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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
스콧 허친스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책 <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은 2011년 세계 최대 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 북 페어’에서 화제를 모았던 스콧 허친스의 소설이다. 친밀한 관계가 두려운 이혼남이 아버지의 기억을 가진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가족과 우정, 욕망, 슬픔, 그리고 용서에 관한 탁월한 스토리를 완성했다. 아버지를 점점 닮아가는 로봇과의 대화를 통해 그 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 어머니의 참모습과 그 이면의 진실을 찾게 되고, 그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에서 절대 경험해볼 수 없었던 진정한 사랑도 깨닫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인 닐 바셋 주니어는 30대 이혼남이다. 그는 이혼을 겪으면서 더욱 차가운 싱글남으로 변해간다.
"도시에서, 에린과 함께 살았던 바로 그 아파트에 계속 살면서 독신자의 논리를 익히는 것이다. 이것은 감상적인 생각에 빠질 여유가 거의 없는 깔끔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우선 독신인 사람은 영원히 스쳐가는 입장에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독신자는 약속 같은 것을 해서는 안 된다. 아침식사에 있어서도, 사교생활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복잡한 것보다는 간단한 것을 택해야 한다. 이런 행동은 절대로 잔인한 것이 아니다."
닐은 권총으로 가슴에 총을 쏘아 자살한 아버지의 일기로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드는 일에 합류한다. 아버지의 일기를 토대로 한 컴퓨터 닥터바셋과 닐은 서로 대화를 한다. 닐의 아버지의 일기를 토대로 한 컴퓨어로 사랑에 관한 이론을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닐은 아버지의 일기를 토대로 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버지와 가까워질수록 혼란스럽다. 둘 사이의 오고가는 대화를 통해서 닐은 아버지에 대해서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컴퓨터인 닥터바셋과 닐이 대화하는 장면들은 때로는 재미를, 때로는 뭉클함을 더해준다.
"친구1 : 뭔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어떨까?
닥터바셋 : 난 내 환자들에게 케첩에 대해 말하지. 케첩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그걸 매일 먹고 싶지는 않을 거야, 안 그래?"
"아버지가 최근에 돌아가셨고, 이 일은 나를 다른 방향으로 채우게 만들었다. 이 일 이전에는 온 마음을 다하지 않는 관계를 갖는 것은 꿈조차 꾸지 않았었다. 하지만 조금은 냉정하고 어쩌면 좀 슬픈 이런 관계가 나에게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닐은 아버지가 우울증에 걸렸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닐은 차가운 감정을 가진 사람이 아닌,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 되어 간다. 아버지의 기억을 가진 컴퓨터와의 대화를 거듭해 가면서 닐은 숱한 세월 동안 가슴 속에 응어리진 오해와 이면의 진실을 깨닫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쓸 만한 사랑 이론은, 결국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적자생존의 세상에 갇혀 있거나 아니면 위대한 신이 강림할 그릇일 뿐이다. 아니면 시장에 조종당하고 있는 수벌들일 뿐이거나. 사랑은 자기실현이다. 사랑은 자력이다. 이 모든 것이 도움은 되지만 불완전한 설명이고, 서로 상충되고 결국에 어떤 결론도 내놓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에 빠진다. 예를 들어서, 나."
"사랑이라는 것은 그 나름의 영역이다. 지진 같은 일도 일어나고, 갑작스럽게 재개발이 되기도 하고, 경계에서 아무거나 오가기도 한다. 수많은 이름이 있어야 하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나에게는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내가 기억상실 상태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 깨어나는 경우에 대비해서. 다시 한 번 내 길을 착기 위해, 도움이 필요할 때에 대비해서."