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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코번 애디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책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은 국제인인매매의 지옥 같은 현실 속의 소녀를 구하려는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이 책은 인도 뭄바이 매음굴을 잠입 취재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쓰나미가 인도 코로만델 해안을 덮치고 평화롭던 마을에서 언니 아할리아와 동생 시타는 부모님을 잃는다. 아할리아와 시타 자매는 어느 트럭 운전수에게 납치되어 뭄바이의 매음굴 포주에게 팔려간다. 한편, 워싱턴의 잘 나가는 로펌 변호사인 토머스 클라크는 아내 프리야와 별거 중이다. 어린 딸의 죽음으로 아내와의 사이가 날카로워지고 아내는 고향인 인도 뭄바이로 떠난다. 토머스는 회사에서 짤릴 위기에 처하고, 인도 뭄바이에 있는 국제 반인신매매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게 된다. 이 책은 아할리아와 시타 자매의 이야기와 변호사 토머스의 이야기를 번갈아서 등장시킨다.
언니 아할리아는 지옥 같은 성매매를 시작하게 되고 동생 시타를 지켜주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책을 읽으면서 아동 성매매의 처참한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장면들이 생생하게 표현된다.
"아버지는 그녀가 강한 아이라고, 그녀의 재능은 무한하다고, 원하는 건 뭐든 될 수 있다고 가르쳐 주셨다. 아름다운 생각이었지만, 불행한 끝을 맞고 말았다. 수미라가 베개를 톡톡 쳐서 부풀리고 촛불을 밝히자 어머니가 생각났다. 꼭 닮고 싶었던 고상하고 품위 있는 여인.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이젠 죽었고, 그들의 시신은 아름다운 해변의 폐허에 부목처럼 흩어져 있었다. 이제 남은 건 거짓 세상뿐이었다."
"매춘굴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결을 잃었다. 그 광경과 소리는 감각적인 자극과 희미한 인상으로 변해 버렸다."
언니 아할리아는 국제 반인신매매 비영리단체의 도움을 받아 매음굴에서 구조될 수 있었지만, 동생 시타는 이미 다른 인신매매단에게 팔려간 상태였다. 시타는 첸나이, 뭄바이, 파리에 이어 뉴욕까지 인신매매단에 계속 팔려오면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낸다. 이 책은 포주와 인신매매범, 부패 공무원, 십자군 같은 변호사, 끊임없이 납치되어 혹사당하고 노예 신세로 전략해 버리는 여성들과 아이들이 존재하는 지하세계의 무서운 실상을 파헤친다. 결국 시타가 국제 반인신매매 비영리단체의 도움으로 구출되고 언니 아할리아를 만나는 장면이 뭉클하다. 아할리아는 매음굴에서 생겨난 아이를 임신하지만,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보여준다. 아할리아가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카말라니라는 '나의 작은 연꽃'이라는 뜻으로 지은 것이 감동적이다. 연꽃은 바로 부활의 의미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아내와 별거중이었던 토머스 변호사도 결국 아내에게 용서를 빌며 '시'를 아내에게 선물한다. "우리는 태양을 건넌다. 그리고 우리의 그림자가 시간의 바늘에 드리워진다. 우리를 낳은 빛이 명명하는 이름들로"라는 시였다. 이 책 제목인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시 제목이었다. 토머스는 프리야의 뱃속에 있는 아이의 이름을 시타라고 짓는다. 토머스는 자신의 아이를 시타처럼 강인하고 용감한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은 뜻이 아니었을까... 책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은 인신매매의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진지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