기적으로는 치매를 유발한다. 어린이들은 온라인 네트워크로 인해 장기적으로 사회적 뇌가 축소됨으로써 진정한 인간관계의 해체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페이스북이 사회적 두뇌의 축소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 소지도 있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는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이라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친구에서부터 이웃 그리고 대부분 언론을 통해 접하고 있는 권력자와 미인, 부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접촉 방법에 좋은 점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인터넷이 가진 익명성은 우리가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적절한 사회적 행동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고 있다. 자신의 사회적 능력을 이미 기존 방법들로 획득한 사람이라면, 소셜네트워크로 인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그저 전화나 팩스, 이메일과 같은 다른 평범한 유저 인터페이스처럼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반대로 사회적 행동을 발전시킬 기회가 아직 없었거나, 어린이나 청소년이 사회적 접촉의 상당 부분을 인터넷상에서 해결하고 있다면, 이는 자신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기회를 대부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디지털 방식의 세계 탐험은 뇌의 형성에 커다란 악영향을 주고, 이로써 정신적인 추락으로 이어진다고 이야기한다.


"마우스만 클릭해서 세상을 알아내려고 하는 사람은 세상에 대해 훨씬 더 나쁘게, 그러니까 훨씬 더 천천히 생각하게 된다. 마우스 클릭은 결국 눈앞에 제시된 것을 보는 것 뿐이며, 어떤 사안을 행위를 통해 접근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을 터득하기 시작한 사람은 반드시 실제 세상과 맞닥뜨려야 한다. 내가 어떠한 사안을 컴퓨터로 배운다면, 이 사안은 내가 직접 행위를 통해 접한 것보다 나의 뇌에 훨씬 더 약하게 기억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디지털 네이티브의 신화와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실제 시작의 터득은 검색이나 훑어보기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적극적으로 부딪히고, 정신적으로 고민하면서 사고의 고리를 이어가고, 질문해보고, 분석하고, 내용을 새로 합성해냄으로써 이루어진다. 뇌에 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정보처리의 깊이에 좌우된다. 이런 의미에서 무성의한 훑어보기와 검색은 피상적인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아무것도 참되게 이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개념은 '네이티브 스피커(원어민)'라는 호칭에서 유래했으며, 사람들이 모국어는 학습하고 외국어는 정복한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사람들은 모국어로 생각하고 모국어로 꿈을 꾸며, 모국어와 함께 대두되는 세계관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 즉, 사람은 상응하는 문화의 일부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 문화에 속하게 되고, 그에 상응하는 악센트를 절대로 잃지 않는다.
'구글 세대'는 디지털 원주민보다 더 젊은 세대로서 실질적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던 시기나 1998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검색엔진 구글이 없던 시대를 알지 못한다. 이 세대는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는 데 있어 특별한 능력과 숙련도를 가지고 있다. 구글 세대는 절대로 인터넷을 정보 검색이나 학습을 위해서만 사용하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친구들과 개인적으로 소통하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음악 다운로드와 게임도 중요한 사용 목적에 속한다. "

 

저자는 디지털 치매는 무엇보다 무능함의 증가로 인해 정신활동을 이용하고 제어하는 능력, 다시 말해 생각하고, 원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퇴보시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통제력 상실, 정신적, 신체적 몰락의 진행, 사회적 퇴보, 고립, 스트레스, 그리고 우울증의 악순환도 시작될 것이다. 이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고 조기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무서운 일이다.


"디지털 미디어는 문화의 일부다. 생산성을 높여주고, 삶을 보다 용이하게 해주는 커다란 엔터테인먼트 요소다. 식품 공급과 이동성, 행정 기구 그리고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형성된 현대세계는 디지털 정보처리 기술 없이는 어쩌면 붕괴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디지털 미디어와 싸운다거나 아예 없애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또 있다. 디지털 미디어는 중독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신체는 물론 정신까지도 손상시킨다는 점이다. 뇌는 더 이상 많이 활동하지 않게 되면서 축소될 것이고, 스트레스는 신경세포를 파괴할 것이며, 성장한 세포는 더 이산 쓰이지 않게 되면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을 위한 경제학은 없다 - 경제 이론의 역습
윤채현 지음 / 더난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책 <당신을 위한 경제학은 없다>에서 저자는 시대에 뒤처진 과거의 이론으로 무장하고 이를 무조건 숭배하는 주류 경제학자나 경제 전문가, 이에 기초한 통화·금융 정책을 펴는 정부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경기호황과 경기 불황, 그리고 재정, 금융 위기가 발행하는 원인을 '돈이 시장 간, 국제간 이동하면서 나타나는 화폐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화폐 시장과 경제 환경이 과거에 비해 크게 변했기 때문에 '50~100년 전의 경제 현상을 설명하던 기존의 경제학 교과서의 수요이론에 기초하여 경제활동을 하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현실경제에 맞는 새로운 수요이론을 제시함으로써 변화무쌍한 오늘날의 경제 현상을 이 책에서 풀이했다. 새로운 수요이론에 기초한 통화, 금융 정책 방향과 경제 정책까지 제안했다. 나아가 기존의 경제학 교과서에 수록된 환율 이론 역시 현재의 외환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 변동 원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점도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기업이나 개인 등이 환차손을 입게 되어 부도나 파산 위기에 직면하는 사례가 많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수요이론을 외환 시장에 접목시킨 'CH환율변동방정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소개했다. 저자는 새롭게 제시하는 수요이론과 CH환율변동방정식은 오늘날 경제 환경에 부합되는 수요이론이자 환율 이론이므로 경제 전문가는 물론 경제, 경영학도, 고객을 상담하는 금융 전문가와 금융회사 종사자, 그리고 경제, 통화, 금융 정책 당국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것이라고 말한다.

 

책 <당신을 위한 경제학은 없다>는 1장 현실경제를 통찰하는 새로운 시각, 2장 시대에 뒤떨어진 경제 상식을 버리기, 3장 시장과 경제학 교과서의 배신, 4장 수요이론 다시 공부하기, 5장 새로운 경제 환경에 들어맞는 생존 전략, 6장 환율 변동의 비밀캐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책 1장에서 저자는 기존 수요 이론의 현실이 가진 문제를 제기하고, 잘못된 수요이론이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새로운 이론적 대안의 방향을 모색하며, 변화된 현실경제를 통찰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돈의 조건과 기능, 돈의 유통 경로, 금리와 통화량 등 기본적인 경제 요소와 현실경제 현상을 검토한다. 또한 잘못된 수요이론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오류도 간단히 살펴본다.

 

경기불황과 경기호황은 언제나 돈으로 인해 생기는 화폐적인 현상이다. 그 이유는 돈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기 때문이다. 과잉 생산 시설 문제로 고민하는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 경기는 공급보다는 총수요에 의해서 좌우된다. 수요(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면 경기가 회복되고, 수요가 둔화되면 경기는 불황의 늪에 빠진다. 그런데 경기불황과 경기보황의 판단 기준인 경제성장률은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이나 금리 수준보다는 풀린 돈이 어떤 시장으로 이동하고, 어떤 나라로 이동하는지에 따라 영향을 더 받는다. 즉 풀린 돈이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하는 경우와, 국채 시장과 은행 예금 상품 시장으로 이동하는 경우 각각의 경제성장률은 큰 차이를 보인다. 책 2장에서 저자는 돈의 시장 간 국제간 이동 원리와, 그것이 경제성장률, 주가지수, 시장금리,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양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종이 화폐(돈)는 실질가치는 없고 명목가치만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제활동 참여자는 현금보다는 은행에서 발행한 자기앞수표나, 계좌 간 이체, 신용카드 등을 사용한다. 이에 따라 현금과 예금을 구분할 실익마저 없어졌다. 더욱이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 이후에는 경제 환경도 과거와 크게 달라져서 통화, 금융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했다. 그런데도 경제 전문가들은 현실성 없는 구 시대의 수요이론에 기초하여 경제, 금융 정책을 요구하고, 금융 정책 당국도 화폐 시장 환경 변화는 무시하고 구 시대의 수요이론에 기초한 통화, 금융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경제 환경과 화폐 시장 환경이 바뀌면 수요이론도 바뀌어야 하고 경제정책과 통화, 금융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책 3장에서는 화폐 시장과 실물경제의 환경이 크게 달라진 현실을 감안한 '새로운 수요이론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경제, 통화, 금융 정책 수정'을 제안한다.

 

돈의 시장 간 이동과 유통속도가 총수요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에 착안하여, 책 4장에서는 화폐 부문과 실물 부문이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수요이론을 제시한다. 아울러 화폐와 실물경제, 금융 시장의 상호작용 관계를 설명한다. 또한 국제간에 돈이 이동하는 원리와 이것이 실물경제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 돈의 국제간 이동에 따른 환율 변동과, 환율이 총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실물경제와 화폐 부문의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원리를 설명한다.

 

화폐 시장 환경과 경제 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전통적인 통화량 조절과 기준금리 변경은 금융 정책 당국의 의도와 정반대로 오히려 경기 과열을 심화시키거나 경기불황을 재촉할 수 있다. 통화, 금융 정책을 계기로 돈이 시장 간에 이동함에 따라 화폐유통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경제 전문가와 언론은 이러한 환경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통화, 금융 정책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정책 당국 역시 습관적으로 동일한 통화, 금융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책 5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정책 당국과 민간 차원에서 화폐유통속도를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제시한다. 아울러 경제활동 참여자의 대응전략도 소개한다.

 

환율도 일반 재화처럼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외화 수요가 증가하면 환율이 상승하고, 외화 수요가 감소하면 환율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환율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외화 수요가 증가하고, 환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외화 수요가 감소한다. 반대로 외화 공급이 증가하거나 외화유통속도가 증가하면 환율을 하락하고, 외화 공급이 감소하거나 외화유통속도가 둔화되면 환율은 상승한다. 또한 환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외화 공급이 증가하고, 환율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외화 공급이 감소한다. 책 6장에서는 외화 수요, 공급 증가, 외화유통속도 증가, 둔화의 원리를 설명하고 저자가 세계 최초로 고안한 CH환율변동방정식을 소개하는 동시에 이 방정식을 구성하는 요소의 상호관계를 설명한다. 아울러 경제활동 참여자가 CH환율변동방정식을 어떻게 응용하는 것이 유용한지 소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코번 애디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책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은  국제인인매매의 지옥 같은 현실 속의 소녀를 구하려는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이 책은 인도 뭄바이 매음굴을 잠입 취재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쓰나미가 인도 코로만델 해안을 덮치고 평화롭던 마을에서 언니 아할리아와 동생 시타는 부모님을 잃는다. 아할리아와 시타 자매는 어느 트럭 운전수에게 납치되어 뭄바이의 매음굴 포주에게 팔려간다. 한편, 워싱턴의 잘 나가는 로펌 변호사인 토머스 클라크는 아내 프리야와 별거 중이다. 어린 딸의 죽음으로 아내와의 사이가 날카로워지고 아내는 고향인 인도 뭄바이로 떠난다. 토머스는 회사에서 짤릴 위기에 처하고, 인도 뭄바이에 있는 국제 반인신매매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게 된다. 이 책은 아할리아와 시타 자매의 이야기와 변호사 토머스의 이야기를 번갈아서 등장시킨다.

 

언니 아할리아는 지옥 같은 성매매를 시작하게 되고 동생 시타를 지켜주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책을 읽으면서 아동 성매매의 처참한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장면들이 생생하게 표현된다. 

 

"아버지는 그녀가 강한 아이라고, 그녀의 재능은 무한하다고, 원하는 건 뭐든 될 수 있다고 가르쳐 주셨다. 아름다운 생각이었지만, 불행한 끝을 맞고 말았다. 수미라가 베개를 톡톡 쳐서 부풀리고 촛불을 밝히자 어머니가 생각났다. 꼭 닮고 싶었던 고상하고 품위 있는 여인.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이젠 죽었고, 그들의 시신은 아름다운 해변의 폐허에 부목처럼 흩어져 있었다. 이제 남은 건 거짓 세상뿐이었다."

 

"매춘굴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결을 잃었다. 그 광경과 소리는 감각적인 자극과 희미한 인상으로 변해 버렸다."

 

언니 아할리아는 국제 반인신매매 비영리단체의 도움을 받아 매음굴에서 구조될 수 있었지만, 동생 시타는 이미 다른 인신매매단에게 팔려간 상태였다. 시타는 첸나이, 뭄바이, 파리에 이어 뉴욕까지 인신매매단에 계속 팔려오면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낸다. 이 책은 포주와 인신매매범, 부패 공무원, 십자군 같은 변호사, 끊임없이 납치되어 혹사당하고 노예 신세로 전략해 버리는 여성들과 아이들이 존재하는 지하세계의 무서운 실상을 파헤친다. 결국 시타가 국제 반인신매매 비영리단체의 도움으로 구출되고 언니 아할리아를 만나는 장면이 뭉클하다. 아할리아는 매음굴에서 생겨난 아이를 임신하지만,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보여준다. 아할리아가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카말라니라는 '나의 작은 연꽃'이라는 뜻으로 지은 것이 감동적이다. 연꽃은 바로 부활의 의미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아내와 별거중이었던 토머스 변호사도 결국 아내에게 용서를 빌며 '시'를 아내에게 선물한다. "우리는 태양을 건넌다. 그리고 우리의 그림자가 시간의 바늘에 드리워진다. 우리를 낳은 빛이 명명하는 이름들로"라는 시였다. 이 책 제목인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시 제목이었다. 토머스는 프리야의 뱃속에 있는 아이의 이름을 시타라고 짓는다. 토머스는 자신의 아이를 시타처럼 강인하고 용감한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은 뜻이 아니었을까... 책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은 인신매매의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진지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마음 아프지 않게 남의 마음 다치지 않게 - 마음 편하게 살아가기 위한 스님의 지혜
프라유키 나라테보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책 <내 마음 아프지 않게 남의 마음 다치지 않게>의 저자인 프라유키 나라테보 스님은 괴로움을 없애고 괴로움으로부터 해방을 얻는 가르침의 지혜를 이야기한다. 프라유키 나라테보 스님은 1988년 유명한 명상 지도자인 로안포 카무키안에게 영향을 받아 출가했다. 이후 농촌을 위한 물심양면의 행복을 지향하는 개발승(자기의 수행에 더해 사람들의 정신수양이나 마을 개발에 힘들 다하는 승려의 총칭)으로 활동하는 한편, 일본과 타이를 잇는 가교로 활약하고 있다.

 

저자는 물질이나 지위 등의 외부 요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겨나고, 스스로 주인이 되고, 스스로를 발판 삼아 북돋아갈 수 있는 '내면적인 행복'이야말로 평온과 기쁨으로 충만한 삶이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번뇌와 세간의 소문에 농락당하지 않고, 언제나 맑은 마음으로 있을 수 있다.

걱정과 불안에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고, 언제나 침착하게 있을 수 있다.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아, 넓고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불만과 고독,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생기로 채울 수 있다.

타인의 행복을 기원하고 타인의 번영을 기뻐할 수 있는 성숙한 마음을 갖는다.' 

 

이 책에서는 '행복을 얻는 가르침'이라는 표현보다는, '괴로움을 없애는 가르침' 또는 '괴로움으로부터 해방(자유)을 얻는 가르침'이라고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보편적으로 '행복 = 바깥에서 무언가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괴로움'은 동서고금, 남녀노소, 누구나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다. 또한 '괴로움'이라는 것이 '지혜'와 '자비'의 매듭점이 된다는 사실이다. 괴로움의 극복 과정은 고스란히 지혜 양성 과정과 겹쳐집니다. 동시에 괴로움을 스스로 정확히 감지하여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은 괴로움이라는 성가시고 고통스러운 체험을 서로 공유하는 타인, 나아가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물에 대한 공감의 마음, 또는 자비의 마음을 키우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이 책에서는 붓다의 가르침이 실제로 사람들의 괴로움 경감이나 해방, 특히 우울증 같이 현대인에게 만연해 있는 정신 질환의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그 얼개를 풀어본다.

 

"불교는 결코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기 위한 것도 아니고, 철학적 사색에만 머무르는 탁상공론도 아니다. 또한 일부 사람만을 위한 깨달음의 매뉴얼도 아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괴로움과 직면한 사람 누구나가 괴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이끄는 가르침이며, 그 길을 걷기 시작한 사람은 지금 이 순간부터 괴로움을 없앨 수 있어 마침내 완선한 멸고로 이르게 하는 그런 가르침이다."

 

책 <내 마음 아프지 않게 남의 마음 다치지 않게>에서는 내 마음 들여다보기, 관계 돌아보기, 미움 내려놓기, 감정 보살피기, '지금 여기' 집중하기라는 5가지 주제를 이야기한다. 저자인 프라유키 나라테보 스님이 살고 있는 스카토사를 방문한 분들과의 구체적인 대화를 채택하여 차례차례 해설을 더하면서 붓다의 가르침을 전한다. 괴로운 마음으로 고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구체적인 사례가 덧붙여져서 생생하게 고민을 해결해주는 스님의 지혜를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한 책이었다.

 

저자는 첫번째로 마음 아프지 않게, 내 마음 들여다보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자신의 괴로움을 외면하는 사례자인 N양의 이야기가 나와 비슷해서 공감이 많이 느껴졌다. 나도 N양처럼 상대의 상냥함이나 친절 같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남보다 곱절은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쪽에 의식이 쏠려 자신의 괴로움과는 마주하기 힘들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괴로움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괴로움에 계속 짓눌려 있는 경우가 많다. 괴로움이 생겨날 때의 느낌을 잘 알아두자. 괴로웠던 자신의 솔직한 기분을 허심탄회하게 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N양의 경우, 사람을 배려하는 기분, '사람을 배려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신념이 지나치게 강했다. 남에게 감사할 줄 아는 '착한 아이'가 아니면 주위로부터 사랑이나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있었던 탓일지도 모른다. 감사하는 마음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 생각에 너무 사로잡히면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강박관념이 굳어지게 된다. 그 결과, 상대의 행위에만 마음을 빼앗겨 '지금 여기'에서 생겨나는 자신의 아픔이나 괴로움을 알기가 힘들어진다. 그렇게 되면 N양처럼 마음이 갑갑하고 우울해져 상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생기기는커녕 상대와 함께 있는 것조차 고통으로 느껴진다. 게다가 '남에게 감사할 줄 모르는 형편없는 자신'을 책망하거나, 혐오아거나, 절망하거나 하는 상태에서 괴뇌를 더욱 쌓아가 자신의 정신적 부담을 부풀리기도 쉬워진다. 생각건대 '감사'란 '원인'과 '결과'로서 말하자면 '결과'쪽이며, 의무감으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몸을 삼가여 검소함에 익숙해지면 무엇을 받게 되더라도 '아, 감사하다!'라는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 또는 지혜를 익혀 어떤 연에 접하더라도 그것을 '좋은 연' '감사한 연'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저절로 감사의 마음이 솟게 된다.

 

"붓다는 '어떨 수 없으니 그대로 계속 괴로워하라'는 말은 하지 않아요. '괴로움을 느꼈다면 그것을 잘 주시해보자. 그러면 분명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하죠. 괴로움은 인생 곳곳에서 받게 되는 연습 문제 같죠. 문제가 주어졌다면, 하나하나 풀어가면 돼요."

 

붓다가 자신의 모든 괴로움을 없앤 후, 처음으로 이야기한 가르침이 바로 '사성제'라는 이름의 가르침이다.

 

'괴로움과 제대로 마주하여 그 원인을 알고, 올바른 방법으로 몰두하라. 그러면 누구나 괴로움을 멸할 수 있다.'

 

저자는 붓다의 가르침은 지혜와 자비라는 두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마음 깊은 곳까지 통찰하여 괴로움이 생기는 근본 원인인 무지의 어둠을 비추는 지혜. 그리고 '자비'란 타인에게 자애를 베풀고 행복을 줌으로써 고뇌하는 타인의 괴로움을 없애고자 하는 마음이다. 양자는 서로 보완하면서 자타의 괴로움을 멸해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지혜를 얻는 데 있어, 신체 행동(몸)과 말(입)이라는 구체적인 행위를 조절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마음(뜻)이라는 높은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

 

저자는 두번째로 마음 아프게 않게, 관계 돌아보기를 사례와 함께 말한다. 저자가 이야기한 선한 벗의 중요성을 설법한 붓다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관계라는 것에 마음을 비우고 부담없이 선한 벗을 만들고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 붓다는 이런 중용적인 자세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잇다. 선우를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관계를 억지로 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을 누구에게나 자연히 찾아오는 것이며 그것을 소중히 여기면 되는 것이다.

"선한 벗만큼, 아직 생기지 않은 선법을 생기게 하고 이미 생겨난 악법을 쇠퇴시키는 법은 없느니라. 선한 벗을 가지면, 아직 생기지 않는 선법이 생기고 이미 생긴 악법은 쇠퇴할지니."

 

책에서는 '선우'란 어떤 자질을 갖춘 사람인지 칠선우법이라는 그 자질에 대한 일곱자기 명제를 들었다.

'사랑스러우면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

의지할 만하고 존경할 수 있다.

지혜가 깊고 이해력이 있으며 끊임없이 자기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이야기하는 법을 알고 뛰어난 방편을 구사하여 능숙한 조언이나 충고를 할 수 있따.

어던 내용의 상담이나 질문, 비판도 열심히 경청할 수 있다.

아무리 복잡, 난해한 내용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 보다 깊은 학문으로 이끌어준다.

도리에 맞지 않는 일, 그릇된 길, 파멸의 길로 사람을 방황하게 한 적이 없다.'

 

저자는 세번째로 마음 아프지 않게, 미움 내려놓기를 이야기한다. 세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한 여성은 타고난 올곧은 마음으로 타인을 존경하고 인정해주는 한편, 자신을 비하하고 경멸하는 경향이 있어, 그 생각과 말로써 자신과 타인에게 정반대의 영향을 끼쳐왔다. 타인에게는 활력과 행복감을 주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반면, 자기 자신에게는 강력한 파워로 스스로를 옥죄고 상처를 주어 두 번이나 자살 시도에 이르게 했다. 저자는 그 여성에게 '자기 자신을 친구의 한 사람으로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상대에게 주면 자신의 것이 줄어든다는 것은 물질세계라는 한정된 세계의 법칙이며, 마음의 세계까지 시야에 넣는다면 줘도 줄지 않고 주면 줄수록 풍요로워지는 이미지를 그리는것까지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잇다. 실제 불교의 세계관에서는 '주면 손해'라고 말하지 않고 주면 줄수록 얻는 것이 있으니 그것을 '덕'이라고 부른다. 책을 읽으면서 세계의 산수로부터 졸업하고 마음 세계의 수학을 배우기 시작하는 것, 그런 관점으로 전환할 계기를 제공해주는 '보시'라는 가르침을 배울 수 있었다.

 

저자는 네번째로 마음 아프지 않게, 감성 보살피기를 이야기한다. 자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관점이나 대응에는 '명상적'인 것과 '자아적'인 것이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의견이든 기분이든 자기 자신이 느끼는 대로 주체적으로 사물을 보거나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이 '명상적', 상대의 표면에 나타나는 말에 바로 반응하는 것이 '자아적'이다. 상대의 말을 일단 잘 받아들인 다음 그 말 속에 숨은 상대의 생각이나 바람까지 폭넓게 생각하는 것이 '명상적',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흑백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아적'이다. 그 문제를 통해 배우거나 상대와의 관계를 보다 잘 풀어가려는 것이 '명상적'인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의견을 들으면 바로 그 의견에 찬성하든지 아니면 반대하든지하는 양자택일을 하기 쉽다. 저자는 남의 불평이나 험담을 듣게 되었을 때는 먼저 생각을 그 이야기에 등장한 제 3자인 '누군가'로 향하지 말고 불평을 터트리고 있는 상대에게 향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상대를 '수용'하면 되는 것이다. '수용'은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 상대의 말, 그리고 그 속에 있는 기분을 있는 그대로 우성 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굳이 그걸 말로 하자면 '아, 당신은 그런 기분이라서 그런 말을 하는군요. 역시,....' 이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상대의 의견도 자신의 의견도 그 속에 있는 양쪽의 기분도 우선 있는 그대로 평등하게 다 존중해줍니다. 이런 사물의 관점, 이것이 이른바 '공감'이라는 것이다.

불교에는 '발고여락'이라는 말이 있는데, 고통을 들어주고 편안함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일단 공감을 갖고 마주하여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면, 상대도 '자신의 기분을 이해해 줬다'라고 느껴 안심하고 마음을 열기 쉽다. 이런 과정 없이는 아무리 정론을 말해도 상대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상대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바람을 피드백해주고, 상대도 그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불평이든 분노든 그 속에는 반드시 상대에 대한 '기대'나 염원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꼭 명심해야겠다. 상대의 마음 속에 있는 기분을 인정하고 피드백해준다면 상대도 문득 구원받는 느낌에 마음도 여유로워진다. 이것은 '명상적'인 관점이나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다섯번째로 마음 아프지 않게, '지금 여기' 집중하기를 이야기한다. 다섯번째 장에서는 저자가 '차른 사티(깨달음의 개발)'이라는 명상법을 소개하여 따라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인 '쓸데 없는 생각에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들'을 위해 지금 여기 공간을 열기,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실체가 드러나기, 어떤 현상도 해석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기, 괴로움을 낳는 욕심과 바른 욕심, 자신을 부정하지 않기를 말한다. 특히 괴로움을 낳는 욕심과 바른 욕심이라는 욕심의 두 종류에 관한 말이 인상적이다. 욕심은 '탄하'와 '찬타'라는 말로 나뉜다. '탄하'는 탁애의 의미로 감각의 갈망이나 뭔가 물건을 얻고 싶거나 되고 싶은 욕구, 또는 파괴하고 싶거나 소멸시키고 싶은 욕구로, 이 갈애에 사로잡히면 괴로움에 빠지게 된다. '찬타'는 욕심이라도 '의욕'의 의미로, 다른 말로 하자면 향상심이나 큰 뜻, 즉 성장 방향이나 괴로움의 해결로 향하는 동기 부여가 된다. 붓다는 '의욕'은 지녀야만 하는 것으로 추천하고 있따. 그렇기 때문에 욕심은 뭐든 안 된다고 하는 게 아니다. '탄하'는 괴로움의 근원이 되지만 오히려 '찬타'는 괴로움을 멸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또한 저자는 힘을 빼고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쉽게 믿지 않기, 집중보다 깨달음, 노는 마음으로 지금 여기를 즐기기, 욕심과 자아를 부정하지 않기, 카르마(업)와 열반에 사로잡히지 않기를 이야기한다. 특히 카르마와 열반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과거로부터 배우고 미래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한다. 또한 지금으로 되돌아와 실천한다. 저자는 그런 느낌으로 해가면 괴로움을 줄여 행복한 인생을 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열반은 '항상적인 멸고 상태'라고 평가된다. 즉 모든 괴로움의 요인은 소멸하여 항상 괴로움이 생겨나지 않는 상태이다. '지금 여기'에 마음을 담고 살아가는 것 자체는 과거를 후회하지도 미래에 불안을 품지도 않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버리지 않고 숙성시키기, 기쁨은 마음의 에너지, 마음을 상징하는 꿈, 마음은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여기'라고 강조한다. 분노와 괴로움이라는 현상과 법칙을 타인과 대한 공감적 이해 나아가 보편적 자애로 승화해가는 과정을 거치는 중에 자비심을 저절로 키워진다. 그와 동시에 자아에 사로잡히는 것에서도 멀어져 진정 괴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고 붓다도 마음에 들어 했다는 '일야현자의 게'를 소개하는데, 지금 여기의 생을 소중히 하면서 괴로움에서 자유로워져야겠다는 중요성을 깨닫는다.

 

"과거에 매달려 애태우지 말고 미래를 앞당겨 근심도 말라. 과거는 이미 흘러가버린 것.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그러니 다만 현재의 것을 그곳에서 잘 살펴 흔들림 없이, 움직임 없이 잘 간파하려 실천하라. 다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라. 누가 내일 죽음이 있을 줄 알랴. 참으로 저 죽음의 대군과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없다. 마음을 담아 밤낮으로 부단히 정진하는 자. 그를 일러 일야현자라 하고, 또한 고요한 자라고 함이다" 

 

책 <내 마음 아프지 않게 남의 마음 다치지 않게>는 괴로운 마음이 생길 때마다 꼭 다시한번 꺼내보고 싶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지친 마음, 괴로움 마음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마음의 평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
스콧 허친스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책 <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은 2011년 세계 최대 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 북 페어’에서 화제를 모았던 스콧 허친스의 소설이다. 친밀한 관계가 두려운 이혼남이 아버지의 기억을 가진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가족과 우정, 욕망, 슬픔, 그리고 용서에 관한 탁월한 스토리를 완성했다. 아버지를 점점 닮아가는 로봇과의 대화를 통해 그 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 어머니의 참모습과 그 이면의 진실을 찾게 되고, 그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에서 절대 경험해볼 수 없었던 진정한 사랑도 깨닫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인 닐 바셋 주니어는 30대 이혼남이다. 그는 이혼을 겪으면서 더욱 차가운 싱글남으로 변해간다.

 

"도시에서, 에린과 함께 살았던 바로 그 아파트에 계속 살면서 독신자의 논리를 익히는 것이다. 이것은 감상적인 생각에 빠질 여유가 거의 없는 깔끔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우선 독신인 사람은 영원히 스쳐가는 입장에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독신자는 약속 같은 것을 해서는 안 된다. 아침식사에 있어서도, 사교생활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복잡한 것보다는 간단한 것을 택해야 한다. 이런 행동은 절대로 잔인한 것이 아니다."

 

닐은 권총으로 가슴에 총을 쏘아 자살한 아버지의 일기로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드는 일에 합류한다. 아버지의 일기를 토대로 한 컴퓨터 닥터바셋과 닐은 서로 대화를 한다. 닐의 아버지의 일기를 토대로 한 컴퓨어로 사랑에 관한 이론을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닐은 아버지의 일기를 토대로 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버지와 가까워질수록 혼란스럽다. 둘 사이의 오고가는 대화를 통해서 닐은 아버지에 대해서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컴퓨터인 닥터바셋과 닐이 대화하는 장면들은 때로는 재미를, 때로는 뭉클함을 더해준다.

 

"친구1 : 뭔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어떨까?

닥터바셋 : 난 내 환자들에게 케첩에 대해 말하지. 케첩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그걸 매일 먹고 싶지는 않을 거야, 안 그래?"

 

"아버지가 최근에 돌아가셨고, 이 일은 나를 다른 방향으로 채우게 만들었다. 이 일 이전에는 온 마음을 다하지 않는 관계를 갖는 것은 꿈조차 꾸지 않았었다. 하지만 조금은 냉정하고 어쩌면 좀 슬픈 이런 관계가 나에게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닐은 아버지가 우울증에 걸렸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닐은 차가운 감정을 가진 사람이 아닌,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 되어 간다. 아버지의 기억을 가진 컴퓨터와의 대화를 거듭해 가면서 닐은 숱한 세월 동안 가슴 속에 응어리진 오해와 이면의 진실을 깨닫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쓸 만한 사랑 이론은, 결국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적자생존의 세상에 갇혀 있거나 아니면 위대한 신이 강림할 그릇일 뿐이다. 아니면 시장에 조종당하고 있는 수벌들일 뿐이거나. 사랑은 자기실현이다. 사랑은 자력이다. 이 모든 것이 도움은 되지만 불완전한 설명이고, 서로 상충되고 결국에 어떤 결론도 내놓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에 빠진다. 예를 들어서, 나."

 

"사랑이라는 것은 그 나름의 영역이다. 지진 같은 일도 일어나고, 갑작스럽게 재개발이 되기도 하고, 경계에서 아무거나 오가기도 한다. 수많은 이름이 있어야 하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나에게는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내가 기억상실 상태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 깨어나는 경우에 대비해서. 다시 한 번 내 길을 착기 위해, 도움이 필요할 때에 대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